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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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영화 47

나비야, 이리 날아오너라 _ 리틀 걸, 세바스티앙 리프쉬츠 감독

# 0. "사샤는 오랫동안 여자라고 느껴... 아뇨, 느낀 게 아니라 사샤는 여자예요. 남자로 태어난 여자요." 세바스티앙 리프쉬츠 감독, 『리틀 걸 :: Petite Fille』입니다. # 1. 의 소재는 제법 독특한데요. 흥미로운 것은 그것이 10글자 넘어가는 괴랄한 소수자성에 근거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주인공 '사샤'는 생물학적 성별과 정신적 성별의 괴리로 힘들어하는 평범한 트랜스젠더일 뿐입니다. 다만 문제는 그녀가 나중에 커서 여자가 되고 싶다 말하는, 이제 막 학교에 들어간 아주 어린 친구라는 것이죠. 퀴어 다큐멘터리도 소주제에 따라 풀어가는 방식은 천차만별이지만, 대체로 그 끝은 두 가지 목표로 귀결되기 마련입니다. 주인공의 소수자성에 대한 내적 탐구, 그 과정에서 차별에 맞서 싸우는 사회적..

에펠탑의 뒤편 _ 오 머시!, 아르노 데플레솅 감독

# 0. 어두운 밤 보다 더 어두운 에펠탑의 뒤편 아르노 데플레솅 감독, 『오 머시! :: Oh Mercy!』입니다. # 1. 통상 영화 속 사건과 인물은 창작된 것이라며 도망갈 길을 열어두기 마련인데요. 되려 등장하는 모든 사건은 소소한 것이든 큰 비극이든 실화라 강조하며 시작됩니다. 실존하는 문제를 강하게 지적하는 고발성 작품이라는 것이죠. 배경인 프랑스 루베(Roubaix)는 감독 데플리솅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강한 비판 아래로 자전적이고 온화한 시선이 함께 느껴지는 독특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밥 딜런의 앨범(Oh Mercy(1989))으로부터 끌고 들어온 듯한 영화의 제목은, 도시의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풀어달라는 숙연한 기도로서 감독의 지향을 엿보게 하죠. 오프닝의 선언처럼 전반..

Film/Drama 2024.03.10

유치가 찬란하심 _ 택시, 제라르 삐레 감독

# 0. 겁나 유치(幼稚)하긴 한데요. 그걸 이렇게 찬란(燦爛)하게 만들면 역으로 먹히기도 합니다. 제라르 삐레 감독, 『택시 :: Taxi』입니다. # 1. 혹하는 최신 영화가 잘 없다 보니 연이어 옛날 영화들을 다시 보게 되는군요.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글에서, 해당 영화와 관련된 내용을 찾아보고 싶었지만 검색되는 거라곤 죄다 프랑스의 택시라 아쉽다 말씀하신 분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데요. 시간이 흘러 이 영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게 되었네요. 다소 익숙지 않은 프랑스 영화임에도 의외로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 작품이긴 합니다만, 글쎄요. 아마 극장에서 보신 분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겁니다. 대부분 OCN이나 Super Action(현 OCN movies2)과 같은 캐이블 채널을 통해 보시지 않았을까요...

Film/Action 2024.02.20

맑은 하늘의 자화상 _ 어느 멋진 아침, 미아 한센 로브 감독

# 0. 불안한 선택의 미로 끝에 뒤돌아 깨닫는 맑은 하늘의 자화상 미아 한셀 로브 감독, 『어느 멋진 아침 :: One Fine Morning』입니다. # 1. 파리라는 배경, 불안이라는 코드, 걷는다는 이미지는 아녜스 바르다의 같은 작품을 생각나게 합니다. 마침 프랑스 영화이기도 하고, 각각 코린 마르샹과 레아 세두의 존재감으로 견인하는 작품이기도 하니까요. 혹은 삶의 무게에 떠밀린 주인공의 분투를 현실적으로 그린다는 면에서 노아 바움백의 같은 작품이 연상되기도 하는군요. 겉보기에는 주인공 산드라의 고단한 삶을 진중하게 조명하고 독려하는 드라마처럼 보이는데요. 생각하기 따라서 그보다 조금 더 깊은 주제의식을 가진 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벤슨 증후군에 걸린 산드라의 아버지 게오르그의 메모에 담긴 ..

