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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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그런 거야 _ 무서운 영화, 키넌 아이보리 웨이언스 감독

# 0. 원래 그런 거야, 인마~ 키넌 아이보리 웨이언스 감독, 『무서운 영화 :: Scary Movie』입니다. # 1.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매년 설추석이면 특수를 노리고 여러 신작들이 개봉되곤 합니다만, 그래도 명절엔 추억의 옛날 영화죠. 2000년에 개봉한 영화를 옛날 영화라 이야기하는 게 어색하긴 한데요. 벌써 2024년이니까요. 세월 참 빠르군요. 개막장 B급 싼마이 코미디 영화 되시겠습니다. 명작의 반열에 오른 이나 007 시리즈를 가지고 논 등과 함께 가장 성공적인 패러디 영화이기도 하죠. 속편은 없다!! 라는 선언이 무색하게 무려 다섯 편에 걸쳐 제작된 시리즈물이기도 한데요. 언제나 그렇듯 첫 편의 용머리 이후로는 지난한 뱀꼬리가 이어지니 굳이 찾아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로부터 2년 ..

Film/Comedy 2024.02.12

트리뷰트 _ 황혼에서 새벽까지, 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

# 0. 그 모든 의미에서 흘러넘치는 유쾌하고 자유로운 펄프 픽션의 피비린내 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 『황혼에서 새벽까지 :: From Dusk till Dawn』입니다. # 1. 처음은 케이블 티브이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폭력과 섹스와 유흥이 조합된 말초적 쾌락이 이렇게까지 과격하게 펼쳐질 수 있구나라는 감상은, 한 떨기 가녀린 소년에게 충분히 충격적인 것이었죠. 그렇게 한동안 잊고 지냈었는데요. 적당히 이런저런 경험이 쌓일 만큼 나이를 먹은 후 다시 볼 기회가 있었고. 지금은, 좋은 영화라는 평이 현학적인 작품들만 독점적으로 향유하는 것이라 여기던 고정관념을 깨부숴 준 작품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괴상한 영화가 이렇게나 재미있다면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라는 고민이 며칠은 머릿속에서 ..

Film/Horror 2023.11.16

꽃과 손 _ 부화, 한나 버그홀름 감독

# 0. 그 손에 담긴 마음을 들어 보자꾸나. 한나 버그홀름 감독, 『부화 :: Pahanhautoja』입니다. # 1. 호러라기에는 조금 애매합니다. 몇몇의 제한적인 점프스케어가 사실상 전부라 공포 영화를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별 무리가 없을 정도죠. 오컬트의 분위기에 살짝 발을 담그는 듯도 하지만 이 역시 크리처의 디자인에만 선택적으로 적용될 뿐입니다. 영화는 과보호 환경에서 성장한 사춘기 소녀의 불안을 드라마틱하게 과장한 우화라 보는 것이 차라리 정확합니다. 알레고리는 제법 단편적이고 또 노골적이라 따라가는 것은 편안합니다. 실제 관객이 즐기게 되는 대부분은 미려하고 문학적인 서사 따위가 아닌, 주인공 티니아의 불안과 배우 시이리 솔랄리나의 열연이 차지하고 있죠. 영화는 가족을 '둥지'로 정의합니다...

Film/Horror 2023.09.28

아이슬란드의 몽타주 _ 램, 발디마르 요한손 감독

# 0. 흥미롭습니다. 이야기는 단순함에도 여러 가지 알레고리가 동시에 읽히거든요. 순리와 부정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하구요. 이민과 혼혈에 대한 이야기로 해석될 여지도 있어 보입니다. 기독교 신화의 비틀린 재해석 같은 맛도 있군요. 발디마르 요한손 감독, 『램 :: Dýrið』입니다. # 1. 우선 첫 번째, 순리와 부정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볼까요. 작품은 스스로를 [프레임]으로 소개한다 해도 무방할 정도로 해당 코드를 강조합니다. 양 한 마리씩 들어있는 울타리라거나, 공간을 위계로 구분 짓는 긴 복도, 안팎을 분리하는 문틀과 창문틀, 하다 못해 부부가 타고 다니는 트랙터 운전석까지 모두 프레임이죠. 심지어 잉그바르와 마리아의 집이라거나 최종적으로 아이슬란드의 대자연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이 모든..

