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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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개봉 54

소유를 사유하다 _ 돌로레스, 마이클 로젠 감독

# 0. 박제가 되어 버린 그녀를 아시오? 마이클 로젠 감독, 『돌로레스 :: Dolores』입니다. # 1. 소유욕이라는 감정을 탐구하고 탐미합니다. 미리 구분해야 할 것은 감독이 탐구하고자 하는 소유욕이란 썩 중립적이라는 점입니다. 인간 게오르그가 탐욕적이고 망상적이고 지저분하고 추악하고 짜증스러운 인간이라는 것과 별개로 말이죠. 모형 제작자로서의 순수한 장인정신이라거나, 종이비행기 날리는 소년에게 모형을 건네는 다정함, 돌로레스의 생일날 그녀의 아버지를 본 딱 인형을 선물하는 섬세함, 병든 동생을 걱정하고 챙기는 모습 따위를 숨기지 않고 있으니까요. 감독이 이해하는 게오르그는 관객의 생각보다 훨씬 순수합니다. 순수하게 악할 뿐이죠. 감독은 욕망하는 게오르그를 단죄하는 것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Film/Thriller 2024.03.22

민규는 민규 _ 당신도 주성치를 좋아하시나요?, 강동완 감독

# 0. 우디 앨런을 좋아하시나요? 강동완 감독, 『당신은 주성치를 좋아하시나요? :: Do you like Chow Shing Chi?』입니다. # 1. 여친한테 차이고 찐따처럼 혼자 영화 보던 민규는 불쑥 홍콩 여행을 떠납니다. 숙소에 막 도착한 민규는 침대에 기대 잠시 쉬려 하는데요. 최강희병 말기 환자 같은 여자 하나가 냅다 들이닥치더니 자기 방이라 우기기 시작합니다. 알고 봤더니 예약이 꼬여 같은 방을 둘 다 잡았던 것이었죠. 졸지에 이스라엘 당한 팔레스타인 꼴이 된 민규는 서윗하게 방을 빼기로 하는데요. 그냥 물러서기엔 본전 생각이 났던 건지 시은에게 따라다녀도 되냐 제안하고, 여자는 승낙합니다. 시은의 전직은 가이드였던 걸까요. 어지간한 패키지 투어보다 코스가 깔끔합니다. 세기말 홍콩 영화들..

Film/Drama 2024.01.16

어차피 목적지는 같으니까 _ 골목길, 오수연 감독

# 0. 두려움과 불편함의 갈림길에서 함께 걷는 법을 배운다. 오수연 감독, 『골목길 :: A Blind Alley』입니다. # 1. 늦은 밤 골목길을 걷던 문영이 추행을 당하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폭력성과 별개로 흥미로운 것은 치한이 갑자기 들이닥치는 것이 아니라, 굳이 조깅하는 모습을 보여준 후 추행한다는 점입니다. 처음부터 뒤에서 와락 덮치는 장면으로 연출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걸 생각할 때, 해당 장면은 의도된 것이라 추측하는 것이 썩 자연스럽겠죠. 오프닝의 치한은 이후 서사에 유의미하게 개입하지는 않습니다. 은채가 치한과 만난다거나, 중간에 치한이 잡혀 서사의 흐름이 바뀐다거나 하는 것은 없으니까요. 즉, 일련의 오프닝은 상당히 제한적이고 목적지향적인 시퀀스라 할 수 있고, 그렇다면..

Film/Drama 2023.10.30

우리 왜 이러는 거예요? _ 흔적 없는 삶, 데브라 그래닉 감독

# 0. 초록색 나무와 노란색 꿀벌의 작별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건 데브라 그래닉 감독, 『흔적 없는 삶 :: Leave No Trace』입니다. # 1. 참전군인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에 대한 영화입니다. 주인공 톰의 아빠 윌이 참전군인 자살 사건의 기사를 스크랩하고 있다거나, 공원 노숙자의 텐트에 걸려 있는 성조기, 공중 트램을 타고 이동하는 두 사람 머리 위로 날아가는 헬리콥터 등은 전쟁에 대한 뉘앙스를 암시합니다. 기차 짐칸에 자연스럽게 올라타는 모습이라거나, 우리 것과 타인의 것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에 집착한다거나, 다리를 다친 윌을 치료하는 사람이 굳이 군의관 출신이라는 설정 또한 같은 의미로 이해할 수 있을 테구요. ..

