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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Thriller

인싸식 영화관람법 _ 저수지의 개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그냥_ 2021. 2. 2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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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사흘 전 올린 <레드 닷> 리뷰에 뜬금없이 베아트릭스 키도를 거론한 건 우연이 아닙니다. 갑자기 꽂혀서 타란티노를 정주행하고 있었거든요.

 

현재 <저수지의 개들>, <펄프 픽션>, <재키 브라운>, <킬빌 Vol. 1>, <킬빌 Vol. 2>, <헤이트풀8>은 왓챠에서, <장고 : 분노의 추적자>는 넷플릭스에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왜 때문인지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은 양쪽 모두에서 서비스하고 있구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넷플릭스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가 걸려 있었던 덕에 두 OTT 플랫폼만으로도 <데스 프루프>를 제외한 타란티노를 모조리 볼 수 있었습니다만 이젠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안타깝군요. 범인이 누군진 모르겠지만 누가 되었든 순순히 할리우드를 제자리에 돌려놓는 게 좋을 겁니다. 면도칼을 든 미스터 블론드를 만나고 싶지 않다면 말이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저수지의 개들 :: Reservoir Dogs』입니다.

 

 

 

 

 

# 1.

 

익히 알려진 타란티노.

그중에서도 가장 날 것의 타란티노 입니다.

 

일반적으론 완성도 측면에선 <펄프 픽션>과 <바스터즈> 정도가 가장 높은 평가를, 오락 영화로서의 보편적인 지지는 <킬빌>과 <장고>가 얻는 것처럼 보입니다만 그럼에도 가장 밑바닥의 타란타노를 확인하고 싶다면 역시. 의심의 여지없이 창고에 모여있는 여덟 마리의 개새X를 찾아오셔야 합니다.

 

 

 

 

 

 

# 2.

 

워낙 유명한 감독의 유명한 영화답게 작품에 대한 디테일한 이야기들은 글을 읽어주실 여러분 모두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88년 개봉한 임영동 감독 주윤발 따거 주연의 <용호풍운>의 서사를 고스란히 가져왔다는 점이나, 마돈나의 <Like a Virgin>을 중심으로 한 오프닝 시퀀스에 얽힌 나름의 해석들. 시공간을 쉴 새 없이 넘나드는 자유로운 플롯과, 일련의 자유로운 편집과 대조되는 엄격한 격식.

 

꼼꼼히 쏟아부은 무수히 많은 복선 및 암시들과, 감독이 지향하는 70년대 전후 영화의 정서가 짙게 투영된 음악들과, 그야말로 타란티노스러운 쓸데없이 맛있는 수다들과, 그 쓸데없는 것들 속에 캐릭터의 성격을 녹여내는 화려한 글빨. 쉴 새 없이 쏟아지는 풍자와, 그보다 많은 욕설과, 그보다도 더 넘쳐흐르는 피. 미스터 오렌지의 화장실 사건에서의 파격적인 연출의 묘.

 

프랑스 영화 <굿바이 칠드런 Au Revoir Les Enfants(1987)>에 얽힌 제목과 관련된 일화나, 조셉 사젠트 감독 작 <지하의 하이젝킹 The taking of Pelham One Two Three(1974)>, 존 스터지스 감독의 역작 <대탈주 The Great Escape(1963)>와 같은 위대한 이름들에 대해 노가리를 까는 게 일반적이겠습니다만...

 

그러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잘 모르기도 하구요. 위와 관련된 내용은 저보다 훨씬 많이 알고 계신 다른 분들의 리뷰를 찾아보실 것을 권합니다.

 

 

 

 

 

 

# 3.

 

다만 개인적으로 오마주의 레퍼런스나 연출의 기교를 학습하는 것이 썩 좋은 영화 관람법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전에 풀었던 바 있는 <헤이트풀 8>의 리뷰에서도 <장고 : 분노의 추적자>의 리뷰에서도 반복적으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어쨌든 타란티노의 영화들은 본질적으로 정 줄 놓고 즐기는 오락영화들이기 때문이죠.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같아 보인다 하더라도 숨은 목적은 제각기 다른 경우가 허다합니다. 마트에서 신중하게 샐러드를 집어 들며 누군가는 다이어트를 생각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고기와 곁들일 반찬을 생각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애완동물에게 먹일 간식을 생각하기도 하듯 말이죠.

 

마찬가지로 똑같이 오래된 영화의 레퍼런스를 가져온다 하더라도 그 속에 담긴 창작자의 의도는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웃기기 위한 패러디로 활용하기도 하구요. 누군가는 원작을 풍자하고 놀리기 위해 가져다 쓰기도 하죠. 또 다른 누군가는 쉽게 남의 것을 훔치기 위해 표절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애정을 담아 오마주 하기도 합니다.

 

오마주 또한 어떤 경우에는 대상에 대한 깊은 존중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만, 때론 그에 앞서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무언가를 열렬히 소개하기 위해' 활용되기도 합니다.

 

 

 

 

 

 

# 4.

 

그리고 여기가 바로 제가 이해하는 타란티노식 오마주의 멘탈리티입니다. 대상에 대한 존경과 흠모에 앞선 사랑해 마지않는 존재에 대한 열과 성을 다한... 자랑질 말이죠. 물론 <장고>에서 프랑코 네로를 공들여 섭외해 장고의 이름을 들려주는 장면과 같이 존중을 담은 오마주도 풍부합니다만, 그럼에도 대부분의 경우에는 비디오 가게 점원으로 일하면서 봤던 내(타란티노)가 존X 좋아하는 것들을 가져다 다른 사람에게 선보이는 게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는 거죠. 이를테면 눈 초롱초롱 반짝이며

 

 

"야! 씨X 이거 쩔지? 이거 옛날 명작에서 가져온 건데 존나 멋있지 않냐?

이건 다른 영화에서 가져왔어. 개 재밌지 않냐?"

 

 

 

라고 하는 것과 같달까요. 낚시하러 갔다가 월척이라도 낚으면 괜히 불러 자랑하는 동네 형이나, 아이팟 클래식에 빠지다 못해 스스로 공방에서 만들고 자빠진 it 덕후, 반백년도 넘어된 올드카를 금이야 옥이야 모시는 아재 류의 감성이랑 비슷하다 하면 적절할지 모르겠군요.

 

 

 

 

 

 

# 5.

 

제가 알고 있는 한 그런 자랑질에 가장 잘 장단을 맞춰주는 방법은 "우와 쩐다!!! 이건 뭐야? 우와! 이것도 재밌다!!!" 라며 진심으로 호들갑을 떨어주는 겁니다. 진심을 다해 자랑하는 사람의 흥분에 동화되는 거죠. 마치 혈액형 성격 테스트를 놓고 함께 장단 맞추며 대화를 풀어나가는 인싸들 처럼요.

 

이 영화를 보면서 의자 밑에 숨겨둔 와인잔이라도 꺼낼 듯한 기세로 삐딱하게 앉아 '아... 이 영화는 1970년대 XXX 영화를 오마주 하신 거군요?' 라고 하는 건 혈액형 성격 테스트를 해보자고 하니까 그건 과학적이지 않다고 논박하는 아싸들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순간은 어깨 으쓱하며 문제를 맞혔다는 트로피는 얻을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자랑하고 있는 사람과 친해지기는 영 힘들겠죠. 아무래도 잠깐의 허세보다는 오스카를 들어 본 친구를 얻는 게 더 남는 장사아닐까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저수지의 개들>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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