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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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개봉 26

노 아담 플리즈 _ 노 하드 필링스, 진 스텁닛스키 감독

# 0. 아담 샌들러가 꼭 필요한 거야? 진 스텁닛스키 감독, 『노 하드 필링스 :: No Hard Feelings』입니다. # 1. 죽지도 않고 또 오는 게 엿장수만은 아니다. 세상엔 잊을만하면 돌아오는 것이 너무나 많지만, 할리우드식 로맨틱 코미디는 그중 하나임에 분명하다. 수도 없이 반복된 탓에 레시피도 공개된 것과 진배없다. 배경은 보통 휴양지인데 기왕이면 바닷가가 좋다. 부자를 시기하고 부러워하는 서민이 주인공이지만, 연기하는 배우들이 그 시기와 질투의 대상인 백만장자라는 것은 괘념치 않는다.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통속적인데, 철없는 주인공과 비슷한 수준의 친구 하나가 옆에 붙어 코미디를 전담하는 동안 주변을 배회하는 노년의 현자가 틈틈이 교훈을 토해낸다. 영화는 뜬금 이벤트 당첨이나, 우연한 헌..

Film/Comedy 2024.04.18

감독놀음 _ 은밀한 공범, 죠죠 히데오 감독

# 0. 평범한 소재로 비범한 영화를 만드는 감독도 있지만,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내다 버리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죠죠 히데오 감독, 『은밀한 공범 :: 恋のいばら』입니다. # 1. 은 수입사가 지어 붙인 이름입니다. 원제는 恋のいばら. 그러니까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군요. 참고로 영어 제목은 Thorns of Beauty인데요. 이쪽이 그나마 더 직역에 가까운 번역이기는 합니다. 실제 영화의 핵심은 '가시'로 은유된 각자의 마음에 있다는 면에서, 관계 중심적인 뉘앙스가 강한 '공범'이라는 우리말 제목은 썩 정밀해 보이지는 않죠. 양가적 감정에 놓인 두 여자의 갈등을 그린 작품입니다. 원제에 긍부정이 배치되는 두 개념을 접붙여둔 이유죠. 모모는 켄타로에게 집착과 파괴를 함께 느낍니다. 수차례 복제하고 ..

Film/Romance 2024.03.30

오스카가 또 _ 디 애프터, 미산 해리먼 감독

# 0.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미산 해리먼 감독, 『디 애프터 :: The After』입니다. # 1. 나이지리아계 영국인 사회 운동가 겸 사진작가인 미산 해리먼 감독의 데뷔작입니다. 2015년 개봉된 영화 에서 마틴 루터 킹 주니어를 연기한 데이비드 오예로워가 주인공 다요 역으로 참여합니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18분짜리 단편 영화인데요. 올해 아카데미 단편영화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작품이기도 하니, 시상식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제목을 들어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수상은 웨스 앤더슨의 가 차지합니다. 기가 막히게 재미있는 작품이었죠. 묻지 마 테러의 참상 이후를 그립니다. 전반적으로 평이하고 예측가능한 전개이지만 사안의 심각성과 시의성이 관객을 안정적으로 몰입하게 합니다. 테러로 아내와 ..

Film/Drama 2024.03.18

노을이 지난 후에도 _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미야케 쇼 감독

# 0. 처연하고 찬란한 노을이 지난 후에도 이어져 나갈 소중한 것들에 대하여 미야케 쇼 감독,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 ケイコ 目を澄ませて』입니다. # 1. 오가와 케이코. 도쿄 아라카와구 출생. 선천적 감음 난청으로 양쪽 귀가 모두 들리지 않는다. 2019년 프로복서 라이선스 취득. 데뷔전 1라운드 1분 52초 KO 승리. 선천적 청각장애인 여성 복서 오가사와라 케이코의 자서전 를 원작으로 합니다. 청각장애인 여성 복서라는 캐릭터가 목적의 전부였다면 다큐멘터리를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요. 감독은 구태여 영화라는 형식을 선택하고 있죠. 비슷한 경우 왜 굳이 그녀의 이야기를 영화로 각색한 걸까. 조금 더 정밀하게 질문하자면 감독은 그녀의 인생에서 무엇을 발견하고 있는가. 에 대한 대답을 탐미해 보는 ..