Film/Drama 2023.10.04

옮겨 담았을 뿐 _ 밤쉘, 알렉산드라 딘 감독

# 0. '배우라는 인형'에서 '피해자라는 박제'로 옮겨 담았을 뿐. 알렉산드라 딘 감독, 『밤쉘 :: Bombshell: The Hedy Lamarr Story』입니다. # 1. 오스트리아 출신 고전 할리우드 배우 '헤디 라마'의 전기 다큐멘터리입니다. 인기와 미모와 기행과 논란으로만 알려져 있던 그녀의 발명가로서의 재능을 재조명하면서, 동시에 그런 재능이 알려질 수 없었던 시스템의 모순을 고발하는 작품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죠. 본론에 앞서 갈수록 그런 경향이 짙어지는 느낌은 있습니다. 인물이 되었든 사건이 되었든, 탐사의 결과가 아니라 원하는 결론을 먼저 내려놓고 그 결론을 향해 관객의 등을 밀어대는 다큐멘터리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인상 말이죠. 포스트 트루스라는 제목으로 이야기한 바 있는 씨스피라시..

습기와 그늘 _ 매혹당한 사람들, 소피아 코폴라

# 0. 똬리 틀고 돌아보는 뱀. 이름 모를 버섯의 군락. 습기. 그늘. 그리고 매혹이란 이름의 독. 소피아 코폴라 감독, 『매혹당한 사람들 :: The Beguiled』입니다. # 1. 1864년 전쟁으로 인해 모두가 떠난 인적 드문 마을. 심각한 다리 부상으로 죽음 직전 상태에 놓인 군인 '존'이 구조되고, 7명의 여자들만 살고 있는 비밀스러운 대저택에 머물게 된다. 유혹하는 여인 '미스 마사'부터 사로잡힌 처녀 '에드위나', 도발적인 10대 소녀 '알리시아'까지 매혹적인 손님의 등장은 그녀들의 숨겨진 욕망을 뒤흔들고, 살아남으려는 '존'의 위험한 선택은 모든 것을 어긋나게 만드는데... # 2. 기본적으론 제목에서처럼 [유혹]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한 잘생긴 남정네 하나를 두고..

Film/Thriller 2022.11.06

손가락 _ 자이고트, 닐 블롬캠프 감독

# 0. 오츠 스튜디오(Oats Studios)를 아시나요. 닐 블롬캠프 감독, 『자이고트 :: Zygote』입니다. # 1. 의 닐 블롬캠프 감독이 설립한 실험 영화 제작사입니다. 감독 특유의 성향이 물씬 묻어나는 단편들을 적당히 뿌려 간을 보다가 각이 나온다 싶으면 장편으로 태세 전환하려는 응큼한 속셈의 프로젝트죠. 이렇게 말하면 뭔가 온갖 감독들의 사적 프로젝트들을 줄줄이 꿰고 있는 듯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제까짓 게 그런 걸 어떻게 알겠어요. 넷플릭스 긁어보다 얻어걸린 거 맞습니다. # 2. 좋은 세상입니다. 적당한 광고 시청을 지불하면 어지간한 단편 영화나 고전 영화들은 공짜로 볼 수 있는 세상이죠. 앞서 넷플릭스에서 보았다 말씀드렸습니다만 오츠 스튜디오의 작품들은 유튜브와 스팀에서도 공개되..

