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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Thriller

흙을 먹일 수 있을까 ⅰ _ 스왈로우,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감독

그냥_ 2021. 2. 1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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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인정합니다. 이 글은 다른 글에 비해 공정하지 않을 겁니다. 제가 '헤일리 베넷'의 열렬한 팬이거든요. 그녀가 조연으로 잠깐 출연했던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만 하더라도 몇 번을 다시 볼 정도로 좋았었는데요. 단독 주연작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는 거겠죠. 영화가 뭐 어떻다구요? 그래서 므요, 으쯔라구요. 1시간 30분 여신 영접했으면 된 거 아닌가요?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감독,

『스왈로우 :: Swallow』입니다.

 

 

 

 

 

# 1.

 

영화에 대한 쓸데없는 이야기들은 잠시 치워두고 작품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주연 배우 얘기부터 해 봅시다. 제 아무리 작가주의적 작품을 좋아하는 관객이라 하더라도 캐스팅만으로 주저 없이 티켓값을 지불하게 만드는 배우들이 다들 몇 명씩은 있죠. 저는 우리나라 여배우 중에선 '전도연'과 '문소리', '김혜수', '이유영', '천우희', '이상희'. 외국 여배우로는 '이자벨 위페르', '레아 세두', '틸다 스윈튼' 그리고 이 영화의 주인공 '헤일리 베넷' 정도가 당장 떠오르는군요.

 

# 2.

 

이들의 공통점은 표현의 스펙트럼이 무지막지하게 넓다는 점입니다. 극단적인 액션 스릴러든, 달달한 멜로 로맨스든, 육중한 드라마든, B급 코드 컬트 영화든, 모조리 소화 가능한 배우들이죠. 장르 영화에 기대할 수 있는 폭넓은 간접 경험을 시나리오와 무관하게 배우의 연기만으로도 충족할 수 있다면 티켓값은 진즉 벌어놓고 들어가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밑져야 본전인 거래가 눈 앞에 있는데 하지 않으면 바보죠.

 

 

 

 

 

 

# 3.

 

'헤일리 베넷'은 그중에서도 특히 표정이 정말 좋은 배우라는 생각입니다. 사랑에 빠진 소녀의 표정과 사랑받는 숙녀의 표정과 사랑을 갈구하는 여인의 표정을 하나의 작품, 하나의 얼굴에 동시에 담아냅니다. 순수한 아이의 눈과 장난꾸러기의 콧날과 광기 어린 순간 떨려오는 광대와 갈구하는 듯한 마성의 입 또한 동시에 가지고 있죠. 누군가의 격정적 감정을 받아내야 하는 순간엔 상대의 잠재력을 최대한 뽑아내다가도, 자신이 내질러 지배해야 하는 컷에선 언제 그랬냐는 듯 카리스마를 뿜어내기도 합니다. 좋아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 배우죠.

 

# 4.

 

그녀의 매력은 이번 영화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이후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아쉬운 점들도 몇 이야기하겠습니다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 대부분의 문제점들은 배우의 개인기가 상당 부분 수습하고 있습니다. 미장센 또한 제법 심미적입니다만 그 심미성에 방점을 찍는 것 역시 의심의 여지없이 배우 '헤일리 베넷'의 표정이죠.

 

 

 

 

 

 

# 5.

 

이제 사소한 이야기들을 조금 해볼까요.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 영화는 제법 공들인 미장센이 돋보이는, 소위 '이쁜 영화'입니다. 아무래도 연출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지 않을 수가 없겠네요.

 

감독은 영화 전반에 걸쳐 '스크린 속 인물의 배치'와 '심리적 역학 관계'를 대단히 기계적으로 분류해 기능적으로 매칭합니다. 그 활용법을 조금 더 세분화하자면 <밀어냄>, <고립>, <대비>, <몰입> 정도로 어설프게나마 이름 붙여 볼 수 있겠군요.

 

# 6.

 

감독은 화면을 최대한 대칭적으로 구성하되 주인공 '헌터'를 중심에서 과감하게 밀어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치우친 곳에 '다소곳이 자리하게 한다'가 아니라 밀어낸다는 점입니다. '힘'이 존재한다는 거죠. 주인공의 위치는 시종일관 치우쳐 배치되는 가운데, 그 마저도 다른 인물이나 상황이 주인공을 좁은 틈이 있는 곳으로 끊임없이 몰아세웁니다. 그녀가 가진 내면의 공백은 자기 자신의 독특한 성격 때문만이 아니라 '외부의 압력'에 근거하는 바가 있음을 반복적으로 암시하는 연출이죠.