Film/Drama 2023.06.22

빛 좋은 개살구 _ 밤이 되었습니다, 이형구 감독

# 0. 일주일 내내 영화를 한 편도 안 본 건 진짜 몇 년 만인 것 같은데요. 성역을 지켜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마존과 악마 사냥꾼 하던 가닥을 이어받아 회칼 도적을 키웠는데요. 증오의 딸 릴리트를 무찌른 후 레벨 70 언저리까지만 하더라도 참 꿀잼이었죠. 이후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폐사 구간에 접어들던 차에, 몹팩 축소 패치에 정타를 처맞고 현타가 오고 말았습니다. 우리의 혐리자드께서 전 세계 블빠들의 성토를 죄다 씹고 계시니 별 수 있나요. 다시 영화로 돌아와야죠. 그래도 불 끈 방에서 어두침침한 화면만 보던 게 익숙해진 겸 호러를 찾았습니다. 시작은 가볍게 단편으로 골라도 나쁘지 않겠죠. 이형구 감독, 『밤이 되었습니다 :: Black out _ Mafia game』입니다. # 1. 어떤 영..

Film/Horror 2023.06.18

하얀색, 검은색, 붉은색 ⅱ _ 아메리칸 사이코, 메리 해론 감독

하얀색, 검은색, 붉은색 ⅰ _ 아메리칸 사이코, 메리 해론 감독 # 0. 하얀색 검은색 그 사이 3초 그 짧은 시간 메리 해론 감독, 『아메리칸 사이코 :: American Psycho』입니다. # 1. 사이코에 대한 이야기로만 흘러갈 뿐, 미국인과 타국인이 대결하는 식의 내셔널리즘 morgosound.tistory.com # 6. "나는 인간의 모든 특징을 가지고 있다. 살, 혈액, 피부, 머리카락. 그런데 확실한 감정이 하나도 없다. 탐욕과 혐오감을 빼고는." 살인보다 흥미로운 것은 살인의 방식인 거겠죠. 앞서 말씀드린 대로 사이코의 폭력성을 아메리칸스러움이 과격하게 투사되는 순간이라 이해한다면, 살인이 이루어지는 순간은 여피의 특성이 가장 진하게 묻어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쾌락적이고 과시적이고 ..

Film/Horror 2022.09.10

하얀색, 검은색, 붉은색 ⅰ _ 아메리칸 사이코, 메리 해론 감독

# 0. 하얀색 검은색 그 사이 3초 그 짧은 시간 메리 해론 감독, 『아메리칸 사이코 :: American Psycho』입니다. # 1. 사이코에 대한 이야기로만 흘러갈 뿐, 미국인과 타국인이 대결하는 식의 내셔널리즘과 관련된 설정은 발견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감독은 '패트릭 베이트먼'이라는 괴물에게 아메리칸 사이코라 이름 붙였죠. '아메리칸'이라는 출신이 '사이코'라는 정체성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이고, 폭력의 뿌리에 구체적 개인의 기질 외에 출신과 깊은 연관관계가 있음을 추론케 합니다. 실제 영화는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무리들에게 1990년대 여피(Yuppie)의 스테레오 타입을 강박적으로 부여하는 것을 넘어, 아예 여피를 의인화시킨 우화처럼 그리고 있죠. 사이코는 아메리칸스러움의 극단적인 형태로 ..

Film/Horror 2022.09.08

미녀는 괴로워 _ 드래그 미 투 헬, 샘 레이미 감독

# 0. 어쩌면 샘 레이미는 그냥 알리슨 로만을 괴롭히고 싶었던 걸지도?! 샘 레이미 감독, 『드래그 미 투 헬 :: Drag Me to Hell』입니다. # 1. 어떤 사람들은 연기의 목적을 '재연'이라 생각합니다. 특정한 상황에 노출된 인간의 반응을 보다 완벽하게 재연하는 것을 뛰어난 연기라 평가하는 식이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체계적 훈련과 논리적 연구에 기반한 기술적 연기법 보다,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지우고 배역에 동화되는 메서드 연기법에 더 큰 권위를 부여하는 데에는 연기의 본질이 재연에 있다는 생각과 무관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메서드는 연기자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연기법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메릴 스트립이나 케이트 블란챗과 같은 배우들이 선보이는 테크니컬 한 연기들은 훌륭한 반례라 ..

