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728x90

Film/Action 36

악역을 사는 사람은 없다 _ 캐시트럭, 가이 리치 감독

# 0. 세상에 악역을 사는 사람은 없다.        가이 리치 감독,『캐시트럭 :: Wrath of Man』입니다.     # 1. 가이 리치와 제이슨 스타뎀의 재결합이다. , , 로 검증된 두 사람의 협업은 이목을 끌기 충분했지만, 그보다 더 주목을 끈 것은 16년의 공백이다. 각자의 시간 동안 두 사람 모두 나름의 성업적 성취에 도달하지만, 모든 일에는 명과 암이 있는 법이다. 스타뎀은 (이젠 놀림감이 되기까지 하는) 특유의 발성과 노출을 곁들인 액션에 갇혀 버렸고, 리치는 몇몇의 프로젝트를 지나는 동안 초기 스타일의 활력이 둔화되었다. 직전작 을 통해 과거의 영광을 찾으려는 가이 리치는, 기세를 이어 이견의 여지없는 페르소나에게 프러포즈한다. 영화..

Film/Action 2024.04.28

타블로이드의 구독자 _ 젠틀맨, 가이 리치 감독

# 0. Ladies and Gentlemen, Please Welcome.        가이 리치 감독,『젠틀맨 :: The Gentlemen』입니다.     # 1. 가이 리치가 돌아왔다. 신작 이야기가 아니다. 스타일의 복원. 즉, 셜록 홈스, 킹 아서, 알라딘을 돌아 무려 12년 만에 의 향수를 느끼게 해 줄 작품을 가지고 돌아왔다는 뜻이다. 낡은 술집 귀퉁이에서 들을 수 있을 법한 허풍 가득한 이야기가 타란티노스러운 리드미컬한 플롯 위에 펼쳐진다. 화려한 수사학적 과장으로 가득한 묘사, 현란한 촬영과 편집의 기교도 충만하다. 위선적 교양이 지저분한 액션으로 탄로 나는 시퀀스의 완급은 능숙하다. 애드거 라이트의 그것만큼 공격적이지는 않지만, 누가 보더라..

Film/Action 2024.04.24

역치는 차갑다 _ 아가일, 매튜 본 감독

# 0. 킹스맨의 그늘 아래 다소곳이. 매튜 본 감독, 『아가일 :: Argylle』입니다. # 1. 솔직해 집시다. 어차피 대부분은 매튜 본이라는 이름까지는 기억하지 않습니다. 킹스맨 만든 감독이라 하면 그제야 '아~ 그 사람이야? 나 그거 재미있게 봤어!' 정도의 반응을 볼 수 있겠죠. 관객이 기대할 아가일의 세일즈 포인트 역시 재철 전어처럼 살이 포동포동 올라도 여전히 사랑스러운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라거나, 라데꾸를 날릴 것만 같은 플랫탑 스타일의 근육질 헨리 카빌이 아닌,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던 콜린 퍼스의 슈트핏과 머가리 팡팡 터트리는 액션이라는 '그 맛'의 재해석일 가능성이 99.9%입니다. 이례적으로 성공을 거둔 우리나라 기준, 시크릿 에이전트는 600만이 들었습니다. 전작의 후광에 힘입어..

Film/Action 2024.03.16

유치가 찬란하심 _ 택시, 제라르 삐레 감독

# 0. 겁나 유치(幼稚)하긴 한데요. 그걸 이렇게 찬란(燦爛)하게 만들면 역으로 먹히기도 합니다. 제라르 삐레 감독, 『택시 :: Taxi』입니다. # 1. 혹하는 최신 영화가 잘 없다 보니 연이어 옛날 영화들을 다시 보게 되는군요.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글에서, 해당 영화와 관련된 내용을 찾아보고 싶었지만 검색되는 거라곤 죄다 프랑스의 택시라 아쉽다 말씀하신 분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데요. 시간이 흘러 이 영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게 되었네요. 다소 익숙지 않은 프랑스 영화임에도 의외로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 작품이긴 합니다만, 글쎄요. 아마 극장에서 보신 분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겁니다. 대부분 OCN이나 Super Action(현 OCN movies2)과 같은 캐이블 채널을 통해 보시지 않았을까요...

