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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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화 221

영화에 대한 한숨 _ 낯설고 먼, 트라본 프리 / 마틴 데스몬드 로 감독

# 0. "역사에 대한 울분. 영화에 대한 한숨." ★★✩✩✩ 이동진, 영화 한줄평 '트라본 프리', '마틴 데스몬드 로' 감독, 『낯설고 먼 :: Two Distant Strangers』입니다. # 1. 인종차별, 그중에서도 흑인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을 다룬 영화입니다. 시작부터 등장하는 '제임스 볼드윈'이라는 저명인사의 이름과, 경찰이 주인공을 제압하는 모습을 보며 떠올리게 될 '조지 플로이드'라는 이름이 작품의 메시지를 분명히 하죠. 유색인종에게만 차별적으로 작동하는 공권력의 폭력적 사례를 모아 루프 속에 갇힌 한 인간에게 소집시켜 극으로 재구성합니다. # 2. 귀여운 강아지의 모습이 본래의 평온한 일상을 은유합니다. 미모의 여성 '페리'와의 하룻밤이 설레는 매일을 상징합니다. 미국의 흑인 작가이..

Film/Drama 2021.08.10

술래잡기 _ 해리의 소동,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 0. 맥거핀 [macguffin] 속임수, 미끼라는 뜻. 영화에서는 서스펜스 장르의 대가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이 고안한 극적 장치를 말한다. 극의 초반부에 중요한 것처럼 등장했다가 사라져 버리는 일종의 ‘헛다리 짚기’ 장치를 말한다. 관객들의 기대 심리를 배반함으로써 노리는 효과는 동일화와 긴장감 유지이다. (후략) [네이버 지식백과] 맥거핀 [macguffin] (영화 사전, 2004. 9. 30., propaganda)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해리의 소동 :: The Trouble With Harry』입니다. # 1. 18분 50초. '윅스' 부인의 가게에 찾아온 '말로우'와 '아이비'입니다. 말로우가 식료품과 담배를 사며 돈이 없다 말합니다. 윅스 부인은 익숙하다..

Film/Comedy 2021.08.08

시곗바늘 그 영화 _ 마침내 안전!, 프레드 C. 뉴마이어 / 샘 테일러 감독

# 0. 무성영화 시대 슬랩스틱 스턴트 코미디를 이야기하며 '찰리 채플린'을 거론하는 건 영 심심합니다. 채플린이 위대한 영화인이라는 데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테지만, 저 같은 홍대병 환자들에게 있어 그런 것 따위보다는 내가 얼마나 아는 척을 할 수 있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한동안은 '버스터 키튼' 정도면 충분히 비빌 수 있었습니다. '위대한 무표정'이라는 별명과 , , 등의 대표작들을 '당연히 아는 것 아니냐'는 듯한 심드렁한 표정으로 나열한 다음, 이런 것들은 그리 중요하지 않으며 그가 가진 영화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용기, 인류사를 관통하는 통시적 가치들에 천착함으로 인해 어느 시대에서든 동시대성을 느끼게 만드는 표현, 창조적이고 도전적이며 이지적인 촬영 기법과 완벽주의자적 태도 등의..

Film/Comedy 2021.08.02

바보에게 바보가 _ 스몰 타임 크룩스, 우디 엘런 감독

# 0. He is arrogant. Like all people with timid personalities, his arrogance is ­unlimited. Anybody who speaks quietly and shrivels up in company is unbelievably ­arrogant. He acts shy, but he’s not. He’s scared. He hates himself, and he loves himself, a very tense situation. To me, it’s the most embarrassing thing in the world—a man who presents himself at his worst to get laughs, in order to f..