Film/Horror 2022.06.26

스포일러 _ 비바리움, 로르칸 피네간 감독

# 0. 흥미로운 아이디어. 재치 있는 스토리. 감각적인 연출. 자해적 플롯. 로르칸 피네간 감독, 『비바리움 :: Vivarium』입니다. # 1. 흥미로운 아이디어입니다. 뻐꾸기의 탁란(托卵, 어떤 새가 다른 종류의 새의 집에 알을 낳아 대신 품어 기르도록 하는 일)에 착안하는 것이죠. 인간을 기생종을 키우게 된 숙주의 상황으로 몰아넣어 보자는 상상은 썩 유쾌합니다. 본능 앞에 스스로 자연의 법칙 밖의 존재라 자만하던 인간의 무기력함을 냉소적으로 조망한다는 아이디어는, 존재론적 회의를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호러물로서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죠. 재치 있는 스토리입니다. 보금자리를 찾던 두 주인공을 그 자체로 거대한 생태적 운명을 은유하는 마을 '욘더'에 묶어두는 방식은 기대보다 더 충실합..

Film/Horror 2022.06.20

처녀보살의 살풀이 _ 라스트 나잇 인 소호, 에드가 라이트 감독

# 0. 새벽의 황당한 저주를 '장르로 장난치려고 만든 영화'라 한다면, 베이비 드라이버를 '음악 가지고 놀려고 만든 영화'라 한다면, 이 영화는 '촬영 연출하려고 만든 영화'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겁니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 『라스트 나잇 인 소호 :: Last Night in Soho』입니다. # 1. 타란티노 감독이 제목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유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무래도 우디 앨런의 가 함께 떠오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제목뿐 아니라 재미의 측면에서도 두 작품에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매력적이지만 허구적이기도 한 과거 황금기의 도시를 재현하는 것에서부터 이야기의 동력을 얻는다는 점에서 유사한 방법론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죠. 우디 앨런이 그린 1920년대 파리도 아름답습니다만,..

Film/Horror 2022.06.16

좀비는 거들뿐 _ 좀비랜드, 루벤 플레셔 감독

# 0. Rule 17. Don't Be a Hero. 루벤 플레셔 감독, 『좀비랜드 :: Zombieland』입니다. # 1. 좀비 영화는 호러영화의 하위 장르 중 하나입니다. 좀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상황에서의 조바심과, 사람들이 하나둘 희생되는 동안의 긴박감, 본성이 폭로되는 순간의 역설적 카타르시스를 즐기는 장르물이죠. 대체로 작품의 성패는 몰입도 높은 세계관 설정과 미술 및 연출의 퀄리티, 주인공 파티 중 일부가 리타이어 하는 방식의 독창성과, 폭력을 직면하는 순간의 감정선 등에 의해 결정됩니다. 대부분의 좀비 영화에서 좀비는 재난으로 기능합니다. 사회적 행동 아래 숨겨진 인간 군상을 끄집어내는 폭력적 계기 정도로 정의할 수 있죠. 세상 젠틀하던 인물이 자기 목숨이 경각에 달리는 순간 지체..

Film/Comedy 2022.06.02

샤말란의 올드 _ 올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

# 0. 히치콕 감독하면 어떤 작품이 떠오르실까요. 아무래도 현기증이려나요. 욕실 씬의 사이코일 수도 있겠네요. 북북서로도 기가 막히죠. 레베카도 좋았구요. 39계단도 재미있었습니다. 최근엔 사보타주를 봤는데요. 역시나 흥미진진하더군요. 눈매가 매력적인 리즈 시절의 실비아 시드니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거장의 필모그래피답게 하나 같이 좋은 작품들입니다만 그 가운데 저는 을 가장 먼저 떠올립니다. 물론 히치콕이고 나발이고 여신 그레이스 캘리가 나오기 때문인 게 맞습니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 『올드 :: Old』입니다. # 1. 미스터리 스릴러 반전 영화입니다. 이젠 그러려니 하게 되죠. 샤말란의 영화를 보면서 다른 장르를 기대하는 건 미련한 짓이니까요. 보나 마나 ⑴ 소수의 주인공 무리가 판타지..

