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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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 45

다이브 _ 공각기동대, 오시이 마모루 감독

# 0. 숨 참고 필로소피 다이브 오시이 마모루 감독, 『공각기동대 :: 攻殻機動隊』입니다. # 1. 믿고 거른다는 꺼무위키지만 솔직히 씹덕의 영역만큼은 예외입니다. 공각기동대와 관련된 정보를 얻고 싶다면 누군가의 포스팅을 빌릴 바에야 나무위키를 정독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죠. 토리야마 아키라 선생의 별세를 핑계로 묵은 만화책들을 몰아보다 흘러 흘러 공각기동대를 다시 볼 수 있었는데요. 오래전 감상에 새로운 감상을 조금 더 얹어 주절거리겠지만 어차피 그 감상조차 모조리 나무위키에 있을 게 뻔합니다. 마니아들처럼 시리즈를 전부 찾아볼 정도의 관심도 의리도 없는 제게 공각기동대란 1995년 오시이 마모루의 극장판과 스칼렛 요한슨이 쿠사나기로 열연한 2017년 실사판 정도가 전부라는 것 역시 감안하셔야겠네요...

Film/Animation 2024.04.02

감독놀음 _ 은밀한 공범, 죠죠 히데오 감독

# 0. 평범한 소재로 비범한 영화를 만드는 감독도 있지만,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내다 버리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죠죠 히데오 감독, 『은밀한 공범 :: 恋のいばら』입니다. # 1. 은 수입사가 지어 붙인 이름입니다. 원제는 恋のいばら. 그러니까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군요. 참고로 영어 제목은 Thorns of Beauty인데요. 이쪽이 그나마 더 직역에 가까운 번역이기는 합니다. 실제 영화의 핵심은 '가시'로 은유된 각자의 마음에 있다는 면에서, 관계 중심적인 뉘앙스가 강한 '공범'이라는 우리말 제목은 썩 정밀해 보이지는 않죠. 양가적 감정에 놓인 두 여자의 갈등을 그린 작품입니다. 원제에 긍부정이 배치되는 두 개념을 접붙여둔 이유죠. 모모는 켄타로에게 집착과 파괴를 함께 느낍니다. 수차례 복제하고 ..

Film/Romance 2024.03.30

노을이 지난 후에도 _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미야케 쇼 감독

# 0. 처연하고 찬란한 노을이 지난 후에도 이어져 나갈 소중한 것들에 대하여 미야케 쇼 감독,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 ケイコ 目を澄ませて』입니다. # 1. 오가와 케이코. 도쿄 아라카와구 출생. 선천적 감음 난청으로 양쪽 귀가 모두 들리지 않는다. 2019년 프로복서 라이선스 취득. 데뷔전 1라운드 1분 52초 KO 승리. 선천적 청각장애인 여성 복서 오가사와라 케이코의 자서전 를 원작으로 합니다. 청각장애인 여성 복서라는 캐릭터가 목적의 전부였다면 다큐멘터리를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요. 감독은 구태여 영화라는 형식을 선택하고 있죠. 비슷한 경우 왜 굳이 그녀의 이야기를 영화로 각색한 걸까. 조금 더 정밀하게 질문하자면 감독은 그녀의 인생에서 무엇을 발견하고 있는가. 에 대한 대답을 탐미해 보는 ..

Film/Drama 2024.02.26

열린 볼라드 너머 _ 보통의 카스미, 다마다 신야 감독

# 0. 안드로메다에 가지 못해 슬픈 사람은 없어. 다마다 신야 감독, 『보통의 카스미 :: そばかす』입니다. # 1. 카스미는 연애를 하고 싶지도, 그런 감정이 들지도 않는 사람입니다. 어떤 사정이 있어서는 아니구요, 타고나길 그렇게 태어난 인물이죠. 세상은 그녀의 성향을 이해하기는커녕 존재를 인지하지조차 못합니다. 직장 동료들의 최대 관심사는 언제나 연애고, 엄마는 의무감과 부채의식에 결혼을 닦달하고, 동생은 사랑의 결실을 몸소 증명하고 있는 '모범적인' 임산부죠. 카스미와 세계의 관계는 대표적으로 직업에 은유됩니다. 콜센터 상담사는 매뉴얼에 따라 수행하는 사무적이고 기계적인 사회적 관계를 의미합니다. 이후 이직하게 되는 어린이집 역시 나이와 무관하게 사랑으로 관계가 이루어지는 세상에 적응해야 하는 ..