Film/Comedy 2021.07.29

오히려 좋아 _ 더 템플, 마이클 바렛 감독

# 0. 의외로 평점 1점은 보기 힘듭니다. 어지간히 욕먹는 영화들도 대부분 4점대, 정말 열심히 노력해도(?) 3점대가 최선이죠. 네임드 망작들도 있습니다만 되려 이런 류들은 컬트적인 유명세 덕에 평점이 높기 마련입니다. 다음영화 기준 클레멘타인 무려 9.1 이구요, 무서운집 8.2, 라스트 갓파더 6.9, 자전차왕 엄복동 4.6, 주글래 살래 4.0,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3.9, 리얼 3.7이죠. 그 와중에 긴급조치 19호는 2.0 이네요. 역시 갓동님 존경합니다. 이 영화는 다음 영화와 왓챠피디아 모두에서 평점 1.2를 찍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 정도면 얼마나 못 만들었을지 너무 궁금하지 않나요? 나만 궁금해? 나만 쓰레기야? '마이클 바렛' 감독, 『더 템플 :: Temple』입니다. # 1. ..

Film/Horror 2021.07.21

랩탑 무비 _ 블레어 위치, 다니엘 미릭 / 에두아르도 산체스 감독

# 0. 시리즈를 연이어 보다 보니 문득 요런 류의 영화가 땡기더라구요. '다니엘 미릭', '에두아르도 산체스' 감독, 『블레어 위치 :: The Blair Witch Project』입니다. # 1. 코시국이라 곤란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어지간하면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편이 좋습니다. 호러든 코미디든 드라마든 멜로든 스릴러든. 압도적인 스크린 크기가 주는 박력과 디테일한 화질, 전문가들이 세심하게 설계한 음향 등 감독의 의도에 최적화되어 있는 환경이 주는 경험의 퀄리티는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죠. 오가는 데 필요한 유무형의 비용이 만만치 않고 집 안 소파에 비해 좌석도 불편하며 다른 무엇보다 에티켓을 담보할 수 없는 불특정 다수와 함께 볼 수밖에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좋아하시는..

Film/Horror 2021.07.19

Gorgeous _ 은발의 패셔니스타, 리나 플리오플라이트 감독

# 0. "뉴욕은 잘 차려입은 여성들에게 가장 좋은 도시예요. 왜냐하면 뉴욕의 대로와 길거리는 런웨이가 될 수 있거든요. 이분들은 나이 드는 것에 대한 우리의 통념을 무색하게 해요. 자신의 나이를 받아들이고 스스로 만족하며 항상 가장 멋지고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외출을 하죠." '리나 플리오플라이트' 감독, 『은발의 패셔니스타 :: Advanced Style』입니다. # 1. 멋지게 뉴욕을 가로지르는 고령 여성들을 촬영하는 작가 '아서 세스 코헨'과, 모델이 되어준 여인들의 삶에 대한 태도를 때론 Gorgeous 하게, 때론 Fancy 하게, 때론 Sexy하게 담아냅니다. 관객은 그녀들의 반짝이는 눈에 비친 강렬한 에너지를 통해 삶의 특정한 시점을 규범화된 모습으로 사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인가를 점..

뉴비 판독기 _ 더 로드, 장 밥티스트 안드레아 / 패브리스 카네파 감독

# 0. 우연한 기회로 친구와 함께 영화를 보게 되었네요. 어디 볼만한 영화가 없을까 하던 차에 적당한 런타임의 공포영화를 하나 골랐습니다. 미리 준비한 편의점 팝콘과 맥주 한 캔씩을 손에 들고 영화를 보기 시작합니다. 82분간 펼쳐지는 죽음의 드라이브가 끝나고. '노력은 인정하지만 좀 심심하다' 생각하던 차에, 응? 옆에 앉은 친구가 극찬을 쏟아냅니다. "와~ 진짜 재밌다!!" '장 밥티스트 안드레아', '패브리스 카네파' 감독, 『더 로드 :: Dead End』입니다. # 1. 저는 얼추 일주일에 여덟에서 열 편 정도의 영화를 소비합니다. 그리 많이 보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디 가서 영화 보는 게 취미입니다 말할 수 있을 정도는 되는 셈이죠. 반면 친구는 영화를 딱히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

