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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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벤처 28

마른 인간 연구소 _ 우주인, 조한 렌크 감독

# 0. 궁금증은 더욱 커져만 갑니다. 조한 렌크 감독, 『우주인 :: Spaceman』입니다. # 1. 징그러운 거대 거미와 징그러운 아담 샌들러가 포옹하는 우주 영화입니다. 야로슬라프 칼파르시의 소설 을 원작으로 합니다. 조한 렌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아담 샌들러가 주연으로 열연합니다. 같은 작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많은 양산형 로코물 탓에 비아냥을 많이도 샀던 아담인데요. 넷플릭스와의 계약은 확실히 분기점이 된 듯합니다. 노아 바움백의 와 샤프디 형제의 에 이어 2022년 공개된 까지 필모그래피가 만개하고 있는데요. 정극 연기하는 아담 샌들러에 대한 신뢰가 쌓이는 건 격세지감이라 할 법하죠. 다만, 앞서의 작품들과 이번 은 결이 조금 다르기는 합니다. 익숙한 불안과 폭발보다는 오히려 ..

Film/SF & Fantasy 2024.03.12

호수 위의 소년 _ 어웨이, 긴츠 질발로디스 감독

# 0. 내 안의 용기와 마주하는 그곳, 그 끝엔 무엇이 있을까.. 긴츠 질발로디스 감독, 『어웨이 :: Away』입니다. # 1. 기본적으로는 비행기 사고로 인해 불시착한 소년이 미지의 섬에서 맞닥뜨린 거인을 피해 지도 끝에 위치한 마을에 도달하는 어드밴처로 이해하는 것이 안전할 겁니다. 이 관점에서는 보이는 것은 보이는 그대로, 들리는 것은 들리는 그대로 솔직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죠. 황량한 모래사장에 불시착한 사람의 불안과, 정체 모를 거인을 마주하는 순간의 공포와, 포근하고 평화로운 오아시스에서의 안도감을 만끽하면 좋습니다. 작고 사랑스러운 노란 새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바이크의 시동을 걸고 출발할 때의 용기와, 높고 위태로운 다리를 건너는 순간의 긴장과, 거슬러 올라오는..

Film/Animation 2023.12.02

모닥불 _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미국에 가다,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

# 0. 값비싼 자동차를 몰기 위해 뾰족구두에 못은 박았지만, 그럼에도 모닥불은 피어나 얼어붙은 기타리스트를 깨운다.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미국에 가다』입니다. # 1. 핀란드의 거장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작품입니다. 이란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함께, 시네필인 척하고 싶을 때 써먹으면 가성비가 무지 좋은 감독이죠. 나 그리고 지금 이야기하려는 정도를 거명한 후, 차갑고 건조한 미장센, 비정한 세상에 대한 날 선 조소, 투쟁하는 노동자 계급을 향한 다정함, 무성 영화에 대한 동경 따위를 당연히 알고 있다는 듯 늘어놓다가, 대화가 끝날 즈음 그의 진가는 작품을 지배하는 서늘한 문제의식보다 그럼에도 결코 잃는 법이 없는 웃음이라는 말과 함께 커피 한 모금 홀짝이며 창밖 멀리를 쳐다보면..

Film/Comedy 2023.11.06

반칙 _ 토토리!, 아릴 외스틴 오문센 / 실리에 살로몬센 감독

# 0. 자연과 인물의 위력이 완성도를 무시한다. 아릴 외스틴 오문센 / 실리에 살로몬센 감독, 『토토리! 우리 둘만의 여름 :: Tottori! Sommeren Vi Var Alene』입니다. # 1. 딸아이 둘 데리고 캠핑 떠난 안전불감증 아빠가, 아내가 알았으면 곱게 죽지 못할 대형 사고를 친 걸, 9살짜리 첫째와 5살짜리 둘째가 2박 3일간 찍으면서 수습한다는 내용의, 효도 영화입니다. 진짜루요. 사실 서사만 떼어놓고 보면 제법 가혹하고 엉성하고 심지어 나태합니다. 떨어지면 어쩌려는 건지 싶은 높다란 나무에 맨몸으로 불쑥 올라간다거나, 맨손으로 물고기 낚아보겠다고 까불다 개천에 빠진다거나, 절벽에서 겁도 없이 뒷걸음질 치다 추락하는 등 아빠는 못 죽어 안달 난 듯한 한심한 행동을 반복합니다. 다리..