Film/Action 2024.02.20

분명한 퇴보 _ 발레리나, 이충현 감독

# 0. 넷플릭스 산 K-액션 누아르의 익숙한 그 냄새 이충현 감독, 『발레리나 :: Ballerina』입니다. # 1. 1시간 30여분 내내 과장된 스타일과 피상적인 이미지가 범람합니다. 분홍색과 민트색 네온사인, 네 병의 술과 다른 색깔 빨대, 발레슈즈가 담긴 선물상자, 비밀스러운 sns 대화, 줄 달린 이어폰의 갬성, 잔뜩 기울이다 못해 심심하면 뒤집어지는 화면, 부담스러운 클로즈 업, 어지러운 공간 미술, 착란을 유발하는 눈뽕 테러와, 주요 세일즈포인트였을 GRAY의 사운드까지. 이 무지막지한 물량공세는 그 자체로 진입장벽처럼 느껴질 지경입니다. 누군가 정신이 없다며 중도에 낙오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죠. 그렇게 쏟아부은 이미지 모두는 '모순적인 형용'과 '대결적인 관계'로 구축됩니다. ..

Film/Action 2023.10.08

공동체주의자 선언 _ 좀100, 이시다 유스케 감독

# 0. 시즈카는 '구원'하고 코스기는 '배제'한다. 이시다 유스케 감독, 『좀 100: 좀비가 되기 전에 하고 싶은 100가지』입니다. # 1. 애니메이션을 영화화한 작품인 줄은 몰랐습니다. 그저 일본 좀비 호러라는 말에 혹했을 뿐이었죠. 100이라는 숫자가 흥미를 돋운 면은 있습니다. 좀비 100마리가 덮치려나? 100일? 100시간? 아니면 100분을 버텨야 하나? 백신을 100초 안에 써야 한다는 설정인 건가? 등등의 상상을 했었는데요. 부제가 였더라고요. 아하, 똥꼬 발랄 청춘물이군요. 애니메이션을 영화화한 작품인 줄 몰랐다 말씀드렸는데요. 어차피 얼마 지나지 않아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됩니다. 일본 ANIME 특유의 톤 앤 매너가 영화에 너무 짙게 묻어나고 있거든요. 실제 원작의 존재를 모르..

Film/Action 2023.08.12

개연성 (물리) _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 0. 톰 크루즈 자연사 기원 2437일 차 톰 크루즈 주연,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입니다. # 1. 문득 근 몇 년 동안 재미있게 본 액션 영화가 거의 없구나 싶은 생각을 했습니다. 굳이 꼽자면 시카리오? 장르를 조금 더 넓히면 킹스맨 정도 될까요. 특별히 장르 편식이 있지는 않는데요. 왜 그런가 곰곰이 생각해 본 끝에 나름의 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액션 장르가 줄 수 있을 법한 재미는 이미 거의 다 맛봤기 때문이었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과격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액션이란 장르는, 액션 어드벤처의 바이블 , 영국식 간지 첩보 액션의 대명사 , 21세기 액션 연출의 아버지 , 사실주의 총기 액션의 끝 , 소장르 성룡의 대표작 , 그리고 스턴트 액션의 정점 가 이미 대부분 정의했다는..

Film/Action 2023.07.10

편리한 낙원은 없다 _ 존 윅 4,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

# 0.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합니다.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 『존 윅 4 :: John Wick Chapter 4』입니다. # 1. 부제를 떼고 마침내 완성된 존 윅입니다. 분노라는 핵심 정서와 이를 작동시키기 위한 특유의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는 앞선 글에서 했으니 링크로 대신하도록 하구요. 마트 마감할인 같은 넉넉한 인심의 액션들과 수많은 오마주에 대해 이야기드리려면 스틸 컷을 따야 할 텐데, 역시 귀찮으니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쯤 되면 그럼 넌 무슨 이야기를 할 건데? 싶으실 텐데요. 영화의 핵심을 관통하는 대사 한 줄로부터 파생된 이야기를 가볍게 나눠볼까 합니다. 그것은 바로 Without Rules, We live with the Animals. 우리말로, "규율이 없다면 우리는 동물에..