Film/Drama 2024.02.26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_ 믿을 수 있는 사람, 곽은미 감독

# 0. 박한영은 믿을 수 있는 사람입니까. 곽은미 감독, 『믿을 수 있는 사람 :: A Tour Guide』입니다. # 1. 정착을 꿈꾸는 20대 이방인 한영의 서울 생존기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믿음'이라는 개념에 대한 고찰이기도 합니다. 믿음은 통상 신뢰, 신앙, 신념, 신용 등 다양한 의미를 가지는데요. 작품에서는 신뢰와 신용을 선택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신뢰는 개인 간 주고받는 다정함에 대한 기대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겁니다. 신용은 사회인으로서 합의된 사항을 충실히 이행하는 도리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죠. 영화는 북한을 신용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로, 탈북민은 신용을 경험해 보지 못해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규정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한국을 외국인 손님들에게 소개하는 일이 영광스럽..

Film/Drama 2024.01.26

가장 사소한 우주 _ 애스터로이드 시티, 웨스 앤더슨 감독

# 0. 그놈은 그냥 돌멩이를 던져분 것이고, 자네들은 그것에 놀라 확 달아난 것이여. 웨스 앤더슨 감독, 『애스터로이드 시티 :: Asteroid City』입니다. # 1. 가장 사소한 우주 영화입니다. 통상의 우주 SF라면 웅대한 우주를 탐험하는 초라한 인간의 대비라는 식으로 풀어가기 마련일 텐데요. 웨스 앤더슨은 독특하게도 스케일의 역전을 시도합니다. 우주의 구조를 도식화해 미니어처처럼 끌고 내려온 후, 관객으로 하여금 이를 내려다보게 만들어 관조적으로 삶과 우주의 원리를 통찰해 볼 것을 제안하는 것이죠. 작품은 연극을 준비하는 무대 뒤 흑백 화면과, 그렇게 실현된 연극의 컬러 화면으로 구분되는 극중극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데요. 사실 수많은 관객들이 혼란스러워했던 것처럼 구체적인 레이어는 그보다 ..

Film/Comedy 2024.01.04

혁신은 없었다 _ 팟 제너레이션, 소피 바르트 감독

# 0. 파스텔 빛 미래에 대한 사소하지 않은 고민들이 잎사귀처럼 차곡차곡 쌓인다. 소피 바르트 감독, 『팟 제너레이션 :: The Pod Generation』입니다. # 1. 아이를 가졌다. 아이를 낳았다. # 2. ...가 영화 속 상황의 전부입니다. 그저 엄마의 자궁 대신 '팟'이라는 이름의 인공자궁에서 아이가 키워질 뿐이죠. 기술적인 문제 혹은 우려는 의도적으로 배제됩니다. 안전상의 걱정 없이 자궁을 온전히 대체할 수 있는 가상의 시스템이 존재한다 가정한 상황에서의 윤리적 문제에 천착한 작품이라는 것이죠. 자연스럽게 중요한 것은 기술이 어디까지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까라는 화두일 텐데요. 영화 속 인공지능 기술은 인간과의 거리를 기준으로 크게 네 단계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가장 낮은 층은 '집에서..