Film/Drama 2023.11.02

z의 감각 _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웨스 앤더슨 감독

# 0. 웨스 앤더슨이 선사하는 기상천외함이란 웨스 앤더슨 감독,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입니다. # 1. 오랜만에 넷플릭스에 걸린 단편입니다. 누가 봐도 '그 이름'이 떠오를 법한 독특한 화면 한가운데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오이형의 모습은 관객의 눈길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죠. 영국의 소설가 로알드 달(Roald Dahl)의 동명 단편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인데요. 한편도 아니고 , , 까지 무려 4편이 연달아 공개되었습니다. 참! 잘했어요. 알고 계실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두 해전쯤 로알드 달 스토리 컴퍼니(Roald Dahl Story Company, RDSC)를 넷플릭스가 인수했다는 소식이 있었는데요. 해당 사업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되겠군요. 혹여 문..

Film/SF & Fantasy 2023.10.02

어쩌면 그 이상 _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호아킴 도스 산토스 외 2인 감독

# 0. 스파이더맨에게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것. 어쩌면 그 이상. 호아킴 도스 산토스 / 켐프 파워스 / 저스틴 K. 톰슨 감독,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입니다. # 1. 스파이더맨하면 뭐가 떠오르실까요. 북미 만화 특유의 역동적인 그림체가 떠오르실 수 있겠죠. 코믹스에 대한 접근성이 높지 않은 한국 관객들은 실사 영화 시리즈들을 먼저 떠올리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화풍으로 그려낸 작품들도 많거니와, 비단 작화가 아니더라도 레고 블록이나 동물, SD풍 데포르메 따위로 변주한 굿즈 상품들도 즐비하죠. 에피소다마다 아예 다른 설정으로 리뉴얼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 나이도 성격도 능력도 각양각색인 경우도 많습니다. 멀티버스 메타가 성행한 이후론 진짜 막 나가는 모양새입니다. 빌런이..

Film/Animation 2023.08.20

눈 가리고 아웅 _ 인어공주, 롭 마셜 감독

# 0. 답이 뻔한데 왜들 이러실까. 롭 마셜 감독, 『인어공주 :: The Little Mermaid』입니다. # 1. 인어공주는 결국 하나를 얻기 위해 다른 하나를 포기하는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바다와 육지를 오가는 눈부신 붉은 머리와 경쾌한 안다다씨가 귓가에 울려 퍼지는 것과 별개로 서너 가지의 딜레마와 그 안에서의 가혹한 선택이라 요약한다 해도 무리는 없는 작품인 것이죠.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었던 첫 번째 딜레마는 다들 아시는 대로 아름다운 [미모]와 인어라는 [운명]입니다. 에릭 왕자와 사랑에 빠진 주인공은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마녀 우르슬라를 찾아가 [다리]를 얻는 데 성공하지만, 대가로 미모만큼이나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불하게 되죠. 이후 원작에서는 왕자와의 [사랑]과 물거품이 ..

Film/SF & Fantasy 2023.05.26

착각의 늪 _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아론 호바스 / 마이클 젤레닉 감독

# 0. "자기감정에 속기도 하거든요." 아론 호바스 / 마이클 젤레닉 감독,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 The Super Mario Bros. Movie』입니다. # 1. 이 영화를 리뷰 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 2. 극장을 나서며 든 첫 번째 생각입니다. 이 작품은 마리오를 다룬 [영화]가 아니라 영화라는 그릇을 빌린 [마리오]였기 때문이죠. 좋게 말하면 칼 같은 손익계산에 힘입은 영리한 초정밀 타게팅 상품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박하게 말한다면 팬심에 절대적으로 기대는 서비스 덩어리라 해도 무리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냥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하다못해 마리오를 좋아한다 하더라도 마리오가 벌이는 '이 영화만의 특별한 모험'을 기대한 사람들을 위한 요소는 그냥 전무하다 해도 무방..

