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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Comedy

큰 잘못을 했나 보다 _ 무비 43, 엘리자베스 뱅크스 외 감독

그냥_ 2021. 3. 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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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어느새 왓챠 피디아에 등록한 영화의 수가 네 자리를 훌쩍 넘어가네요. 확실히 일정 숫자 이상의 평점을 등록하면, 나름 신뢰할만한 추천 시스템이 갖춰진다는 게 왓챠의 최대 장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장르 편식을 유도한다는 치명적인 단점도 있긴 하지만요.

 

<평균 평점 2.8>, <예상 평점 3.0>.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100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치고 빠질 수 있는 옴니버스식 코미디 영화라는 기준에선 썩 나쁘지 않은 추천입니다. 늦은 저녁 시계를 힐끗 쳐다본 후, 기분 좋게 냉장고 앞으로 걸어가, 다섯 개 만원 하던 편의점 맥주를 한 캔 꺼내 들었고, 영화를 봤습니다. 그리고 마음 깊이 반성했죠. 내가 왓챠에 뭔가 큰 잘못을 했나 보다.

 

최근에 넷플릭스나 구글 무비를 자주 찾은 바람에 화가 난 건가. 돈도 얼마 안 내는 주제에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짜증이 낫나. 프리미엄 이용권으로 바꾸라고 은근슬쩍 구박하는 건가. 나름 심혈을 기울여 론칭한 <익스클루시브> 라인업의 작품들을 심드렁하게 봐서 빈정이 상했나. ... 왜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뭐가 되었든 큰 죄를 저지른 것만은 확실할 겁니다. 잘못한 게 있지 않고서야 이런 영화를 추천하진 않았을 테니까요.

 

 

 

 

 

 

 

 

'엘리자베스 뱅크스' 외 10인 감독,

『무비 43 :: Movie 43』입니다.

 

 

 

 

 

# 1.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섹드립이란 '재미있는 이야기라면 야한 소재여도 좋다'라는 뜻이지, '야하면 다 재미있다'라는 뜻은 아닙니다. 화장실 개그 역시 '재미만 있다면 지저분하고 민망한 소재라도 좋다'라는 뜻이지, '더러우면 다 재미있다'라는 뜻은 아니죠. 대체로 해당 코드를 후자의 방식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은, 유머의 내러티브를 가다듬는 것보다 최대한 더 야하게, 최대한 더 더럽게 만드는 것이 작품의 재미를 더한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야말로 '더 더럽고 더 야하면 더 재미있을 것이다'라는 집착으로 집약되어 있죠. 세상에.

 

 

 

 

 

 

# 2.

 

대단히 불쾌한 코드들이 너무 많이 등장합니다. 여기서의 불쾌감이란 개개인의 견해 차로 인한 상대적 불편함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반(反) 트럼프인데 영화는 트럼프를 지지하니까 불편하다는 식의 정치적 불편함이나, 나는 가톨릭인데 무슬림 영화라 불편하다는 식의 종교적 불편함, 혹은 근친상간과 같은 폐륜적 코드로 인한 도덕적 불편함 또한 아닙니다.

 

이렇게 밖에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만... 그냥 씨X 존나 역겨워요. 왜 역겨운지를 조목조목 말씀드리고 싶지만 글로 옮겨야 할 제 손가락과 연령 필터 없이 이 글을 보실지도 모를 다양한 분들의 정신 건강이 걱정되어 그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걸 직접 보시라 말씀드릴 수도 없고 난감하군요.

 

 

 

 

 

 

# 3.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이런 식의 방법론이 'B급 코드'라는 말로 손쉽게 포장되는 것이 썩 못마땅합니다. <B급 영화>란, 경제 논리에서 분리된 자유분방함을 의미하는 가치중립적 용어지, 병신 같고 역겹기만 한 것들의 ㅈ같음을 면피하기 위한 수단은 아니기 때문이죠.

 

물론, 영화에 등장하는 다수의 아이템에서 풍자적 메시지가 '어느 감자칩 속 송로버섯 함유량'만큼 묻어나긴 한다는 점까지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14+1개나 되는 에피소드들 중 몇몇은 취향에 따라 코미디로서 썩 나쁘지 않을 수도 있긴 합니다. 울대뼈 대신 곤란한 걸 달고 있는 '휴 잭맨'과 '케이트 윈슬렛'의 당황스러움을 비롯한 몇몇의 것들 말이죠. 어떤 에피소드들은 빈곤한 유머코드를 네임드 배우의 연기력과 인지도로 적당히 퉁쳐 내고 있기도 하구요.

 

다만, 그런 풍자들이 메시지까지 연결되어 있다 말하기에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말초적이거니와, 그 '나름 성공적인 몇몇의 코미디'를 최대한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합리화할 수준의 역겨움을 아득히 넘어서는 아이템 역시 차고 넘치도록 많습니다.

 

 

 

 

 

 

# 4.

 

물론 "그건 니 생각이고!" 라 하실 수도 있겠죠. 사람 취향이라는 건 다들 다른 거니까요. 제게 아무리 별로였다 하더라도, 이 영화가 재미있었다 말씀하시는 분들이 적잖이 계시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고, 그분들까지 싸잡아 폄하하고 싶은 생각 역시 전혀 없습니다. "나는 이 영화가 너무 재미있었고, 동시에 그런 내가 너무 싫었다" 라 말씀하신 어떤 분의 한줄평은, 분명 무슨 느낌으로 하신 말씀인지 와 닿는 바가 있더군요.

 

다만, 그것과 별개로 무슨 SNL까지 거론해가며 "미국식 코미디여서 재미있는 건데, 니들이 대사와 문화를 못 알아듣는 한국 촌놈들이라 욕하는 거다!" 라는 식의, 사대주의에 뇌가 절여진 코리안 힙스터들의 평까지 참고 들아주기는 힘듭니다. 이 머저리들은 이 영화가 그 잘난 '천조국'에서 만든 <골든 라즈베리>를 무려 3개씩이나 먹었다는 걸 알긴 할까요.

 

 

 

 

 

 

# 5.

 

개인적으론 권하지 않겠습니다. 똥과 성기와 생리혈(...)을 가지고 코미디 영화를 만드는 걸 보면서도 아무렇지 않을 정도로 비위가 매우 좋으면서, 과격한 대사와 표현에 대한 이해심과 포용력이 매우 매우 넓으면서, 독특을 넘어 저 세상 아이템의 의외성을 매우 매우 매우 사랑하시면서, 어지간한 B급 영화들이 시시하다 생각되실 정도로 자극에 대한 역치가 매우 매우 매우 매우 높으시면서, 다양한 네임드 배우들이 뒤 없이 망가지는 연기를 구경하는 걸 매우 매우 매우 매우 매우 즐기시는 극단적 취향의 분들이 아니시라면.

 

이 정도의 익스트림한 조건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갖추신 분이 아니시라면 말이죠. '엘리자베스 뱅크스' 외 10인 감독, <무비 43>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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