Film/SF & Fantasy 2023.12.10

파스텔색 울타리 _ 스크래퍼, 샬롯 리건 감독

# 0. 혼자라는 오해가 만든 파스텔색 울타리를 사랑스럽게 넘는다. 샬롯 리건 감독, 『스크래퍼 :: Scrapper』입니다. # 1. 큰 틀에서는 가족영화 겸 성장영화라 하는 것이 맞을 겁니다. 일찍 엄마를 여읜 열두 살 배기 엄복동 조지와, 뜬금 나타나 아빠라 주장하는 짝퉁 에미넴 제이슨이 서로의 존재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는 식의 가족영화이구요, 동시에 각자 나름의 자기 성찰에 도달한다는 면에서 성장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죠. 비슷한 경우 결말에 이르러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을 새롭게 확립한다는 식으로 흘라가기 마련입니다. 내내 퉁명스럽던 사람들이 팀워크가 요구되는 어떤 극적인 사건을 겪은 끝에, "...아빠...", "...우리 딸..." 뭐 이런 식의 눈물 폭발 엔딩은 익숙하죠. 그렇게 변..

Film/Drama 2023.11.24

블루 얼럿 _ 더 킬러, 데이비드 핀처 감독

# 0. 봉준호의 진단에 답하는 데이비드 핀처의 서슬 푸른 경고 데이비드 핀처 감독, 『더 킬러 :: The Killer』입니다. # 1. 아무래도 킬러 영화들은 '킬러에게 표적이 된 사람의 서스펜스'라거나 '킬러가 엮인 특별한 사건의 스릴러'이기 마련일 텐데요. 본 작품은 제목에서처럼 킬러가 직업인 사람의 멘탈리티를 중심으로 풀어나갑니다. 혹자는 이야기가 심심하다는 것을 지적하는 듯도 보이지만, 주인공의 생각과 감각을 추적하는 데 최대한 집중할 뿐 그 외의 타깃이나 사건은 중요하지 않기에 의도적으로 비워두고 있다 판단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위플래시와 라라랜드로 익숙하실 데미안 셔젤의 영화 중에 이라는 작품이 있죠.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을 탐구하고 체험하는 것에 최대한 집중하는 작품이기에, 그가 경험하..

Film/Thriller 2023.11.18

문장의 모습, 소리, 그리고 맛 _ 쥐잡이 사내, 웨스 앤더슨 감독

# 0. 그 양반이 얼~마나 뛰어난 문장가였냐면 말이다~ 웨스 앤더슨 감독, 『쥐잡이 사내 :: The Rat Catcher』입니다. # 1. 로알드 달 원작의 단편입니다. 의 글에서도 말씀드린 것 같은데요. 넷플릭스가 로알드 달 스토리 컴퍼니(RDSC)를 인수한 후 웨스 앤더슨을 섭외해 진행한 네 편의 결과물 중 하나인 작품이죠. 본론에 앞서 프로젝트의 성격을 짚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시도일 겁니다. 감독 입장에서 한꺼번에 영화를 네 편씩이나 만들어야 한다면, 각각의 작품 이전에 프로젝트 자체에 대해서도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는 것이 자연스러웠을 테니까요. 비슷한 프로젝트들의 경우 지난 시대의 작가를 새로운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것에 목적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고, 해당 프로젝트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으리..

Film/Comedy 2023.10.18

분명한 퇴보 _ 발레리나, 이충현 감독

# 0. 넷플릭스 산 K-액션 누아르의 익숙한 그 냄새 이충현 감독, 『발레리나 :: Ballerina』입니다. # 1. 1시간 30여분 내내 과장된 스타일과 피상적인 이미지가 범람합니다. 분홍색과 민트색 네온사인, 네 병의 술과 다른 색깔 빨대, 발레슈즈가 담긴 선물상자, 비밀스러운 sns 대화, 줄 달린 이어폰의 갬성, 잔뜩 기울이다 못해 심심하면 뒤집어지는 화면, 부담스러운 클로즈 업, 어지러운 공간 미술, 착란을 유발하는 눈뽕 테러와, 주요 세일즈포인트였을 GRAY의 사운드까지. 이 무지막지한 물량공세는 그 자체로 진입장벽처럼 느껴질 지경입니다. 누군가 정신이 없다며 중도에 낙오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죠. 그렇게 쏟아부은 이미지 모두는 '모순적인 형용'과 '대결적인 관계'로 구축됩니다. ..