Film/Action 2023.06.10

'이런 영화'를 본다는 것 _ 내 이름은 마더, 니키 카로 감독

# 0. 아직 못 본 영화가 많습니다만 그럼에도 대충 기천 편은 넘어가고 있으니 적잖이 영화를 좋아한다 해도 무리는 없을 겁니다. 관람 편수가 그 정도가 되면 아무리 무심한 사람이라도 감이라는 게 오기 마련인데요. 요컨대 '이런 영화'를 보며 이야기를 기대할 만큼 미련하지는 않다는 것이죠. 니키 카로 감독, 『내 이름은 마더 :: The Mother』입니다. # 1. 주연은 제니퍼 로페즈입니다. 포스터를 대문짝만 하게 장악하고 있는 걸로 보아 전형적인 원탑영화처럼 보이죠.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총질 난사하는 예고편과, 노골적인 제목에 미루어 본다면 적당히 모성코드를 비벼낸 액션 영화쯤 될 겁니다. 최근의 이나 ,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간다면 나 같은 작품들이 얼핏 떠오르는 데요. 죄다 실망스러운 작품이..

Film/Action 2023.05.28

닌쟈리 방방 _ 존 윅 시리즈,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

# 0. 연작의 신작이 나올 때면 기계적으로 예전 영화들을 몰아보게 되는데요. 이번엔 존 윅이군요. 최근 들어 매트릭스도 그렇고 백 투 더 퓨쳐도 그렇고 오래전 시리즈를 하나의 글로 뭉개서 수다를 떠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는데요. 이런 것도 썩 나쁘지 않다 싶기도 합니다. 보고 싶은 신작의 리스트가 밀린다는 점만 빼면 말이죠.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 『존 윅 :: John Wick』입니다. # 1. 이러나저러나 존 윅의 핵심 키워드는 분노입니다. 존나 센 주인공이 빡쳐서 모조리 죽여버리는 액션 영화라는 정의에 이렇게나 무식하게 들어맞는 작품도 또 없죠. 비슷한 감정선을 가지는 대부분의 영화들은 빈 컵을 준비한 후 물을 담는 과정을 성실하게 묘사하는 방식으로 풀어갑니다. 담기는 물(스트레스)의 양으로 분노의..

Film/Action 2023.04.20

네 명의 길복순 _ 길복순, 변성현 감독

# 0. 욕망과 규율의 벽을 무너트리는 빨간색 액션, 파란색 드라마 변성현 감독, 『길복순 :: Kill Boksoon』입니다. # 1. 영화는 인간을 '욕망과 규율의 충돌 속에서 번민하는 존재'라 규정합니다. 여기서의 욕망이란 긍부정의 의미를 포함하지는 않습니다. 사랑부터 살인까지. 저마다 가지고 있을 본연의 성향이나 기질 따위를 뜻하는 가치중립적인 개념에 가깝죠. 등장인물들은 짐짓 실적, 명성, 보상, 관계 등 외부의 압박에 투쟁하는 듯 보이지만 진짜 갈등은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여온 모순에 있습니다. 압력이 임계에 다다른 순간 욕망과 규율을 인정하고 그 벽을 무너트린 사람들(복순, 재영)은 살아남을 수 있었고, 욕망과 규율 사이에서 붕괴되어 버린 사람들은 죄다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서사입니다. 각 ..