Film/Drama 2023.11.04

존재의 지평선 _ 썸머 고스트, 라운드로 감독

# 0. 추락하는 삶과 부유하는 죽음의 경계에서 존재의 이유를 찾는다. 라운드로 감독, 『썸머 고스트 :: サマーゴースト』입니다. # 1. 피아노 샤랄랄라, 석양 샤랄랄라 하는 짭카이 마코토류 갬성충만 일본 애니메이션입니다. 금수저 모범생, 번지점프 미수범, 금발의 정대만이 모여 여름 방학을 분신사바에 꼬라박습니다. 귀신이랑 4인팟 짜서 익스트림 레저 스포츠 즐기다 보물 찾기에 성공, 경품으로 목걸이를 득템 합니다.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기 전에 정대만은 요단강을 건너고. 남은 둘이서 다시 분신사바에 매진하며 막을 내린다는, 고런 내용의 작품이죠. # 2. 네 명의 주요 캐릭터는 삶과 죽음 사이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배치됩니다. 이를테면 토모야는 '살 이유가 없는 사람', 아오이는 '죽고 싶은 사람', 료..

Film/Animation 2023.10.22

세 번의 외출 _ 37초, 히카리 감독

# 0. 네온사인 어지러운 밤. 바람이 시원한 바다. 초록이 숨 쉬는 태국. 세 번의 외출 끝에 처음으로 돌아온 진정한 나의 집. 히카리 감독, 『37초 :: 37 セカンズ』입니다. # 1. 성장 영화입니다. 미숙하던 주인공이 서너 가지의 안전한 해프닝을 겪은 후 내면의 성장에 도달하고, 겸사겸사 주변인들도 함께 성장한다는 류의 전형적인 일본식 성장 영화죠. 뇌성마비 후유증이 있는 장애인을 주인공 삼았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을 테구요, 장애인의 성적 자각이 성장의 모멘텀이 되어주고 있다는 것 역시 주요한 특징 중 하나라 할 수 있을 겁니다. 글의 제목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서사는 크게 '세 번의 외출'로 요약할 수 있는 데요. 본격적인 외출을 이야기하기 앞서 출발점으로서의 집에 대해 짚고 가..

Film/Drama 2023.10.16

그녀의 고백 _ 흐르는 대로, 치쿠마 야스토모 감독

# 0. 숨겨뒀던 책갈피를 꺼내다. 치쿠마 야스토모 감독, 『흐르는 대로 :: の方へ、流れる』입니다. # 1. 오프닝입니다. 흔들리는 버스 손잡이에 간신히 매달린 손은 연약함과 위태로움 따위를 은유합니다. 창밖으로 지나치는 풍경은 거대한 흐름을 의미합니다. 무엇이 지나간 건지 모를 정도의 빠른 속도와, 흘러가는 대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던 수동성이죠. 이내 여자의 뒷모습이 카메라에 길게 담깁니다. 뒷모습은 숨겨뒀던 솔직한 마음일 수도 혹은 뒤돌아 서있게 만드는 부끄러운 치부일 수도 있을 겁니다. 여자 옆에 한 남자가 섭니다. 여자는 어깨너머로 책을 훔쳐봅니다. 두터운 책의 두께는 사연의 깊이, 몰래 훔쳐보는 것에서는 느슨한 호기심이 발견됩니다. 책갈피입니다. 흘러가던 흐름을 잘라 멈춰 세우는 도구. 삶의 ..