Film/Horror 2021.05.30

미장센의 배신 _ 우먼 인 윈도, 조 라이트 감독

# 0. 미장센이 어쩌구... 메타포가 저쩌구... '조 라이트' 감독, 『우먼 인 윈도 :: The Woman In The Window』입니다. # 1. 요즘의 영화들 특히 과 의 웨스 앤더슨이나, 와 의 박찬욱 감독의 그것처럼 엄격한 규칙과 과감하면서 관능적인 색감이 만들어내는 인공적 미감의 미장센이 대두된 이후, 영화판의 메타가 마치 누가 더 아름다운 미장센을 뽐내느냐를 경쟁하는 카드게임화 되어버린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오프닝에서 주인공이 가운데 있으니 1점! 화면을 두꺼운 선이 가로지르고 있으니 1점! 하는 식으로 말이죠. 물론 기하학적 구도에 대한 감화가 쉽게 되는 탓에 온갖 리뷰를 미장센에 대한 호들갑으로 떡칠하는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게 희극적이기는 하지만요. # 2. 이 영화 역시 ..

Film/Thriller 2021.05.20

마피아 게임 _ 서클, 에런 핸 / 마리오 미시온 감독

# 0. '정치질'하는 영화입니다. '에런 핸', '마리오 미시온' 감독, 『서클 :: Circle』입니다. # 1. 무지막지하게 많은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경찰도 있구요. 레즈비언도 있습니다. 임산부도 있구요. 전과자도 있죠. 어린아이도 있고, 애매하게 큰 청소년도 있구요. 장정도 있고, 노인도 있습니다. 암에 걸렸다 막 나은 사람도 있구요. 이라크에서 간신히 살아 돌아온 군인도 있죠. 흑인도 있고, 백인도 있고, 아시안도 있고, 라티노도 있습니다. 인종차별자와 인종차별의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사람이 동시에 등장하구요. 신을 받드는 목사와, 과격한 무신론자가 함께하죠. 대부분은 영어를 하지만,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 2. 검은 방입니다. 빨간 원 위에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서 있습..

Film/Horror 2021.05.18

SF는 거들 뿐 _ 스토어웨이, 조 페나 감독

# 0. SF 물로서의 배경 묘사가 얼마나 디테일하고 논리적인가는 그닥 중요하지 않습니다. 되려 여러분께서 그런 디테일을 주의 깊게 보시게끔 만들었다는 것, 그게 문제죠. ‘조 페나’ 감독, 『스토어웨이 :: Stowaway』입니다. # 1. 자식이 아픈 부모를 위해 약을 구해오는 영화가 있다면 우린 그 영화를 '효'에 대한 영화라 말할 겁니다. 올챙이가 개구리를 돕는 영화라거나, 아기 다람쥐가 엄마 다람쥐를 위해 도토리를 구해오는 영화, 로봇이 자신을 만든 박사를 구출하는 영화 모두 소재만 다를 뿐 '효'라는 같은 주제를 다룬 유사한 작품들이라 할 수 있겠죠. 만약 올챙이나 다람쥐가 나온다고 해서 '동물 영화'라 정의한다거나 로봇이 나온다고 해서 'SF 영화'로 이해한다면 이는 작품의 맥락을 전혀 짚지..

Film/SF & Fantasy 2021.05.14

Black Bottom _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조지 C. 울프 감독

# 0. 우리나라에서는 의 윤여정 선생이 가장 큰 축하를 받았습니다만 2021 오스카의 주인공은 아무래도 클로이 자오의 라 해야 하겠죠. 많은 분들의 생각처럼 저 또한 상을 탈만한 영화가 상을 탔다 생각합니다. 진즉 봤음에도 아직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미뤄두고 있는데요. 적당한 시기가 되면 노매드 랜드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볼 기회가 있겠죠. 그 외에도 나 , , , , , 등 훌륭한 영화들이 한 해를 빛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노미네이트 작 중 네가 제일 마음에 들었던 영화가 뭐냐 물으신다면 전 이 작품의 이름을 가장 먼저 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지 C. 울프' 감독,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 Ma Rainey's Black Bottom』입니다. # 1. 영화 이야기를 하기 전에 솔직히...