Film/Thriller 2022.04.22

어둠 속의 등불 _ 더 위치, 로버트 에거스 감독

# 0. 곽도원 대신 안야 테일러 조이가 나오는 곡성이 있다?! 로버트 에거스 감독, 『더 위치 :: THE VVITCH』입니다. # 1. 미국으로 이민 간 영국인 가족이 마을에 정착하지 못하고 추방됩니다. 없이 사는 와중에 금슬이 좋았던 부부는 애를 다섯이나 낳지만 줄초상 납니다. 막둥이는 까꿍 하다 행방불명 되구요, 쌍둥이 동생은 염소 밥 되고 엄마 찌찌는 까마귀 밥 되고 아빠는 흑염소한테 몸통 박치기 당하지만 큰 아들은 겁나 이쁜 누나랑 뽀뽀하고 죽어 여한이 없는지 하나님께 땡큐 합니다. 가족 잃고 실의에 빠진 미모의 큰 언니는 홀딱 벗고 댄스 동호회에 가입한 후 하하호호 웃으며 승천한다는 내용의 훈훈한 영화죠. # 2. 믿음에 대한 영화들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만, 그중에서도 허황된 믿음으로 ..

Film/Horror 2022.04.20

실패한 성장의 대가 _ 늑대소년 테디, 뤼도비크 부케르마 외 1 감독

# 0. 성장 영화라고 하면 미성숙한 개인이 내적 갈등을 겪으며 정신적으로 성숙해 보다 행복하고 풍요로운 인생의 발판을 마련하는 과정을 다룬 영화,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텐데요. 정의에서부터 미루어 알 수 있다시피 기본적으론 해피 엔딩이기 마련입니다. 결과가 성장과 행복으로 귀결되지 않으면 그 자체로 성장 서사라 부를 수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성장이라는 것이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누구나 행복한 낙원은 어린아이 동화 속 이야기죠. '뤼도비크 부케르마', '조랑 부케르마' 감독, 『늑대소년 테디 :: Teddy』입니다. # 1. 영화 는 기본적으로 성장 영화의 틀을 따라갑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소년의 신체적, 정서정, 정신적 변화를 늑대 인간이라는 과격한 형태로 과장하는 우화죠...

Film/SF & Fantasy 2022.04.08

중독과 선택 _ 어딕션, 아벨 페라라 감독

# 0. 문과를 가까이하는 게 이렇게나 위험합니다. 대학원생은 더더욱 위험합니다. '아벨 페라라' 감독, 『어딕션 :: The Addiction』입니다. # 1. 강의실에 전쟁 범죄와 관련된 슬라이드가 펼쳐집니다. 국가의 악행에 가담한 개인의 책임을 두고 두 대학원생이 논쟁을 벌입니다. 벌써부터 피곤하죠. 뱀파이어 영화인 줄 알았는데요. 공포 영화라 그러셨잖아요.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인생의 값진 교훈 하나를 안겨줍니다. 이 영화는 수면 부족으로 다크서클이 가득한 굳은 표정의 대학원생이 다가오면 단호하게 꺼져라 말해야 한다는 내용의 작품입니다. 명심하세요. 자칫 방심하다간 교수들이 득실득실한 파티장에 납치당해 피를 쪽 빨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 2. 칸트에 헤겔에 샤르트르까지. 오냐오냐 하니까 끝이..

Film/Horror 2021.12.12

그림자의 성녀 _ 세인트 모드, 로즈 글래스 감독

# 0. 한 톨도 새지 않게 꼭꼭 눌러 담아 응축된 광기의 에너지 '로즈 글래스' 감독, 『세인트 모드 :: Saint Maud』입니다. # 1. 피를 뒤집어쓴 얼굴, 내면의 무언가가 망가진 사람의 눈을 한 여인이 고개를 들어보지만 머리 위엔 막힌 천장의 모서리와 혐오스러운 벌레 한 마리뿐입니다. '모드'는 작은 골방에 살고 있습니다. 소란스러운 바깥의 소리는 옆으로 길게 찢어진 모양의 창이 닫히며 조용해 집니다. 사회와 단절된 공간은 마치 감옥의 독방처럼 보입니다. 무언가 '죄'를 짓고서 홀로 감옥에 갇힌, 보다 정확히는 스스로를 감옥에 가둔 인격입니다. 그녀는 호스피스입니다. 새롭게 일하게 된 곳으로 가기 위해 짐을 싸 방 밖을 나섭니다. 빛이 스며드는 좁은 골목이 마치 어둠을 비집는 '틈'과 같은 ..

