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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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화 272

미녀는 괴로워 _ 드래그 미 투 헬, 샘 레이미 감독

# 0. 어쩌면 샘 레이미는 그냥 알리슨 로만을 괴롭히고 싶었던 걸지도?! 샘 레이미 감독, 『드래그 미 투 헬 :: Drag Me to Hell』입니다. # 1. 어떤 사람들은 연기의 목적을 '재연'이라 생각합니다. 특정한 상황에 노출된 인간의 반응을 보다 완벽하게 재연하는 것을 뛰어난 연기라 평가하는 식이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체계적 훈련과 논리적 연구에 기반한 기술적 연기법 보다,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지우고 배역에 동화되는 메서드 연기법에 더 큰 권위를 부여하는 데에는 연기의 본질이 재연에 있다는 생각과 무관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메서드는 연기자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연기법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메릴 스트립이나 케이트 블란챗과 같은 배우들이 선보이는 테크니컬 한 연기들은 훌륭한 반례라 ..

Film/Horror 2022.06.26

스포일러 _ 비바리움, 로르칸 피네간 감독

# 0. 흥미로운 아이디어. 재치 있는 스토리. 감각적인 연출. 자해적 플롯. 로르칸 피네간 감독, 『비바리움 :: Vivarium』입니다. # 1. 흥미로운 아이디어입니다. 뻐꾸기의 탁란(托卵, 어떤 새가 다른 종류의 새의 집에 알을 낳아 대신 품어 기르도록 하는 일)에 착안하는 것이죠. 인간을 기생종을 키우게 된 숙주의 상황으로 몰아넣어 보자는 상상은 썩 유쾌합니다. 본능 앞에 스스로 자연의 법칙 밖의 존재라 자만하던 인간의 무기력함을 냉소적으로 조망한다는 아이디어는, 존재론적 회의를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호러물로서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죠. 재치 있는 스토리입니다. 보금자리를 찾던 두 주인공을 그 자체로 거대한 생태적 운명을 은유하는 마을 '욘더'에 묶어두는 방식은 기대보다 더 충실합..

Film/Horror 2022.06.20

좀비는 거들뿐 _ 좀비랜드, 루벤 플레셔 감독

# 0. Rule 17. Don't Be a Hero. 루벤 플레셔 감독, 『좀비랜드 :: Zombieland』입니다. # 1. 좀비 영화는 호러영화의 하위 장르 중 하나입니다. 좀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상황에서의 조바심과, 사람들이 하나둘 희생되는 동안의 긴박감, 본성이 폭로되는 순간의 역설적 카타르시스를 즐기는 장르물이죠. 대체로 작품의 성패는 몰입도 높은 세계관 설정과 미술 및 연출의 퀄리티, 주인공 파티 중 일부가 리타이어 하는 방식의 독창성과, 폭력을 직면하는 순간의 감정선 등에 의해 결정됩니다. 대부분의 좀비 영화에서 좀비는 재난으로 기능합니다. 사회적 행동 아래 숨겨진 인간 군상을 끄집어내는 폭력적 계기 정도로 정의할 수 있죠. 세상 젠틀하던 인물이 자기 목숨이 경각에 달리는 순간 지체..

Film/Comedy 2022.06.02

what's wrong with you? _ 버닝, 마이크 갠 감독

# 0. 어지간하면 주인공은 호감이기 마련입니다. 마이크 갠 감독, 『버닝 :: Burn』입니다. # 1. 주유소 딸린 편의점에서 벌어진 하룻밤 사이 참극입니다. 장난기 많은 이쁘장한 직원 '쉴라'는 알바하다 총 맞아 변사체가 됩니다. 쉴라의 남자친구 '페리' 역시 여자친구 데리러 왔다 처음 보는 놈팽이에게 살해당합니다. 합리적인 제안을 좋아하는 편의점 털이범 '빌리'는 아포가토 되었다가 결박 플레이당한 후 통구이 앤딩을 맞았구요, 처음으로 관할 구역이 생긴 초보 경관 '리우'의 커리어는 시작부터 작살나고 말았습니다. 가게 주인은 알바생 잘못 쓴 대가로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죠. 이 모든 사단을 일으킨 빌런은 '멜린다'라는 이름을 가진 쉴라의 동료 직원인데요. 문제는 얘가 영화의 주인공이라는 점입니다. #..

