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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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9

날아라 병아리 _ 현지계란, 오가량 감독

# 0. , , 에 이은 네 번째 에피소드인 '주관위' 감독 作 에 대한 리뷰는 생략합니다. 인터뷰 중심의 페이크 다큐를 베이스로 하는 소위 '내수용' 작품이기 때문이죠. 겉으로 드러나는 메시지 이상의 내용까지 제대로 알기 위해선 홍콩 현지 상황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데, 그런 게 제게 있을 리가 없거든요. '다양한 견해의 충돌을 뛰어넘는 연대의 가치'라는 메시지 정도를 제외하면 억지로나마 글을 풀어내기 위한 최소한의 이해도가 충족되지 않았다 생각했기에 무의미한 글을 남기지 않으려 합니다. 그럼 마지막, 제35회 홍콩영화 금상장 작품상 수상작 의 다섯 번째 단편입니다. '오가량' 감독, 『현지 계란 :: Local Egg』입니다. # 1. 전반적으로 일본판에 비해 진지한 영화일 거라 ..

Film/Drama 2021.02.19

기시감 _ 방언, 구문걸 감독

# 0. 2025년 홍콩, 중국 표준어(보통화, 普通话)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기사의 택시는 '보통화 불가능'을 뜻하는 하늘색 딱지를 붙여야만 합니다. 보통화를 구사하지 못하는 기사는 공항과 여객 터미널 같은 출입국 관리 지점에서 승객을 태울 수 없을 뿐 아니라 중환과 진중, 군통 상업 지구에서의 영업이 금지됩니다. 제35회 홍콩영화 금상장 작품상 수상작 의 세 번째 단편입니다. '구문걸' 감독, 『방언 :: DIALECT』입니다. # 1. 다섯 편의 단편 중 가장 짧은 단편이자 가장 일상적이고 구체적이며 현실적인 단편입니다. 나름의 미장센이 두드러지는 작가주의적 성향의 여타 작품들에 반해 영화 은 명쾌한 주제의식을 전달하는 데 전력을 다합니다. 일본의 프로젝트 세 번째 작품이었던 '츠노 메구미' 감독의..

Film/Drama 2021.02.16

얼음 사막 _ 겨울매미, 황비붕 감독

# 0. 이것은 믿기 힘든 이야기다. 불도저가 에디의 집을 허물었다. 달아난 저항군 무리가 에디의 집 표본을 만들었다. 무너진 집들에서 나온 벽돌과 도시에 산재한 다른 일상용품을 재료로 삼았다. 여름만 사는 곤충에게 얼음을 아냐고 묻지 마라. 제35회 홍콩영화 금상장 작품상 수상작 의 두 번째 단편입니다. '황비붕' 감독, 『겨울 매미 :: 冬蟬』입니다. # 1. "이것은 믿기 힘든 이야기다." 근래 본 영화들 중 가장 쉬운 작품입니다. 서사는 서사라 부르는 것이 쑥스러울 정도로 단순합니다. 불도저에 의해 철거된 '에디'의 집을 박제하던 부부가, 결국 그들 자신마저 박제한다는 내용이죠. 박제[剝製]라는 단어를 사전에서는, 라 정의하고 있는데요. 박제가 영화 서사의 전부이듯, '황비붕' 감독이 비관적으로 ..

Film/Drama 2021.02.15

운수 좋은 날 _ 엑스트라, 곽진 감독

# 0. 일본은 아무래도 보수적인 면이 강한 나라입니다. 정치, 사회, 경제, 교육, 그중에서도 문화 쪽은 더더욱 말이죠. 덕분에 그들이 그린 10년 후 일본의 모습은, , , , , 처럼 넓은 스펙트럼의 자유분방함에도 불구하고 다소 두루뭉술하고 평이한 소재와 뜬구름 잡는 듯한 전개 등의 한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만약 상대적으로 더 역동, 아니 격동激動의 시대를 지나고 있는 사회가 있다면 그들이 그린 미래는 조금 더 다른 모습이지 않을까요. 어느 날 갑자기 전혀 다른 문화권의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을 폭압적으로 강요당하게 된 사람들이 그린 미래는 아마도 조금은 더 특별하고 조금은 더 엄숙할 겁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제작의 은 사실 프로젝트의 세 번째 주자였는데요, 그 첫 번째는 2015년 '홍콩..