Film/Horror 2021.08.24

오히려 좋아 _ 더 템플, 마이클 바렛 감독

# 0. 의외로 평점 1점은 보기 힘듭니다. 어지간히 욕먹는 영화들도 대부분 4점대, 정말 열심히 노력해도(?) 3점대가 최선이죠. 네임드 망작들도 있습니다만 되려 이런 류들은 컬트적인 유명세 덕에 평점이 높기 마련입니다. 다음영화 기준 클레멘타인 무려 9.1 이구요, 무서운집 8.2, 라스트 갓파더 6.9, 자전차왕 엄복동 4.6, 주글래 살래 4.0,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3.9, 리얼 3.7이죠. 그 와중에 긴급조치 19호는 2.0 이네요. 역시 갓동님 존경합니다. 이 영화는 다음 영화와 왓챠피디아 모두에서 평점 1.2를 찍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 정도면 얼마나 못 만들었을지 너무 궁금하지 않나요? 나만 궁금해? 나만 쓰레기야? '마이클 바렛' 감독, 『더 템플 :: Temple』입니다. # 1. ..

Film/Horror 2021.07.21

랩탑 무비 _ 블레어 위치, 다니엘 미릭 / 에두아르도 산체스 감독

# 0. 시리즈를 연이어 보다 보니 문득 요런 류의 영화가 땡기더라구요. '다니엘 미릭', '에두아르도 산체스' 감독, 『블레어 위치 :: The Blair Witch Project』입니다. # 1. 코시국이라 곤란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어지간하면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편이 좋습니다. 호러든 코미디든 드라마든 멜로든 스릴러든. 압도적인 스크린 크기가 주는 박력과 디테일한 화질, 전문가들이 세심하게 설계한 음향 등 감독의 의도에 최적화되어 있는 환경이 주는 경험의 퀄리티는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죠. 오가는 데 필요한 유무형의 비용이 만만치 않고 집 안 소파에 비해 좌석도 불편하며 다른 무엇보다 에티켓을 담보할 수 없는 불특정 다수와 함께 볼 수밖에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좋아하시는..

Film/Horror 2021.07.19

앙코르 _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스핀오프, 나카이즈미 유야 감독

# 0. 보통 맛있는 음식은 두 번 먹어도 맛있습니다. 처음 먹을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말이죠. '나카이즈미 유야' 감독,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스핀오프 할리우드 대작전! カメラ を止めるな! スピンオフハリウッド大作戦!』입니다. # 1. 최대 강점은 '컨셉을 잘 잡았다.'라는 점일 겁니다. 속편이 아니라 '스핀오프'를 기획했다는 점 말이죠. 속편은 전작과 동등한 위계에서 온전한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증명해야 합니다. 충분한 볼륨은 물론이거니와 시리즈물로서의 일관성은 유지하면서 동시에 고유의 차별점 혹은 개선책을 준비해야 하죠. 특히 전작이 많은 사랑을 받은 명작이라면 난이도는 급상승합니다. 고생해서 잘 만들어 놓으면 겨우 '당연한 거 아냐?'라는 소리밖에 못 듣는 반면, 못 만들기라도 했다간 욕만 바가지..

Film/Horror 2021.07.13

버퍼링 주의_ 우로보로스, 계영호 감독

# 0. 제목이 강스포군요. '계영호' 감독, 『우로보로스 :: Ouroboros』입니다. # 1. '우로보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자기 꼬리 물고 있는 형상의 무한동력 마조히스트 뱀을 뜻합니다. 통상 캐릭터보다는 순환이나 윤회, 완전성 따위를 상징하는 심벌로서 더 많이 소비되는 친구인데요. 고딕풍의 호러나 오컬트물 등에서 보통 원형 문고리를 얘 조각으로 만들어두는 경우가 많죠. 감독의 셀프 스포일러대로 인과가 서로의 꼬리를 무는 초현실적 상황 속에서 공포를 발견하는 작품입니다. 시나리오 상 특기할 만한 점은 여타 작품들은 두 개의 분리된 세계를 다루는 데 반해 과 그리고 이라는 '세 층위'가 교차한다는 점 정도를 이야기할 수 있겠네요.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나 편집입니다. 현실과 꿈을 그림..