Film/Horror 2022.05.22

환생 했나? _ 스탈린이 죽었다!, 아만도 이아누치 감독

# 0. 죽은 줄 알았는데 말이죠. '아만도 이아누치' 감독, 『스탈린이 죽었다! :: The Death of Stalin』입니다. # 1. 역사적-정치적 사건의 내막과 암투를 다루는 작품들의 리뷰란 결국 장학 퀴즈 식으로 귀결되기 마련입니다. 저지른 악행들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비참한 죽음, 스스로 만든 권위가 골든 타임을 놓치게 만드는 아이러니, 고상 떠는 취미와 대조되는 지저분한 실금, 독살을 의심해 의사들을 모조리 숙청하는 바람에 제대로 된 진료의 기회조차 받지 못하는 어리석음, 모함하고 비위 맞추는 데에만 능한 간신들과, 능력에 어울리지 않는 휘향 찬란한 직함과, 웃옷을 가득 채운 무수한 훈장의 요청 등이 실제로도 그러했답니다~ 라는 식이죠. 거기다 진중한 정치사극이 아니라 노골적으로 골려먹기..

Film/Comedy 2022.02.28

한 그루의 사과나무 _ 고스트 스토리, 데이빗 로워리 감독

# 0. 기억되지 않는 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아 보이지 않아 존재하지 않는 유령처럼 '데이빗 로워리' 감독, 『고스트 스토리 :: A Ghost Story』입니다. # 1. 를 보려고 했는데요. 감독 이름이 자꾸 눈에 밟힙니다. 누구더라... 아! 고스트 스토리의 감독이었군요. 생각난 김에 고스트 스토리를 애피타이저로 한 번 더 보고, 그린 나이트를 봐야겠습니다. 철학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작품입니다. 쫀쫀한 이야기는커녕 시간이 멈춘 듯 느린 템포와, 바스러지는 현학적 대사들과, 연출적 물리적 관계적 개념적 층위의 공백들과 여백들이 감상을 어렵게 합니다. 혹시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셨고 말씀드린 류의 건조하고 느린 호흡의 메시지 중심 작품을 좋아하지 않으시는 분이라면 다른 작품을 보는 것도 생각해보..

Film/SF & Fantasy 2021.11.26

닿아버렸네요 _ 조인성을 좋아하세요, 정가영 감독

# 0. 대사 맛있다. '정가영' 감독, 『조인성을 좋아하세요 :: Love Jo. Right Now.』입니다. # 1. 작품을 관통하는 한마디. 감독과 교감하며 느낀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을 모조리 관통하는 단 한마디의 대사가 목소리가 되어 귀를 파고드는 순간의 전율입니다. 오랜만이네요. 꿈속의 꿈이라는 키워드로 표현되는 이야기 구조라거나, 감독이 일관되게 보여온 형식들과 그 속에서의 소소한 변화, 중간중간 삽입되는 인서트의 함의 등에 대해 썰을 풀 수 있을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럼에도. 이 영화는 "닿아버렸네요."라는 한 문장으로 끝난 작품이라는 생각입니다. 닿았네요 아니고, 닿고 싶었어요도 아니고, 닿았으면 좋겠어요도 아니고, 닿으면 얼마나 좋을까요도 아니고, 닿으면 어떡하죠도 아닌. 닿아 버렸네요..

Film/Drama 2021.08.20

오히려 좋아 _ 더 템플, 마이클 바렛 감독

# 0. 의외로 평점 1점은 보기 힘듭니다. 어지간히 욕먹는 영화들도 대부분 4점대, 정말 열심히 노력해도(?) 3점대가 최선이죠. 네임드 망작들도 있습니다만 되려 이런 류들은 컬트적인 유명세 덕에 평점이 높기 마련입니다. 다음영화 기준 클레멘타인 무려 9.1 이구요, 무서운집 8.2, 라스트 갓파더 6.9, 자전차왕 엄복동 4.6, 주글래 살래 4.0,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3.9, 리얼 3.7이죠. 그 와중에 긴급조치 19호는 2.0 이네요. 역시 갓동님 존경합니다. 이 영화는 다음 영화와 왓챠피디아 모두에서 평점 1.2를 찍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 정도면 얼마나 못 만들었을지 너무 궁금하지 않나요? 나만 궁금해? 나만 쓰레기야? '마이클 바렛' 감독, 『더 템플 :: Temple』입니다. # 1. ..