Film/Romance 2023.09.22

놀랍게도 전현무 아님 _ 빨간 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

# 0. 가시가 있는 것들도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있구나 후쿠다 유이치 감독, 『빨간 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입니다. # 1. 일본의 작가 아오야기 아이토의 동명 단편 소설을 실사화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해당 분야에 조예가 없어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흔히 말하는 라노벨(ライトノベル)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듯한 제목이군요. 대충 찾아보니 나름 시리즈물인 듯합니다. 를 시작으로 본작 , 를 지나 올해 8월 나온 신간의 제목 역시 라고 하는데요. 역시, 여행이라면 시체 하나쯤은 만나야 제맛이죠. 그림 형제의 동화 빨간 모자에서 여행자의 이미지를, 머리에 뒤집어쓴 붉은 두건에서 탐정의 이미지를 추출하겠다는 아이디어는 썩 직관적이고 효과적인 듯 보입니다. 고전적인 테마를 끌고 와 만들어 낸 어릴 적 한..

Film/SF & Fantasy 2023.09.20

공동체주의자 선언 _ 좀100, 이시다 유스케 감독

# 0. 시즈카는 '구원'하고 코스기는 '배제'한다. 이시다 유스케 감독, 『좀 100: 좀비가 되기 전에 하고 싶은 100가지』입니다. # 1. 애니메이션을 영화화한 작품인 줄은 몰랐습니다. 그저 일본 좀비 호러라는 말에 혹했을 뿐이었죠. 100이라는 숫자가 흥미를 돋운 면은 있습니다. 좀비 100마리가 덮치려나? 100일? 100시간? 아니면 100분을 버텨야 하나? 백신을 100초 안에 써야 한다는 설정인 건가? 등등의 상상을 했었는데요. 부제가 였더라고요. 아하, 똥꼬 발랄 청춘물이군요. 애니메이션을 영화화한 작품인 줄 몰랐다 말씀드렸는데요. 어차피 얼마 지나지 않아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됩니다. 일본 ANIME 특유의 톤 앤 매너가 영화에 너무 짙게 묻어나고 있거든요. 실제 원작의 존재를 모르..

Film/Action 2023.08.12

호다다닥 샥샥 _ 요짐보,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 0. 명절엔 영화죠.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요짐보 :: 用心棒』입니다. # 1. 명절 특선 하면 고전 액션 영화들을 많이 봤던 기억입니다. 특히 대표적인 것이라면 성룡의 영화들을 꼽을 수 있겠죠. 아무리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일 년에 두어 번은 성룡을 보게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성룡의 영화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더랬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점점 신작들이 특선으로 골라지는 듯한데요. 이젠 그 주기가 짧아지다 못해 불과 몇 개월 전에 개봉한 최신작이 풀리는 지경까지 오고 말았습니다. 당장 이번 설만 하더라도 지난여름 개봉했던 와 를 안방에서 즐길 수 있었죠. 저는 정가 다 주고 영화관에서 봤는데요. 내심 서운하네요. 서운한 와중에 문득, 당장 손실을 줄이기 위해 타 플랫폼..

Film/Action 2023.01.26

아키라정전 _ 사랑의 이발소, 모리타 요시미츠 감독

# 0. 로망 포르노(ロマンポルノ)를 아시나요? 모리타 요시미츠 감독, 『사랑의 이발소 :: ピンクカット・太く愛して深く愛して』입니다. # 1. 1980년대 일본. 닛카쓰(日活)라는 이름의 영화사가 제작한 영화들이 있습니다. 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제법 잘 나가던 역사와 전통의 닛카쓰는 70년대 들어 도산 위기에 처하는데요. 그래서 찾은 회심의 활로가 바로! 성적 욕망을 자극하는 저예산 고효율 말랑말랑 소프트코어 포르노를 양산하자는 것이었죠. 결과는 대성공. 천편이 훌쩍 넘는 작품을 찍어내다 못해 전용 극장까지 만들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더랬습니다. 이후 80년대 들어 VHS 보급과 노골적인 하드코어 AV의 출현, 검열의 압박 등에 밀려 사라지긴 했지만 말이죠. 목적이 분명한 만큼 제작 법칙은 단순하고 절..