Film/Action 2023.04.06

호다다닥 샥샥 _ 요짐보,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 0. 명절엔 영화죠.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요짐보 :: 用心棒』입니다. # 1. 명절 특선 하면 고전 액션 영화들을 많이 봤던 기억입니다. 특히 대표적인 것이라면 성룡의 영화들을 꼽을 수 있겠죠. 아무리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일 년에 두어 번은 성룡을 보게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성룡의 영화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더랬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점점 신작들이 특선으로 골라지는 듯한데요. 이젠 그 주기가 짧아지다 못해 불과 몇 개월 전에 개봉한 최신작이 풀리는 지경까지 오고 말았습니다. 당장 이번 설만 하더라도 지난여름 개봉했던 와 를 안방에서 즐길 수 있었죠. 저는 정가 다 주고 영화관에서 봤는데요. 내심 서운하네요. 서운한 와중에 문득, 당장 손실을 줄이기 위해 타 플랫폼..

Film/Action 2023.01.26

아이템 원툴 _ 트롤의 습격, 로아 우다우그 감독

# 0. 주제의식만 가지고 영화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일관된 주제의식 하나 없이 영화를 만들 수도 없는 법이죠. 로아 우다우그 감독, 『트롤의 역습 :: Troll』입니다. # 1. 클리셰가 많다? 그 수준이 아닙니다. 이 정도면 괴수물 클리셰를 일부러 모아놓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초반엔 무슨 영화를 이렇게 만들었지 싶어 짜증스럽기도 했습니다만 어느 순간부터 그래 어디까지 가나 보자 싶은 생각에 되려 흥미진진해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캐릭터, 서사, 플롯, 설정, 공간, 코미디, 액션, 구도, 묘사, 편집 등등등. 거의 모든 부분들이 30년 지기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반가워 영화 내내 감동의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물론 타겟층이 명확한 작품이라는 걸 감안하긴 해야 합니다. 등산 마니아 아빠가 ..

Film/Action 2022.12.08

스페셜리스트 _ 마스크 오브 조로, 마틴 캠밸 감독

# 0. 을씨년스러운 11월이면 포근한 이불속에서 귤 까먹으면서 보는 고전 액션 활극이 땡길 때가 있죠. 마틴 캠벨 감독, 『마스크 오브 조로 :: The Mask of Zorro』입니다. # 1. 낭만에서 시작해 낭만으로 끝납니다. 낭만이 뛰어다니고, 낭만이 칼질하고, 낭만이 키스하고, 낭만이 폭발하는 영화죠. 어떤 것들은 원툴이라 폄하당하고 어떤 것들은 스페셜리스트라 칭송받기도 하는데요. 사실 원툴과 스페셜리스트에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잘해서 설득이 되면 스페셜리스트고 안되면 원툴인 것이죠. 그 기준에서 본다면 이 영화는 분명 낭만 밖에 없지만 스페셜리스트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을 겁니다. 그래서 특별할 건 없습니다. 배경만 피식민 계급 캘리포니아인과 식민 지배계급 스페인인의 갈등일 뿐, 실상은 총..

Film/Action 2022.11.20

데니시 어벤저스 _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 앤더스 토마스 옌센 감독

# 0. 빌어먹을. 우리한테 대체 무슨 원한이 있는 건데! 앤더스 토마스 옌센 감독,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 :: Retfærdighedens ryttere』입니다. # 1. 포스터만 보면 겁나 멋진 매즈 미켈슨이 총 다다다다 쏘고 모가지 꽉 하고 꺾는 섹도시발 영화처럼 보이는데요. 맞습니다. 어쨌든 특수부대 출신 주인공이 영화 내내 인상 겁나 쓰고 나쁜 놈들 도륙내고 있구요. 액션의 폭발력이 영화를 끌고 나가는 동력이 되어주고 있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죠. 다만, 횡스크롤 게임처럼 적 보스를 향해 스테이지를 클리어해 나가는 단방향식 총기 액션 영화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되려 다른 측면에서의 볼륨이 의외로 풍부해 깜짝 놀라게 되는 작품이죠. ⑴ 확증 편향과 음모론, 감시 사회와 정보 과잉의 한..