Film/Action 2023.10.08

모성 만세 _ 노웨어, 알베르트 핀토 감독

# 0. 눈부신 모성을 우러르는 눈물겹고 집요하고 처절하고 지독한 신화적 예찬 알베르트 핀토 감독, 『노웨어 :: Nowhere』입니다. # 1. 요 며칠 깜냥에 맞지 않는 어려운 영화를 연이어 보았는데요. 모처럼 날로 먹는 글이 될 것 같습니다. 나이스. 모성 만세! 모성에 대한 영화라 말하기도 뭣한 게 그냥 모성이 전부입니다. 아빠는 잘 모르겠고 아무튼 엄마 최고예요 엄마 사랑해요 노래를 부르는 작품이죠. 제한적인 영화라 예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랍도록 노골적입니다. '연약한 여자'였던 주인공이 '강인한 엄마'로서의 모성을 각성한다는 내용이고, 영화는 그 목표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습니다. 일련의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한 폭력적인 장치들, 이를 테면 위험천만한 컨테이너에..

Film/Thriller 2023.10.06

z의 감각 _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웨스 앤더슨 감독

# 0. 웨스 앤더슨이 선사하는 기상천외함이란 웨스 앤더슨 감독,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입니다. # 1. 오랜만에 넷플릭스에 걸린 단편입니다. 누가 봐도 '그 이름'이 떠오를 법한 독특한 화면 한가운데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오이형의 모습은 관객의 눈길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죠. 영국의 소설가 로알드 달(Roald Dahl)의 동명 단편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인데요. 한편도 아니고 , , 까지 무려 4편이 연달아 공개되었습니다. 참! 잘했어요. 알고 계실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두 해전쯤 로알드 달 스토리 컴퍼니(Roald Dahl Story Company, RDSC)를 넷플릭스가 인수했다는 소식이 있었는데요. 해당 사업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되겠군요. 혹여 문..

Film/SF & Fantasy 2023.10.02

놀랍게도 전현무 아님 _ 빨간 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

# 0. 가시가 있는 것들도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있구나 후쿠다 유이치 감독, 『빨간 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입니다. # 1. 일본의 작가 아오야기 아이토의 동명 단편 소설을 실사화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해당 분야에 조예가 없어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흔히 말하는 라노벨(ライトノベル)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듯한 제목이군요. 대충 찾아보니 나름 시리즈물인 듯합니다. 를 시작으로 본작 , 를 지나 올해 8월 나온 신간의 제목 역시 라고 하는데요. 역시, 여행이라면 시체 하나쯤은 만나야 제맛이죠. 그림 형제의 동화 빨간 모자에서 여행자의 이미지를, 머리에 뒤집어쓴 붉은 두건에서 탐정의 이미지를 추출하겠다는 아이디어는 썩 직관적이고 효과적인 듯 보입니다. 고전적인 테마를 끌고 와 만들어 낸 어릴 적 한..

Film/SF & Fantasy 2023.09.20

어쩌면 그 이상 _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호아킴 도스 산토스 외 2인 감독

# 0. 스파이더맨에게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것. 어쩌면 그 이상. 호아킴 도스 산토스 / 켐프 파워스 / 저스틴 K. 톰슨 감독,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입니다. # 1. 스파이더맨하면 뭐가 떠오르실까요. 북미 만화 특유의 역동적인 그림체가 떠오르실 수 있겠죠. 코믹스에 대한 접근성이 높지 않은 한국 관객들은 실사 영화 시리즈들을 먼저 떠올리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화풍으로 그려낸 작품들도 많거니와, 비단 작화가 아니더라도 레고 블록이나 동물, SD풍 데포르메 따위로 변주한 굿즈 상품들도 즐비하죠. 에피소다마다 아예 다른 설정으로 리뉴얼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 나이도 성격도 능력도 각양각색인 경우도 많습니다. 멀티버스 메타가 성행한 이후론 진짜 막 나가는 모양새입니다. 빌런이..