Film/Animation 2023.05.18

할리우드의 모든 것 _ 백 투 더 퓨쳐,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 0. 어차피 분석적인 이야기, 디테일한 비하인드는 검색하면 차고 넘치거니와, 30년도 더 지난 마당에 이제와 새삼스럽기도 합니다. 자세한 건 꺼무위키 찾아보시구요. 오늘은 평소보다 더 어깨 힘을 빼고 소소하게 수다나 떨도록 하죠.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백 투 더 퓨쳐 :: Back to the Future』입니다. # 1. 못해도 십 수 번은 본 것 같은데요. 하하. 또 봤습니다. 이젠 처음 본 게 언젠지도 가물가물한데요. 85년 개봉작이니 영화관에서 보진 않았을 테고. 대충 명절 특선이나 비디오테이프로 처음 봤을 것 같네요. 개봉시기를 생각하면 아무래도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즈음에 많이들 보셨을 테니 70년대생 분들께 더욱 특별한 영화로 기억되실 겁니다. 적잖은 수의 40대 중반쯤 되는 형님..

Film/SF & Fantasy 2023.03.04

아이템 원툴 _ 트롤의 습격, 로아 우다우그 감독

# 0. 주제의식만 가지고 영화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일관된 주제의식 하나 없이 영화를 만들 수도 없는 법이죠. 로아 우다우그 감독, 『트롤의 역습 :: Troll』입니다. # 1. 클리셰가 많다? 그 수준이 아닙니다. 이 정도면 괴수물 클리셰를 일부러 모아놓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초반엔 무슨 영화를 이렇게 만들었지 싶어 짜증스럽기도 했습니다만 어느 순간부터 그래 어디까지 가나 보자 싶은 생각에 되려 흥미진진해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캐릭터, 서사, 플롯, 설정, 공간, 코미디, 액션, 구도, 묘사, 편집 등등등. 거의 모든 부분들이 30년 지기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반가워 영화 내내 감동의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물론 타겟층이 명확한 작품이라는 걸 감안하긴 해야 합니다. 등산 마니아 아빠가 ..

Film/Action 2022.12.08

외롭고 버거운 별들의 맞잡은 손 _ 애드 아스트라, 제임스 그레이 감독

# 0. 남을 따라서 살 일이 아니다 네 가슴에 별 하나 숨기고 살아라 끝내 그 별 놓치지 마라 네가 별이 되어라 - 너는 별이다. 나태주 - 제임스 그레이 감독, 『애드 아스트라 :: Ad Astra』입니다. # 1. 우주 SF입니다. 문제적 감독 제임스 그레이가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갈수록 멋있어지는 브래드 피트가 주연 '로이 맥브라이드'를 연기하구요, 맨 인 블랙의 K로 익숙하실 토미 리 존스가 로이의 아버지 '클리포드 맥브라이드'를 맡았습니다. 지적 생명체 탐사 프로젝트 '리마'를 이끌던 클리포드는 오래전 실종되었다 합니다. 그를 영웅으로 여긴 아들은 아버지를 따라 우주 비행사로 성장하게 되죠. 그러던 어느 날 해왕성 방면으로부터 전류 급증 현상이 초래되어 지구가 위험에 노출됩니다. 사태에 리마 ..

Film/SF & Fantasy 2022.10.12

폭동 _ 카터, 정병길 감독

# 0. 야한 동영상을 줄여서 '야동'이라 부르던가요. 그럼 폭력 동영상은 '폭동'이라 불러야겠군요. 정병길 감독, 『카터 :: Carter』입니다. # 1. 멜로와 포르노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가장 큰 것은 의도의 차이라 해야 할 겁니다. 멜로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부신 순간들과, 그 속에서 발견되는 정서의 입체성을 관찰하는 걸 목적으로 합니다. 성애性愛는 결실을 표현하는 다양한 수단 중 하나에 불과하죠. 성애를 적극적으로 연출하는 몇몇 작품들 조차 중요한 것은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나 어루만지는 손길에 담긴 감정의 표현에 있습니다. 파격적인 표현으로 주목을 받았던 같은 작품들만 하더라도 각각의 베드신마다 각기 다른 정서를 구분 지어 표현하는 미학적 성취가 뛰어난 작품이었죠. 반면, 포르노에서..