Film/Drama 2024.01.12

안전막 없는 트램펄린 _ 풀타임, 에리크 그라벨 감독

# 0. 그 어린 엄마는 잘 지내고 있을까 에리크 그라벨 감독, 『풀타임 :: À plein temps』입니다. # 1. 싱글맘의 고단하고 치열한 일상을 스릴러의 긴박감으로 그려낸 드라마입니다. 이야기에 특별함은 없고 이야기를 즐기는 영화도 아닙니다. 캐릭터성이 강한 주인공을 탐구하는 류의 이야기도 아니구요, 연출에서 강한 개성이 발견되는 작품도 아닙니다. 영화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싱글맘을 상정한 후 그녀의 평범한 일상에 치밀하게 집요하게 접근합니다. 두 아이를 혼자 키워내는 싱글맘이 느낄 법한 감정들, 이를테면 압박감이나, 고독감, 피로감, 조바심 따위를 해체해 각기 다른 현실적 레이어로 흩뿌려 투영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감독은 싱글맘의 스트레스를 주인공의 감정 묘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

Film/Thriller 2023.10.14

패러디와 떡밥 회수 _ 슈퍼 후?, 필립 라쇼 감독

# 0. 패러디와 떡밥 회수. 그게 전부입니다. 진짜루요. 필립 라쇼 감독, 『슈퍼 후? :: Super-héros malgré lui』입니다. # 1. 프랑스 엉아들이 만든 B급 싼마이 패러디 코미디입니다. 우리의 주인공은 스몰 사이즈 팬티 모델 출신 무명 배우입니다. 미쿡 엉아들이 마블 유니버스로 장사하는 게 배 아팠던 돈 많은 프랑스 할머니가 BADMAN이라는 제목의 짝퉁 히어로 영화를 기획합니다. 여차저차 캐스팅되는 데 성공한 주인공은 촬영 중 집으로 돌아가다 사고가 나는데요. 거 참 공교롭게도 몸뚱이는 멀쩡하지만 기억상실에 걸리고 말았죠. 정신 차리고 보니 슈퍼 히어로 옷을 입고 있길래, 어라? 와타시 어쩌면 배드맨이었던 걸지도? 지가 자경단 노릇하던 슈퍼 히어로라 믿은 무명 배우는 돌아다니는 ..

Film/Comedy 2023.09.14

이런 얼굴이었을까 _ 파라노이드 파크, 구스 반 산트 감독

# 0. 그때 내 뒷모습은 이런 얼굴이었을까 구스 반 산트 감독, 『파라노이드 파크 :: Paranoid Park』입니다. # 1. 제법 난해하고 제법 독특합니다. 누가 구스 반 산트 아니랄까 봐 지독할 정도로 긴 롱 테이크가 영화의 호흡을 붙잡고 깊은 어딘가를 향해 침전시킵니다. 느리고 몽환적인 사운드와 대비되는 과격한 파열음은 침전된 관객의 마음에 의도된 파형을 반복적으로 유도합니다. 주인공 알렉스의 목소리를 빌린 독백 전개와, 혼자 기대앉는 낡은 의자, 일기나 편지 따위의 코드는 내적 고독감을 점층적으로 쌓아나갑니다. 1.33:1의 화면비와 레트로 캠코드의 질감까지 곁들여지면 작품은 현장적이고 회고적이며 감각적이고 동시에 사유적인 무언가로 두텁게 승화됩니다. 인물을 집어삼키고 고립시키는 프레임은 그..

Film/Drama 2023.08.08

정체와 요행의 미스터리 _ 9명의 번역가, 레지 루앙사르 감독

# 0. 왜 문학이어야 했을까. 왜 번역이어야 했을까. 레지 루앙사르 감독, 『9명의 번역가 :: Les Traducteurs』입니다. # 1. 장르와 소재의 연동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대부분의 설정은 걸맞은 권위를 부여받지 못합니다. 문학과 번역이라는 코드는 작품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을 텐데요. 왜 문학이어야 했는지, 왜 번역이어야 했는지에 대한 설득이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죠. 어떤 수학 난제가 있고 그걸 풀어낸 누군가가 있어 이를 검토하기 위해 전문가를 모아뒀다 가정해 봅시다. 사실 진짜 난제를 풀어낸 건 무명의 젊은 친구였고, 그가 스승의 복수를 위해 검토팀에 잠입했다 하더라도 이야기가 굴러가는 데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을 겁니다. 혹은 회사 병합을 하는 데 관련된 기밀이 있어 관계자들이 밀실에 모..

