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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Comedy

냉동 고추 바사삭 _ 11:14, 그렉 마크스 감독

그냥_ 2021. 3. 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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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우연과 필연으로 명징하게 직조해낸 스릴 넘치면서 유쾌한 킬링 타임용 오락 영화.

 

 

 

 

 

 

 

 

'그렉 마크스' 감독,

『11:14』입니다.

 

 

 

 

 

# 1.

 

본 영화도 몇 편 안 되는 주제에 구미를 당기는 작품이 없다고 투덜거리면서 온종일 영화 목록을 뒤지는 건 바로 이런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서일 겁니다. 대작의 화려함이나 걸작의 유려함은 없지만 대신 세상 잃을 것 없는 놈들의 자유분방함과 창의적인 발상, 도발적인 전개로 함께 놀아보자 덤비는 이런 영화들 말이죠.

 

# 2.

 

이게 바로 킬링 타임용 오락 영화입니다.

 

제작비만 오지게 때려 박았을 뿐 이야기는 클리셰 대충 비벼 만들어 놓고선 "영화는 영화일 뿐이잖아?" 라거나, "킬링 타임용 영화가 이만하면 됐지!" 라 말하는 감독들의 엉덩이를 시원하게 걷어 차는 것만 같은 영화입니다. 부담스러운 중량감 하나 남기는 바 없이 85분의 런타임이 '11시 14분'이라는 일순간에 말려들어 삭제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 3.

 

주제의식? 그런 것 없습니다. 캐릭터? 중요하지 않습니다. 메시지? 전무합니다. 서사? 라 부르기 민망합니다. 메타포? 디저트 이름인가요? 연출? 먹는 건가? 여운? 영화가 굳이 뭘 남겨야 하나요? 철학? 사주 말씀하시는 건가요?

 

# 4.

 

우당탕탕 전개깔끔한 마무리가 전부입니다.

 

밤 11시 14분에 동시에 발생한 두 건의 교통사고 전후 10여 분 동안 얽히고설킨 다섯 개의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 서로서로 주고받는 무수히 많은 우연과 개연의 퍼즐 놀이입니다. 각양각색의 머저리들이 나름의 합리성으로 부지런히 생산하는 '뜬금 고라니 메타'와, '차 창밖에 내다 버린 불탄 책'과, '느그 서장 남천동 살제'와, '공동묘지 볼링공'과, '엇갈려 교차하는 차량들'과, '말 지독하게 안 듣는 댕댕이'와, '스스로에게 갈기는 자해적 총질'과,

 

'Z, Y, X, 거꾸로 세는 알파벳'과, '무덤 산지직송 복상사'와, '통수의 통수의 통수'와, '시동이 걸리지 않는 자동차의 배터리 점프'와, '냉동 고추 바사삭(...)' 따위의 떡밥들이 짧은 시간 안에 와르르 쏟아졌다가 우르르 회수되기를 수차례 반복하는데. 영화의 막이 내리고 나면 우연과 개연이 만든 필연 아래 모조리 제자리를 찾아 가지런히 조립됩니다. 골 때리는 작품이죠.

 

 

 

 

 

 

# 5.

 

밑도 끝도 없는 아이템들이 만드는 무신경함과 특유의 날 것 느낌의 싼마이 질감과는 대조적이게도 시나리오만큼은 유심히 관찰하면 할수록 치밀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관객 경험을 최대한 배려한 장치들이 범죄 - 스릴러 - 추격 - 청춘 - 부성애 - 멜로 - 치정 - 몸개그 등의 다양한 장르와 결합해 효과적으로 작동합니다. 다섯 개의 옴니버스 에피소드로 조직된 퍼즐 놀이의 틈새 사이사이로 각자 나름의 이유로 인생 작살나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범죄자들의 고군분투가 때론 스릴러로 때론 코미디로 풀려 나가는 걸 유쾌하게 즐기다 보면 어느새 세상 쿨한 앤딩 앞에 도착하게 됩니다.

 

# 6.

 

민망하게도 글이 온통 재미있다는 얘기뿐인 건, 진짜 재미있다는 것 외엔 할 얘기가 없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디테일한 떡밥들을 따지고 들었다간 퍼즐 정답 풀이와 별반 다를 바 없어질 테니 그럴 수도 없구요. 누차 말씀드린 대로 이 영화는 주는 것도 남는 것도 없습니다. 가져갈 것 하나 없으니까 그럴 쓰잘데 없는 생각이거들랑 한켠에 치워두시고 시원~하게 시간을 활활 태우세요. '그렉 마크스' 감독, <11:14>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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