 

# 7.

 

간혹 주인공을 화면 중심에 배치하는 컷에서는 전신이 나올 수 있는 풀샷, 그것도 최대한 작게 홀로 웅크린 모습으로 등장시킵니다. 다른 인물 또는 공간과 함께 등장해야 하는 장면에서는 주인공을 카메라에서 보다 멀리, 다른 인물은 카메라 가까이 위치시켜 상대적으로 작게 위축되어 있음을 강조합니다. 고립이죠.

 

그녀가 타인의 압력에 저항하는 순간은 빠르게 주고받는 식의 대비되는 구도를 통해 표현하구요. 그렇게 대결한 후 밀려나 패퇴한 인격의 흔들림을 포착해야 하는 순간엔 역으로 공격적인 클로즈업을 통해 높은 몰입감을 요구합니다.

 

 

 

 

 

 

# 8.

 

얘기가 쓸데없이 딱딱한데요. 간단히 예를 들어보죠. 도입부, '헌터'가 남편 '리처드'의 아이를 가지게 되었음을 시부모에게 전하는 식사 장면입니다.

 

시부모 두 사람은 화면을 적당히 좌우로 양분해 한 영역씩 안정적으로 점유합니다. 남편 '리처드' 역시 방해받는 대상 없이 자신의 컷을 온전히 확보하죠. 하지만 '헌터'만은 구태여 두 시부모의 어깨너머로 찍음으로써 마치 두 사람의 어깨 사이에 짓눌리듯 담아냅니다. 테이블 전체를 잡는 풀샷에서 역시 가장 왼쪽 구석에 주인공을 배치시켜 그녀가 이 커뮤니티로부터 소외되고 고립되어 있음을 재차 강조합니다. 가족의 대화 속에서 느끼는 불안감을 스스로 발견한 후 그 정서가 얼음을 깨물어 삼키고 싶은 욕구로 연결되는 순간엔 타이트한 클로즈업을 활용, 몰입을 강요하죠.

 

# 9.

 

이처럼 <밀어냄>, <고립>, <대조>, <몰입> 이라는 화면 구성의 원칙은 주인공 '헌터'를 묘사함에 있어 영화 내내 엄격하게 지켜지게 되는데요.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 영화 속 강력한 원칙들은 '그 원칙을 파괴하는 순간'을 위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바로 삼키는 순간들이 되겠죠.

 

처음으로 구슬을 삼키고 나서야 그녀는 비로소 침대라는 공간을 온전히 점유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과자를 삼키는 순간 소파 한가운데를 편안하게 차지합니다. 아일랜드에 놓인 푸시 핀을 내려다보는 순간에는 공간뿐 아니라 카메라 너머의 관객까지 압도하는 듯한 구도로 표현되죠. 배터리를 삼킨 직후에야 처음으로 밝은 음악이 흘러나오고, 그녀는 마치 춤이라도 추는 듯 거실을 종횡무진하며 공간을 통제합니다. 넥타이를 고를 때만 하더라도 남편보다 멀리 찌그러져 있던 '헌터'가, 비로소 남편보다 더 카메라 가까이 서 있는 것 역시 마찬가지의 원칙 파괴죠.

 

 

 

 

 

 

# 10.

 

이와 같은 연출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 아이템 때문이었을 겁니다. <이식증>이라는 병이 일반적인 영화의 문법으로 풀어내기엔 너무 이질적이었을테니까요.

 

멀쩡한 여자가 구슬 따위의 쓰레기뿐 아니라 소름 끼치게 만드는 날카로운 핀을 삼켜대는 걸 평범한 관객에게 설득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그 점은 다른 누구보다 감독이 가장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삼키는 순간을 그저 신기한 이상행동이 아니라, 강한 압박감과 공허함과 외로움 등 부정적 정서로부터의 일시적 해방감을 느끼기 위해서라는 점을 설득하려면, 직관적이고 논리적이며 감각적이면서 동시에 반복적인 연출의 조력이 필수적이라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일련의 연출은 감독의 그러한 목적에 맞게 성공적으로 기능합니다.

 

# 11.

 

강력한 통제 하에 전개되는 논리적 화면 연출과, 이를 부정하는 예외적 상황 간의 대립. 서사를 받혀내는 심미적인 공간 연출과, 사이사이 개입하는 소소한 메타포들과, 하늘색 세계관을 물들이는 듯한 특유의 붉은 색감이 한데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유려하죠. 네, 분명 이 영화는 제법 '이쁜 영화', '잘 만든 이쁜 영화'가 맞습니다. 다만,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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