Film/Horror 2021.07.21

순간들 _ 시바티에서의 마지막 나날들, 앙드릭 뒤졸리에 감독

# 0. "이 지역은 곧 철거돼요. 알잖아요. 여길 싹 허물 거예요. 중국 빈곤층을 보여 주려고 다큐멘터리를 찍나 본데 당신들 생각하곤 달라요. 중국은 이제 빈곤하지 않아요. 그건 가짜 이미지라고요. 당신네 기자들은 뭐든 과장하기 일쑤죠. 촬영해서 이럴 거잖아요. '중국은 가난하다!' 해방 직후 동네도 좋아지고 통나무를 때고 살죠. 중국을 폄하하지 말아요. 내 말 들어요. 당신이 찍는 건 진짜가 아니에요." '앙드릭 뒤졸리에' 감독, 『시바티에서의 마지막 나날들 :: Derniers jours à Shibati』입니다. # 1. 시바티의 사람들 "있잖아. 자기 나라에선 낙오자일 거야. 직업이 없나 보지.", "말조심해. 알아들을 수도 있어.", "내 말 들어봐. 직업이 있는 사람 같으면 대체 여길 왜 왔..

Documentary/Social 2021.06.17

물과 기름 _ 더 파티, 샐리 포터 감독

# 0. 예전엔 이런 류의 영화를 어떻게 소개해야 좋으려나 싶어 골치가 아팠습니다만, 이젠 딱 한마디면 손쉽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같은 영화라고 말이죠. '샐리 포터' 감독, 『더 파티 :: The Party』입니다. # 1. 서두에 말씀드린 대로 비스무리한 작품입니다. 개성 강한 예닐곱의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축하받을 만한 경사를 맞는 누군가가 호스트가 되어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합니다. 초반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수다스럽게 나눌 테지만 딱히 집중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캐릭터들을 관객에게 소개하는 작업이기 때문이죠. 얼추 15분여 동안 인물 소개가 적당히 끝나고 나면 차례차례 약속 장소에 도착한 인물들이 한데 모이게 됩니다. 처음엔 호스트를 축하하는 식의, 적당히 격식을 갖춘 정돈된 언어, 정돈..

Film/Comedy 2021.03.17

가정폭력의 리얼리즘 _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자비에르 르그랑 감독

# 0. 영화를 통해 무언가를 주장하고 싶다면 그래서 관객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설득하고 싶다면 이 정도 정성은 들여야 합니다. 그게 메시지의 당사자들과 관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 때문이죠. 제44회 세자르 영화제 작품상, 각본상, 편집상 수상작. 제74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은사자상, 미래의 사자상 수상작입니다. '자비에르 르그랑' 감독, 『아직 끝나지 않았다 :: Jusqu'à la garde』입니다. # 1. 사실 이 작품을 본지는 제법 오래되었습니다. 얼추... 한 3년쯤 된 것 같네요. 가뭄에 콩 나듯 있던 예기치 않은 주중의 휴일, 우연히 들렀던 영화의 전당에서 봤었더랬죠. 운 좋게도 당시 해당 관에는 저를 제외한 관객이 아무도 없었고 운 나쁘게도 이 영화는 넓은 영화관에서 홀로 보기에 ..

Film/Drama 2021.03.05

부족하지만 착한 친구 _ 베란다, 손지수 감독

# 0. 상황 설계와 이야기 구성의 충분한 도움 없이 미리 결정한 메시지만 가지고 영화를 만들면 보통 이런 식의 결과물이 나옵니다. 제18회 대한민국 청소년영화제 수상작입니다. '손지수' 감독, 『베란다 :: Veranda』입니다. # 1. 엄마는 불쌍합니다. 보다 정확히는 불쌍해야 합니다. 감독이 그렇게 결정했거든요. 엄마는 외롭습니다. 엄마는 무기력합니다. 엄마는 기계적이고 엄마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습니다. 남편은 매몰차야 하고, 아들은 눈치가 없어야 하죠. 역시나 감독이 그렇게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대상에 대한 감독의 정의가 폭압적이기에 작품의 결론도, 감상도, 정서도 메시지와 완벽히 동일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엄마는, 불쌍하고, 외롭다. 관객은 이 메시지에서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습니다. '..