Film/Action 2022.08.12

아이 착해 _ 클라우스, 세르지오 파블로스 감독

# 0. 매년 한두 편씩은 꼬박꼬박 나오는 겨울겨울 한 분위기의 편안편안하고 선량선량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철딱서니 없는 금수저 '제스퍼'의 개과천선이라는 개인 서사에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신화적 서사를 적절히 엮어낸 순진무구한 동화죠. 안정적인 이야기와 편안한 전개, 귀엽고 아기자기한 캐릭터들과 선량한 주제의식. 네 축의 든든한 기반 위에 펼쳐지는 풍부한 영상 구성과 장엄하면서도 섬세한 음악을 즐기는. 전형적인 디즈니식 성공 모델을 차용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세르지오 파블로스' 감독, 『클라우스 :: La leyenda de Klaus』입니다. # 1. 장난감 만드는 목수의 이름이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 익숙합니다. 의심을 확신으로 키우는 풍성한 흰 수염의 배불뚝이 외모. 주인공이 드나드는 굴뚝과, 뒤에..

Film/Animation 2020.11.14

토끼와 여우 _ 프로젝트 파워, 헨리 유스트 / 아리엘 슐만 감독

# 0. 센스로 비비는 민첩케 '조셉 고든 래빗'이 영화 내내 빵야빵야 악당들 죽입니다. 올 스텟 만능형 군인 '제이미 폭스'가 영화 내내 투닥투닥 악당들을 때립니다. 학교 땡땡이치고 마약 밀매를 일삼는 중범죄자지만 심성만은 착한 차세대 래퍼 '도미니크 피시백'이 서폿을 뜁니다. 끝~~~~~ '헨리 유스트', '아리엘 슐만' 감독, 『프로젝트 파워 :: Project Power』입니다. # 1. 믿기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만 정말 그게 전부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더는 없어요. 인물들이 어떤 가치나 철학을 표상하고 있다거나, 단단한 기반의 플롯을 감싸는 내러티브를 즐긴다거나, 시나리오를 지배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있다거나, 독창적인 캐릭터성과 배우의 연기력을 즐긴다거나, 심미적이고 은유적인 세계관이나 미장..

Film/Action 2020.09.04

글만은 못하다 _ 하트 오브 더 씨, 론 하워드 감독

# 0. 허먼 멜빌의 은 저 같은 문외한도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소설이긴 합니다만 부끄럽게도 혹은 다행스럽게도 아직 읽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비교 대상과 관련된 불필요한 정보나 명작의 권위에 관한 선입견, 원작 팬으로서의 쓸데없는 자긍심 따위 없이 담백하게 작품을 볼 수 있었죠. 영화를 보고 난 후 서재를 둘러보니 언제 산지 기억도 나지 않는 모비딕이 묵은 먼지에 덮혀 있네요. 이번 주말엔 고전 소설이나 한편 읽어봐야겠군요. '론 하워드' 감독, 『하트 오브 더 씨 :: In the Heart of the Sea』입니다. # 1. 그렇다고 소설을 고스란히 영화화한 작품으로 오해하시면 곤란합니다. 모티브가 되었던 '모카 딕 Mocha Dick'이라 이름 붙여진 난폭한 향유고래가 포경선 에식스 호를 침몰시..

Film/Action 2020.08.12

정도껏 하지 ⅱ _ 정도, 진덕삼 감독

정도껏 하지 -1- [정도, 진덕삼 감독] # 0. 무슨 일이든 편견을 가진다는 건 썩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닙니다만, 그럼에도 누적된 경험이 만든 귀납적 결과가 무조건적으로 무시되는 것 역시 합리적이지는 않습니다. 드라마의 경우엔 『 morgosound.tistory.com # 10. 아직 영화가 절반이나 남은 줄 미처 몰랐던 동일롱과 진강은 열심히 추훈을 설득합니다. 설득의 내용이라는 건 '천하제일 무술대회를 우승해 대장군이 되고 나면 관 태사를 탄핵할 수 있지 않느냐'는 거네요. 그러니까 관 태사는 스스로 대회를 열어 자신만큼 권력이 큰 직책을 스스로 만들었다는 거군요. 동시에 누가 될는지는 몰라도 누군가는 반드시 우승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대평가 토너먼트 대회의 후보자들 허리춤에 쇠사슬을 끼워 넣은..

