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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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영화 15

사람은 없다 _ 포퓰레이션 제로, 줄리언 T. 파인더 감독

# 0. "다큐멘터리는 진실과 리얼리티를 추구합니다." 줄리언 T. 파인더 감독, 『포퓰레이션 제로 :: Population Zero』입니다. # 1. 오래전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배경으로 합니다. 드웨인 넬슨이라는 사람에 의해 데이비드, 코디, 토마스라는 세 청년이 무참하게 학살당한 사건이었죠. 용의자 드웨인은 순순히 범행을 자백하는데요. 정작 재판의 결과는 무혐의로 끝나고, 드웨인은 자유인의 신분으로 풀려나게 됩니다. 작품의 전반부는 세 청년의 유가족들이 보이는 절절한 인터뷰 영상들로 채워져 있죠. 연방으로 이루어진 미국의 헌법은 사건이 벌어질 경우 해당 사건이 벌어진 주에서 재판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재판은 다시 해당 지역에 소속된 사람들로 구성된 배심원단에 의해 재판받도록 정해져..

Film/Thriller 2023.11.08

하얀색, 검은색, 붉은색 ⅱ _ 아메리칸 사이코, 메리 해론 감독

하얀색, 검은색, 붉은색 ⅰ _ 아메리칸 사이코, 메리 해론 감독 # 0. 하얀색 검은색 그 사이 3초 그 짧은 시간 메리 해론 감독, 『아메리칸 사이코 :: American Psycho』입니다. # 1. 사이코에 대한 이야기로만 흘러갈 뿐, 미국인과 타국인이 대결하는 식의 내셔널리즘 morgosound.tistory.com # 6. "나는 인간의 모든 특징을 가지고 있다. 살, 혈액, 피부, 머리카락. 그런데 확실한 감정이 하나도 없다. 탐욕과 혐오감을 빼고는." 살인보다 흥미로운 것은 살인의 방식인 거겠죠. 앞서 말씀드린 대로 사이코의 폭력성을 아메리칸스러움이 과격하게 투사되는 순간이라 이해한다면, 살인이 이루어지는 순간은 여피의 특성이 가장 진하게 묻어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쾌락적이고 과시적이고 ..

Film/Horror 2022.09.10

하얀색, 검은색, 붉은색 ⅰ _ 아메리칸 사이코, 메리 해론 감독

# 0. 하얀색 검은색 그 사이 3초 그 짧은 시간 메리 해론 감독, 『아메리칸 사이코 :: American Psycho』입니다. # 1. 사이코에 대한 이야기로만 흘러갈 뿐, 미국인과 타국인이 대결하는 식의 내셔널리즘과 관련된 설정은 발견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감독은 '패트릭 베이트먼'이라는 괴물에게 아메리칸 사이코라 이름 붙였죠. '아메리칸'이라는 출신이 '사이코'라는 정체성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이고, 폭력의 뿌리에 구체적 개인의 기질 외에 출신과 깊은 연관관계가 있음을 추론케 합니다. 실제 영화는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무리들에게 1990년대 여피(Yuppie)의 스테레오 타입을 강박적으로 부여하는 것을 넘어, 아예 여피를 의인화시킨 우화처럼 그리고 있죠. 사이코는 아메리칸스러움의 극단적인 형태로 ..

Film/Horror 2022.09.08

혼자 강한 사람은 없단다 _ 룸, 레니 애브라함슨 감독

# 0. 스토리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때론 화자의 시점과 작가의 관점, 이를 통할하는 서술의 방식이 때론 더 많은 것들을 말하기도 하죠. 이 영화는 좋은 예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스토리는 평범하다면 평범한 납치 범죄극에 불과하지만 해결을 앞당겨 사건 이후의 시간에 30분을 더 투자하겠다는 사소한 선택에 힘입어 전혀 다른 이미지와 메시지의 작품으로 승화됩니다. 레니 애브라함슨 감독, 『룸 :: Room』입니다. # 1. 보통의 납치 범죄극은 납치된 주인공이 얼마나 끔찍한 고통을 겪는가에 대한 묘사와, 이를 겪는 동안 주인공이 느낄 불안과 공포, 심리적 한계에 다다르는 순간 감행하게 되는 탈출의 스펙터클로 풀어내기 마련입니다. 주인공이 탈출에 성공하는 어드벤처가 될 수도 있고, 악당에게..