Film/Drama 2021.03.01

천재사용설명서 _ 더 프로디지, 알렉스 호게이 / 브라이언 비달 감독

# 0. 2018년에 개봉한 테일러 실링 주연, 니콜라스 맥카시 감독 작 에 대한 글이 아닙니다. 그보다 한해 앞서 개봉한 동명의 다른 작품에 대한 리뷰죠. '알렉스 호게이', '브라이언 비달' 감독, 『더 프로디지 :: The Prodigy』입니다. # 1. 영화뿐 아니라 대부분의 서사 중심 창작물에서 가장 만들기 어려운 캐릭터를 꼽으라 한다면 단연 1순위는 천재 캐릭터일 겁니다. 여타 모든 종류의 캐릭터들과는 달리 설정이나 연출로 적당히 뭉개고 넘어갈 수 없기 때문이죠. 슈퍼맨보다 더 쎈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면 그냥 쎄다고 하면 됩니다. 까짓 거 한 대 맞자마자 날아가는 슈퍼맨을 보여주기만 해도 설득은 충분하죠. 플래시보다 더 빠른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면 플래시를 앞지르는 모습만 연출하면 됩니다. ..

Film/Thriller 2021.02.25

저비용 고효율 _ 강박이 똑똑, 빈센테 빌라누에바 감독

# 0. 저명한 심리 치료 전문가 '팔로메로' 박사를 만나기 위해 상담소를 찾은 중증 강박증 환자! 약속 시간이 되었건만 예기치 않은 비행기 연착으로 인해 박사는 나타나지 않고! 심지어 프로그램 오류로 인해 동시에 여섯이나 되는 환자가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기다리다 지친 환자들이 스스로 그룹치료를 통해 강박증을 극복하고자 하는데!! 빈센테 빌라누에바 감독이 여러분을 위해 준비한 웃음과 감동이 가득한 저예산! 휴머니즘! 메디컬! 코미디! 블랙유머! 캐릭터 쇼! 스페인 영화!! '빈센테 빌라누에바' 감독, 『강박이 똑똑! :: Toc Toc』입니다. # 1. 영화라기보다는 연극의 냄새가 짙게 풍깁니다. 신기하다 싶어 찾아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원작이 연극이었군요. 연극에서 영화로 재구성하는 과정 일체를..

Film/Comedy 2021.01.18

난해한 것의 이유 _ 피부, 에두아르도 카사노바 감독

# 0. 장애우 라는 말을 아시나요? 학문의 전당에서 취업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 중인 대학생들은 물론이거니와 건전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수신료만 받아쳐 먹... 아니, 땀 흘려 일하는 기자님들까지 거침없이 레퍼런스로 인용하곤 하는 민족의 지혜 주머니 킹무위키는 장애우라는 표현에 대해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자기들 딴엔 중립적인 단어를 만들어 보겠다고 억지로 밀어붙였지만 끝은 참담했던 사어死語 ... (중략) ... 장애인들이 받아들이기에 장애우란 말은 "너는 불쌍하게도 장애를 가진 사람이니 너무나도 착한 내가 불쌍한 너의 친구가 되어줄게"와 같은 뉘앙스를 지니기에, 실제 장애인 중에는 병신이라는 말보다 장애우라는 말이 더 듣기 싫다는 사람이 많다. '에두아르도 카사노바' 감독, 『피부 :: Piele..

Film/Drama 2020.11.26

변호사 사무소의 의자 _ 세 번째 살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0. 통상의 범죄물은 관객을 형사의 발 위에 올려놓습니다. 흉악 범죄 사건을 오프닝에 배치해 물리적 폭력성을 직관적인 긴장감으로 연결한 후 이 포악한 범인과 열혈 형사의 쫓고 쫓기는 다이내믹한 움직임을 징검다리 삼아 서사를 전개해 나가죠. 4885 씬으로 유명한 나홍진 감독의 는 좋은 예라 할 수 있겠네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세 번째 살인 :: 三度目の殺人』입니다. # 1. 범죄 스릴러의 수작 를 예로 들었듯 이 방법이 잘못된 방식이라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많은 감독들이 비슷한 장르물을 만들며 같은 선택을 하는 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죠. 스릴러는 기본적으로 긴장감을 즐기는 장르고 2시간은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며 사람들은 보통 사회적 맥락에 대한 이해가 요구되는 서..

