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Film/Horror

오히려 좋아 _ 더 템플, 마이클 바렛 감독

그냥_ 2021. 7. 21. 06:30
728x90

 

 

# 0.

 

의외로 평점 1점은 보기 힘듭니다. 어지간히 욕먹는 영화들도 대부분 4점대, 정말 열심히 노력해도(?) 3점대가 최선이죠. 네임드 망작들도 있습니다만 되려 이런 류들은 컬트적인 유명세 덕에 평점이 높기 마련입니다. 다음영화 기준 클레멘타인 무려 9.1 이구요, 무서운집 8.2, 라스트 갓파더 6.9, 자전차왕 엄복동 4.6, 주글래 살래 4.0,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3.9, 리얼 3.7이죠. 그 와중에 긴급조치 19호는 2.0 이네요. 역시 갓동님 존경합니다.

 

이 영화는 다음 영화와 왓챠피디아 모두에서 평점 1.2를 찍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 정도면 얼마나 못 만들었을지 너무 궁금하지 않나요? 나만 궁금해? 나만 쓰레기야?

 

 

 

 

 

 

 

 

'마이클 바렛' 감독,

『더 템플 :: Temple』입니다.

 

 

 

 

 

# 1.

 

오히려 좋습니다. 기대가 없으니 마음도 편합니다. 평점 1.2에 걸맞은 '아주 독특한 영화'라는 걸 감안하고서 관람을 시작합니다. 호러에 대한 기대감 따위 개나 줘버리고 웃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합니다. 보통은 그러지 않습니다만 까짓 거 재생속도도 1.5배 걸고 봅시다.

 

역시 빨리 돌리길 잘했습니다. 런타임 1시간 13분짜리 영화가 도입 5분을 스텝롤로 갈깁니다. 아니, 뭘 보여주고 공치사를 해야 하지 않나? 싶은 마음이 살짝 들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예측 가능한 산뜻한 출발이라 해야겠죠. mbc 서프라이즈스럽게 신문 쪼가리 휙휙 넘기며 작품의 배경이 될 사원에 대한 설명을 찍먹합니다만, 언제나처럼 집중해 기억할만한 가치는 전혀 없습니다.

 

비닐 봉다리 씌운 휠체어에 머리숱이 안타까운 산송장이 하나 들어 있습니다. 곧이어 통역이 등장하는 걸 보니 외국인인 듯하군요. 형사 아저씨가 통역사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당신이 올 필요도 없었을 거다" 말하는데요. 보통은 상식적으로 통역을 먼저 부르고 대화를 시도합니다만, 대화를 먼저 시도하고 말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후 통역사를 불렀나 보네요. 형사의 처참한 능지를 통해 결말의 비극적 전개를 암시하는 예리한 복선이라 할 수 있겠네요.

 

 

 

 

 

 

# 2.

 

외쿡인 셋이 일본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분위기를 정의하지 못하는 빈곤한 공간 선택, 목적 없이 애매하게 피사체를 내려찍는 불편한 앵글, 효과에 대한 고민 없이 손쉽게 남용된 핸드헬드와, 후처리를 하긴 한 건지 의심스러운 화면의 질감 등이 이후 전개될 작품의 퀄리티를 충분히 예측케 합니다. 아... 이 정도면 어지간한 유튜버 영상만도 못한데?

 

남녀는 커플인 듯하구요. 일본어 통역 셔틀로 음습한 분위기의 찐따 하나가 낀 모양새입니다. 남자 친구는 이 찐따의 음험한 눈빛을 경계하고 있군요. 셋은 여기저기 싸돌아 다니다 우연히 골동품 가게에 들리게 되는데요. '이야기꾼'이라는 괴랄한 제목의 책이 한 권이 눈에 띕니다. 여자가 뭐에 홀렸는지 책을 사려하자 가게 주인이 어디서 낫냐 묻습니다. 음... 당연히 니 가게지 않을까?

 

자기 가게 물건을 골라 온 손님을 대뜸 밖으로 쫓아내더니 가게 문을 닫습니다. 그런데 돌아와 보니 가게는 멀쩡히 열려 있고 책도 계산대에 고스란히 놓여있네요. 마치 가져가라는 듯 놓여있는 책을 보고서 여자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찐따가 '이때다!' 하고 낼름하려는 찰나, 웬 잼민이 하나가 민식이법 놀이라도 하려는 듯 깜짝 등장해 관객을 놀라게 합니다. 역시나 흥미진진한 모험이에요. 아이 씐나.

 

 

 

 

 

 

# 3.

 

술집 아저씨가 초등학생 수준의 생활영어 연기를 선보입니다. 너님 아플 거라는 치명적인 떡밥을 투척한 후 숙취에 못 이겨 유유히 사라집니다. 술집 밖을 나왔더니 자판기 앞에 머리에 구멍 난 노숙자 누나가 또다시 깜놀을 시전 합니다. 이제 겨우 20분인데요. 점프 스케어를 오지게 많이 쓰실 거라는 감독님의 친절한 안내라 봐야겠죠.

 

찐따의 고군분투 덕에 여자는 원하던 책을 손에 넣게 됩니다. 대체 어떤 인생을 살아야 귀신 들린 절간에 이토록 관심이 많아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사원을 너무도 사랑하는 여자는 두 남자를 졸라 귀신이 나온다는 망한 절간에 찾아가자 조르기 시작합니다.