Film/Drama 2021.02.10

나는 아니겠지 _ 아름다운 나라, 이시카와 케이 감독

# 0. " 아무래도 이건 좀 아닌 거 같은데 " " 아, 그게 말이죠. 여기만 고치면 되는 게 아니라서요. " " 아... 그럼 다시 붙여야겠네, 그치? "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 초청작 중 마지막 다섯 번째 단편입니다. '이시카와 케이' 감독, 『아름다운 나라 :: 美しい国』입니다. # 1. 반전주의 작품입니다. 과거 군국주의 시대에 대한 교훈을 잊고, 점차 전쟁에 대한 동경을 품게 된 일본이 평화헌법을 개정하게 된 10년 후 미래를 상정합니다. 사실 상 전쟁 수행이 가능한 정식 군대가 된 자위대가 전쟁을 치르게 되다 못해 젊은이들을 강제로 징집해 전쟁터로 밀어 넣는 세상이죠. 영화는 크게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전쟁 그 자체에 대한 엄중한 경고와, 전쟁을 부추기는..

Film/Drama 2021.02.02

먹어서 응원하자? _ 그 공기는 보이지 않는다, 후지야마 아키요 감독

# 0.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던 이번 영화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한편을 꼽아야 한다면 전 이 작품을 고르겠습니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 초청작 중 네 번째 단편입니다. '후지야마 아키요' 감독, 『그 공기는 보이지 않는다 :: その空気は見えない』입니다. # 1.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로 인해 대기가 오염된 세상입니다. 더 이상 지상에서 살 수 없게 된 사람들은 지하로 피신합니다. 엄마 '히토미'와 함께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벙커에서 살게 된 어린아이 '미즈키'의 이야기입니다. 일단 다른 모든 점을 차치하고. 대놓고 원전과 방사능을 거론한 영화를, 그것도 아직 아베 내각이던 시절에, 그것도 그렇게나 보수적인 일본 영화계에서 만들어냈다는 게 조금 놀랍기는 합니다. 타게팅을 외국 영화제 쪽..

Film/Drama 2021.01.30

흐린 기억속의 그대 _ 데이터, 츠노 메구미 감독

# 0. 서정적인 작품입니다. 다른 단편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치열하게 내달리는 작품들이라 한다면, 이 작품은 배우 '스기사키 하나'와 함께 천천히 산책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말인즉 5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의 세 번째 작품으로서 안성맞춤이라는 뜻이죠.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 초청작 중 세 번째 단편입니다. '츠노 메구미' 감독, 『데이터 :: DATA』입니다. # 1. 교복을 입은 딸이 도시락을 싸는 동안 아빠는 출근을 준비합니다. 아빠의 후리가케는 가다랑어 맛, 아니 김계란 맛, 아니 다시 가다랑어 맛입니다. 딸은 '모에'라는 사람과 아빠의 저녁 약속을 묻고, 아빠는 딸에게 셋이서 밥을 먹는 게 어떠냐 제안합니다. 종소리. 작게 보이는 여자의 사진에 가벼운 합장을 올린 후..

Film/Drama 2021.01.29

약속된 유토피아 _ 장난꾸러기 동맹, 키노시타 유스케 감독

# 0. 원래부터 유서깊은 아이템이였습니다만, 갓세돌이 알파고로부터 1승을 따냇던 이후 더더욱 우후죽순 생겨난 AI 시대 절망편을 그린 작품 중 하나입니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 초청작 중 두 번째 단편입니다. '키노시타 유스케' 감독 『장난꾸러기 동맹 :: いたずら同盟』입니다. # 1. 오프닝에서부터 쉽게 알 수 있듯, 감시사회에 대한 영화입니다. 사람의 얼굴을 따라다니며 누구인지를 판별하는 것뿐 아니라, 잘못된 행동을 감시하고 교정하는 수준에까지 다다른, 고성능 AI 시스템이군요. 대체로 이와 같은 아이템을 다루는 작품의 경우, 불특정 다수의 구성원으로서 번잡한 도시인을 감시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보편적입니다만, '키노시타 유스케' 감독은 그 대상을 학교를 다니는 어린아이들..

Film/Drama 2021.01.28

에피타이저 _ 플랜 75, 하야카와 치에 감독

# 0. 을 보고 난 후 뜬금없이 옴니버스 영화에 뽐이 왔네요. 적당한 영화가 어디 없을까 하며 OTT를 뒤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 초청작 중 첫 번째 단편입니다. '하야카와 치에' 감독, 『플랜 75 :: Plan 75』입니다. # 1. 두 개의 의자가 놓여 있습니다. 하나에는 [찬성] 다른 하나에는 [반대]라는 글귀가 적혀있군요. 감독은 처음엔 반대의 의자에 앉는 것이 좋지 않을까? 라 관객을 설득합니다. 그런가 싶어 의자에 앉았더니 다시 찬성의 의자에 앉는 것이 옳지 않겠냐며 설득합니다. 갸우뚱하며 의자를 바꿔 앉았더니 감독은 다시금 반대의 의자에 앉을 것을 권합니다. 관객은 짧은 런타임 안에서 주제에 대한 찬성과 반대라는 ..

Film/Drama 2021.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