Film/Thriller 2020.11.10

시인이 만든 영화 _ 그 언덕을 지나는 시간, 방성준 감독

# 0. 엄마 정숙은 요절한 아들 도원의 언덕을 한 걸음 한 걸음 오릅니다. 언젠가 아들이 올랐을 언덕에 올라 아들이 보았을 풍경을 바라보며. 천천히 흘러가는 석양처럼 아들에 대한 기억도 아들이 지나온 시간도 아들을 그리워하는 동안의 슬픔도 그렇게 넘어서려 합니다. '방성준' 감독 『그 언덕을 지나는 시간 :: Passing over the Hill』입니다. # 1. 짧은 시 한 편을 영화로 만든다면 이런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요. 일전에 도로타 코비엘라, 휴 웰치먼 감독의 를 리뷰하며 화가가 만든 영화 같다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요. 이 영화는 꼭 시인이 만든 영화 같다는 생각입니다. 서두에 말씀드린 대로 엄마 정숙이 글을 배워서까지 아들 도원의 시집을 한 글자 한 글자 필사하며 아들을 마음으로 떠나보내는..

Film/Drama 2020.10.10

캐스팅이 80% _ 시시콜콜한 이야기, 조용익 감독

# 0. 장르물의 성패는 대부분 감독의 역량에 의해 좌우되곤 합니다만, 단 하나. 로맨스물 만큼은 감독보다 배우의 개인기에 의해 성패가 결정되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그 좋은 예 중 하나라 할 수 있겠네요. '조용익' 감독, 『시시콜콜한 이야기 :: Trivial Matters』입니다. # 1. 분명 이 영화는 어설픕니다. 평범한 젊은 남녀가 썸을 타는 동안의 말랑말랑한 감수성을 다루는 영화인데 정작 두 주인공의 일상성과 균형이 모두 무너져 있거든요. # 2. '엄태구'의 '도환'은 찐따입니다. 오래 전의 내가 겹쳐 보이는 것만 같은 자연스러움과 민망함이 전달되어야 할 보편적 캐릭터 표현 대신 나와 아무 상관없는 '도환'만의 찌찔함이 묘사됩니다. 인물을 둘러싼 곁가지 설정들 대부분 명확한 계획하에 배치되..

Film/Romance 2020.09.27

해체주의자의 하이퍼리얼리즘 _ 러브, 가스파 노에 감독

# 0. 인간의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싶었던 양철 나무꾼은 도로시를 죽이고 그녀의 가슴을 열어 선홍빛 심장을 손에 넣었습니다. 하지만 힘들게 얻은 소녀의 심장은 그의 바람과 달리 차갑게 식고 말았답니다. '가스파 노에' 감독, 『러브 :: LOVE』입니다. # 1. 사랑입니다. 사랑을 구성하는 모든 감수성입니다. 모든 것들을 극단적인 스타일로 전시합니다. 열정과, 질투와, 설렘과, 일탈과, 욕망과, 욕구와, 환상과, 기대와, 환희와, 실증과, 후회와, 안정과, 인정과, 본능. 그리고 이들 모두를 압도하는 강력하고 파격적인 성애性愛입니다. 수집은 아닙니다. 해체에 가깝습니다. 사랑이라는 선망의 대상을 과격하게 포획한 후 해체해 그 안을 들여다보는 듯한 영화입니다. 감독은 해체된 감수성의 편린을 강박적으로 ..