Film/Drama 2021.05.02

포스트 트루스 _ 씨스피라시, 알리 타브리지 감독

# 0.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어릴 적부터 중요하게 생각해 왔습니다. 무분별한 살생은 일어나선 안될 일이죠.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기 위해 나름대로 모기나 날파리를 잡지 않는 등의 노력을 해 왔습니다만 어느 순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금 매 순간마다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죠. 그렇게 사람들의 비참한 죽음을 추적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죽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1년 안에 '사과'를 먹은 적이 있다는 사실 말이죠. 놀라운 일입니다. 취재해 본 바에 따르면 제가 사는 마을에서 발생한 58명의 사망자 중에 57명은 1년 안에 사과를 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나머지 한 명 역시 3년 안에 사과를 먹은 적 있다는 증언을 확보했죠...

Documentary/Social 2021.04.14

대환장파티 _ 디스 이즈 디 엔드, 에반 골드버그 / 세스 로건 감독

# 0. 둘 이상의 사람이 모여 순서대로 자리합니다. 앞사람이 말한 단어의 마지막 글자로 시작하는 새로운 낱말을 늘어놓아야 합니다. 단어의 길이에 제약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때론 두 글자면 두 글자, 세 글자면 세 글자 글자 수를 맞춰 게임을 하기도 합니다. 대체로 두음법칙은 적용 가능합니다. 같은 단어를 반복하는 것도 허용되곤 하지만 재미를 위해 썩 권장되지는 않습니다. 외래어나 외국어, 고유명사나 인명 등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느냐, 그러지 않느냐를 놓고 변주를 줄 수도 있죠. '에반 골드버그', '세스 로건' 감독, 『디스 이즈 디 엔드 :: This Is the End』입니다. # 1. 플레이어 간에 합의된 룰에만 부합한다면 모든 어휘는 허용됩니다. 다음에 왜 가 나오는지, 죄 없는 은 왜 매번 에..

Film/Comedy 2021.04.07

1달러 79센트 _ 러브 송 포 라타샤, 소피아 날리 앨리슨 감독

# 0. 아카데미가 한 달도 남지 않았네요. 이전 같으면 노미네이트 된 작품들을 챙겨보려다 티켓값에 허리가 휘거나 심지어 개봉조차 하지 않아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만 코로나로 인해 영화판 헤게모니가 멀티플렉스에서 OTT로 넘어간 덕에(?) 물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보다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례적으로 이번 오스카에 노미네이트 된 작품 중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작품만 해도 두 자리 수가 훌쩍 넘어가죠. 개꿀. 극한의 반골기질 덕에 남들이 호들갑 떨면 괜히 고까워 외면하기 일쑤입니다만 이상하게 또 이런 건 혹 해서 챙겨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역시 찐따의 취향이란 건 이렇게나 종잡을 수 없죠. 나 같은 런타임 오지게 길고 대충 봐도 겁나 무거워 보이는 작품들에..