Film/Romance 2022.11.18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외로움 _ 별의 목소리, 신카이 마코토 감독

# 0. 감독의 날것 그대로를 맛보고 싶다면 언제나 데뷔작 만한 게 없죠. '신카이 마코토' 감독, 『별의 목소리 :: ほしのこえ』입니다. # 1.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풀어놓으며 스펙트럼을 과시하는 감독들도 있습니다만, 자신의 작품 세계를 하나의 브랜드처럼 만들어 반복적으로 가다듬고 심화시키는 감독들도 있습니다. 때론 지루하다거나 심지어 자기 복제 아니냐라는 가혹한 평을 듣기도 하지만 대신 필모그래피를 천천히 따라가는 동안 한 인간의 철학과 깊이 있게 소통하는 감동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매력이죠. '신카이 마코토'는 대표적인 감독 중 하나라 할 법합니다. 그중에서도 데뷔작 는 작품 철학의 원형이라 할 수 있겠죠. 심각하게 못생긴 인물 작화 정도를 제외하면(...) 이후 반복적으로 발견하게 되..

Film/Animation 2022.01.29

우와... _ 킥-하트,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

# 0. 중 마지막 단편이자, 이 옴니버스의 존재 이유입니다.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 『킥-하트 :: キックハート』입니다. # 1. 감각을 극대화하는 표현들 간의 균형. 거친 팬 선으로 그려낸 과격한 묘사와 그럼에도 숨길 수 없는 탁월한 미감. 노골적인 퇴폐 안에 담긴 지독한 솔직함과 솔직함이 가감 없이 드러나는 순간의 폭발력. 고아원을 돕는 가면 레슬러라는 무던한 클리셰와, 등장인물의 정서를 사디즘과 마조히즘으로 치환하는 도발적 해석을 병렬적으로 연결 짓는 발상. 단 한 컷도 낭비하지 않는 고밀도 전개와 단 1초도 낭비하지 않는 끈끈한 작풍과 사운드. 지저분하게 남기는 바 없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끝맛까지. 짧은 런타임이 무색할 만큼 인상적인 완성도의 작품입니다. 어렵고 난해한 길을 고유의 스타일로 ..

Film/Animation 2021.10.01

핑퐁 _ 거미 소녀, 카이야 토시히사 감독

# 0. 중 두 번째 단편입니다. '카이야 토시히사' 감독, 『거미 소녀 :: わすれなぐも』입니다. # 1. 앞선 에 비하면 훨씬 말랑말랑한 작품입니다. 옴니버스 중간에 낀 작품 종특이죠. 흔히 제페니메이션하면 크게 세 부류를 떠올리실 텐데요. 허무주의적인 건조한 메시지와 절제된 감정 표현 중심의 작품들이 있을 테구요. 사이버 펑크나 스팀 펑크스러운 세계관 위에 특유의 꿈도 희망도 없는 음울한 밀레니엄 감성을 끼얹은 작품들을 꼽을 수도 있겠죠. 그치만 대부분은 짧은 호흡의 상업적 공식에 충실한 점프식 소년만화들의 애니메이션을 떠올리실 겁니다. 지금의 이 작품 역시 세 번째 범주를 충실히 따라가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 2. 익숙한 일본풍 요괴 전설을 삽화 형식으로 소개한 후 현대 배경의 두 주인공..

Film/Animation 2021.09.29

소녀의 선택 _ 피그테일, 이타츠 요시미 감독

# 0. 오랜만에 옴니버스, 그것도 애니메이션이군요. 중 첫 번째 단편입니다. '이타츠 요시미' 감독, 『피그테일 :: Pigtails』입니다. # 1. 푸른 들판 한가운데 놓인 외딴집입니다. [평온]과 [고립]이라는 상반된 이미지가 시작부터 위화감을 조성합니다. 소녀는 빨래를 널고 있습니다. 빨래집게들이 다투는군요. 오래된 붉은 것들과 새로운 하얀 것들의 대립입니다. 오래된 것들로부터 버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읽힙니다. 새로운 것들은 낡은 것들을 존중 없이 배타합니다. 결국엔 서로를 파괴하는 단절로 이어집니다. 부서진 두 빨래집게를 맞대는 피그 테일의 소녀. 소녀는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을 잇는 사람입니다. 칫솔입니다. 모가 상해버린 오래된 낡은 칫솔 두 개가 꽂힌 컵에 새로운 칫솔 하나가 더해집니다..