Film/Thriller 2023.02.28

레아 세두 화보집 _ 어느 하녀의 일기, 브느와 자코 감독

# 0. 집사랑 눈 맞은 하녀가 주인집 털고 런하는 이야기입니다. 농담하지 말라구요? 감동 실화입니다만? 브느와 자코 감독, 『어느 하녀의 일기 :: Journal d'une femme de chambre』입니다. # 1. 좋게 말하면 당당하고 나쁘게 말하면 꼬장꼬장한 '셀레스틴'이라는 이름의 하녀가 시골 마을에 취업해 적당히 착취적이고 적당히 고생스러운 직업 생활을 보내다 15년 간 충직한 집사 행세를 했던 '조세프'라는 남자와 눈 맞아 불꽃 섹스를 즐긴 후 고가의 은식기 세트 낭낭하게 털어 부둣가 술집 마담으로 전직하는 이야기입니다. 중간중간 셀레스틴의 과거 회상과 이웃들과의 담소, 처참한 살인 사건 따위가 자극적으로 묘사되긴 하지만 주요 서사만큼은 말씀드린 것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않죠. 이야기..

Film/Drama 2022.04.16

실패한 성장의 대가 _ 늑대소년 테디, 뤼도비크 부케르마 외 1 감독

# 0. 성장 영화라고 하면 미성숙한 개인이 내적 갈등을 겪으며 정신적으로 성숙해 보다 행복하고 풍요로운 인생의 발판을 마련하는 과정을 다룬 영화,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텐데요. 정의에서부터 미루어 알 수 있다시피 기본적으론 해피 엔딩이기 마련입니다. 결과가 성장과 행복으로 귀결되지 않으면 그 자체로 성장 서사라 부를 수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성장이라는 것이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누구나 행복한 낙원은 어린아이 동화 속 이야기죠. '뤼도비크 부케르마', '조랑 부케르마' 감독, 『늑대소년 테디 :: Teddy』입니다. # 1. 영화 는 기본적으로 성장 영화의 틀을 따라갑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소년의 신체적, 정서정, 정신적 변화를 늑대 인간이라는 과격한 형태로 과장하는 우화죠...

Film/SF & Fantasy 2022.04.08

닫힌 방, 열린 서사 _ 더 룸, 크리스티앙 볼크망 감독

# 0. 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 '크리스티앙 볼크망' 감독, 『더 룸 :: The Room』입니다. # 1. 전능한 신과 도전하는 인간의 판타지 통제하는 부모와 일탈하는 아이의 드라마 스토커 살인마와 사냥감의 스릴러 # 2. 하나의 공간에 중첩된 세 층위의 이야기입니다. 일방향적 서사 속에서 세 캐릭터 모두 각자의 주제에서는 주연으로, 서로의 주제에서는 조연으로 기능합니다. 신과 인간의 서사 구조에서 관객은 셰인의 입장이 됩니다. 가족주의 서사에서는 케이트에 교감합니다. 스릴러의 기준에서는 멧과 정서적으로 밀착되는 식이죠. 나 혼자만 레벨업식 유치찬란 양판소 설정에서 출발한 영화는 방에서 태어난 아이 셰인과 정신병원에 수감된 존 도의 등장에 힘입어 ..