Film/Drama 2022.07.24

손가락 _ 자이고트, 닐 블롬캠프 감독

# 0. 오츠 스튜디오(Oats Studios)를 아시나요. 닐 블롬캠프 감독, 『자이고트 :: Zygote』입니다. # 1. 의 닐 블롬캠프 감독이 설립한 실험 영화 제작사입니다. 감독 특유의 성향이 물씬 묻어나는 단편들을 적당히 뿌려 간을 보다가 각이 나온다 싶으면 장편으로 태세 전환하려는 응큼한 속셈의 프로젝트죠. 이렇게 말하면 뭔가 온갖 감독들의 사적 프로젝트들을 줄줄이 꿰고 있는 듯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제까짓 게 그런 걸 어떻게 알겠어요. 넷플릭스 긁어보다 얻어걸린 거 맞습니다. # 2. 좋은 세상입니다. 적당한 광고 시청을 지불하면 어지간한 단편 영화나 고전 영화들은 공짜로 볼 수 있는 세상이죠. 앞서 넷플릭스에서 보았다 말씀드렸습니다만 오츠 스튜디오의 작품들은 유튜브와 스팀에서도 공개되..

Film/Horror 2022.05.22

타는 목마름으로 _ 빌로우 허, 에이프릴 멀린 감독

# 0. 파격적인 묘사는 잠재력 이상의 흥미를 유도하기도 하지만 역으로 저평가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야기가 매력적이진 못했지만 그래도 미술과 연기, 고증, 촬영 등에서 나름의 성취가 있었던 작품임에도 폭력성과 선정성에 가려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했던 민규동 감독의 같은 경우죠. 특히 우리나라는 그런 경향이 조금 더 심한데요. 국내보다 해외에서 훨씬 크게 평가를 얻고 있는 박찬욱 감독의 는 좋은 예라 할 수 있겠네요. 에이프릴 멀린 감독, 『빌로우 허 :: Below Her Mouth』입니다. # 1. 빌로우 허 역시 기본적으론 수위가 굉장히 높은 작품입니다. 수위뿐 아니라 비중도 높아 영화 내내 헐벗은 주인공들이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다 끝나는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죠. 심지어 동성애를 다루다..

Film/Romance 2022.05.20

없다 _ 화이트 라이, 요나 루이스 / 캘빈 토마스 감독

# 0. 거짓말에 관한 영화입니다. 심리 드라마라는 거죠. '요나 루이스', '캘빈 토마스' 감독, 『화이트 라이 :: White Lie』입니다. # 1. 점점 더 깊은 거짓말의 수렁에 빠져드는 주인공 '케이티'의 심리상태를 추적합니다. 의도적으로 반복되는 주인공의 헐벗은 모습과 특정 장면에서의 인물 배치, 음영의 활용 정도를 제외하면 '극'으로서 조작된 문학적 메타포는 절제되어 있습니다. 살갗이 틀 정도로 건조하고 냉정하게 주인공의 발 뒤를 물듯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언제가 될진 알 수 없지만 머지않아 터질 거라는 것만큼은 분명히 알고 있는 시한폭탄. 그 폭탄을 두 손에 꼭 쥔 채 어쩔 줄 몰라하는 주인공의 불안과 인지부조화를 직선적으로 쫓아가는 작품이죠. # 2. 심리 드라마의 평가는 대체로 주인공과..

Film/Drama 2021.04.22

냉동 고추 바사삭 _ 11:14, 그렉 마크스 감독

# 0. 우연과 필연으로 명징하게 직조해낸 스릴 넘치면서 유쾌한 킬링 타임용 오락 영화. '그렉 마크스' 감독, 『11:14』입니다. # 1. 본 영화도 몇 편 안 되는 주제에 구미를 당기는 작품이 없다고 투덜거리면서 온종일 영화 목록을 뒤지는 건 바로 이런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서일 겁니다. 대작의 화려함이나 걸작의 유려함은 없지만 대신 세상 잃을 것 없는 놈들의 자유분방함과 창의적인 발상, 도발적인 전개로 함께 놀아보자 덤비는 이런 영화들 말이죠. # 2. 이게 바로 킬링 타임용 오락 영화입니다. 제작비만 오지게 때려 박았을 뿐 이야기는 클리셰 대충 비벼 만들어 놓고선 "영화는 영화일 뿐이잖아?" 라거나, "킬링 타임용 영화가 이만하면 됐지!" 라 말하는 감독들의 엉덩이를 시원하게 걷어 차는 것만 같은..