Film/Animation 2023.08.20

옳음과 올바름 _ 패러다이스, 보리스 쿤츠 감독

# 0. 합리의 구심력에 저항하는 윤리의 원심력 SF적 상상력을 끌어내리는 현실의 중력 보리스 쿤츠 감독, 『패러다이스 :: Paradise』입니다. # 1. 수명을 거래하는 SF 영화라면 앤드류 니콜의 이 생각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파과적 상상력과 아만다 사이프리드,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캐스팅으로 이목을 끄는 데까진 성공했었는데요. 태만한 세계관 연출과 어색한 액션, 괴랄한 전개에 방점을 찍는 허무한 결말로 실망스러운 평가를 듣고 만 작품이었죠. 언젠가부터 소재의 자극성과 주연 배우의 미모에 힘입어 [결말 포함] 딱지 붙인 싸구려 유튜브 등지에서 소비되고 있는 듯한데요. 아무리 망작이라지만 썩 가혹하군요. 여하튼 아이템의 창의성이 핵심 동력이라는 점에서 이미 선점한 영화가 있다는 점, 특히 그 영화가..

Film/SF & Fantasy 2023.08.16

공동체주의자 선언 _ 좀100, 이시다 유스케 감독

# 0. 시즈카는 '구원'하고 코스기는 '배제'한다. 이시다 유스케 감독, 『좀 100: 좀비가 되기 전에 하고 싶은 100가지』입니다. # 1. 애니메이션을 영화화한 작품인 줄은 몰랐습니다. 그저 일본 좀비 호러라는 말에 혹했을 뿐이었죠. 100이라는 숫자가 흥미를 돋운 면은 있습니다. 좀비 100마리가 덮치려나? 100일? 100시간? 아니면 100분을 버텨야 하나? 백신을 100초 안에 써야 한다는 설정인 건가? 등등의 상상을 했었는데요. 부제가 였더라고요. 아하, 똥꼬 발랄 청춘물이군요. 애니메이션을 영화화한 작품인 줄 몰랐다 말씀드렸는데요. 어차피 얼마 지나지 않아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됩니다. 일본 ANIME 특유의 톤 앤 매너가 영화에 너무 짙게 묻어나고 있거든요. 실제 원작의 존재를 모르..

Film/Action 2023.08.12

하우프루빗 _ 포커페이스, 라이언 존슨 / 나타샤 리온 감독

# 0. 누가 범인인가 (who done it?)의 미스터리를 대신하는 어떻게 범인을 밝힐 것인가 (how prove it?)의 서스펜스 라이언 존슨 / 나타샤 리온 감독, 『포커페이스 :: Poker Face』입니다. # 1. 을 본 사람치고 니키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오뉴블을 제법 재미있게 본 저 역시 나타샤 리온은 썩 좋아하는 배우입니다. 여유롭고 정겹고 온화하면서 동시에 세상에서 서너 발짝 떨어진 듯 냉소적이고 관조적인 특유의 톤이 매력적인 배우죠. 등장하는 모든 장면을 장르물로 만들어버리는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헤어스타일과 허스키한 목소리도 멋지구요. 다만 그녀의 캐스팅만을 근거로 작품을 고르는 건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닙니다. 선구안이 좋은 배우는 못 되거든요. 시리즈를 크게 기대했던..

Series/Thriller 2023.08.04

피해망상의 주인 _ 웨더링, 메갈린 에치쿤워크 감독

# 0. 피해망상의 주인은 누구인가. 메갈린 에치쿤워크 감독, 『웨더링 :: Weathering』입니다. # 1. 확실히 넷플릭스는 단편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단편을 낼 거라면 차라리 시리즈를 선호하는 편인데요. 체류시간을 최대한 길게 뽑아내자는 운영방침에 반하기 때문인 거겠죠. 그럼에도 가끔씩은 단편을 제작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단편은 왓챠에서 주로 본다지만 외국 단편은 보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소소하게나마 제작되는 넷플릭스산 단편들은 생각보다 더 쏠쏠합니다. 아이를 유산하게 된 엄마가 느끼는 자책감과 트라우마를 조명하는 작품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겁니다. 병원과 집을 오가는 각각의 장면들은 실제 일어난 일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주인공 '제미나'를 짓누르는 가혹한 감정들의 시각적 ..