Film/Action 2022.11.14

십자말풀이 _ 뜨거운 녀석들, 에드가 라이트 감독

# 0. Greater Good! 에드가 라이트 감독, 『뜨거운 녀석들 :: Hot Fuzz』입니다. # 1. 코르네토 트릴로지 두 번째 작품입니다. 작년 초 를 다시 보고 난 후 1년 여만에 에드가 라이트군요. 감독의 절친 사이먼 페그와 닉 프로스트랑 함께한 트릴로지 중 한 작품이긴 합니다만, 사실 전후의 두 작품과는 결이 제법 다른 영화라 봐야 할 겁니다. 예외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목적지향적인 작품이기 때문이죠. # 2. 딱 잘라 말하자면 [애국자법 디스 영화]입니다. 한창 영미권이 테러에 불안해하던 시기, 공동체의 안전을 명분으로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와 자유를 제한하는 법인데요. 원래대로라면 외국 법령을 설명드리기 위해 있는 지식 없는 지식 짜내야 했을 테지만, 다행히도 우리에..

Film/Action 2022.11.10

폭동 _ 카터, 정병길 감독

# 0. 야한 동영상을 줄여서 '야동'이라 부르던가요. 그럼 폭력 동영상은 '폭동'이라 불러야겠군요. 정병길 감독, 『카터 :: Carter』입니다. # 1. 멜로와 포르노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가장 큰 것은 의도의 차이라 해야 할 겁니다. 멜로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부신 순간들과, 그 속에서 발견되는 정서의 입체성을 관찰하는 걸 목적으로 합니다. 성애性愛는 결실을 표현하는 다양한 수단 중 하나에 불과하죠. 성애를 적극적으로 연출하는 몇몇 작품들 조차 중요한 것은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나 어루만지는 손길에 담긴 감정의 표현에 있습니다. 파격적인 표현으로 주목을 받았던 같은 작품들만 하더라도 각각의 베드신마다 각기 다른 정서를 구분 지어 표현하는 미학적 성취가 뛰어난 작품이었죠. 반면, 포르노에서..

Film/Action 2022.08.12

나초와 발가락 _ 데스 프루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 0. 긁어모으는 동안의 흥분. 집어던지는 순간의 쾌감.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데스 프루프 :: Death Proof』입니다. # 1. 주문에 맞춰 정확히 배합된 칵테일을 내놓는 바텐더 '워렌'처럼 감독 '타란티노'는 관객의 기대에 정확히 부합하는 환상적 배합의 보상을 선사합니다. 존~~~나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싶다면 역시 타란티노 죠. 뭐랄까요. 참 동물적인 영화입니다. 관객들, 특히 남성 관객들로부터 스스로 동물이라는 것을 폭력적으로 고백케 만들려는 듯한 작품이랄까요. 영화를 보다 보면 만물의 영장이라는 허울에 갇혀 잊고 있었던, 그저 DNA에 새겨진 유전자 지도에 따라 배열된 단백질 덩어리 속 호르몬의 화학적 기작이 만든 본능 덩어리임을 새삼 상기하게 됩니다. 제 아무리 거창한 이유로 치..

Film/Action 2021.11.02

탁일항과 연예상 _ 백발마녀전, 우인태 감독

# 0. 차고 넘칠 정도로 매력이 검증된 세계관. 다채로우면서도 위계가 명확한 캐릭터 구조. 눈과 귀를 쉴 새 없이 즐겁게 하는 풍부한 볼거리. 칼과 채찍과 봉과 주먹 등 다양한 수단으로 합을 주고받는 화려하고 직관적인 액션. 사이사이를 메우는 특유의 왁자지껄한 유머들과, 질척거림 없이 1시간 30분 만에 깔끔하게 떨어지는 스피디한 전개까지. 이 정도만 잘 갖춰도 액션 오락 영화로서 훌륭하다 하기에 충분하죠. '우인태' 감독, 『백발마녀전 :: 白髮魔女傳』입니다. # 1. 그 위로 다른 어떤 장르로도 대체할 수 없을 것만 같은 7~80년대 홍콩 영화 고유의 분위기가 더해집니다. 거대한 집단 간의 충돌 앞에 놓인 나약한 개인의 비극, 뜻하지 않은 오해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앞에 무너져 내리는 처절하고 ..