Film/SF & Fantasy 2020.07.30

정도껏 하지 ⅰ _ 정도, 진덕삼 감독

# 0. 편견을 가진다는 게 썩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닙니다만 그럼에도 누적된 경험이 만든 귀납적 결과가 무조건적으로 무시되는 것 역시 합리적이지는 않습니다. 드라마의 경우엔 『대군사 사마의』나 『삼국』과 같은 고퀄리티 작품들도 곧잘 나오곤 합니다만 영화. 그중에서도 거대 자본이 투입된 의 경우엔 무지막지한 숫자의 자국 관객만을 타깃으로 한 상업적 성공과, 중화사상 고취를 목적으로 한 체제 선전물이었던 경우가 다반사였던 것 역시 엄연한 사실이죠. '멧 데이먼'의 필모그래피에 만리장성보다 더 큼지막한 오점을 새긴 『그레이트 월』은 그 좋은 예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중화권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의 아이돌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중국의, 그것도 판타지 역사 영화. 관객이 지레 걱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Film/SF & Fantasy 2020.07.30

허무한 이미지, 건조한 메시지 _ 9 : 나인, 셰인 액커 감독

# 0. 멋들어진 시각적, 철학적 이미지 몇 개만으로 80분짜리 장편 영화를 비벼보려 합니다만 에이... 그게 그렇게 쉽게 될 리가 있나요. '셰인 액커' 감독, 『9 : 나인』입니다. # 1. 감독이 뭘 하고 싶었던 건지 이해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1. 심미적 디자인의 봉제인형 몇 개가 고군분투하는 코즈믹 호러 풍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배경 위로, 2. 거대 기계를 상대로 다양한 직업군의 파티가 레이드를 뛰는 액션 어드벤처를 장르적 동력으로 삼아, 3. 각 캐릭터에 투영된 인간 본연의 철학적 가치들의 본질과 소중함을 역설하겠다. 는, 뭐 고런 영화죠. # 2. 문제는 이게 전부라는 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3개의 중심축을 엮어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으로 구현하는 데 실패합니다. 상징은 상징에 머물러..

Film/Animation 2020.07.03

왜 이러는 걸까 ⅱ _ 라스트 데이스 오브 아메리칸 크라임, 올리비에 메가톤 감독

왜 이러는 걸까 ⅰ _ 라스트 데이스 오브 아메리칸 크라임, 올리비에 메가톤 감독 # 0. 적지 않은 영화들을 봐오는 동안 얕게 이해한 영화들도 잘못 이해한 영화들도 많았습니다만, 그래도 뭐 하자는 건지조차 모르겠다 싶었던 영화는 거의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아무래도 morgosound.tistory.com # 6. '잭 모건'이라는 아저씨가 등장합니다. 집채만 한 성조기 때문에 대단한 인물처럼 보이지만 역시나 중요한 인물은 아닙니다. API 관리도 하는데 우회 프로그램도 같이 파는... 공무원 아저씨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WARNING 사이트 우회하는 VPN 같은 거 말이죠. 비밀 남친이 부패 공무원을 만나 쇼핑하는 동안 우리의 MIT 출신 천재 해커 누나는 위조지폐를 만들며 '선수 입장' 각..

Film/Action 2020.06.16

왜 이러는 걸까 ⅰ _ 라스트 데이스 오브 아메리칸 크라임, 올리비에 메가톤 감독

# 0. 적지 않은 영화들을 봐오는 동안 얕게 이해한 영화들도 잘못 이해한 영화들도 많았습니다만, 그래도 뭐 하자는 건지조차 모르겠다 싶었던 영화는 거의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아무래도 이 영화가 그 첫 번째가 될 것 같습니다. 솔직히 왜 이러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올리비에 메가톤' 감독, 『라스트 데이스 오브 아메리칸 크라임 :: The Last Days of American Crime』입니다. # 1. 대체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캐릭터와는 무관하게 X나 느끼한 말투로 허세를 부리는 데 대체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캐릭터들을 다 소개받기도 전에 항마력이 남아나지 않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거의 모든 대사는 도치되어 있거나 문학적 수사로 떡칠되어 있습니다. 거의..

