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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Comedy

술래잡기 _ 해리의 소동,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그냥_ 2021. 8. 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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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맥거핀 [macguffin]

 

속임수, 미끼라는 뜻. 영화에서는 서스펜스 장르의 대가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이 고안한 극적 장치를 말한다. 극의 초반부에 중요한 것처럼 등장했다가 사라져 버리는 일종의 ‘헛다리 짚기’ 장치를 말한다. 관객들의 기대 심리를 배반함으로써 노리는 효과는 동일화와 긴장감 유지이다. (후략)

 

[네이버 지식백과] 맥거핀 [macguffin] (영화 사전, 2004. 9. 30., propaganda)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해리의 소동 :: The Trouble With Harry』입니다.

 

 

 

 

 

# 1.

 

18분 50초. '윅스' 부인의 가게에 찾아온 '말로우'와 '아이비'입니다. 말로우가 식료품과 담배를 사며 돈이 없다 말합니다. 윅스 부인은 익숙하다는 듯 화가 말로우가 그린 그림이 팔리면 나중에 돈을 갚으라 하는군요. 이어 가게 밖에서 말로우의 그림을 유심히 지켜보는 노신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더니 윅스 부인이 무언가를 보며 깜짝 놀라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하죠.

 

관객은 자연스럽게 윅스 부인이 창밖의 노신사를 발견했을 거라 짐작합니다. 하지만 감독은 곧 고풍스러운 자태로 찻잔을 집어 든 아이비를 같은 앵글로 보여주죠. 그림이 팔리지 않아 투덜대던 말로우가 어쩌면 돈을 벌 수도 있겠구나!라는 기대감은 아이비에게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아이비는 유심히 지켜보던 찻잔을 말로우에게 쥐어주며 손가락 사이즈에 맞는지 물어봅니다. 관객은 '아이비가 말로우에게 마음이 있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그와 동시에 '그럼 와일즈 선장을 식사 초대한 것은 뭐지?'라는 의문과 흥미를 가지게 되죠.

 

하지만 와일즈 선장을 위한 찻잔이었음이 밝혀집니다. 관객은 살짝 김이 새는 느낌을 받습니다. 아이비가 와일즈 선장을 초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말로우는 호들갑을 떨기 시작합니다. '존 포사이스'가 쏟아내는 화려한 입담에 현혹되어 있는 관객에게 감독은 다시 직전 낚시 재료였던 노신사를 던집니다. 노신사가 그림에 대해 질문하려는 찰나, 아이비의 헤어스타일에 정신이 팔린 말로우는 자신의 그림을 사줄지도 모를 신사를 퉁명스럽게 외면합니다. 말로우도 윅스 부인도 아이비도 모르지만 관객은 돈 벌 기회를 놓친 말로우의 모습을 보며 아깝다는 조바심을 느끼게 됩니다.

 

 

 

 

 

 

# 2.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다들 아시겠지만, 사실 아이비는 와일즈 선장을 좋아하지도 않았습니다. 심지어 머리를 댕강 자른 건 해당 시퀀스를 굴리기 위한 맥거핀에 불과했죠. 결과적으로 이 시퀀스는 영화에 노신사를 등장시키는 것을 제외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시퀀스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장르적 재미만큼은 의심의 여지없이 충만합니다.

 

# 3.

 

신기루 같은 영화입니다. 보통 영화를 이야기하다 보면 이러저러한 것이 중요해 보인다. 이러저러한 장면, 캐릭터, 개념, 정서 따위가 핵심이다. 라는 식의 말씀을 자주 드리곤 했는데요. 이 영화에는 그 '중요한 요소' 라 할법한 게 발견되지 않습니다. 보다 정확히는 중요한 것이 없다는 것이 중요하다 말씀드리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군요.

