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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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개봉 7

모놀로그 _ Departure, 양익준 감독

# 0. 다쒼 나가튼 사~람 만나쥐 마요~ 양익준 감독, 『Departure』입니다. # 1. 이별의 상처를 잊기 위해 일본을 향했던 그녀가 3년간의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금 자신이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이야기. # 2.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플래시백을 제외하면 등장인물은 류현경이 연기하는 '그녀', 한 명뿐이죠. 인물의 정체는 물론이거니와 이별의 이유와 일본에서의 생활, 돌아가는 계기까지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하게 제시되지 않는 것은 이 모든 것들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자유롭고 싶고 평화롭다 싶다 말하며 사랑과 헤어졌지만 그것은 도망에 불과했다. 라는 것을 절박하게 자백하는 한 인간의 감수성이면 충분합니다. 한마디 대화 없이 내레이션으로 전개되는데요. 여자가 헤어진 남자에게 전하는 방식을..

Film/Drama 2022.09.24

음란마귀 테스트 _ 아, 이성환 감독

# 0. (삐슝빠슝) 충격!! 무섭고 야한 레고 영화가 있다?!?!?! '이성환' 감독, 『아 :: Ah』입니다. # 1. 흥미로운 애니메이션입니다. 5분여의 짧은 시간 동안, 꼬꼬마들이 좋아할 법한 서른 개 남짓의 레고 블록이 이리저리 조합됩니다만, 그 속엔 섹스와 범죄와 폭력과 총기와 전쟁과 사고와 SF 등의 과격한 표현이 난무합니다. 분명 블록들은 그저 특정한 좌표 위에 배치되어 있을 뿐입니다. 각기 다른 색깔의 레고 블록들은 상호 교류하는 바 없이 자신의 공간만을 중립적으로 점유하고 있죠. 실제 영화를 프레임 단위로 멈춰 보면, 의 오마주인 듯한 노골적 형상의 기계 로봇 정도를 제외하면 의미를 읽을 수 없는 표현이 다분합니다. 스스로 과격함을 만들지 않고 있다는 영화의 메시지는 라는 등급으로 완성..

Film/Animation 2021.06.07

연기의 맛 _ 대학살의 신, 로만 폴란스키 감독

# 0. 연기 구경하는 맛으로 보는 영화입니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 『대학살의 신 :: Carnage』입니다. # 1. 찰진 대사빨과 화려한 연기빨로 조지는 소위 말싸움물입니다. 네 명의 주인공이 좁은 거실에 틀어박혀 펼치는 1시간 19분 동안의 썰전입니다. 다 큰 어른들이 교양과 위선으로 싸우는 동안 리드미컬하게 변모하는 긴장과 갈등, 그 속에 숨겨진 묵직한 농담입니다. 평범하다는 말도 거창해 보일 정도로 소소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사건입니다. 전개라 부를만한 서사조차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말인즉, 연출자가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다는 뜻이죠. '낸시'가 화려하게 물대포를 쏘는 장면이나, '햄스터'나 '아프리카' 같은 몇 뇌절성 아이템을 활용한 러프한 완급 조절을 제외..

Film/Drama 2021.04.26

슬랩스틱 로맨스 _ 페어리, 도미니크 아벨 감독

# 0. 이곳은 상상想像과 수사修辭가 현실이 된 요정의 나라. 도미니크 아벨, 피오나 고든 부부에게 사랑은 그런 곳입니다. '도미니크 아벨' 감독, 『페어리 :: La fée』입니다. # 1. 지루한 일상은 내달리는 자전거와 반복되는 티브이 시청으로 구체화됩니다. 손님에게 무관심한 돔의 태도는 가방 안에 숨겨둔 강아지 미미를 알아채지 못하는 모습으로 과장됩니다. 요정 같은 환상적인 사랑과의 첫 만남은 직접 자신을 요정이라 소개한 후 고장 난 엘리베이터를 고치는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그녀를 처음 만난 순간의 심드렁한 마음은 연출된 퉁명스러움으로. 돌이켜보면 기적 같았던 우연은 실제 비현실적인 기적으로 표현됩니다. 나를 살려준 그녀의 손길은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부드러웠기에 실제 피오나는 돔의 위에서 춤을..

Film/Romance 2021.03.29

American Gook BBong _ 허블 3D, 토니 마이어스 감독

# 0. 과학 다큐멘터리를 좋아합니다. 과학에 대한 학문적 식견이 있어서는 당연히 아니구요. 그냥 구경하는 게 재미있기 때문이죠. "충분히 발전한 과학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 던 아서 클라크의 말처럼 저 같은 무식한 인간에게 있어 현대 과학은 '트릭이 없는 마법'처럼 마냥 신비한 일입니다. '토니 마이어스' 감독, 『허블 3D :: IMAX _ Hubble 3D』입니다. # 1. 퇴역을 눈 앞에 둔 인류 역사 상 최고의 눈. 허블 망원경. 크~ '허블 울트라 딥 필드'와 같은 압도적인 우주적 스케일의 화상과, 이를 최대한 풍성하게 설명하고 묘사할 전문가들의 인터뷰. 황홀한 영상 연출의 조력을 더한 3D IMAX! 짧게 치고 빠지기 적당한 40분의 런타임과, 표현력 죽여주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너무 어린 나이니까요 _ 손님, 윤가은 감독

# 0. '불'과 '륜' 사이 좁은 틈을 스크린에 옮겨냅니다. 어른들의 사정이란 핑계로 간과되는 사람들의 긴장과 불안과 상처와 고통, 그 가운데서도 빛을 잃지 않는 본질적인 순수성을 탁월한 감각으로 포착합니다. 『우리들』과 『우리집』에서 보여준 낮은 눈높이를 묘사하는 세심함은 이 영화에서부터 빛나고 있습니다. '윤가은' 감독, 『손님 :: Guest』 입니다. # 1. 섬세한 영화입니다. 6살 배기 여자 아이, 9살 배기 남자아이, 교복 입은 소녀 그리고 아빠입니다. 순수성의 기준에서 명확한 위계를 가지는 인물들 간의 입장과 관점의 대조가 다각적으로 펼쳐지며 단편적 상황 안에서 최대한의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풍부한 긴장감은 장르의 기능적 목적 뿐 아니라 주제 의식에도 충실히 기여합니다. ..

Film/Drama 2020.01.10

욕망의 항아리 _ 아이 엠 러브,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 0. 캐스팅만으로 영화가 예상되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김명민이 아빠랍니다. 재난 터지고 가족 구하러 발버둥 치겠죠. 류승룡이 주연입니다. 약자를 바보로 묘사하다 얻어터지면서 눈물 짜내는 영화겠군요. 강하늘, 박서준 같은 배우들은 감독이 강요하는 '건강한 젊은이'를 기계적으로 연기할 겁니다. 조진웅은 바바리에 올백머리로 등장할 테고, 김윤석은 면도 안 하고 2시간 내내 뛰어다니겠죠. 임원희는 얼굴개그를 할 테고, 박철민은 말장난을 할 테고, 김정태는 누군가를 때리다가 마지막엔 역관광 당할 테고, 뭐가 됐든 고창석은 그 옆에서 귀엽게 웃고 있을 겁니다. 갑수 옹은 돌아가실 타이밍을 재고 있을 테고, 이경영은 두 상영관에 동시 출현 중일 테고, 김민교와 정상훈은 굳이 스크린에서까지 SNL을 찍고 있겠죠. ..

Film/Drama 2018.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