Film/Action 2021.02.09

피로 쓴 스탠드업 코미디 _ 헌트, 크레이그 조벨 감독

# 0. 엄마가 해 줬던 이야기가 있어요. 토끼와 거북이가 나오죠. 토끼는... 재수탱이였어요. 늘 뻐기기만 했죠.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빠르다면서요. 사실이긴 했어요. 달리기를 할 때마다 항상 이겼으니까요. 온 숲이 그 자랑을 듣고 또 들어야 했죠. 재수탱이는 뽐내기 위해 늘 경주를 하려고 했고, 거북이는 생각했어요. '내가 한번 해 볼까?' 토끼는 비웃었어요. '아이고, 재밌겠다 어디 해 보실까?' 거북이에게 먼지를 날리며 토끼는 출발했죠. 엄청 앞서간 거예요. 당연하죠, 토끼는 언제나 이기니까. 하지만 토끼는 막상막하의 경기로 재미를 더하고 싶었고, 멈춰서 낮잠을 잤어요. 하지만 계획보다 오래 잤고. 깨어났을 무렵엔 엿 됐다는 걸 알았죠. 전속력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늦었어요. 거북이가 결승선을 먼저..

Film/Action 2021.02.06

토끼와 여우 _ 프로젝트 파워, 헨리 유스트 / 아리엘 슐만 감독

# 0. 센스로 비비는 민첩케 '조셉 고든 래빗'이 영화 내내 빵야빵야 악당들 죽입니다. 올 스텟 만능형 군인 '제이미 폭스'가 영화 내내 투닥투닥 악당들을 때립니다. 학교 땡땡이치고 마약 밀매를 일삼는 중범죄자지만 심성만은 착한 차세대 래퍼 '도미니크 피시백'이 서폿을 뜁니다. 끝~~~~~ '헨리 유스트', '아리엘 슐만' 감독, 『프로젝트 파워 :: Project Power』입니다. # 1. 믿기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만 정말 그게 전부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더는 없어요. 인물들이 어떤 가치나 철학을 표상하고 있다거나, 단단한 기반의 플롯을 감싸는 내러티브를 즐긴다거나, 시나리오를 지배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있다거나, 독창적인 캐릭터성과 배우의 연기력을 즐긴다거나, 심미적이고 은유적인 세계관이나 미장..

Film/Action 2020.09.04

글만은 못하다 _ 하트 오브 더 씨, 론 하워드 감독

# 0. 허먼 멜빌의 은 저 같은 문외한도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소설이긴 합니다만 부끄럽게도 혹은 다행스럽게도 아직 읽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비교 대상과 관련된 불필요한 정보나 명작의 권위에 관한 선입견, 원작 팬으로서의 쓸데없는 자긍심 따위 없이 담백하게 작품을 볼 수 있었죠. 영화를 보고 난 후 서재를 둘러보니 언제 산지 기억도 나지 않는 모비딕이 묵은 먼지에 덮혀 있네요. 이번 주말엔 고전 소설이나 한편 읽어봐야겠군요. '론 하워드' 감독, 『하트 오브 더 씨 :: In the Heart of the Sea』입니다. # 1. 그렇다고 소설을 고스란히 영화화한 작품으로 오해하시면 곤란합니다. 모티브가 되었던 '모카 딕 Mocha Dick'이라 이름 붙여진 난폭한 향유고래가 포경선 에식스 호를 침몰시..

Film/Action 2020.08.12

빈집털이는 아무나 하나 _ 올드 가드, 지나 프린스 바이더우드 감독

# 0.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특유의 공산품 냄새가 이렇게나 짙게 나는 영화는 오랜만이네요. 『엔드 게임』을 끝으로 잠시 숨 고르기 중인 끝판왕의 공백을 틈타 빈집을 털어 보겠다는 속셈인 걸까요. '지나 프린스 바이더우드' 감독, 『올드 가드 :: The Old Guard』입니다. # 1. 『맨 프롬 어스』에서 본듯한 시대를 초월하는 '불사'능력과 『매드 맥스』에서 본 듯한 주연 배우의 이름값과 『어벤저스』에서 본 듯한 슈퍼 히어로물의 상업적 승리 공식들에다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액션 시퀀스들을 적당히 가져와 이어 만든 영화입니다. # 2. 주인공은 몸을 사리지 않는 호쾌한 액션 능력과 카리스마 넘치는 중성적 매력을 겸비한 남녀노소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샤를리즈 테론'입니다. 영화를 끌고 나가게 ..