Film/Comedy 2021.03.03

American Gook BBong _ 허블 3D, 토니 마이어스 감독

# 0. 과학 다큐멘터리를 좋아합니다. 과학에 대한 학문적 식견이 있어서는 당연히 아니구요. 그냥 구경하는 게 재미있기 때문이죠. "충분히 발전한 과학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 던 아서 클라크의 말처럼 저 같은 무식한 인간에게 있어 현대 과학은 '트릭이 없는 마법'처럼 마냥 신비한 일입니다. '토니 마이어스' 감독, 『허블 3D :: IMAX _ Hubble 3D』입니다. # 1. 퇴역을 눈 앞에 둔 인류 역사 상 최고의 눈. 허블 망원경. 크~ '허블 울트라 딥 필드'와 같은 압도적인 우주적 스케일의 화상과, 이를 최대한 풍성하게 설명하고 묘사할 전문가들의 인터뷰. 황홀한 영상 연출의 조력을 더한 3D IMAX! 짧게 치고 빠지기 적당한 40분의 런타임과, 표현력 죽여주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안구 정화용 _ #캣츠_냥스타그램의 세계, 마이클 마골리스 감독

# 0. 인스타그램 스타가 된 고양이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수백만 팔로워를 거느린 고양이가 입이 떡 벌어질 만한 돈을 벌어 재끼는 걸 보니 여간 배가 아픈 게 아니군요. 역시 사람이든 동물이든 간에 일단 귀엽고 봐야 합니다. 영화가 끝나기 무섭게 분노에 휩싸여 이런 징그러운 몰골로 낳아주신 부모님께 손해배상을 요청해 봤지만, 돌아온 건 고양이 영화를 보고 웬 개소리냐는 핀잔과, 한번 더 미친 소리를 했다간 먹여주고 재워 준데 대한 비용 청구를 하겠다는 엄포뿐이었습니다. 엄마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마이클 마골리스' 감독, 『#캣츠_냥스타그램의 세계 :: #CATS_THE_MEWVIE』 입니다. # 1. 기본적으로 고양이 예찬 다큐멘터리이자 눈뽕 영화입니다만, 나름 사회과학적이면서 경제학적인 영화이기..

Documentary/Social 2020.02.13

용두사미 _ 높은 풀 속에서, 빈센조 나탈리 감독

# 0. 두 남녀가 차를 타고 인신매매를 위해 캘리포니아로 갑니다. 오빠는 햄버거를 혼자 맛있게 먹고 그 꼴이 뵈기 싫었던 임산부 동생은 토를 하죠. 동생의 헛구역질에 입맛이 떨어진 오빠는 차를 세우는데요. 때마침 찝찝하기 그지없는 풀떼기들 사이에서 웬 꼬마 아이의 "도움!" 소리가 들립니다. 오지랖이 발동한 임산부는 뱃속의 아이는 나 몰라라 하고 남의 아이를 구하겠다 말하는군요. 동생은 갓 구운 피자 옆에다 읽던 책을 살포시 내려놓고 오빠는 먹던 햄버거를 남깁니다. 꼬마의 미끼에 낚여 풀 숲에 갇히게 된 오누이는 결국 아이언드래곤에게 빨래질을 당한 박무석이 되죠. 네. 이 작품은 햄버거를 남기면 변사체가 된다는 내용의 영화입니다. '빈센조 나탈리' 감독, 『높은 풀 속에서 :: in the Tall G..