Film/Action 2020.06.15

꽉찬 육각형 _ 해피 피트, 조지 밀러 감독

# 0. 사람들은 어떤 영화를 좋은 대중 영화라 평할까요? 아무래도 이야기가 직관적이고 쉬우면 좋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뻔하기만 해서는 곤란할 겁니다. 등장인물들은 충분히 매력적이되 그들의 구분과 관계는 선명하면 좋을 테고요. 남녀노소 모두가 불편함 없이 즐길 수 있는 볼거리, 들을 거리가 풍성하면 좋겠죠. 코미디든 스릴러든 뭐가 되었든 지향하고자 하는 장르적 재미가 확실하면 더욱 훌륭할 겁니다. 새로운 영상 기술이나 기법을 경험할 수 있다면 땡큐, 그게 단순한 기술 자랑을 넘어 고유한 정서를 건드려 주기까지 한다면 때댕큐겠죠. 사회적 메시지들이 담겨 있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일 테구요. 혹 그 이상의 보편적 가치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까지 한다면 화룡점정畵龍點睛일 겁니다. '조지 밀러' 감독, 『해피 피트..

Film/Animation 2020.05.22

아이가 쓴 동화 _ 벼랑 위의 포뇨,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 0. 단순한 이야기, 동화적인 그림체와 별개로 영화 자체는 제법 난해합니다. 이후의 글에선 이 난해함이 대한 제 개인적인 인상과 해석들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만 언제나와 같이 헛다리 짚는 뻘소리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냥 이렇게 본 놈이 하나쯤은 있구나. 하는 정도로 이해하시면 좋겠군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벼랑 위의 포뇨 :: 崖の上の ポニョ』입니다. # 1. 보고 나면 이 영화가 이름값이나 흥행에 비해 왜 그리도 욕을 먹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이야기가 엉성하고 조악하게 접붙여져 있거든요. 벼랑 위에 사는 꼬꼬마가 우연찮게 인면어를 득템하고 제초제 뿌리는 수상한 아저씨를 지나 엄마 차 타고 어린이집을 갔다가 파도에 휩쓸려 방생했더니 쓰나미가 몰려와 사람으로 만들어 환..

Film/Animation 2020.04.29

길가의 고양이 _ 고양이의 보은, 모리타 히로유키 감독

# 0. 사거리 혹은 오거리 정도 여러 갈래 길이 겹쳐 드는, 자동차보다는 걸어 다니는 사람이 더 많은, 북유럽풍 카페거리 느낌의 광장 한가운데 펼쳐진, 어느 노천카페 허름한 테이블의 낡은 의자에 걸터앉아, 한적하게 걸어 다니는 길고양이 몇 마리를 곁눈질로 힐긋 보며, 문득 든 상상을 자유롭게 떠오르는 대로 조립해 놓은 영화입니다. 후~ 숨차라. '모리타 히로유키' 감독, 『고양이의 보은 :: 猫の恩返し』입니다. # 1. 심드렁하게 드러누운 늘어진 뱃살의 '무타'처럼 늦은 휴일 오후를 보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것만 같은 영화입니다. 거친 질감의 싸구려 공책에 손이 가는 대로 쓰고 그리던 상상을 자유롭게 빚어낸 느낌의 영화입니다. 하울의 성처럼 다양한 길고양이들을 파편적으로 수집한 후, 그 모습들을 자유..

Film/Animation 2020.03.14

라이온 킹 리포지드 _ 라이온 킹(2019), 존 파브로 감독

# 0. 한식을 모르는 사람이 한식당을 차립니다. 자동차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 신제품을 만듭니다. 여권도 없는 사람이 해외여행 가이드를 나서고, 워크래프트를 해 본 적도 없는 사람이 리마스터를 만듭니다. 결과야 뭐... 보나 마나 겠죠. '존 파브로' 감독, 『라이온 킹 :: The Lion King』입니다. # 1. 스스로 뭘 만드는 지조차 이해하지 못한 채 일을 벌이면 이런 참사가 벌어집니다. 원작 시리즈에 대한 이해 이전에 [동물을 의인화한 애니메이션]이라는 세부 장르 자체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들이 기획한 영화입니다. 팬들에게 이 영화는 깐크래프트 리펀디드 만큼이나 기만적입니다. 핵 잡고 신캐릭을 내놓으란 요구에 2-2-2를 걸어 놓는 오버워치 만큼이나 기만적이죠. 다만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존..