Film/Romance 2020.08.20

언더도그마 _ 헬로, 신후승 감독

# 0. "거, 여자화장실에서 여장쯤 할 수도 있지. 왜 난리들이야! 난 썩은 세상에 박해받는 소수자인데!!" '신후승' 감독, 『헬로 :: HELLO』입니다. # 1. 오랜만에 불쾌한 영화입니다. 이 6분짜리 짧은 영화를 관통하는 정서는 단 하나 언더도그마 Underdogma입니다. 모든 순간 모든 상황에서 피해를 보고 있다는 망상장애에, 피해자의 운명을 타고 난 자신은 그렇지 않은 모든 사람들에 비해 절대적인 도덕적 우위를 가진다는 언더도그마를 뒤섞어 만든 영상물입니다. 화장실에 강림한 도덕성의 여포가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영화 이상도 이하도 아니죠. 자극적인 표현들로 인한 감정적 동요를 가라앉히고 찬찬히 생각해보면 이 영화에 주인공 '태훈'을 제외하고선 누구도 잘못한 사람이 없습니다. 설령 성적 다..

Film/Drama 2020.08.19

졸귀 _ 두 여자, 도루묵 감독

# 0. skt 광고로도 유명한 'dxyz'의 웹드라마 『두 여자』 가 왓챠에 올라왔네요? 아뇨. 신은경, 정준호, 심이영 나오는 거 말구요. 응큼하시긴. '72초 tv', 'dxyz' 웹 드라마 『두 여자 :: deuxyeoza』입니다. # 1. 기계적인 현대인들의 패턴화 된 모습. 화려한 외모와 비루한 현실의 민망한 대조. 속마음을 숨기는 것이 익숙한 사람들과, 에둘러 면피하고자 하는 겉 표현 간의 간극. 사회적 역할에 따른 경쟁적 - 투쟁적 힘겨루기와, 그 속에 은근슬쩍 숨겨낸 풍자. 아이템을 소집해 강력한 통제력의 운율감 안에 대사를 밀어 넣는 방식과, 그 대사들 역시 물고 물리게 만들어 한 호흡에 작품을 들이켜게 하는 연출. 찰지고 시크한 비트와, 강렬하면서도 부드러운 파스텔톤 세트와, 기하학적..

Series/Comedy 2020.07.19

몰라, 알 수가 없어 _ 문영, 김소연 감독

# 0. 일단 드라마는 절대 아니구요. 차라리 미스터리 영화라고 보는 게 정확해 보입니다. 중간중간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만한 훈훈한 코미디 장면들도 몇 등장은 합니다만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미스터리 물임이 틀림이 없습니다. 왜냐?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너무너무너무 많기 때문이죠. '김소연' 감독, 『문영 :: Moon young』입니다. # 1. 첫 번째 미스터리. 감독은 아는 욕이 씨발년아 밖에 없는 것인가? 두 번째 미스터리. '문영'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지, 못 듣는 건지, 말을 할 수 있는 건지, 못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를 감독은 대체 언제쯤 명확히 알려줄 생각이었을까? 세 번째 미스터리. 남자 친구에게 차이고 미친 듯이 절규하며 소리 지르던 모습을 생판 처음 보는 애한테 몰카로까지 찍힌..

Film/Drama 2020.06.25

Σ(゚Д゚;) _ (OO), 오서로 감독

# 0. ┌──────┓ │ (OO) ≈≈ │ └──────┛ Σ(゚Д゚;) Σ(゚Д゚;) Σ(゚Д゚;) Σ(゚Д゚;) '오서로' 감독, 『(OO)』입니다. # 1. 말초적 감각 하나조차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는 '언어'에게 보내는 '애니메이션'의 조롱입니다. 몇 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나도 모르게 콧가를 수차례 매만지게 만드는 온갖 느낌들과 그 순간 마다마다의 개인적인 기억들이 주마등이 되어 미친 듯한 템포로 관객 머릿속을 내달립니다. 강렬하면서 동시에 치밀히 배합된 색감과, 오브젝트들의 드라마틱한 움직임, 상태에 따라 섬세하게 구분된 표현의 질감과 음향의 활용이 컷마다의 고유한 감각과 대단한 밀착감으로 구현됩니다. 절대적 감각과, 상대적 느낌과, 주관적 기분을 쉴 새 없이 넘나 듭니다. 눈 깜짝..