Yah~? _ 파고, 코엔 형제 감독

# 0. Yah~!        코엔 형제 감독,『파고 :: Fargo』입니다.     # 1. , , 등으로 익숙하실 코엔 형제의 1996년작 범죄 영화입니다. 와 에 이어 세 번째로 코엔을 이야기하게 되었는데요. 새삼 하나같이 마이너 한 작품들만 고르는 걸 보니 별난 인간이긴 한가 보죠. 자동차 세일즈맨 제리입니다. 빚 청산하겠답시고 자기 마누라 납치를 사주한 인물이죠. 덜떨어진 사위를 못 미더워하는 부자 장인에게 몸값을 뜯어내려고 이 모든 사단을 벌인 등신입니다. 딴 돈의 반을 약속받은 납치범 칼과 게어가 등장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웃기게 생긴 스티브 부세미가 영화 내내 능숙하게 수다를 떨죠. 계획대로 납치를 하나 싶었건만 예기치 않은 살인이 벌어지며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갑니다. 만삭의 베..

소피의 반례 _ 월터 교수의 마지막 강의, 팀 블레이크 넬슨 감독

# 0. 제목에 교수 나오고 강의 나오면 대부분 철학과 교수의 인생 강의입니다. 다른 학과 교수님들은 반성하세요. 당신들이 강의를 안 해서 이렇게 관객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팀 블레이크 넬슨 감독, 『월터 교수의 마지막 강의 :: Anesthesia』입니다. # 1. 현실에선 얼굴 한 번 보기 힘든 슈퍼 엘리트지만 영화에서만큼은 흔해 빠진 콜림비아 대학 교수, 월터입니다. 나오는 족족 인자한 표정으로 쓸데없이 어려운 이야기를 쏟아내지만 다행스럽게도 짙은 눈썹이 개성적인 샘 워터스톤이 등장하는 장면은 그리 많지 않으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개별적 사건들의 옴니버스로 시작해 이들이 점차 연결되는 과정으로 전개됩니다. 암에 걸린 까칠한 엄마를 둔 가족이 등장합니다. 대마와 섹스를 좋아하는 헛똑똑이 잼민이가 ..

Film/Drama 2022.04.30

샤말란의 올드 _ 올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

# 0. 히치콕 감독하면 어떤 작품이 떠오르실까요. 아무래도 현기증이려나요. 욕실 씬의 사이코일 수도 있겠네요. 북북서로도 기가 막히죠. 레베카도 좋았구요. 39계단도 재미있었습니다. 최근엔 사보타주를 봤는데요. 역시나 흥미진진하더군요. 눈매가 매력적인 리즈 시절의 실비아 시드니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거장의 필모그래피답게 하나 같이 좋은 작품들입니다만 그 가운데 저는 을 가장 먼저 떠올립니다. 물론 히치콕이고 나발이고 여신 그레이스 캘리가 나오기 때문인 게 맞습니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올드 :: Old』입니다.     # 1. 미스터리 스릴러 반전 영화입니다. 이젠 그러려니 하게 되죠. 샤말란의 영화를 보면서 다른 장르를 기대하는 건 미련한 짓이니까요. 보나 마나 ⑴ 소수의 주..