Film/Animation 2020.02.27

100년전 코미디 _ 황금광 시대, 찰리 채플린 감독

# 0. 좋은 작품들은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한 사람 두 사람 점점 많은 사람들이 만족을 표할수록 인지도는 높아집니다. 일정 숫자 이상의 사람들이 작품의 가치를 인정하면 명작 혹은 걸작이라 불리게 되죠. 작품들이 명작이나 걸작으로 평가받는 근거는 어디까지나 사람들의 감상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문제는 거기서 나아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게 되면 어느 순간부터 가치 역전이 일어나게 된다는 건데요. 사람들이 좋아해서 좋은 작품인 것이 아니라 좋은 작품이기 때문에 좋아해야만 하는 작품이 되는 것이죠. 그때부턴 작품에 대한 감상과 작품의 가치는 이미 결정된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감상평은 일종의 사상검증으로 전락하죠. '찰리 채플린' 감독, 『황금광 시대 :: the Gold Rush』입니다. ..

Film/Comedy 2019.09.13

인형극의 매력 _ 다크 크리스탈 : 저항의 시대, 루이 르테리에 감독

# 0. '짐 헨슨', '프랭크 오즈' 감독의 영화 의 프리퀄입니다. 만 사실 관심 없으시죠? 1982년에 개봉한 양키 꼬꼬마들을 위한 판타지 인형극을 본 우리나라 사람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요. 오래된 원작 역시 넷플릭스에서 함께 서비스하고 있긴 합니다만 이 드라마를 보실 분들 중 99.9999%는 전작을 보지 않으셨다는 데 500원 걸겠습니다. '루이 르테리에' 감독, 『다크 크리스탈 : 저항의 시대 :: The Dark Crystal』 입니다. # 1. 어느 것보다 흥미로운 지점은 굳이 프리퀄을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통상 감독이라면 '프리퀄'을 만들 바에야 '리메이크'를 하고 싶었을 텐데요. 40년 가까이 되어가는 원작을 리메이크한다고 해서 욕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을 테니까요. 원작의 주제의식을 계..

Series/SF & Fantasy 2019.09.12

꿀노잼 성장드라마 _ 범블비, 트래비스 나이트 감독

# 0. 마이클 베이의 막장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리부트, 그 첫 번째 작품입니다. 이를테면 트랜스포머 홈커밍이랄까요. 딱히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으면 리부트 하는 게 트렌드인가 보죠. 영화도 리부트, 드라마도 복고풍, 게임도 M, 디아블로도 이모탈. 그럼에도 세태에 편승하지 않고 내적 성장에 자체 슬로모션이 걸려버린 망해버린 자식 놈을 리부트 시키지 않으시는 우리의 부모님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며 황급히 영화 얘기로 넘어가 봅시다. '트래비스 나이트' 감독, 『범블비 :: Bumblebee』입니다. # 1. 시작부터 설 연휴마다 펼쳐지는 어설픈 발음과 어울리지 않는 한복 차림의 외국인 노래자랑만큼이나 상투적인 오토봇 진영과 디셉티콘 진영의 축제 한마당이 펼쳐집니다. 전작에 비하면 상당히 소소해진 총알 주고받..

Film/SF & Fantasy 2019.01.07

본격 점쟁이 체험 [앤트맨과 와스프, 페이턴 리드 감독]

히어로 영화 깎는 노인이 되어버린 마블이 가족영화를 하나 깎아 왔습니다. 작아지고 커지는 히어로라니. 좀 심심하지 않나 하며 영화관을 들어선 전 반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영화의 히어로는 앤트맨이 아니더군요. 히어로는 당신입니다. 하다 하다 마블은 이제 관객을 예언 능력을 갖춘 슈퍼히어로로 만들려고 하나 봅니다. 이 영화는 마치 두 자릿수 덧셈을 수십, 수백 문제 나열하던 눈높이 문제집 같습니다. 아이들은 왜 이 빌어먹을 문제집은 줄지 않고 쌓이기만 하는가라는 전생의 업보에 대한 고찰을, 부모님은 이 애새끼는 누굴 닮아 이렇게 게으를까라는 존재적 회의를 하게 만드는 굉장히 철학적인 문제집이었죠. 새삼 너는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걸 틀리냐 하던 어머님의 사랑의 손길이 다시 떠오르는군요. 어머니 사랑합..

Film/SF & Fantasy 2018.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