Film/Thriller 2023.06.30

편리한 낙원은 없다 _ 존 윅 4,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

# 0.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합니다.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 『존 윅 4 :: John Wick Chapter 4』입니다. # 1. 부제를 떼고 마침내 완성된 존 윅입니다. 분노라는 핵심 정서와 이를 작동시키기 위한 특유의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는 앞선 글에서 했으니 링크로 대신하도록 하구요. 마트 마감할인 같은 넉넉한 인심의 액션들과 수많은 오마주에 대해 이야기드리려면 스틸 컷을 따야 할 텐데, 역시 귀찮으니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쯤 되면 그럼 넌 무슨 이야기를 할 건데? 싶으실 텐데요. 영화의 핵심을 관통하는 대사 한 줄로부터 파생된 이야기를 가볍게 나눠볼까 합니다. 그것은 바로 Without Rules, We live with the Animals. 우리말로, "규율이 없다면 우리는 동물에..

Film/Action 2023.06.10

사이다의 성분 _ 피지컬 100, 사이렌 불의 섬

# 0. 왜 재미있는 거지? 넷플릭스 버라이어티 시리즈, 『피지컬 100, 사이렌 불의 섬』입니다. # 1. 그놈의 K-타령을 썩 좋아하진 않습니다만 일부의 호들갑이 나름 이해가 갈 정도로 영상 콘텐츠들의 글로벌 시장 확대가 두드러진 근년이긴 했습니다. 이젠 이야기하는 것조차 지치는 기생충을 비롯한 수많은 영화들 뿐 아니라, 킹덤에서 시작해 오징어 게임의 메가히트로까지 이어진 웰메이드 드라마 시리즈,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가벼운 로맨스 드라마들도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요. 최근엔 예능까지 주목받는 듯한 양상이죠. 최근 BTS의 뷔를 섭외해 해외 시장에 도전 의지를 비친 바 있는 나영석 PD의 서진이네는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해야 할 겁니다. 그중에는 개인적으로도 흥미로웠던,..

Series/Action 2023.06.06

'이런 영화'를 본다는 것 _ 내 이름은 마더, 니키 카로 감독

# 0. 아직 못 본 영화가 많습니다만 그럼에도 대충 기천 편은 넘어가고 있으니 적잖이 영화를 좋아한다 해도 무리는 없을 겁니다. 관람 편수가 그 정도가 되면 아무리 무심한 사람이라도 감이라는 게 오기 마련인데요. 요컨대 '이런 영화'를 보며 이야기를 기대할 만큼 미련하지는 않다는 것이죠. 니키 카로 감독, 『내 이름은 마더 :: The Mother』입니다. # 1. 주연은 제니퍼 로페즈입니다. 포스터를 대문짝만 하게 장악하고 있는 걸로 보아 전형적인 원탑영화처럼 보이죠.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총질 난사하는 예고편과, 노골적인 제목에 미루어 본다면 적당히 모성코드를 비벼낸 액션 영화쯤 될 겁니다. 최근의 이나 ,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간다면 나 같은 작품들이 얼핏 떠오르는 데요. 죄다 실망스러운 작품이..