Film/Animation 2020.06.20

누군가의 한숨 _ 한심해서 죄송합니다., 장나리 감독

# 0. ... 야, 이 한심한 인간아 '장나리' 감독, 『한심해서 죄송합니다. :: I'm Sorry I'm Pathetic』입니다. # 1. 굽은 머리보다 더 움츠려 든 연필 소리. 심장을 멈춰 세우 듯 찢어지는 문열림. 등으로 보는 일그러진 표정. 날아와 박히는 경멸의 시선. 죄스러운 배고픔. 숨어드는 걸음. 매몰 찬 빈 그릇과, 공기마저 얼릴 듯 무거운 팔짱. 절벽이 되어버린 밥상머리 끝에서 씹어 삼키는 차고 넘칠듯한 질책들. 지난한 숙제를 마치기라도 한 듯 한심한 한숨과, 비루하게 추락하는 한심한 미래와, 그런 한심한 나에게 다시 한심한 인간이라 질책하는 비겁한 나. 2분. 하루에 720번, 일 년이면 262800번 반복되고 있을 누군가의 2분. 구겨진 듯 움츠려 바들바들 떨고 있을 수많은 누군..

Film/Animation 2020.06.14

Starry starry night _ 별이 빛나는 밤에, 이종훈 감독

# 0. 10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단순하지만 힘 있는 몇 개의 선과 색이 관객의 마음속 밤하늘을 눈부신 별빛으로 가득 수놓습니다. '이종훈' 감독, 『별이 빛나는 밤에 :: The Starry Night』입니다. # 1. 별이 빛나는 밤. 풍성한 수염의 노인은 작은 반려견과 함께 익숙한 어딘가로 여행을 떠납니다. 음악을 듣고 바다를 보고 술을 마시고 거리를 내달리고. 바닷바람이 이끄는 쓸쓸한 밤의 해변에서 흩날리는 낙엽과 함께 눈부시게 아름다운 한 여인을 만납니다. 꽃내음과 강아지와 노을 산책과 스쿠터와 밤하늘을 사랑하는 그녀. 그녀는 오래전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나간 노인의 사랑입니다. # 2. 감독은 별이 가득 빛나는 밤을 올려다보는 동안 느낄 수 있는 여러 색깔의 감수성들을 효과적으로..

Film/Animation 2020.06.04

절반은 성공 _ 여배우는 오늘도, 문소리 감독

# 0. 정말이지 맛있는 영화입니다. 배우 '문소리'만큼이나, 감독 '문소리'와 그의 작품 역시 참 매력적입니다. '문소리' 감독, 『여배우는 오늘도 :: The Running Actress』입니다. # 1. 영화는 3개의 막으로 구성됩니다. 첫 번째 파트는 짐짓 화려해 보이는 배우라는 직업의 이면에 숨겨긴 여배우 문소리의 현실적 비루함을, 두 번째 파트는 그런 여배우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자연인 문소리의 현실적 곤궁함을 다룹니다. 세 번째 파트는 여배우라는 직업의 철학적 가치들을 돌아보며 일련의 비루함과 곤궁함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왜 이 직업을 살아내고 있는지에 대한 소회를 다룬다 할 수 있습니다. 파트를 구분케 하는 '막'은 기본적으론 연극의 단락을 세는 단위로서의 막幕으로 기능합니다만 동시에 ..

Film/Comedy 2020.05.27

두번 보세요 _ 스트레인저, 김유준 감독

# 0. '두 번 이상 봐도 좋은 환상적인 영화'라기보다는 '두 번 봐야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영화'에 조금 더 가깝습니다. 개인적으론 어차피 파격적이고 도전적인 독립영화를 만들 요량이었다면, 차라리 그냥 똑같은 13분짜리 영상을 연달아 붙여 26분짜리 영화를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마저 합니다. 반전 영화에서 반전을 이야기하지 않고 썰을 풀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혹시 이 영화를 반전 없이 보고 싶으신 분들께서는 이후의 글을 읽지 않고 페이지를 나가시기를 권합니다. '김유준' 감독, 『스트레인저 :: Stranger』입니다. # 1. 어린 소녀가 되어버린 할머니를 아들 내외가 찾는 이야기입니다. 치매 가정에 대한 영화라는 거죠. 감독은 기억을 잃어 소녀가 되어버린 할머니의 눈에 비친 왜곡된 세상..

Film/Drama 2020.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