어둠 속의 등불 _ 더 위치, 로버트 에거스 감독

# 0. 곽도원 대신 안야 테일러 조이가 나오는 곡성이 있다?!        로버트 에거스 감독,『더 위치 :: THE VVITCH』입니다.     # 1. 미국으로 이민 간 영국인 가족이 마을에 정착하지 못하고 추방됩니다. 없이 사는 와중에 금슬이 좋았던 부부는 애를 다섯이나 낳지만 줄초상 납니다. 막둥이는 까꿍 하다 행방불명되구요, 쌍둥이 동생은 염소 밥 되고 엄마 찌찌는 까마귀 밥 되고 아빠는 흑염소한테 몸통 박치기 당하지만 큰 아들은 겁나 이쁜 누나랑 뽀뽀하고 죽어 여한이 없는지 하나님께 땡큐 합니다. 가족 잃고 실의에 빠진 미모의 큰 언니는 홀딱 벗고 댄스 동호회에 가입한 후 하하호호 웃으며 승천한다는 내용의 훈훈한 영화죠. 믿음에 대한 영화들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만 그중에서도 허황된 믿음..

Film/Horror 2022.04.20

상하 좌우 반전 _ 하이 라이프, 클레어 드니 감독

# 0. 우주 SF입니다. 디테일한 미술과 세심한 설정과 쫀쫀한 서사로 빚어낸 환상의 공간을 여행하는 아이 씐나! 어드벤처 물이거나, 철학적이거나 제의적이거나 관념적인 코드들로 이리저리 엮어낸 교수님스러운 스릴러 드라마인 경우가 일반적이죠. 물론 세부적으로 나누자면야 더 많은 분류가 가능할뿐더러 위의 두 분류 역시 칼같이 나눠지지 않고 겹쳐 들어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만, 알잘딱 넘어가도록 합시다. '클레어 드니' 감독, 『하이 라이프 :: High Life』입니다. # 1. 후자의 교수님스러운 영화 그중에서도 매운맛입니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이미지와 분위기에 주력하고 있을 뿐 디테일은 과감히 생략하고 있기도 하구요, 펜로즈 과정 따위를 잠시 찍먹 하긴 하지만 그마저도 몰입을 위한 과학적 디테일이라기..

Film/SF & Fantasy 2022.03.14

의심에 대하여 _ 다우트, 존 패트릭 셰인리 감독

# 0. 쉽게 내린 선택에 대한 대가는 미래에 치르게 되죠.        존 패트린 셰인리 감독,『다우트 :: Doubt』입니다.     # 1. 의심은 대상의 불확실성을 자신의 확신으로 예단하는 기작입니다. 아귀는 고니의 패를 직접 보지 못하기에 의심할 수 있었던 것이구요. 동시에, 보지도 않은 고니의 패에 손모가지를 걸 수 있었던 건 고니가 장난질을 했을 거라는 자기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죠. 타인은 모호하게 부도덕하고 나는 분명하게 도덕적이다. 모순적이고, 그래서 이기적인 감정입니다. 이야기의 배경은 교회와 학교입니다. 교회는 교리와 위계에 지배받는 단호한 공간입니다. 학교는 당위의 존재들을 위한 도덕적 공간이죠. 단호한 공간에서 벌어진 일조차 이렇게나 불확실합니다. 도덕적 공간에서 조차 윤리적 판단..

Film/Drama 2022.03.07

가웨인 교향곡 _ 그린 나이트, 데이빗 로워리 감독

# 0. 무엇 다움의 의미.        '데이빗 로워리' 감독,『그린 나이트 :: The Green Knight』입니다.     # 1.세상엔 영화를 곱씹어 자기 생각을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과 대화하기 위해 지금껏 블로그를 하고 있고 이 글 역시 마찬가지죠. 제게 있어 다행스러운 것은 감독의 전작 가 예방주사가 되어주었다는 점입니다. 이후 리뷰를 통해 이야기하게 될 상징들에 대한 해석 중 상당 부분은 고스트 스토리를 즐기는 동안 연습한 것에 도움받은 것들이었죠. 두 작품 모두 '삶의 가치와 죽음의 의미'라는 비슷한 주제의식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거든요. 가웨인 경과 녹색 기사 전설을 각색한 작품입니다. 아니, '이라고' 합니다. 영화를 본 모든 사람들 누구나 냉장고엔 먹다 남은..