Film/Horror 2021.06.13

뉴비 판독기 _ 더 로드, 장 밥티스트 안드레아 / 패브리스 카네파 감독

# 0. 우연한 기회로 친구와 함께 영화를 보게 되었네요. 어디 볼만한 영화가 없을까 하던 차에 적당한 런타임의 공포영화를 하나 골랐습니다. 미리 준비한 편의점 팝콘과 맥주 한 캔씩을 손에 들고 영화를 보기 시작합니다. 82분간 펼쳐지는 죽음의 드라이브가 끝나고. '노력은 인정하지만 좀 심심하다' 생각하던 차에, 응? 옆에 앉은 친구가 극찬을 쏟아냅니다. "와~ 진짜 재밌다!!" '장 밥티스트 안드레아', '패브리스 카네파' 감독, 『더 로드 :: Dead End』입니다. # 1. 저는 얼추 일주일에 여덟에서 열 편 정도의 영화를 소비합니다. 그리 많이 보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디 가서 영화 보는 게 취미입니다 말할 수 있을 정도는 되는 셈이죠. 반면 친구는 영화를 딱히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

Film/Horror 2021.05.30

마피아 게임 _ 서클, 에런 핸 / 마리오 미시온 감독

# 0. '정치질'하는 영화입니다. '에런 핸', '마리오 미시온' 감독, 『서클 :: Circle』입니다. # 1. 무지막지하게 많은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경찰도 있구요. 레즈비언도 있습니다. 임산부도 있구요. 전과자도 있죠. 어린아이도 있고, 애매하게 큰 청소년도 있구요. 장정도 있고, 노인도 있습니다. 암에 걸렸다 막 나은 사람도 있구요. 이라크에서 간신히 살아 돌아온 군인도 있죠. 흑인도 있고, 백인도 있고, 아시안도 있고, 라티노도 있습니다. 인종차별자와 인종차별의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사람이 동시에 등장하구요. 신을 받드는 목사와, 과격한 무신론자가 함께하죠. 대부분은 영어를 하지만,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 2. 검은 방입니다. 빨간 원 위에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서 있습..

Film/Horror 2021.05.18

통제력의 상실 _ 리틀 조, 예시카 하우스너 감독

# 0. 꽃가루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연인과 꽃구경하는 대신 고고하고 시크한 싱글 라이프를 택한 이유죠. 애인 사귈 능력은 되냐구요? 그게 중요한가요? 누가 너랑 사귀겠냐구요? 손님, 싸울래요?! '예시카 하우스너' 감독, 『리틀 조 :: Little Joe』입니다. # 1. 굳이 말하자면 공포 스릴러 영화... 이긴 한데요. 솔직히 무섭다기보다는 '찝찝한 영화' 쪽에 조금 더 가깝습니다. 각기 다른 세 층위의 정서가 하나의 이야기 속에 중첩되어 있는데, 그 실체는 구체적 공포보다는 일련의 과정이 낳게 될 미래에 대한 잠재적 공포에 닿아있기 때문이죠. 가장 표면의 테마라 한다면, 역시 유전자 조작 기술과 과학자의 윤리적 일탈로 인한 리스크가 될 테구요. 그다음은 확인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강요된 판단과 ..

Film/Thriller 2021.05.10

미스터 삑사리 _ 새벽의 황당한 저주, 에드가 라이트 감독

# 0. 혹자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삑사리의 미학이라 분석하기도 하는데요. 삑사리가 중요한 순간 매력 포인트로 작동하는 방식을 넘어 아예 삑사리만으로 영화를 만들면 요런 컬트적인 작품이 나오기도 합니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 『새벽의 황당한 저주 :: Shaun of the Dead』입니다. # 1. 패러디 영화입니다. 제목부터 조지 A. 로메로 감독의 에서 따왔듯 말이죠. 고전적 좀비 영화의 소재들을 가져오되 풀어내는 방식에 있어선 클리셰를 역으로 비틂으로 인한 의외성을 즐기는 영화입니다. 그 수준은 패러디와 클리셰의 레퍼런스를 짚는 것보다 차라리 패러디가 아닌 장면을 찾는 편이 더 빠를 정도죠. 한시도 방심할 수 없는 좀비 떼의 습격과 이를 멋들어지게 돌파해 나가는 영리한 주인공 파티는 윈체스터..