 

맥거핀을 굴리는 것만으로도 영화 한 편이 뚝딱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걸 실천적으로 증명하는 것만 같은 작품입니다. 등장하는 거의 모든 요소들은 관객의 몰입을 고조되도록 하거나 역으로 기만하기 위한 기능적 장치입니다. 관객은 무수히 많은 장르적 경험들과 주요한 사건과 극적인 스릴을 목격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면 모든 것들은 '착시'에 불과했음을 알게 됩니다. 감독은 자신이 만들어둔 술래잡기 판 위에서 런타임 내내 관객을 기만하고 놀리지만 그 솜씨가 너무도 탁월해 유쾌해 할 수밖에 없습니다.

 

 

 

 

 

 

# 4.

 

알파이자 오메가인 해리의 죽음마저 영화를 굴리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그의 죽음은 당사자에겐 비극, 주변인에겐 불안일 테지만 관객에겐 그저 소동일 뿐이죠. 해리가 아내에게 저질렀다는 과오는 관객에게 있어선 아내를 의심할만한 이유를 부여하는 것에 불과하고, 아이비를 추행하려 했다는 설정 역시 마찬가지의 맥거핀일 뿐입니다.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건만 해리는 세번씩이나 땅 속을 들어갔다 나와야 했죠.

 

'사소한' 해리의 죽음보다는 되려 거실의 옷장 문 쪽이 훨씬 의미심장합니다. 아무 이유 없이 덜컥 열리는 옷장 문은 끝내 걸쇠가 고장 난 것일 뿐이었지만, 낚인 관객은 스스로 해리의 귀신부터 몰래 숨어든 제3의 인물들까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놓게 될테니까요.

 

# 5.

 

등장인물들이 충격으로 받아들여야 할 해리의 죽음을 태연히 대하는 모습에서 위화감이 느꼈을텐데요. 이 위화감은 숨겨진 내막을 상상하며 스릴을 즐기게끔 유도합니다. 그리고 결말에서 누구도 범인이 아니였다는 식으로 관객을 기만한 후, 그 에너지를 말로우와 제니퍼의 로맨스로 연결짓죠. 때론 부보안관의 압박처럼 관객과 등장인물이 동일하게 공유하는 정서들도 있구요. 말로우가 노신사에게 건넨 귓속말의 내용처럼 등장인물들은 모두 알고 있지만 영화가 끝나기 직전까지 관객만 모르는 정보도 존재합니다. 

 

 

 

 

 

 

# 6.

 

작품에는 등장하는 다수의 캐릭터들과 관객 개개인에 따라 '어떤 요소들에 대한 정보를 공개할 것인가' 혹은 '어떤 정보를 중요하게 여기게끔 만들 것인가'의 변주로 가득한데요. 이와 같은 정보를 다루는 방식을 기준으로 볼 때 의미심장한 씬들이 다수 발견됩니다.

 

'제니퍼'의 아들 '아니'가 와일즈 선장이 사냥한 토끼를 빌려 개구리를 얻는 장면. 여기서 '죽은 토끼를 든 소년의 개구리'는 '죽은 해리를 든 히치콕의 장르적 재미'와 같습니다. 말로우의 그림을 거꾸로 든 윅스 부인이 아름답다 말하는 장면. 관객 역시 영화 속 상황을 거꾸로 보고 있는 지점이 있음을 은근슬쩍 놀리는 연출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작품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라 한다면 역시 어린 아니의 몸에 해리의 다리가 이어진듯한 구도의 씬일 텐데요. 이 미장센이야 말로 히치콕 감독이 영화 <해리의 소동>을 통해 표현하고자 한 장르물로서의 방법론을 위트를 담아 형상화한 장면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 7.

 

히치콕 감독의 여타 작품들과는 달리 스릴러뿐 아니라 드라마와 코미디, 로맨스까지 다양한 장르가 담겨 있는데요. 어쩌면 감독은 맥거핀을 비롯한 정보 격차를 활용한 경험적 조율은 단순히 스릴러라는 장르에만 적용된 제한된 방법론이 아닌 영화 일반에 통용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군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해리의 소동>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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