Film/SF & Fantasy 2022.01.20

12월 26일 _ 유령신부, 팀 버튼 감독

# 0. 박싱 데이(Boxing Day) 또는 성 스테파노의 날은 크리스마스 다음 날(12월 26일)을 가리키는 말로, 많은 영연방 국가에서 크리스마스와 함께 휴일로 정하여 성탄 연휴로 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영국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공휴일로 정하고 있다. 독일, 스웨덴 등에서는 크리스마스 다음날이라고 단순하게 부른다. - 위키백과 [박싱데이] 중에서 - '팀 버튼' 감독, 『유령신부 :: Corpse Bride』입니다. # 1. 헨리 셀릭의 을, 팀 버튼의 내면을 구성하는 다양한 자아의 충돌이라는 관점에서 소개드린 바 있습니다. 행복(크리스마스)을 선사하는 산타클로스가 되고 싶었던 팀 버튼(잭 스캘링턴)이 사람들에게 선택받지 못하자 분노(우기부기)에 휩싸이지만, 결국 분노를 제압하고 내면 깊은 ..

Film/Animation 2022.01.15

중독과 선택 _ 어딕션, 아벨 페라라 감독

# 0. 문과를 가까이하는 게 이렇게나 위험합니다.대학원생은 더더욱 위험합니다.        '아벨 페라라' 감독,『어딕션 :: The Addiction』입니다.     # 1. 강의실에 전쟁 범죄와 관련된 슬라이드가 펼쳐집니다. 국가의 악행에 가담한 개인의 책임을 두고 두 대학원생이 논쟁을 벌입니다. 벌써부터 피곤하죠. 뱀파이어 영화인 줄 알았는데요. 공포 영화라 그러셨잖아요.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인생의 값진 교훈 하나를 안겨줍니다. 이 영화는 수면 부족으로 다크서클이 가득한 굳은 표정의 대학원생이 다가오면 단호하게 꺼져라 말해야 한다는 내용의 작품입니다. 명심하세요. 자칫 방심하다간 교수들이 득실득실한 파티장에 납치당해 피를 쪽 빨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칸트에 헤겔에 샤르트르까지. 오냐오냐 하니..

Film/Horror 2021.12.12

한 그루의 사과나무 _ 고스트 스토리, 데이빗 로워리 감독

# 0. 기억되지 않는 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아 보이지 않아 존재하지 않는 유령처럼 '데이빗 로워리' 감독, 『고스트 스토리 :: A Ghost Story』입니다. # 1. 를 보려고 했는데요. 감독 이름이 자꾸 눈에 밟힙니다. 누구더라... 아! 고스트 스토리의 감독이었군요. 생각난 김에 고스트 스토리를 애피타이저로 한 번 더 보고, 그린 나이트를 봐야겠습니다. 철학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작품입니다. 쫀쫀한 이야기는커녕 시간이 멈춘 듯 느린 템포와, 바스러지는 현학적 대사들과, 연출적 물리적 관계적 개념적 층위의 공백들과 여백들이 감상을 어렵게 합니다. 혹시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셨고 말씀드린 류의 건조하고 느린 호흡의 메시지 중심 작품을 좋아하지 않으시는 분이라면 다른 작품을 보는 것도 생각해보..

Film/SF & Fantasy 2021.11.26

홉스의 영화적 증명 _ 갓즈 포켓, 존 슬래터리 감독

# 0.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연기를 볼 마지막 기회"- The Telegraph, 영화 홍보 카피 중에서-        존 슬래터리 감독,『갓즈 포켓 :: God's Pocket』입니다.     # 1.  영화의 제목은 갓즈 포켓, 신의 호주머니입니다. 호주머니에는 보통 볼품없는 것들이 담겨 있습니다. 잡동사니라 불리는 것들이죠. 각각의 용도나 정체성을 주목하지 않는 잡다한 것들의 무리. 값지지 않아 이리저리 구르고 깨져도 걱정이 없는 것들을 뜻합니다. 호주머니 속 잡동사니들은 걸음에 따라 뒤엉킵니다. 어느 조각이 위에 오르기도 하고 어떤 조각은 아래에 깔리기도 하지만 이는 걷는 사람의 의도가 아닌 운에 따를 뿐입니다. 무언가가 부서졌다거나 부서지지 않았다면 그 역시 조금 운이 나쁘거나 운이 좋았..