Film/Horror 2021.04.18

유쾌하게 조롱당할 수 밖에 _ 디어스킨, 쿠엔틴 두피유 감독

# 0. "조르주는 전 재산을 털어 100% 사슴가죽 재킷을 구매한다. 덤으로 받은 캠코더로 영화감독 행세를 하던 그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재킷을 입은 사람이 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재킷을 없앨 계획을 세운다." ... 이 설명을 읽고 어떻게 안 볼 수 있겠어요. '쿠엔틴 두피유' 감독, 『디어스킨 :: Le daim』입니다. # 1. 서두에 말씀드린 괴랄한 소개 그대로입니다. '조르주'라는 남자가 순도 100% 사슴 가죽 재킷 하나에 전재산을 꼬라박습니다. 덥수룩한 수염의 털북숭이 호구를 낚은 사기꾼은 등쳐먹은 게 영 찝찝했던지 덤으로 캠코더를 하나 선물하죠. 사슴 재킷을 입고 신난 호구는 바에서 술을 마시는 데 웬 창녀가 직업이 뭐냐 묻자 영화감독이라 구라를 칩니다. 의자에 걸쳐둔 사슴 가죽과 복화술..

Film/Comedy 2021.03.02

피로 쓴 스탠드업 코미디 _ 헌트, 크레이그 조벨 감독

# 0. 엄마가 해 줬던 이야기가 있어요. 토끼와 거북이가 나오죠. 토끼는... 재수탱이였어요. 늘 뻐기기만 했죠.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빠르다면서요. 사실이긴 했어요. 달리기를 할 때마다 항상 이겼으니까요. 온 숲이 그 자랑을 듣고 또 들어야 했죠. 재수탱이는 뽐내기 위해 늘 경주를 하려고 했고, 거북이는 생각했어요. '내가 한번 해 볼까?' 토끼는 비웃었어요. '아이고, 재밌겠다 어디 해 보실까?' 거북이에게 먼지를 날리며 토끼는 출발했죠. 엄청 앞서간 거예요. 당연하죠, 토끼는 언제나 이기니까. 하지만 토끼는 막상막하의 경기로 재미를 더하고 싶었고, 멈춰서 낮잠을 잤어요. 하지만 계획보다 오래 잤고. 깨어났을 무렵엔 엿 됐다는 걸 알았죠. 전속력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늦었어요. 거북이가 결승선을 먼저..

Film/Action 2021.02.06

악행은 합리화될 수 있는가 _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안토니오 캄포스 감독

# 0. 테마는 선명합니다. 정당한 악행의 연쇄. 명분과 정의가 악행을 합리화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이죠. 영화에서 지칭하는 '사라지지 않는 악마'는 악의에 가득 찬 특별한 살인마가 아닙니다. 자기 명분에 한껏 충전되어 정의로운 악행을 저지르는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어느 시골마을 사람들의 살인사건으로 배경을 제한하고 이를 위해 기꺼이 오프닝 시퀀스를 할애한 건 이후 벌어지게 될 무수히 많은 선량한 악행들에 보편성을 불어넣기 위함입니다. '안토니오 캄포스' 감독,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 The Devil All the Time』입니다. # 1. 주요 인물들은 모두 각기 다른 배경과 다른 동기와 다른 성격과 다른 철학을 가진 사람들입니다만, 단 한 가지. 자기 나..

Film/Thriller 2020.10.05

리디아를 위하여 _ 비틀쥬스, 팀 버튼 감독

# 0. 판타지의 거장은 아이러니 하나를 다뤄도 이렇게나 현란하게 요리합니다. 평범한 캐릭터가 어째 단 하나도 없습니다. 상식적인 설정 또한 하나도 없습니다. 편의적인 전개도 일절 찾을 수 없고 결말 역시 관객의 예상과는 완전히 따로 놉니다. 물론 2020년의 시각에선 익숙한 설정이라 할법한 표현이 몇 있을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영화가 개봉된 시기는 1988년. 지금으로부터 무려 33년 전이죠. '팀 버튼' 감독, 『비틀쥬스 :: Beetlejuice』입니다. # 1. 유령이 된 아담과 바바라 부부는 마치 사람 같아 보입니다. 그들은 시종일관 평범한 사람의 복식과 평범한 사람의 상식으로 행동합니다. 125년간 지내게 될 집을 가장 아끼며 가꾸는 이들은 이 유령 부부입니다. 유령은 '잘 살고' 싶어 합니..

Film/Comedy 2020.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