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구원이라기보다는 잔존에 가깝고, 대안이라기보다는 위안에 가까운 것이지만요. # 1. 마침내 쿠사나기는 인형사와 결합하면서 네트워크적인 존재가 됐어요. 그녀(그)는 분명 존재하지만, 위치할 수도 추적할 수도 없죠. 그래서 쿠사나기의 실종 3년 후를 그린 이노센스의 테마는 거대한 '부재'일 수밖에 없어요. 공각기동대는 고스트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구축된 영화였어요. 인간과 기계, 자아와 타자를 논하던 세기말 SF는 그래서 '고스트는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정직하게 수렴했죠. 클라이맥스 인형사와의 만남은 그 질문에 대한 급진적 재정의를 요구했지만, 어쨌든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의미는 생산되고 있었고, 사유는 진전되고 있었던 거예요. 이노센스는 고스트라는 중심이 이미 부재한 상태, 적어도 무의미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