Film/Drama 2021.11.18

나초와 발가락 _ 데스 프루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 0.  긁어모으는 동안의 흥분. 집어던지는 순간의 쾌감.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데스 프루프 :: Death Proof』입니다.     # 1.  주문에 맞춰 정확히 배합된 칵테일을 내놓는 바텐더 '워렌'처럼 감독 '타란티노'는 관객의 기대에 정확히 부합하는 환상적 배합의 보상을 선사합니다. 존~~~나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싶다면 역시 타란티노 죠. 뭐랄까요. 참 동물적인 영화입니다. 관객들, 특히 남성 관객들로부터 스스로 동물이라는 것을 폭력적으로 고백케 만들려는 듯한 작품이랄까요. 영화를 보다 보면 만물의 영장이라는 허울에 갇혀 잊고 있었던, 그저 DNA에 새겨진 유전자 지도에 따라 배열된 단백질 덩어리 속 호르몬의 화학적 기작이 만든 본능 덩어리임을 새삼 상기하게 됩니다. 제 아..

Film/Action 2021.11.02

그게 뭔데 씹덕아 _ 헤일, 시저!, 코엔 형제 감독

# 0. 앤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걸 보며 생각했습니다. 아...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다 죽었겠다. 평론가들은 좋아 죽었을 테고, 대중들은 지루해 죽었겠구나. '코엔 형제' 감독, 『헤일, 시저! :: Hail, Caesar!』입니다. # 1. 걸작 영화 만드는 공식을 알려드릴까요. 이리저리 베베 꼬인 철학 논문을 하나 가져다 살을 붙여 영상화하세요. 참 쉽죠? # 2. 철학이 영 복잡하고 어려우시다면 유명 감독과 함께 영화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명성을 쌓은 덕에 '까면 무식한 사람'이란 수식어가 붙어버린 몇 감독과 함께라면 이너 서클의 상호 감시와 견제가 무수한 악수의 요청으로 승화되는 모습을 어렵잖게 목격하실 수 있을테죠. 글로벌 PC질에 편승해 당위로 무장한 무거운 ..

Film/Comedy 2021.10.21

카지노의 법칙 _ 리노의 도박사,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

# 0. 딜러는 돈을 잃지 않는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 『리노의 도박사 :: Sydney』입니다. # 1. 캐릭터를 역할 관계 하에 강하게 통제하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그런 작품들은 대게 이야기 구조 역시 역할을 중심으로 한 캐릭터의 배치에 종속되어 있곤 하죠. 마치 롤플레잉 게임처럼요. 각각을 보안관, 전직 군인, 교수형 집행인, 현상 수배범 등과 같은 서부극 속 역할 관계로 규정한 후 이를 중심으로 서사를 전개했던 이나, 노예상, 자유인이 된 노예, 노예를 관리하는 흑인, 현상금 사냥꾼으로 캐릭터를 규정해 힘과 당위의 논리로 시대극을 풀었던 와 같은 영화들은 좋은 예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이 영화에서는 도박이 되겠죠. # 2. 카지노에는 여러 종류의 게임들이 있습니다. 환각적 이미지를 표현..

