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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umentary/Social

1달러 79센트 _ 러브 송 포 라타샤, 소피아 날리 앨리슨 감독

그냥_ 2021. 4. 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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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아카데미가 한 달도 남지 않았네요. 이전 같으면 노미네이트 된 작품들을 챙겨보려다 티켓값에 허리가 휘거나 심지어 개봉조차 하지 않아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만 코로나로 인해 영화판 헤게모니가 멀티플렉스에서 OTT로 넘어간 덕에(?) 물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보다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례적으로 이번 오스카에 노미네이트 된 작품 중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작품만 해도 두 자리 수가 훌쩍 넘어가죠. 개꿀.

 

극한의 반골기질 덕에 남들이 호들갑 떨면 괜히 고까워 외면하기 일쑤입니다만 이상하게 또 이런 건 혹 해서 챙겨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역시 찐따의 취향이란 건 이렇게나 종잡을 수 없죠. <맹크>나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같은 런타임 오지게 길고 대충 봐도 겁나 무거워 보이는 작품들에 앞서 짧은 다큐멘터리로 입맛을 살짝 돋우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소피아 날리 앨리슨' 감독,

『러브 송 포 라타샤 :: A Love Song for Latasha』입니다.

 

 

 

 


# 1.

 

국내에선 흔히 <'두순자' 사건>으로 알려져 있는 <'라타샤 할린스' 살해사건>에 대한 다큐멘터리입니다. 만, 솔직히 습관적으로 '흔히 알려져 있다' 말씀드리긴 했지만 지금 시점에선 아는 사람보단 모르는 사람이 기억하는 사람보단 잊어버린 사람이 훨씬 더 많을 사건이긴 합니다. 무려 30년 전 그것도 지구 반대편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총기 살인 사건이니까요.

 

고작 열다섯 살에 불과한 어린 소녀가 총격으로 사망한 충격적인 사건입니다. '로드니 킹 사건'에서 시작된 차별적으로 작동하는 공권력에 대한 흑인의 분노가 이후 <LA 폭동>으로까지 이어지게 되는 과정에서의 주요한 징검다리와 같은 역할을 한 역사적 맥락의 사건이기도 하죠. 때문에 미국인들에게 있어선 누군가에겐 치부로 누군가에겐 상처로 너무나도 잘 기억하고 있을 사건이겠습니다만,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당장 훨씬 규모가 큰 <LA 폭동>만 하더라도 인종 차별과 사회적 계층 갈등에 대한 인류사적 맥락에 대한 이해보다는 예비군 아재들의 진지 공사 솜씨 자랑을 위한 국뽕 콘텐츠 정도로 편리하게 소비하고 있는 게 현실이니까요.

 

해당 사건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으시다면 다큐멘터리를 관람하는 데 있어 조금은 지장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 작품은 피차 '라타샤 할린스' 살해사건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으리라는 합의 위에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죠.

 

 

 

 

 

 

# 2.

 

" 1991년 3월 16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리쿼 스토어를 운영하던 한인 이민자 1세대 두순자가 자신의 가게에서 15세 아프리카계 미국인 소녀 라타샤 할린스(Latasha Harlins)를 리볼버 권총으로 사살한 사건이며 이는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에서 한인 이민자들의 상점이 많은 피해를 입는 주원인이 되었다. "

 

... 꺼무위키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네요. 궁금하신 분들은 일반교양의 측면에서라도 관련 내용을 한 번쯤 찾아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해당 사건에 대해서는 '흑인'과 '백인'과 '한인' 각자 자신들을 최대한 변호하기 위한 왜곡된 해석이 범람하고 있으니 적당히 가릴 건 가려가며 이해하시는 편이 좋을 거라는 말씀은 추가로 드려야겠네요. 흑인들은 자신의 피해를 보다 극적으로 과장해 묘사하고 싶어 하고, 백인들은 사건의 주체를 흑인과 한인의 갈등으로 돌려 빠져나가고 싶어 하고, 한인들은 두순자의 존재보다는 잦은 강도사건으로 대변되는 불안한 치안에 대한 불신과 LA 폭동의 피해자라는 측면을 강조하고 싶어 하는 게 인지상정이기 때문이죠.

 

 

 

 

 

 

# 3.

 

뭐, 그건 그거고. 해당 사건에 대해 논평을 하자는 게 아니니까 이만 영화로 돌아와 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대단히 잘 만든 다큐멘터리라는 생각입니다. 당위에 입각해 '좋은 주제를 말했으니 너는 좋은 다큐멘터리다' 라는 식의 이념적 평가가 아니라, 장르적 측면에서 볼 때 '완성도 높은 잘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라는 뜻으로 말이죠.

 

영화는 증언만으로도 편안히 전개됩니다. '라타샤'의 주변 사람들이 때론 담담하게, 때론 격앙되어 기억 속 혹은 기록 속 '라타샤'를 회상합니다. 감독은 섣부른 치우침 없이 사건의 객관성과 선명성을, 자극적인 표현과 격앙된 정서를 배제한 정제된 심미성으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그럼에도 충분히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잘 전달될 것이라는 창작자의 강한 자신감이 엿보입니다. 물론 후반부 들어 감정에 호소하며 '라타샤'를 너무 띄우는 것만 같은 뉘앙스가 부분적으로 읽히긴 합니다만, 이해관계에 얽힌 제3자가 아니라 피해자와 살을 맞대고 살았던 주변인들의 증언에 기초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걸 탓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이 정도의 과장은 관객이 스스로 감안하고 조율해가며 봐야 하는 거겠죠.

 

주류 백인 커뮤니티에 편의적으로 복무하는 미 사법제도에 대한 강한 비판이라거나, 인종차별, 흑백 논리에 입각한 한흑갈등과 같은 메시지로 흘러가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었음에도, 그런 선택을 섣불리 하지 않았다는 건 훌륭하다 할 수 있을 겁니다. 과격한 사건과 극단적 정서를 다룸에도 불구하고, 보상심리나 피해의식에 영화가 잠식되지 않은 건, 감독이 이성과 감성의 균형을 제대로 잡고 있었기에 가능한 특별한 성취라 할 법합니다. 덕분에 영화는 갈등과 분노에 잠식되지 않고 슬픔과 염원이라는 평화적 톤을 유지할 수 있었네요.

 

감독은 <1달러 79센트짜리 오렌지 주스에 15살의 소녀가 죽는 건 아니지 않나요?> 라는 메시지만을 정갈하게 담아내는 데 성공합니다. '소피아 날리 앨리슨' 감독, <러브 송 포 라타샤>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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