Film/Action 2020.07.17

신선도만 인정 _ 분노, 키엣 르-반 감독

# 0. 베트남 영화입니다. 아주 오래전에 『그린 파파야 향기』를 보고 싶어 찾아보려다 포기한 것 정도를 제외하면 베트남 영화와는 그동안 연이 없었는데요. 나름 기대가 큽니다. 베트남의 영화들은 또 어떤 색다른 재미를 선사해 줄까요? '키엣 르-반' 감독, 『분노 :: Furie, Hai Phuong』입니다. # 1.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은 신선하다는 점입니다. 솔직히 시나리오는 부실합니다만 이색적인 아이템들과 접근법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꽤나 즐겁습니다. 베트남하면 쉽게 떠올릴법한 원뿔형 삿갓 '논라Nón Lá'를 뒤로 을러멘 주인공이 등장하면서부터 이목이 집중됩니다. 강가에 면해 길게 펼쳐진 생동감 넘치는 시장의 전경과 다채로운 염료들로 염색된 옷가지들이 매달린 집의 모습은 그 자체로 매력적입니다. ..

Film/Action 2020.07.02

왜 이러는 걸까 ⅱ _ 라스트 데이스 오브 아메리칸 크라임, 올리비에 메가톤 감독

왜 이러는 걸까 ⅰ _ 라스트 데이스 오브 아메리칸 크라임, 올리비에 메가톤 감독 # 0. 적지 않은 영화들을 봐오는 동안 얕게 이해한 영화들도 잘못 이해한 영화들도 많았습니다만, 그래도 뭐 하자는 건지조차 모르겠다 싶었던 영화는 거의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아무래도 morgosound.tistory.com # 6. '잭 모건'이라는 아저씨가 등장합니다. 집채만 한 성조기 때문에 대단한 인물처럼 보이지만 역시나 중요한 인물은 아닙니다. API 관리도 하는데 우회 프로그램도 같이 파는... 공무원 아저씨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WARNING 사이트 우회하는 VPN 같은 거 말이죠. 비밀 남친이 부패 공무원을 만나 쇼핑하는 동안 우리의 MIT 출신 천재 해커 누나는 위조지폐를 만들며 '선수 입장' 각..

Film/Action 2020.06.16

왜 이러는 걸까 ⅰ _ 라스트 데이스 오브 아메리칸 크라임, 올리비에 메가톤 감독

# 0. 적지 않은 영화들을 봐오는 동안 얕게 이해한 영화들도 잘못 이해한 영화들도 많았습니다만, 그래도 뭐 하자는 건지조차 모르겠다 싶었던 영화는 거의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아무래도 이 영화가 그 첫 번째가 될 것 같습니다. 솔직히 왜 이러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올리비에 메가톤' 감독, 『라스트 데이스 오브 아메리칸 크라임 :: The Last Days of American Crime』입니다. # 1. 대체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캐릭터와는 무관하게 X나 느끼한 말투로 허세를 부리는 데 대체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캐릭터들을 다 소개받기도 전에 항마력이 남아나지 않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거의 모든 대사는 도치되어 있거나 문학적 수사로 떡칠되어 있습니다. 거의..