Film/Animation 2021.09.25

힐링은 없어. 그리고 힘냅시다 _ 바다의 뚜껑, 토요시마 케이스케 감독

# 0. '오기가미 나오코'의 작품들이 흘러가는 구름과 바다를 보며 느리게 드라이브를 하는 것만 같은 영화라 한다면, 이 작품은 바다 앞에 차를 세워둔 채 운전석에 앉아 멍하니 풍경을 바라보는 영화 쪽에 조금 더 가깝습니다. 1시간 넘는 동안 가만히 멈춰 서 있다가 차의 시동을 탁 걸며 끝나는 것만 같은 이야기랄까요. '토요시마 케이스케' 감독, 『바다의 뚜껑 :: 海のふた』입니다. # 1. 거리감이 인상적입니다. 차분한 드라마로서는 이례적일 정도로 최대한의 거리를 유지합니다. 주요 인물인 '마리'와 '하지메', '오사무' 모두 영화 내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배치되거나, 걷는다 하더라도 서로 멀찍이 떨어져 주변을 배회합니다. 오프닝에서부터 빙글빙글 겉도는 자전거와, 오열하는 '하지메'와 지켜보는 '..

Film/Drama 2021.09.01

오히려 좋아 _ 더 템플, 마이클 바렛 감독

# 0. 의외로 평점 1점은 보기 힘듭니다. 어지간히 욕먹는 영화들도 대부분 4점대, 정말 열심히 노력해도(?) 3점대가 최선이죠. 네임드 망작들도 있습니다만 되려 이런 류들은 컬트적인 유명세 덕에 평점이 높기 마련입니다. 다음영화 기준 클레멘타인 무려 9.1 이구요, 무서운집 8.2, 라스트 갓파더 6.9, 자전차왕 엄복동 4.6, 주글래 살래 4.0,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3.9, 리얼 3.7이죠. 그 와중에 긴급조치 19호는 2.0 이네요. 역시 갓동님 존경합니다. 이 영화는 다음 영화와 왓챠피디아 모두에서 평점 1.2를 찍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 정도면 얼마나 못 만들었을지 너무 궁금하지 않나요? 나만 궁금해? 나만 쓰레기야? '마이클 바렛' 감독, 『더 템플 :: Temple』입니다. # 1. ..

Film/Horror 2021.07.21

뒤풀이 _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리모트,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

# 0. 앙코르까지 했으면 이젠 뒤풀이를 해야겠죠. 앙코르 _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스핀오프, 나카이즈미 유야 감독 # 0. 보통 맛있는 음식은 두 번 먹어도 맛있습니다. 처음 먹을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말이죠. '나카이즈미 유야' 감독,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스핀오프 할리우드 대작전! カメラ を止めるな! morgosound.tistory.com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리모트 대작전! :: カメラ を止めるな! リモート大作戦!』입니다. # 1. 도전적인 프로젝트성 단편입니다. 언제나와같이 극중극 역시 같은 제목의 프로젝트성 단편이죠.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 진행되던 2020년 일본, '히라구시' 감독에게 원격으로 영화를 만들어 볼 것을 제안한 것으로 시작..