Documentary/Social 2021.04.01

악마인 듯 악마아닌 악마같은 너어어 _ 나인 마일즈 다운, 앤소니 월러 감독

# 0. 악마인 듯 악마 아닌 악마 같은 너어어 바람인 듯 바람 아닌 바람 같은 나아아 '앤소니 월러' 감독, 『나인 마일즈 다운 :: Nine Miles Down』입니다. # 1. "덮어놓고 반전 한방 딱! 보고 미친 듯이 달려가는 영화입니다. 주머니 사정을 가늠케 하는 지극히 단출한 세트와, 이를 가리면서 최대한의 가성비를 뽑기 위한 다양한 광원과 화각의 연출. 그리 비싼 개런티를 지불하지는 않았을 것만 같은 많아야 세명 안쪽의 주인공 라인업과 이들의 개인기를 사골처럼 쥐어짜는 걸로 간신히 버티는 수다스러운 진행. 2/3 지점에서 터지는 반전 한방과 그 반전을 최대한 거창한 것으로 포장하기 위한 후반부 호들갑으로 채워집니다. 작품의 성패는 당연히 반전의 퀄리티에 의해 결정됩니다. 이 반전만 확실하다면..

Film/Thriller 2021.03.31

세 가지 질문 _ 녹터널 애니멀스, 톰 포드 감독

# 0. 이름만 들어도 무서운 배우들이 있습니다. 봐야겠다 싶어 리스트에 올려놓더라도 당장 보기엔 지칠까 두려워 한참 동안 묵혀 두게 되는 영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한껏 충전되었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각오를 담은 긴 심호흡과 함께 조심스레 꺼내 드는 영화. 고런 영화들을 주로 만드는 배우들 말이죠. '톰 포드' 감독, 『녹터널 애니멀스 :: Nocturnal Animals』입니다. # 1. 이 분야 끝판왕은 단연 '호아킨 피닉스'입니다만 굳이 한 명 더 꼽아야 한다면 전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영화의 주인공 '제이크 질렌할'을 꼽겠습니다. 호아킨 피닉스의 작품들이 대체로 무지막지하게 어려운 형이상학적 메시지를 둘러싼 극단적인 감정 소모를 불러일으킨다면, 제이크 질렌할의 경우 대단히 디테일한 현실적..

Film/Thriller 2021.03.24

차라리 게임을 하자 _ 12피트, 맷 에스칸다리 감독

# 0. 자매가 수영장에 갇혔습니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스릴러군요. '맷 에스칸다리' 감독, 『12피트 :: 12 Feet Deep』입니다. # 1. 이 같은 영화들은 크게 두 가지 타입으로 분류됩니다. 하나는 극단적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강하게 추적하는, 로드리고 코르테스 감독의 나 대니 보일 감독의 같은 심리극 스타일을 들 수 있을 테구요. 또 다른 타입은 관객과 함께 생존 방법을 논리적으로 모색하는 재난 영화 스타일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알폰소 쿠아론의 나 '리들리 스콧' 감독의 을 떠올리셨다면 적절하겠네요. 어느 쪽으로 흘러가든지 간에 장르가 작동하기 위한 1차적인 기반은 감정이입입니다. 내가 저런 상황에 놓인다면 참... ㅈ같겠다. 라는 감정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Film/Thriller 2021.03.21

좋아서 싫을 수도 있구나 _ 북극의 나누크, 로버트 J. 플래허티 감독

# 0. 분명 이야기가 영화의 전부는 아닙니다. , 같이 음악을 위해 이야기를 과감하게 투자하는 작품들도 있고 아예 , 같은 뮤지컬 영화들도 있죠. 와 같은 작품들은 이야기보다 인물의 구도와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되기도 하구요. 처럼 지독할 정도로 정서를 따라가는 작품도 있고 나 같은 영화들은 회화적 스타일로 승부를 보는 이색적인 작품들 또한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편적인 영화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를 하나 꼽아야 한다면, 어땠든 이야기라는 것만큼은 쉽게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저 역시 그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하죠. '로버트 J. 플래허티' 감독, 『북극의 나누크 :: Nanook Of The North』입니다. # 1. 마찬가지로 다큐멘터리의 전부는 아니겠습니다만 그럼에도 가장..