Film/Thriller 2022.03.22

상하 좌우 반전 _ 하이 라이프, 클레어 드니 감독

# 0. 우주 SF입니다. 디테일한 미술과 세심한 설정과 쫀쫀한 서사로 빚어낸 환상의 공간을 여행하는 아이 씐나! 어드벤처 물이거나, 철학적이거나 제의적이거나 관념적인 코드들로 이리저리 엮어낸 교수님스러운 스릴러 드라마인 경우가 일반적이죠. 물론 세부적으로 나누자면야 더 많은 분류가 가능할뿐더러 위의 두 분류 역시 칼같이 나눠지지 않고 겹쳐 들어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만, 알잘딱 넘어가도록 합시다. '클레어 드니' 감독, 『하이 라이프 :: High Life』입니다. # 1. 후자의 교수님스러운 영화 그중에서도 매운맛입니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이미지와 분위기에 주력하고 있을 뿐 디테일은 과감히 생략하고 있기도 하구요, 펜로즈 과정 따위를 잠시 찍먹 하긴 하지만 그마저도 몰입을 위한 과학적 디테일이라기..

Film/SF & Fantasy 2022.03.14

환생 했나? _ 스탈린이 죽었다!, 아만도 이아누치 감독

# 0. 죽은 줄 알았는데 말이죠. '아만도 이아누치' 감독, 『스탈린이 죽었다! :: The Death of Stalin』입니다. # 1. 역사적-정치적 사건의 내막과 암투를 다루는 작품들의 리뷰란 결국 장학 퀴즈 식으로 귀결되기 마련입니다. 저지른 악행들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비참한 죽음, 스스로 만든 권위가 골든 타임을 놓치게 만드는 아이러니, 고상 떠는 취미와 대조되는 지저분한 실금, 독살을 의심해 의사들을 모조리 숙청하는 바람에 제대로 된 진료의 기회조차 받지 못하는 어리석음, 모함하고 비위 맞추는 데에만 능한 간신들과, 능력에 어울리지 않는 휘향 찬란한 직함과, 웃옷을 가득 채운 무수한 훈장의 요청 등이 실제로도 그러했답니다~ 라는 식이죠. 거기다 진중한 정치사극이 아니라 노골적으로 골려먹기..

Film/Comedy 2022.02.28

불꽃놀이 _ 티탄,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

# 0. 검은 하늘. 폭력으로 쏘아 올린 화약. 형형색색의 폭발. 불의 에너지, 빛의 파괴. 찰나 같은 속도감. 사그라들고 난 후의 허무함.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 『티탄 :: Titane』입니다. # 1. '내가 지금 뭘 본건가'라는 관람평은 썩 훌륭합니다. '네가 지금 뭘 본거 같냐' 묻는 영화이기 때문이죠. 알렉시아는 알렉시아가 아닙니다. 아드리앵은 아드리앵이 아닙니다. 여자이지만 여자라 할 수 없고 남자이지만 남자인 것도 아닙니다. 제3의 성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라 어떻게도 정의할 수가 없죠. 여자를 사랑하지만 동성애자는 아닙니다. 남자를 사랑하지만 이성애자도 아니죠. 메카노필리아지만 온전히 메카노필리아인 것은 아닙니다. 범성애자도 아니구요. 아들도 아니고 딸도 아닙니다. 평범하던 사람은 이상..

Film/Thriller 2022.02.01

붉은 날 _ 슬라롬, 샤를렌느 파비에 감독

# 0. 새하얀 설원을 가르는 붉은 날. * 날² [명사] _ 연장의 가장 얇고 날카로운 부분. 베거나 찍거나 깎거나 파거나 뚫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 '샤를렌느 파비에' 감독, 『슬라롬 :: Slalom』입니다. # 1. 서사는 날카롭고 직선적입니다. 숨겨진 비밀 따위의 과장된 변주 없이 날 것 그대로를 전개합니다. 시니컬해 보일 정도의 선명성이 드라마가 작동하기 위한 높은 몰입도를 정석적으로 설득합니다. 프랑스 영화는 이 강단이 참 매력적이죠. 미성년자 성폭행이란 소재는 충격적이지만 핵심은 아닙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집단에서 특별히 문제적인 개인이 특별히 문제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건 종종 일어나는 일이며 그걸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는 건 감독도 알고 있습니다. 영화가 주목하는..