Film/Comedy 2021.07.15

앙코르 _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스핀오프, 나카이즈미 유야 감독

# 0. 보통 맛있는 음식은 두 번 먹어도 맛있습니다. 처음 먹을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말이죠. '나카이즈미 유야' 감독,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스핀오프 할리우드 대작전! カメラ を止めるな! スピンオフハリウッド大作戦!』입니다. # 1. 최대 강점은 '컨셉을 잘 잡았다.'라는 점일 겁니다. 속편이 아니라 '스핀오프'를 기획했다는 점 말이죠. 속편은 전작과 동등한 위계에서 온전한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증명해야 합니다. 충분한 볼륨은 물론이거니와 시리즈물로서의 일관성은 유지하면서 동시에 고유의 차별점 혹은 개선책을 준비해야 하죠. 특히 전작이 많은 사랑을 받은 명작이라면 난이도는 급상승합니다. 고생해서 잘 만들어 놓으면 겨우 '당연한 거 아냐?'라는 소리밖에 못 듣는 반면, 못 만들기라도 했다간 욕만 바가지..

Film/Horror 2021.07.13

그대가 원하면 _ 언어의 정원, 신카이 마코토 감독

# 0. なるかみの すこしとよみて さしくもり あめもふらぬか きみをとどめむ なるかみの すこしとよみて ふらずとも わはとどまらむ いもしとどめば 하늘에 천둥이 여리게 울리니 드리운 구름에 비라도 오려나. 당신을 붙드네. 하늘에 천둥이 여리게 울리고 비님이 안 와도 이 몸은 있겠네. 그대가 원하면. '신카이 마코토' 감독, 『언어의 정원 :: 言の葉の庭』입니다. # 1. 스타일이나 장르와 무관하게 일정 궤도 이상에 오른 감독 대부분은 상당한 수준의 치밀함과 합리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때론 중2병이 아니냐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감성적인 작품을 하는 신카이 마코토 역시 예외는 아니죠. 은 그의 작품들 가운데서도 특히나 논리적인 작품이라는 생각입니다. 감히, 엄격한 형식논리 안에서 벌어지는 이분법적 구조라 정의한다 ..

Film/Animation 2021.06.05

습작의 정석 _ 쇼트피스, 모리모토 코지 감독 외 4인

# 0. 한 마디로 깔끔하게 소개할 수 있을 작품입니다. 그림 즐기는 영화. 며칠 전 에서 메시지고 나발이고 연기를 즐기시라 말씀드렸는데요. 이 작품은 메시지고 나발이고 영상미를 즐기시라 말씀드려야겠네요. '모리모토 코지' 감독 외 4인, 『쇼트피스 :: ショート・ピース』입니다. # 1. '모리모토 코지' 감독 특유의 아방가르드한 오프닝입니다. 신사 앞에 엎드린 소녀가 토깽이 따라가더니 신시사이저 음악에 맞춰 옷 갈아입습니다. 언제나처럼 뭔 의미인지는 쥐뿔 모르겠습니다만 언제나처럼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은 거겠죠. 특유의 가슴 뛰게 하는 분위기와 이미지, 그거면 충분합니다. 이어 '모리타 슈헤이' 감독의 , '오오토모 카츠히로' 감독의 , '안도 히로아키' 감독의 , '카토키 하지메' 감독의 의 네 ..

Film/Animation 2021.05.06

인형의 집은 정답이 아냐 _ 마루 밑 아리에티,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

# 0. 토토로 받고! 아리에티 더!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 『마루 밑 아리에티 :: 借りぐらしの アリエッティ』입니다. # 1. 며칠 전 를 리뷰하며 에 관한 영화라 말씀드렸습니다. 유년기에 경험할 수 있는 '무서운 경험들'을 소집한 후, 그 무서움을 한 발짝 넘어서게 만들었던 '용기'의 구체화로서 '토토로'와 교감하는 영화라고 말이죠. 같은 기준에서라면 이 영화는 에 대한 영화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새삼 지브리의 작품들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 구체적이고 편안한 정서를 하나 딱 짚어 풍부한 상상력으로 감싸 안는 이야기를 참 맛깔나게 잘 만든다는 생각입니다. 작중 인물들은 모두 파편화되어 있는 소위 '외로운 존재들'입니다. 부모가 일찍 이혼한 탓에 아버지는 거의 본 적도 없고 엄마마저 바빠 보기..