 

앞선 골동품 가게 주인이나 술집 아저씨, 숙자 누나처럼 이후로도 일본인이 NPC가 되어 하나씩 차례대로 등장해 퀘스트의 원활한 진행을 돕습니다. 시종일관 일본어만 들립니다만 마지막 선글라스 할아버지만큼은 아무 이유도 없이 유창한 영어를 시전 하는데요. 개인적으론 번역하고 자막 달기가 귀찮지 않았나 추측됩니다.

 

 

 

 

 

# 4.

 

커플이 섹스를 합니다. 근데 셋이서 같이 쓰는 방이네요..?! 찐따가 자겠거니 하는 호연지기를 발휘한 듯 보이는데요. 문제는 이 찐따가 안 자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적외선 카메라(!)를 꺼내 들고 찍고 있어요. 그러다 갑자기 귀신을 보고는 호롤롤롤 놀래는 바람에 섹스 중인 커플에게 들킵니다. 남자 친구가 찐따에게 미친놈이냐고 버럭 화를 냅니다만, 누가 보더라도 3인실에서 섹스를 즐기는 니들도 정상은 아니죠. 여긴 미친놈 천국입니다.

 

다음날 책방에서 봤던 잼민이가 소환되어 길잡이를 자처합니다. 망한 절간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군요. 산길을 걷는 동안 찐따는 여자에게 겁나 찝쩍대구요. 겁나 큰 거미 한 마리도 구경합니다. 망한 광산을 발견한 후 나중에 다시 오기 위해 손수건도 하나 걸어두구요. 절간을 지킨다는 이상하게 생긴 조각상도 구경합니다. 제를 지낼 때 쓰는 듯한 찝찝한 종도 하나 줍죠.

 

죄다 떡밥 냄새가 풀풀 풍깁니다만, 이게 정상적으로 회수될 거라 기대하는 건 미련한 일인 겁니다. 그게 가능했다면 1.2라는 평점이 나올 수가 없었을테니까요.

 

 

 

 

 

# 5.

 

절간 탐험 중인 찐따의 발목을 귀신이 낚아챕니다. 허름한 나무 바닥이 무너지며 낙뎀을 먹고 말았네요. 거참 어쩔 수 없이 절간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생겼습니다. 캠프파이어하다 말고 남자 친구는 대뜸 달밤에 산책을 하러 가구요. 갔다 오더니 여자 친구랑 냅다 싸우구요. 그러더니 집에 간답니다.

 

이 이후는... 뭐가 어떻게 굴러간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진행되는 건지, 아니 진행되고 있는 건지 분간하는 것조차 버겁습니다. 아무리 시간대가 밤이라 하더라도 관객인 나한텐 뭘 좀 보여줘야 할 텐데 겁나 어둡거든요. 보통의 감독들은 '스릴러에서 호러로' 장르 전환을 시전 합니다만, 우리의 감독님은 '시청각 자료'에서 '청각 전용 자료'로의 장르 전환을 기획하신 듯합니다. 거 보세요, 겁나 웃기다니까요?

 

런타임은 10분 남았고 이후엔 당연하게도 <어찌어찌 다 죽었습니다~ 앤딩>입니다. 서점에서부터 졸졸 따라왔던 잼민이는 바보가 아닌 이상 누구나 예측할 수 있었던 귀신이었구요. 소소한 반전으로다가 귀신이 커플을 해친 게 아니라 귀신에 홀린 찐따가 커플을 해쳤다는 한방을 마련하는 준비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 6.

 

"귀신 들린 사원에 멍청이 셋이 홀려 찾아갔다가 당했다."라는 상황만 있을 뿐, '이야기'가 전무합니다.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단계나 설정은 하나도 없고, 영화에 전혀 녹여들지 못하는 쓸모없는 단서나 설정은 되려 잔뜩 모여있습니다. 휠체어 비닐? 아무 쓸모없구요. 술집 아재의 아플 거라는 떡밥? 회수 안 되구요. 선글라스 할아버지? 뭐하는 인간인지, 이 인간이 왜 영어 하는 건지 아무도 모르구요. 거미? 탄광? 역시나 휘발됩니다. 찐따는 낙뎀 먹고 다리가 부러졌는데 남자 친구 어떻게 죽였는지 설명 안되구요. 마지막 볼펜으로 1킬 더 올린 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구요. 앤딩에서 탄광에 갇힌 여자의 모습 역시 느낌적인 느낌 이상의 가치는 없습니다.

 

과연 평점 1점을 받을 법한 골 때리는 작품입니다. 몇몇 파편적인 분장들이 작품에서 찾을 수 있는 최소한의 가치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마저도 <주혼>으로 대표되는 일본 본토 호러 영화들의 마이너 카피에 불과합니다. 대신 미국에서 날아온 외쿡 형의 니혼고 발음이 시종일관 소소하고 훈훈한 웃음을 준다는 점에서 위로를 얻으셔야 겠네요. '마이클 바렛' 감독, <더 템플>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 본 블로그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글에서 다루는 작품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댓글", "포스트를 자신의 블로그로 유인하는 데 이용하려는 댓글", "무분별한 맞팔로우 신청 댓글" 등은 삭제 후 IP 차단될 수 있습니다.

 

 

"좋아요", "댓글""구독"

 

은 블로거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