Film/Action 2023.05.28

눈 가리고 아웅 _ 인어공주, 롭 마셜 감독

# 0. 답이 뻔한데 왜들 이러실까. 롭 마셜 감독, 『인어공주 :: The Little Mermaid』입니다. # 1. 인어공주는 결국 하나를 얻기 위해 다른 하나를 포기하는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바다와 육지를 오가는 눈부신 붉은 머리와 경쾌한 안다다씨가 귓가에 울려 퍼지는 것과 별개로 서너 가지의 딜레마와 그 안에서의 가혹한 선택이라 요약한다 해도 무리는 없는 작품인 것이죠.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었던 첫 번째 딜레마는 다들 아시는 대로 아름다운 [미모]와 인어라는 [운명]입니다. 에릭 왕자와 사랑에 빠진 주인공은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마녀 우르슬라를 찾아가 [다리]를 얻는 데 성공하지만, 대가로 미모만큼이나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불하게 되죠. 이후 원작에서는 왕자와의 [사랑]과 물거품이 ..

Film/SF & Fantasy 2023.05.26

착각의 늪 _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아론 호바스 / 마이클 젤레닉 감독

# 0. "자기감정에 속기도 하거든요." 아론 호바스 / 마이클 젤레닉 감독,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 The Super Mario Bros. Movie』입니다. # 1. 이 영화를 리뷰 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 2. 극장을 나서며 든 첫 번째 생각입니다. 이 작품은 마리오를 다룬 [영화]가 아니라 영화라는 그릇을 빌린 [마리오]였기 때문이죠. 좋게 말하면 칼 같은 손익계산에 힘입은 영리한 초정밀 타게팅 상품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박하게 말한다면 팬심에 절대적으로 기대는 서비스 덩어리라 해도 무리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냥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하다못해 마리오를 좋아한다 하더라도 마리오가 벌이는 '이 영화만의 특별한 모험'을 기대한 사람들을 위한 요소는 그냥 전무하다 해도 무방..

Film/Animation 2023.05.18

네 명의 길복순 _ 길복순, 변성현 감독

# 0. 욕망과 규율의 벽을 무너트리는 빨간색 액션, 파란색 드라마 변성현 감독, 『길복순 :: Kill Boksoon』입니다. # 1. 영화는 인간을 '욕망과 규율의 충돌 속에서 번민하는 존재'라 규정합니다. 여기서의 욕망이란 긍부정의 의미를 포함하지는 않습니다. 사랑부터 살인까지. 저마다 가지고 있을 본연의 성향이나 기질 따위를 뜻하는 가치중립적인 개념에 가깝죠. 등장인물들은 짐짓 실적, 명성, 보상, 관계 등 외부의 압박에 투쟁하는 듯 보이지만 진짜 갈등은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여온 모순에 있습니다. 압력이 임계에 다다른 순간 욕망과 규율을 인정하고 그 벽을 무너트린 사람들(복순, 재영)은 살아남을 수 있었고, 욕망과 규율 사이에서 붕괴되어 버린 사람들은 죄다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서사입니다. 각 ..

Film/Action 2023.04.06

하염없는 더하기 _ 멍뭉이, 김주환 감독

# 0. 유연석 좋아하는 사람 + 차태현 좋아하는 사람 + 개 좋아하는 사람 + 엄마 사랑하는 사람 + 제주 풍경 좋아하는 사람 + 스튜어디스 좋아하는 사람 = ? 김주환 감독, 『멍뭉이 :: My Heart Puppy』입니다. # 1. 호감력 만렙인 주연배우 빨로 개떡 같은 영화를 찰떡 같이 흥행시킨 감독이 같은 방식으로 재탕에 도전합니다. 그것도 귀염뽀짝 강아지들을 뭉탱이로 쏟아부으면서 말이죠. 영화는 이런저런 곁가지들도 이야기하긴 합니다만 어쨌든 핵심은 개입니다. 아래 레트리버 혓바닥 귀여운 거 보세요. 산책 가까?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두 형제가 차 타고 여행하는 동안 개가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어쨌든 우리 모두 파이팅" 이라는 주제의식의 좌충우돌 코믹 감동 가족 힐링 우정 핑계고 자연 행복 ..

Film/Drama 2023.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