Film/Animation 2021.04.20

무섭지 않아 _ 이웃집 토토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 0. 감독의 수많은 명작 중에서도 손꼽히는 작품입니다. 심지어 이 영화를 인생 영화로 꼽으시는 분들도 적지 않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이웃집 토토로 :: となりの トトロ』입니다. # 1. 누구에게나 권할 수 있을 안정적인 소재, 뛰어난 완성도의 작품입니다. 만, 의외로 "무슨 이야기의 영화야?" 라는 질문에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음... 아빠랑 딸 둘이 시골집에 이사 가서... '토토로'라는 다람쥔지 뭔지 모를 푹신한 애를 만나는 데... 아니, 엄마 있어, 근데 아파서 병원에 있지. 어쨌든, 음... 나중에 고양이 모양 버스도 나오고... 아니, 그냥 니가 직접 봐! 진짜 재밌어!" 라는 식으로 얼버무려 본 분들 제법 있으실 테죠. 생각해 보면 당연합니다. 사실상 ..

Film/Animation 2021.04.15

나는 아니겠지 _ 아름다운 나라, 이시카와 케이 감독

# 0. " 아무래도 이건 좀 아닌 거 같은데 " " 아, 그게 말이죠. 여기만 고치면 되는 게 아니라서요. " " 아... 그럼 다시 붙여야겠네, 그치? "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 초청작 중 마지막 다섯 번째 단편입니다. '이시카와 케이' 감독, 『아름다운 나라 :: 美しい国』입니다. # 1. 반전주의 작품입니다. 과거 군국주의 시대에 대한 교훈을 잊고, 점차 전쟁에 대한 동경을 품게 된 일본이 평화헌법을 개정하게 된 10년 후 미래를 상정합니다. 사실 상 전쟁 수행이 가능한 정식 군대가 된 자위대가 전쟁을 치르게 되다 못해 젊은이들을 강제로 징집해 전쟁터로 밀어 넣는 세상이죠. 영화는 크게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전쟁 그 자체에 대한 엄중한 경고와, 전쟁을 부추기는..

Film/Drama 2021.02.02

먹어서 응원하자? _ 그 공기는 보이지 않는다, 후지야마 아키요 감독

# 0.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던 이번 영화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한편을 꼽아야 한다면 전 이 작품을 고르겠습니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 초청작 중 네 번째 단편입니다. '후지야마 아키요' 감독, 『그 공기는 보이지 않는다 :: その空気は見えない』입니다. # 1.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로 인해 대기가 오염된 세상입니다. 더 이상 지상에서 살 수 없게 된 사람들은 지하로 피신합니다. 엄마 '히토미'와 함께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벙커에서 살게 된 어린아이 '미즈키'의 이야기입니다. 일단 다른 모든 점을 차치하고. 대놓고 원전과 방사능을 거론한 영화를, 그것도 아직 아베 내각이던 시절에, 그것도 그렇게나 보수적인 일본 영화계에서 만들어냈다는 게 조금 놀랍기는 합니다. 타게팅을 외국 영화제 쪽..

Film/Drama 2021.01.30

흐린 기억속의 그대 _ 데이터, 츠노 메구미 감독

# 0. 서정적인 작품입니다. 다른 단편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치열하게 내달리는 작품들이라 한다면, 이 작품은 배우 '스기사키 하나'와 함께 천천히 산책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말인즉 5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의 세 번째 작품으로서 안성맞춤이라는 뜻이죠.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 초청작 중 세 번째 단편입니다. '츠노 메구미' 감독, 『데이터 :: DATA』입니다. # 1. 교복을 입은 딸이 도시락을 싸는 동안 아빠는 출근을 준비합니다. 아빠의 후리가케는 가다랑어 맛, 아니 김계란 맛, 아니 다시 가다랑어 맛입니다. 딸은 '모에'라는 사람과 아빠의 저녁 약속을 묻고, 아빠는 딸에게 셋이서 밥을 먹는 게 어떠냐 제안합니다. 종소리. 작게 보이는 여자의 사진에 가벼운 합장을 올린 후..