베이비의 죽음 _ 시바 베이비, 엠마 셀리그만 감독

# 0. 욕 아닙니다. '엠마 셀리그만' 감독, 『시바 베이비 :: Shiva Baby』입니다. # 1. [시바 Shiva]는 유대교식 장례문화의 일종으로 친인척이 사망한 경우 Aninut이라는 이름의 장례 절차를 치른 후 가지게 되는 7일간의 애도기간을 뜻합니다. 애초에 시바라는 말부터가 히브리어로 숫자 7을 뜻하죠. 솔직히 저나 여러분이나 피차 처음 들으셨을 겁니다. 어지간해선 한국인이 유대교 문화에 익숙하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말씀드린 바와 같이 엄밀하게는 '장례 후 고인을 보내는 동안의 마음가짐을 정돈하는 기간'이라고는 합니다만, 우리 입장에선 그냥 장례식과 동의어로 이해한다 하더라도, 이 영화를 즐기시는 데 큰 무리는 없을 겁니다. # 2. 어쨌든 시바가 열렸습니다. 엄마의 등쌀에 못 이겨 참석..

Film/Comedy 2021.09.11

참 어렵죠? _ 밥 로스 행복한 사고, 배신과 탐욕

# 0. 우주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 '밥 로스'의 일대기에 일상이 지루한 미국인들이 환장할 법한 고소전을 조금 덜고 티타늄 화이트를 섞어 넷플릭스라는 캔버스 위에 펴 바릅니다. 쓱싹쓱싹. 어때요, 참 쉽죠? 『밥 로스 - 행복한 사고, 배신과 탐욕 :: Bob Ross - Happy Accidents, Betrayal & Greed』입니다. # 1. 가 왓챠에 올라올 때만 하더라도 넷플릭스에 이런 다큐멘터리가 제작되어 올라온 줄은 몰랐습니다. 매번 영화를 보고 나면 (내심은 글을 깨작이기 위해서지만) 관련 지식을 쌓는다는 핑계로 이러저러한 정보들을 검색하게 되는데요. 요런 유용한 다큐멘터리가 있는 줄 미리 알았더라면 구글링 하는 뻘짓을 면할 수 있었을 텐데요. 다큐멘터리의 구성은 부제 을 고스란히 따라갑..

Documentary/Social 2021.08.30

아이러니 _ 클로버필드 10번지, 댄 트라첸버그 감독

# 0. "야. 이거 재밌냐?" "... 클로버필드 봤어?" "아니. 안 봤는데." "... 뭔 내용인지도 모르고?" "응. 몰라." "그럼 봐. 재밌어." '댄 트라첸버그' 감독, 『클로버필드 10번지 :: 10 Cloverfield Lane』입니다. # 1. 아이러니한 영화입니다. 스핀오프 격의 작품인데 오히려 원작에 대해 전혀 모르고 봐야 재미있는 영화거든요. 대부분 재난 영화들은 재난의 성격이 명확한 가운데 그 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액션과 퍼즐을 즐기는 식으로 전개되는데요. 이 작품은 이례적으로 재난의 성격뿐 아니라 발생 여부조차 한참 동안 모호합니다. 그리고 그 모호함을 온전히 즐기는데 원작에 대한 배경지식이 심각한 방해가 되기 때문이죠. # 2. 정통 미스터리 스릴러라면 벙커 안에서의 이야기를..

영화에 대한 한숨 _ 낯설고 먼, 트라본 프리 / 마틴 데스몬드 로 감독

# 0. "역사에 대한 울분. 영화에 대한 한숨." ★★✩✩✩ 이동진, 영화 한줄평 '트라본 프리', '마틴 데스몬드 로' 감독, 『낯설고 먼 :: Two Distant Strangers』입니다. # 1. 인종차별, 그중에서도 흑인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을 다룬 영화입니다. 시작부터 등장하는 '제임스 볼드윈'이라는 저명인사의 이름과, 경찰이 주인공을 제압하는 모습을 보며 떠올리게 될 '조지 플로이드'라는 이름이 작품의 메시지를 분명히 하죠. 유색인종에게만 차별적으로 작동하는 공권력의 폭력적 사례를 모아 루프 속에 갇힌 한 인간에게 소집시켜 극으로 재구성합니다. # 2. 귀여운 강아지의 모습이 본래의 평온한 일상을 은유합니다. 미모의 여성 '페리'와의 하룻밤이 설레는 매일을 상징합니다. 미국의 흑인 작가이..