큰 잘못을 했나 보다 _ 무비 43, 엘리자베스 뱅크스 외 감독

# 0. 어느새 왓챠 피디아에 등록한 영화의 수가 네 자리를 훌쩍 넘어가네요. 확실히 일정 숫자 이상의 평점을 등록하면, 나름 신뢰할만한 추천 시스템이 갖춰진다는 게 왓챠의 최대 장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장르 편식을 유도한다는 치명적인 단점도 있긴 하지만요. , .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100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치고 빠질 수 있는 옴니버스식 코미디 영화라는 기준에선 썩 나쁘지 않은 추천입니다. 늦은 저녁 시계를 힐끗 쳐다본 후, 기분 좋게 냉장고 앞으로 걸어가, 다섯 개 만원 하던 편의점 맥주를 한 캔 꺼내 들었고, 영화를 봤습니다. 그리고 마음 깊이 반성했죠. 내가 왓챠에 뭔가 큰 잘못을 했나 보다. 최근에 넷플릭스나 구글 무비를 자주 찾은 바람에 화가 난 건가. 돈도 얼마 안 ..

Film/Comedy 2021.03.12

탐정놀이의 목적 _ 레베카, 벤 휘틀리 감독

# 0. 히치콕 감독의 리뷰 말미에 말씀드린 대로 불필요한 선입견 없이 기대를 가지고 작품을 보려 노력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기대는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영화는 레베카가 아닙니다. '벤 휘틀리' 감독, 『레베카 :: Rebecca』입니다. # 1. 히치콕 감독의 작품이 원작으로서 완벽하기에 이후 창작되는 는 모두 1940년 작품 속 설정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식의 순혈주의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서두에 말씀드린 레베카가 아니다라는 표현은 레베카라는 인물의 존재를 극의 중심에 놓고 전개되는 영화가 아니라는 뜻이죠. 이 영화는 오히려 입니다. 릴리 제임스가 연기한 '나' 말이죠. 영화에는 무수히 많은 부실함이 발견되는데요. 그 대부분은 이야기는 레베카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

Film/Thriller 2021.03.11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_ 레베카,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 0. 넷플릭스의 를 보려 했습니다. 'DELING' 님 댓글 덕에 뮤지컬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요. 살펴봤더니 리메이크 작이더군요. 원작은 무려 1940년 작, 그것도 히치콕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이라기에 까흠짝 놀랬더랬죠. 더 놀라운 건 그 마저 1939년에 출간한 '다프네 뒤 모리에'의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였다는 점이었습니다. 역시 무식하면 놀랄 일이 이렇게나 많습니다. 80년 전 책을 찾아보기엔 너무 게으르고 뮤지컬은 볼 방법이 없다는 핑계로 작품에 대한 감상은 영화 두 편 연이어 보는 것으로 적당히 갈음하려 합니다. 기대되는군요. 오래전 명곡을 리메이크 버전과 비교해 듣는 재미가 있듯 영화 역시 같은 서사를 다루는 두 창작자의 시각을 적절히 비교해 가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니까요. 우선은....

Film/Thriller 2021.03.10

냉동 고추 바사삭 _ 11:14, 그렉 마크스 감독

# 0. 우연과 필연으로 명징하게 직조해낸 스릴 넘치면서 유쾌한 킬링 타임용 오락 영화. '그렉 마크스' 감독, 『11:14』입니다. # 1. 본 영화도 몇 편 안 되는 주제에 구미를 당기는 작품이 없다고 투덜거리면서 온종일 영화 목록을 뒤지는 건 바로 이런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서일 겁니다. 대작의 화려함이나 걸작의 유려함은 없지만 대신 세상 잃을 것 없는 놈들의 자유분방함과 창의적인 발상, 도발적인 전개로 함께 놀아보자 덤비는 이런 영화들 말이죠. # 2. 이게 바로 킬링 타임용 오락 영화입니다. 제작비만 오지게 때려 박았을 뿐 이야기는 클리셰 대충 비벼 만들어 놓고선 "영화는 영화일 뿐이잖아?" 라거나, "킬링 타임용 영화가 이만하면 됐지!" 라 말하는 감독들의 엉덩이를 시원하게 걷어 차는 것만 같은..