Film/Horror 2019.10.12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_ 조커, 토드 필립스 감독

# 0. 영화가 시작하면서부터 아니 수개월 전 예고편을 보고 난 후부터 생각했습니다. 죽인다. 예술이다. 기가 막히다. 여태까지 140여 편을 리뷰하는 동안 작품이 너무 좋아서 씬 별로 쪼개가며 돌려 봤던 작품은 알폰소 쿠아론의 와 박찬욱 감독의 뿐이었는데요. 이 영화는 앞선 두 작품만큼이나 노력과 시간을 쏟아붓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영화라 생각했습니다. 토드 필립스 감독, 『조커 :: JOKER』 입니다. # 1. 이야기거리는 충분합니다. 팀 버튼이 정의한 유머와 품격의 검은색 조커, 크리스토퍼 놀란이 정의한 혼돈과 공포의 보라색 조커와는 차별화된 불안과 절망의 토드 필립스식 주황색 조커를 영화 전반에 걸친 색감을 중심으로 비교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겁니다. 주요 장면마다 나오는 거울에 비친 아서와 그의 ..

Film/Thriller 2019.10.07

조니 뎁 & 케이트 윈슬렛 _ 신비의 바다, 하워드 홀 감독

# 0. 북중미 해양 생태계를 배경으로 한 '아동용' 자연 다큐멘터리입니다. 해양 생물들의 모습이 어른들 눈에도 충분히 신기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아이들의 입에서 '우와' 소리를 내는 걸 목적으로 합니다. 현학적이거나 철학적인 메시지 따위는 추구하지 않고 추구할 수도 없습니다.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다큐멘터리들이 학술적 정보공유와 정치 담론 혹은 철학적 주제의식을 전달하기 위한 것들이라는 걸 생각할 때, 분명 이질적이긴 합니다. 이 다큐멘터리가 나온 게 2008년인데요. 대체 10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진지충들이 이렇게나 많아진 걸까요. '하워드 홀' 감독, 『신비의 바다 :: Deep Sea 3D』입니다. # 1. '조니 뎁'과 '케이트 윈슬렛'이 연기하듯 주고받는 내레이션이 인상..

안아줘요 _ 안젤라의 크리스마스, 데미안 오코너 감독

# 0. 할아버지가 엄마 '안젤라'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합니다. 오랜 시간을 건너온 할아버지보다 더 오랜 세월을 살아갔던 '안젤라'의, 그보다 더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시대를 넘어서는 근원적 가치에 대한 향수가 포근한 노년의 내레이션을 통해 전달됩니다. '데미안 오코너' 감독, 『안젤라의 크리스마스 :: Angela's Christmas』 입니다. # 1. 크리스마스 이브, 교회로 향하는 '안젤라'의 가족. 엄마도 눈치채지 못한 새 부쩍 커버린 아이들입니다. 큰 오빠 품에 안긴 막내는 안젤라의 옷을 받아 입고, 안젤라는 입이 삐쭉 나온 작은 오빠의 옷을 받아 입습니다. 작은 오빠는 다시 큰 오빠 옷을 받아 입고, 동생들에게 코트를 벗어준 듬직한 첫째는 엄마에게 코트를 양보하죠. 가족에게 자신의 것은 없습..

Film/Animation 2019.08.27

쉬운 정답, 어려운 풀이 _ 아우슈비츠의 회계원, 매튜 쇼이쳇 감독

# 0. 1명이 마약을 하면 그 1명을 구속하면 됩니다. 10명이 100명이 1000명이 마약을 해도 체포하고 구속하면 되죠. 하지만 그 수가 10만 명, 100만 명, 1000만 명에 달해도 그럴 수 있을까요? 사람이 그렇게까지나 불어나버린 상황에서 무작정 모두를 범죄자로 삼아 체포하려 들면 사회는 급격하게 음성화 되고 부작용을 낳게 될 겁니다. 이런 문제에 직면한 경우 보통 사회는 문제의 해악과는 별개로 해당 사안을 그냥 끌어안아버리려 합니다. 대마나 담배나 별 차이가 없음에도 대마는 불법으로 삼고 담배는 국가가 판매하는 이유죠. 사회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그렇게 정의롭지 않습니다. 같은 값이면 올바르려 노력하기는 하겠지만 그 올바름이 사회가 스스로를 유지하려는 본능에 우선하지는 않죠. 간혹 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