Film/Drama 2021.08.10

술래잡기 _ 해리의 소동,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 0. 맥거핀 [macguffin] 속임수, 미끼라는 뜻. 영화에서는 서스펜스 장르의 대가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이 고안한 극적 장치를 말한다. 극의 초반부에 중요한 것처럼 등장했다가 사라져 버리는 일종의 ‘헛다리 짚기’ 장치를 말한다. 관객들의 기대 심리를 배반함으로써 노리는 효과는 동일화와 긴장감 유지이다. (후략) [네이버 지식백과] 맥거핀 [macguffin] (영화 사전, 2004. 9. 30., propaganda)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해리의 소동 :: The Trouble With Harry』입니다. # 1. 18분 50초. '윅스' 부인의 가게에 찾아온 '말로우'와 '아이비'입니다. 말로우가 식료품과 담배를 사며 돈이 없다 말합니다. 윅스 부인은 익숙하다..

Film/Comedy 2021.08.08

시곗바늘 그 영화 _ 마침내 안전!, 프레드 C. 뉴마이어 / 샘 테일러 감독

# 0. 무성영화 시대 슬랩스틱 스턴트 코미디를 이야기하며 '찰리 채플린'을 거론하는 건 영 심심합니다. 채플린이 위대한 영화인이라는 데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테지만, 저 같은 홍대병 환자들에게 있어 그런 것 따위보다는 내가 얼마나 아는 척을 할 수 있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한동안은 '버스터 키튼' 정도면 충분히 비빌 수 있었습니다. '위대한 무표정'이라는 별명과 , , 등의 대표작들을 '당연히 아는 것 아니냐'는 듯한 심드렁한 표정으로 나열한 다음, 이런 것들은 그리 중요하지 않으며 그가 가진 영화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용기, 인류사를 관통하는 통시적 가치들에 천착함으로 인해 어느 시대에서든 동시대성을 느끼게 만드는 표현, 창조적이고 도전적이며 이지적인 촬영 기법과 완벽주의자적 태도 등의..

Film/Comedy 2021.08.02

바보에게 바보가 _ 스몰 타임 크룩스, 우디 엘런 감독

# 0. He is arrogant. Like all people with timid personalities, his arrogance is ­unlimited. Anybody who speaks quietly and shrivels up in company is unbelievably ­arrogant. He acts shy, but he’s not. He’s scared. He hates himself, and he loves himself, a very tense situation. To me, it’s the most embarrassing thing in the world—a man who presents himself at his worst to get laughs, in order to f..

Film/Comedy 2021.07.29

오히려 좋아 _ 더 템플, 마이클 바렛 감독

# 0. 의외로 평점 1점은 보기 힘듭니다. 어지간히 욕먹는 영화들도 대부분 4점대, 정말 열심히 노력해도(?) 3점대가 최선이죠. 네임드 망작들도 있습니다만 되려 이런 류들은 컬트적인 유명세 덕에 평점이 높기 마련입니다. 다음영화 기준 클레멘타인 무려 9.1 이구요, 무서운집 8.2, 라스트 갓파더 6.9, 자전차왕 엄복동 4.6, 주글래 살래 4.0,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3.9, 리얼 3.7이죠. 그 와중에 긴급조치 19호는 2.0 이네요. 역시 갓동님 존경합니다. 이 영화는 다음 영화와 왓챠피디아 모두에서 평점 1.2를 찍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 정도면 얼마나 못 만들었을지 너무 궁금하지 않나요? 나만 궁금해? 나만 쓰레기야? '마이클 바렛' 감독, 『더 템플 :: Temple』입니다. # 1. ..