Film/Comedy 2021.03.03

인싸식 영화관람법 _ 저수지의 개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 0. 사흘 전 올린 리뷰에 뜬금없이 베아트릭스 키도를 거론한 건 우연이 아닙니다. 갑자기 꽂혀서 타란티노를 정주행하고 있었거든요. 현재 , , , , , 은 왓챠에서, 는 넷플릭스에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왜 때문인지 은 양쪽 모두에서 서비스하고 있구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넷플릭스에 가 걸려 있었던 덕에 두 OTT 플랫폼만으로도 를 제외한 타란티노를 모조리 볼 수 있었습니다만 이젠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안타깝군요. 범인이 누군진 모르겠지만 누가 되었든 순순히 할리우드를 제자리에 돌려놓는 게 좋을 겁니다. 면도칼을 든 미스터 블론드를 만나고 싶지 않다면 말이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저수지의 개들 :: Reservoir Dogs』입니다. # 1. 익히 알려진 타란티노. 그중..

Film/Thriller 2021.02.27

천재사용설명서 _ 더 프로디지, 알렉스 호게이 / 브라이언 비달 감독

# 0. 2018년에 개봉한 테일러 실링 주연, 니콜라스 맥카시 감독 작 에 대한 글이 아닙니다. 그보다 한해 앞서 개봉한 동명의 다른 작품에 대한 리뷰죠. '알렉스 호게이', '브라이언 비달' 감독, 『더 프로디지 :: The Prodigy』입니다. # 1. 영화뿐 아니라 대부분의 서사 중심 창작물에서 가장 만들기 어려운 캐릭터를 꼽으라 한다면 단연 1순위는 천재 캐릭터일 겁니다. 여타 모든 종류의 캐릭터들과는 달리 설정이나 연출로 적당히 뭉개고 넘어갈 수 없기 때문이죠. 슈퍼맨보다 더 쎈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면 그냥 쎄다고 하면 됩니다. 까짓 거 한 대 맞자마자 날아가는 슈퍼맨을 보여주기만 해도 설득은 충분하죠. 플래시보다 더 빠른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면 플래시를 앞지르는 모습만 연출하면 됩니다. ..

Film/Thriller 2021.02.25

더 클래식 _ 12인의 성난 사람들, 시드니 루멧 감독

# 0. 짧게 하겠습니다. 얼른 써 놓고 자기 전에 한번 더 볼꺼거든요. '시드니 루멧' 감독, 『12인의 성난 사람들 :: 12 Angry Men』입니다. # 1. 명성이야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만,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도 제법 오랫동안 미뤄뒀던 영화입니다. 고전 영화도 나름대로의 맛이 있기는 합니다만 그럼에도 특유의 이물감이 관람을 짐짓 주저하게 만들기 때문이죠. 연출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히치콕' 감독의 영화들만 하더라도 부분적으로나마 어색한 점이 느껴될 정도니, 이건 뭐 어쩔 수 없는 거라 봐야 할 겁니다. # 2. 하지만 이 영화는 다릅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작품입니다. 대부분의 고전영화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뭘 하고 싶었는지는 충분히 유추할 수 있으나 기술적-경제적 한계 ..

Film/Thriller 2021.02.20

흙을 먹일 수 있을까 ⅱ _ 스왈로우,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감독

이전글 : 흙을 먹일 수 있을까 ⅰ _ 스왈로우,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감독 # 0. 인정합니다. 이 글은 다른 글에 비해 유독 공정하지 않을 겁니다. 제가 '헤일리 베넷'의 열렬한 팬이거든요. 그녀가 조연으로 잠깐 출연했던 만 하더라도 몇 번을 다 morgosound.tistory.com # 12.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죠. 일련의 연출법은 난해한 아이템을 이해시키는 덴 성공합니다만, 안타깝게도 장르와 합치되는 데에는 실패하고 맙니다. 압박감의 성격보다 더 우선시되는 압력의 크기. 인물을 포위하는 듯한 엄격한 연출의 통제. 주인공의 심리적 상황보다 심미성에 더 많이 할애되는 듯한 메타포. 사건이 고조되는 순간의 과격한 표현 따위 등은 전형적인 스릴러의 작법들인데 반해 이 영화의 메시지는 누가 뭐래..