Film/Drama 2021.01.29

약속된 유토피아 _ 장난꾸러기 동맹, 키노시타 유스케 감독

# 0. 원래부터 유서깊은 아이템이였습니다만, 갓세돌이 알파고로부터 1승을 따냇던 이후 더더욱 우후죽순 생겨난 AI 시대 절망편을 그린 작품 중 하나입니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 초청작 중 두 번째 단편입니다. '키노시타 유스케' 감독 『장난꾸러기 동맹 :: いたずら同盟』입니다. # 1. 오프닝에서부터 쉽게 알 수 있듯, 감시사회에 대한 영화입니다. 사람의 얼굴을 따라다니며 누구인지를 판별하는 것뿐 아니라, 잘못된 행동을 감시하고 교정하는 수준에까지 다다른, 고성능 AI 시스템이군요. 대체로 이와 같은 아이템을 다루는 작품의 경우, 불특정 다수의 구성원으로서 번잡한 도시인을 감시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보편적입니다만, '키노시타 유스케' 감독은 그 대상을 학교를 다니는 어린아이들..

Film/Drama 2021.01.28

에피타이저 _ 플랜 75, 하야카와 치에 감독

# 0. 을 보고 난 후 뜬금없이 옴니버스 영화에 뽐이 왔네요. 적당한 영화가 어디 없을까 하며 OTT를 뒤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 초청작 중 첫 번째 단편입니다. '하야카와 치에' 감독, 『플랜 75 :: Plan 75』입니다. # 1. 두 개의 의자가 놓여 있습니다. 하나에는 [찬성] 다른 하나에는 [반대]라는 글귀가 적혀있군요. 감독은 처음엔 반대의 의자에 앉는 것이 좋지 않을까? 라 관객을 설득합니다. 그런가 싶어 의자에 앉았더니 다시 찬성의 의자에 앉는 것이 옳지 않겠냐며 설득합니다. 갸우뚱하며 의자를 바꿔 앉았더니 감독은 다시금 반대의 의자에 앉을 것을 권합니다. 관객은 짧은 런타임 안에서 주제에 대한 찬성과 반대라는 ..

Film/Drama 2021.01.24

일생 ⅱ _ 붉은 거북, 미카엘 뒤독 더 빗 감독

이전글 : 일생 ⅰ _ 붉은 거북, 미카엘 뒤독 더 빗 감독 # 0. 고요하면서 웅장합니다. 섬세하면서 장엄합니다. 간결하면서 화려하고, 차분하면서 격렬합니다. 명료하지만 동시에 대단히 치밀하고, 단순하지만 더없이 디테일하기도 합니다. 누구도 아무 morgosound.tistory.com # 14. 첫 번째, 두 번째 장까지의 영화 전반부는 문학적 - 미학적인 파트였다 한다면, 지금부터의 후반부는 상대적으로 직설적이며 서사적입니다. 심미적인 시퀀스의 퀄리티와는 별개로, 전반부와 같은 구성이 영화 끝까지 계속 이어졌다면 제법 피곤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관객 경험을 고려한 영리한 선택이라 할 수 있겠군요. 세 번째 장은 입니다. 부부 사이에 아이가 태어납니다. 아이는 섬에서 태어난 최초의 인간, 외로움의 ..

Film/Animation 2021.01.22

일생 ⅰ _ 붉은 거북, 미카엘 뒤독 더 빗 감독

# 0. 고요하면서 웅장합니다. 섬세하면서 장엄합니다. 간결하면서 화려하고, 차분하면서 격렬합니다. 명료하지만 동시에 대단히 치밀하고, 단순하지만 더없이 디테일하기도 합니다. 누구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지만, 그 어떤 영화보다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편안한 표현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함의는 깊을 사색을 필연적으로 요구합니다. '미카엘 뒤독 더 빗' 감독, 『붉은 거북 :: La tortue rouge』입니다. # 1. 언어는 논리입니다. 체계입니다. 계산적일 수밖에 없으며, 정제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 아무리 창의적인 사람이라 하더라도, 약속된 어휘가 허락한 사고의 틀을 벗어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영화에 음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어'가 없다는 것은, 단순히 는 것 ..

Film/Animation 2021.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