Film/Drama 2021.12.02

누군가의 평범 _ 점보, 조이 위톡 감독

# 0. 사물을 사랑하는 오브젝토필리아 Objectophilia, 그중에서도 특히 기계를 사랑하는 메카노필리아 Mechanophilia에 대한 영화입니다. 사용성이나 수집욕 혹은 지적 욕구 등으로 기기를 즐기는 IT 덕후들이나 애인과의 성적 페티시를 충족하기 위한 기계 소품을 탐닉하는 사람들이 아닌 아예 기계 그 자체를 성적으로 사랑하는 도착증을 말합니다. '조이 위톡' 감독, 『점보 :: Jumbo』입니다. # 1. 기계를 사랑하는 여자 '잔'입니다. A.I. 탑재된 로봇형 기계 아니구요. 그냥 쌩기계(...), 놀이동산 어트랙션을 사랑하게 된 사람이죠. 히치콕 감독은 "드라마란 지루한 부분을 잘라낸 인생이다. Drama is life with the dull parts cut out." 라 말하는데요..

Film/Drama 2021.07.01

순간들 _ 시바티에서의 마지막 나날들, 앙드릭 뒤졸리에 감독

# 0. "이 지역은 곧 철거돼요. 알잖아요. 여길 싹 허물 거예요. 중국 빈곤층을 보여 주려고 다큐멘터리를 찍나 본데 당신들 생각하곤 달라요. 중국은 이제 빈곤하지 않아요. 그건 가짜 이미지라고요. 당신네 기자들은 뭐든 과장하기 일쑤죠. 촬영해서 이럴 거잖아요. '중국은 가난하다!' 해방 직후 동네도 좋아지고 통나무를 때고 살죠. 중국을 폄하하지 말아요. 내 말 들어요. 당신이 찍는 건 진짜가 아니에요." '앙드릭 뒤졸리에' 감독, 『시바티에서의 마지막 나날들 :: Derniers jours à Shibati』입니다. # 1. 시바티의 사람들 "있잖아. 자기 나라에선 낙오자일 거야. 직업이 없나 보지.", "말조심해. 알아들을 수도 있어.", "내 말 들어봐. 직업이 있는 사람 같으면 대체 여길 왜 왔..

Documentary/Social 2021.06.17

어린 공주 _ 버터플라이, 필립 뮬 감독

# 0. 《어린 왕자》(프랑스어: Le Petit Prince)는 프랑스의 비행사이자 작가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가 1943년 발표한 소설이다.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가 자기의 작은 별에서 여러 별들을 거쳐서 드디어 지상에 내려온 소년의 이야기를 듣고 결국 소년이 뱀에게 물려 자신의 별로 돌아갈 때까지의 이야기이다. ... 순결한 소년과 장미(여성)의 사랑 이야기나 갖가지 지상의 성인을 반영하는 다른 별에서 겪은 체험을 통하여 인생에 대한 일종의 초월적 비판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이 비판을 담은 시(童心)는 그것이 비판과 분리되지 않고 일체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작자의 심정과 윤리가 혼연히 융합되고 표백(表白)되어 있어, 프랑스는 물론 미국·독일 등 각국에서도 비상한 호평으로 환영하였다. - 위키백..

Film/Drama 2021.06.03

뉴비 판독기 _ 더 로드, 장 밥티스트 안드레아 / 패브리스 카네파 감독

# 0. 우연한 기회로 친구와 함께 영화를 보게 되었네요. 어디 볼만한 영화가 없을까 하던 차에 적당한 런타임의 공포영화를 하나 골랐습니다. 미리 준비한 편의점 팝콘과 맥주 한 캔씩을 손에 들고 영화를 보기 시작합니다. 82분간 펼쳐지는 죽음의 드라이브가 끝나고. '노력은 인정하지만 좀 심심하다' 생각하던 차에, 응? 옆에 앉은 친구가 극찬을 쏟아냅니다. "와~ 진짜 재밌다!!" '장 밥티스트 안드레아', '패브리스 카네파' 감독, 『더 로드 :: Dead End』입니다. # 1. 저는 얼추 일주일에 여덟에서 열 편 정도의 영화를 소비합니다. 그리 많이 보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디 가서 영화 보는 게 취미입니다 말할 수 있을 정도는 되는 셈이죠. 반면 친구는 영화를 딱히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