Film/Thriller 2021.02.18

흙을 먹일 수 있을까 ⅰ _ 스왈로우,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감독

# 0. 인정합니다. 이 글은 다른 글에 비해 공정하지 않을 겁니다. 제가 '헤일리 베넷'의 열렬한 팬이거든요. 그녀가 조연으로 잠깐 출연했던 만 하더라도 몇 번을 다시 볼 정도로 좋았었는데요. 단독 주연작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는 거겠죠. 영화가 뭐 어떻다구요? 그래서 므요, 으쯔라구요. 1시간 30분 여신 영접했으면 된 거 아닌가요?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감독, 『스왈로우 :: Swallow』입니다. # 1. 영화에 대한 쓸데없는 이야기들은 잠시 치워두고 작품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주연 배우 얘기부터 해 봅시다. 제 아무리 작가주의적 작품을 좋아하는 관객이라 하더라도 캐스팅만으로 주저 없이 티켓값을 지불하게 만드는 배우들이 다들 몇 명씩은 있죠. 저는 우리나라 여배우 중에선 '전도연'과 '문소..

Film/Thriller 2021.02.17

피로 쓴 스탠드업 코미디 _ 헌트, 크레이그 조벨 감독

# 0. 엄마가 해 줬던 이야기가 있어요. 토끼와 거북이가 나오죠. 토끼는... 재수탱이였어요. 늘 뻐기기만 했죠.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빠르다면서요. 사실이긴 했어요. 달리기를 할 때마다 항상 이겼으니까요. 온 숲이 그 자랑을 듣고 또 들어야 했죠. 재수탱이는 뽐내기 위해 늘 경주를 하려고 했고, 거북이는 생각했어요. '내가 한번 해 볼까?' 토끼는 비웃었어요. '아이고, 재밌겠다 어디 해 보실까?' 거북이에게 먼지를 날리며 토끼는 출발했죠. 엄청 앞서간 거예요. 당연하죠, 토끼는 언제나 이기니까. 하지만 토끼는 막상막하의 경기로 재미를 더하고 싶었고, 멈춰서 낮잠을 잤어요. 하지만 계획보다 오래 잤고. 깨어났을 무렵엔 엿 됐다는 걸 알았죠. 전속력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늦었어요. 거북이가 결승선을 먼저..

Film/Action 2021.02.06

검은색 거울 _ 가버려라 2020년, 앨 캠벨 / 앨리스 머사이어스 감독

# 0. 2020년 한 해 이슈를 망라한 페이크 다큐멘터리 블랙 코미디 쇼입니다. 만, 코끼리 냉장고 넣기도 아니고 8760시간이 1시간 남짓의 런타임 안에 정리될 리가 없죠. 미리 말씀드리자면 특별한 의미나 깊이 있는 풍자는 기대하지 않으시는 편이 좋습니다. 그저 빌어먹을 2020년을 힘겹게 지나왔을 사람들이 편하게 남 욕하고 놀리는 재미나 누리고 치우는 딱 그 정도 느낌의 킬링 타임 콘텐츠라 이해하시는 편이 적당합니다. '앨 캠벨, '앨리스 머사이어스' 감독, 『가버려라, 2020년 :: Death to 2020』입니다. # 1. '신정원' 감독의 리뷰에서도 말씀드렸듯 코미디야 말로 가장 스포일러에 민감한 장르이기에 최대한 개그 코드에 대한 내용은 말씀드리지 않을 생각입니다. 애초에 해석이 필요할 만..

Documentary/Social 2021.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