Film/Action 2020.06.15

에임 쩌네요 _ 익스트랙션, 샘 하그레이브 감독

# 0. 무례한 아메리칸의 어드벤처를 위한 신비한 오리엔탈 나라이자 인구수가 많아 몰려드는 사람들을 저렴하게 죽이기도 편리하고 비명 지르는 엑스트라를 떼거지로 충당하기에도 편리한 것으로 취급되는 중동 혹은 남아시아의 어딘가. 헤어스타일은 시간 마다마다 칼같이 매만지지만 덥수룩한 수염만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섹도시발 벌크업 주인공은 삶에 미련은 없지만 작전만 시작되면 진 삼국무쌍을 찍습니다. '샘 하그레이브' 감독, 『익스트랙션 :: Extraction』입니다. # 1. 절대적 분량을 차고 넘치는 액션으로 충당하는 가운데 각각의 액션 시퀀스들은 노골적으로 배경을 달리하며 개별 에피소드화 되어 있고. 주인공의 손엔 5G라도 터지는 건지 딜레이가 전혀 없는 미니맵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데다 그 미니맵을 ..

Film/Action 2020.05.10

본격! 리듬! 액션! _ 베이비 드라이버, 에드가 라이트 감독

# 0. 쉴 새 없이 가슴을 두드리는 비트와, 몸을 떨게 만드는 엔진 소리와, 마초적인 배기음의 성대한 응대와 함께 엑셀레이터를 힘껏 당기는 두 시간 동안의 레이스입니다. 누가 감히 영화는 이야기라 그랬던가요. 그림이라 그랬던가요. 이 영화의 주인공은 화려한 드라이빙 스킬로 관객을 레이싱의 매력에 빠트리는 베이비 '안셀 엘고트'도, 수틀리면 샷건부터 갈기고 보는 힙하고 잘생긴 뱃 '제이미 폭스'도, 각기 다른 큐티애교와 섹도시발을 동시에 선보이는 데보라 '릴리 제임스'와 달링 '에이사 곤살레스'도, 연기 잘하는 두 쓰레기도 아닌 음악 그 자체입니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 『베이비 드라이버 :: Baby Driver』입니다. # 1. 음악이 플롯과 시퀀스, 공간, 카메라 워크에 대사까지 모조리 장악하는..

Film/Action 2020.05.03

총과 피의 테마파크 _ 장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 0. 언제나처럼 환상적인 오프닝입니다. 지금부터 보게 될 작품이 165분에 달하는 런타임에 걸맞은 긴 호흡의 영화라는 것과, 그 긴 호흡 동안의 모든 서사가 결국 이 잘생긴 노예 한 명을 둘러싼 간결한 이야기로 귀결될 것이라는 선언이 선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풍부한 음장의 멋들어진 ost Django (by Luis Bacalov) 가 끝남과 동시에 감각을 제한하는 한밤의 숲으로 관객을 초대합니다. 긴장감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멋들어진 장총을 보며 숨이 멎을 것만 같은 찰나. 이빨을 대롱대롱 매달고 다니는 우스꽝스러운 치과의사가 의도된 방심을 연출합니다. 잠깐의 위트를 발판 삼아 다시 무자비하게 집중을 끌어올린 감독은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을 소개합니다. "What's your name?" '쿠엔틴 타..

Film/Action 2020.04.15

이 영화는 해로운 영화다 _ 6 언더그라운드, 마이클 베이 감독

# 0.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라는 걸 꼭 개연성을 기준으로 봐야 하는 걸까. 말이 좀 안 된다는 게 그렇게 큰 흠인 걸까. 입체적이면서 일관된 캐릭터와 풍부한 주제의식이란 게 그렇게나 중요한 걸까. 디테일이 꼭 살아 있어야만 하나. 화려하고 번쩍번쩍하면 적당히 좋은 거 아닐까. 세간의 평론가 놈들이 주입한 선입견에 휩싸여 있었던 건 아닐까. 머릿속에 '이동진'의 빨간 안경이란 마구니가 든 것은 아닐까. 갓동님께서 지금껏 김치찌개를 끓여 주셨는데 여태껏 된장찌개 맛이 나지 않는다고 혹평을 한 것은 아닐까. 그래서 이번엔 의식적으로 개연성을 ㅈ까라 하고 영화를 봐보려 합니다. 그러다 보면 갓동님의 눈높이에서 영화를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르죠. '마이클 베이' 감... 아니 갓동님, 『6 언더그..

Film/Action 2020.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