Film/Horror 2021.05.30

고립은 인간을 죽일 수 없다 _ O₂, 알렉산드르 아야 감독

# 0. 아무래도 ‘로드리고 코르테스’ 감독의 가 생각나지 않을 수는 없겠죠. 간신히 사람 몸하나 뉘일 공간에 갇혀 있는 인물의 공포를 다룬 다른 모든 영화들처럼요. 해당 영화를 리뷰하며, 극단적으로 제한된 공간이 역설적으로 서사를 진행함에 있어 압도적인 자유도를 부여한다 말씀드렸었는데요. 이 영화는 그 압도적인 자유도라는 게 어디까지 펼쳐질 수 있는가를 실천적으로 증명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알렉산드르 아야’ 감독, 『O₂ :: Oxygène』입니다. # 1. 영화는 두 번의 국면 전환으로 나눠진 세 파트로 구성됩니다. 첫 번째는 제한적인 시간, 좁은 공간에 갇힌 사람의 폐소 공포와, 탈출을 위한 실마리를 수집해 나가는 스릴러로 전개되게 되구요. 두 번째는 이전까지의 목적의식 자체를 부정하는..

Film/SF & Fantasy 2021.05.16

불안한 존재들 _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 아녜스 바르다 감독

# 0. 되도록 어떻게든 생각을 정리하고서 글로 옮기려 합니다. 그게 옳으냐 그르냐, 수준이 되느냐 못 미치느냐 와는 별개로 말이죠. 하지만 이번엔 포기해야겠네요. 대단히 간결하고 선명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연출을 하나하나 음미하다보면 쉬이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 작품이었습니다. 영화 문제는 절대 아니구요, 제가 부족해서 그런 거죠. 수많은 화두와 표현이 가득한 탓에, 며칠에 걸쳐 조곤조곤 읽어야 할 책을 1시간 30분 만에 단숨에 읽어버린 느낌입니다. 시간을 두고 곱씹어 봤지만 끝내 정리되지 않아, 나름대로 생각한 몇몇 포인트들을 나열해 두는 것으로 이번 리뷰는 대신해야겠네요. 개인적으론 '아녜스 바르다'의 영화 중 가장 러블리하면서, 동시에 가장 어려운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녜스 바르다' 감독..

Film/Drama 2021.05.08

누가 돌봐주고 있어? _ 클레오 & 폴, 스테판 드무스티에 감독

# 0. 쌍둥이 남매 '클레오'와 '폴'이 길을 잃는 영화입니다만 사실 아이들은 길을 잃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길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죠. 부유하고 있을 뿐입니다. 방황과는 다릅니다. 방황에는 갈등과 번민이 포함되지만 이 아이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영화 내내 쌍둥이 모두 부모의 품이나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식 자체가 거의 발견되지 않습니다. 그저 둥둥 떠다니고 있을 뿐이죠. '스테판 드무스티에' 감독, 『클레오 & 폴 :: Allons enfants』입니다. # 1. '클레오'와 '폴'은 부모가 아닌 보모의 아래 있습니다. 보모 '엘사'는 보모로서의 적합한 능력도 책임감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울고 있는 '클레오'를 달래줄 사람은 누군지 알 수 없는 행인이고, 처음 손을 맞잡은 사람은 공원에 ..

Film/Drama 2021.05.01

연기의 맛 _ 대학살의 신, 로만 폴란스키 감독

# 0. 연기 구경하는 맛으로 보는 영화입니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 『대학살의 신 :: Carnage』입니다. # 1. 찰진 대사빨과 화려한 연기빨로 조지는 소위 말싸움물입니다. 네 명의 주인공이 좁은 거실에 틀어박혀 펼치는 1시간 19분 동안의 썰전입니다. 다 큰 어른들이 교양과 위선으로 싸우는 동안 리드미컬하게 변모하는 긴장과 갈등, 그 속에 숨겨진 묵직한 농담입니다. 평범하다는 말도 거창해 보일 정도로 소소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사건입니다. 전개라 부를만한 서사조차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말인즉, 연출자가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다는 뜻이죠. '낸시'가 화려하게 물대포를 쏘는 장면이나, '햄스터'나 '아프리카' 같은 몇 뇌절성 아이템을 활용한 러프한 완급 조절을 제외..