Film/Horror 2021.07.21

랩탑 무비 _ 블레어 위치, 다니엘 미릭 / 에두아르도 산체스 감독

# 0. 시리즈를 연이어 보다 보니 문득 요런 류의 영화가 땡기더라구요. '다니엘 미릭', '에두아르도 산체스' 감독, 『블레어 위치 :: The Blair Witch Project』입니다. # 1. 코시국이라 곤란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어지간하면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편이 좋습니다. 호러든 코미디든 드라마든 멜로든 스릴러든. 압도적인 스크린 크기가 주는 박력과 디테일한 화질, 전문가들이 세심하게 설계한 음향 등 감독의 의도에 최적화되어 있는 환경이 주는 경험의 퀄리티는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죠. 오가는 데 필요한 유무형의 비용이 만만치 않고 집 안 소파에 비해 좌석도 불편하며 다른 무엇보다 에티켓을 담보할 수 없는 불특정 다수와 함께 볼 수밖에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좋아하시는..

Film/Horror 2021.07.19

Gorgeous _ 은발의 패셔니스타, 리나 플리오플라이트 감독

# 0. "뉴욕은 잘 차려입은 여성들에게 가장 좋은 도시예요. 왜냐하면 뉴욕의 대로와 길거리는 런웨이가 될 수 있거든요. 이분들은 나이 드는 것에 대한 우리의 통념을 무색하게 해요. 자신의 나이를 받아들이고 스스로 만족하며 항상 가장 멋지고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외출을 하죠." '리나 플리오플라이트' 감독, 『은발의 패셔니스타 :: Advanced Style』입니다. # 1. 멋지게 뉴욕을 가로지르는 고령 여성들을 촬영하는 작가 '아서 세스 코헨'과, 모델이 되어준 여인들의 삶에 대한 태도를 때론 Gorgeous 하게, 때론 Fancy 하게, 때론 Sexy하게 담아냅니다. 관객은 그녀들의 반짝이는 눈에 비친 강렬한 에너지를 통해 삶의 특정한 시점을 규범화된 모습으로 사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인가를 점..

뉴비 판독기 _ 더 로드, 장 밥티스트 안드레아 / 패브리스 카네파 감독

# 0. 우연한 기회로 친구와 함께 영화를 보게 되었네요. 어디 볼만한 영화가 없을까 하던 차에 적당한 런타임의 공포영화를 하나 골랐습니다. 미리 준비한 편의점 팝콘과 맥주 한 캔씩을 손에 들고 영화를 보기 시작합니다. 82분간 펼쳐지는 죽음의 드라이브가 끝나고. '노력은 인정하지만 좀 심심하다' 생각하던 차에, 응? 옆에 앉은 친구가 극찬을 쏟아냅니다. "와~ 진짜 재밌다!!" '장 밥티스트 안드레아', '패브리스 카네파' 감독, 『더 로드 :: Dead End』입니다. # 1. 저는 얼추 일주일에 여덟에서 열 편 정도의 영화를 소비합니다. 그리 많이 보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디 가서 영화 보는 게 취미입니다 말할 수 있을 정도는 되는 셈이죠. 반면 친구는 영화를 딱히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

Film/Horror 2021.05.30

미장센의 배신 _ 우먼 인 윈도, 조 라이트 감독

# 0. 미장센이 어쩌구... 메타포가 저쩌구... '조 라이트' 감독, 『우먼 인 윈도 :: The Woman In The Window』입니다. # 1. 요즘의 영화들 특히 과 의 웨스 앤더슨이나, 와 의 박찬욱 감독의 그것처럼 엄격한 규칙과 과감하면서 관능적인 색감이 만들어내는 인공적 미감의 미장센이 대두된 이후, 영화판의 메타가 마치 누가 더 아름다운 미장센을 뽐내느냐를 경쟁하는 카드게임화 되어버린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오프닝에서 주인공이 가운데 있으니 1점! 화면을 두꺼운 선이 가로지르고 있으니 1점! 하는 식으로 말이죠. 물론 기하학적 구도에 대한 감화가 쉽게 되는 탓에 온갖 리뷰를 미장센에 대한 호들갑으로 떡칠하는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게 희극적이기는 하지만요. # 2. 이 영화 역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