Film/Drama 2021.04.26

미스터 삑사리 _ 새벽의 황당한 저주, 에드가 라이트 감독

# 0. 혹자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삑사리의 미학이라 분석하기도 하는데요. 삑사리가 중요한 순간 매력 포인트로 작동하는 방식을 넘어 아예 삑사리만으로 영화를 만들면 요런 컬트적인 작품이 나오기도 합니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 『새벽의 황당한 저주 :: Shaun of the Dead』입니다. # 1. 패러디 영화입니다. 제목부터 조지 A. 로메로 감독의 에서 따왔듯 말이죠. 고전적 좀비 영화의 소재들을 가져오되 풀어내는 방식에 있어선 클리셰를 역으로 비틂으로 인한 의외성을 즐기는 영화입니다. 그 수준은 패러디와 클리셰의 레퍼런스를 짚는 것보다 차라리 패러디가 아닌 장면을 찾는 편이 더 빠를 정도죠. 한시도 방심할 수 없는 좀비 떼의 습격과 이를 멋들어지게 돌파해 나가는 영리한 주인공 파티는 윈체스터..

Film/Horror 2021.04.18

슬랩스틱 로맨스 _ 페어리, 도미니크 아벨 감독

# 0. 이곳은 상상想像과 수사修辭가 현실이 된 요정의 나라. 도미니크 아벨, 피오나 고든 부부에게 사랑은 그런 곳입니다. '도미니크 아벨' 감독, 『페어리 :: La fée』입니다. # 1. 지루한 일상은 내달리는 자전거와 반복되는 티브이 시청으로 구체화됩니다. 손님에게 무관심한 돔의 태도는 가방 안에 숨겨둔 강아지 미미를 알아채지 못하는 모습으로 과장됩니다. 요정 같은 환상적인 사랑과의 첫 만남은 직접 자신을 요정이라 소개한 후 고장 난 엘리베이터를 고치는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그녀를 처음 만난 순간의 심드렁한 마음은 연출된 퉁명스러움으로. 돌이켜보면 기적 같았던 우연은 실제 비현실적인 기적으로 표현됩니다. 나를 살려준 그녀의 손길은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부드러웠기에 실제 피오나는 돔의 위에서 춤을..

Film/Romance 2021.03.29

좋아서 싫을 수도 있구나 _ 북극의 나누크, 로버트 J. 플래허티 감독

# 0. 분명 이야기가 영화의 전부는 아닙니다. , 같이 음악을 위해 이야기를 과감하게 투자하는 작품들도 있고 아예 , 같은 뮤지컬 영화들도 있죠. 와 같은 작품들은 이야기보다 인물의 구도와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되기도 하구요. 처럼 지독할 정도로 정서를 따라가는 작품도 있고 나 같은 영화들은 회화적 스타일로 승부를 보는 이색적인 작품들 또한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편적인 영화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를 하나 꼽아야 한다면, 어땠든 이야기라는 것만큼은 쉽게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저 역시 그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하죠. '로버트 J. 플래허티' 감독, 『북극의 나누크 :: Nanook Of The North』입니다. # 1. 마찬가지로 다큐멘터리의 전부는 아니겠습니다만 그럼에도 가장..

하드코어 빌런 _ 폴레트의 수상한 베이커리, 제롬 엔리코 감독

# 0. 썩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많은 마니아분들로부터 꾸준히 사랑받는 '프랑스 영화'입니다. 대부분은 다양한 장르의 실험작들과 도발적인 예술영화들, 혹은 특유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나 역사성, 완성도, 자유로움 때문에 프랑스의 영화를 좋아하시는 듯합니다. 만, 솔직히 저는 그냥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무의식적 도덕 경계, 그 상식을 일말의 주저도 없이 파괴하고 뛰어넘어 버리는 과격함 때문에 좋아합니다. 이 영화는 그 기대에 정확히 부응하는 작품들 중 하나라 할 수 있겠죠. '제롬 엔리코' 감독, 『폴레트의 수상한 베이커리 :: Paulette』입니다. # 1. 본론에 앞서 도저히 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저는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왜 마케팅을 이따위로 하는 걸까요..

Film/Comedy 2021.03.07

유쾌하게 조롱당할 수 밖에 _ 디어스킨, 쿠엔틴 두피유 감독

# 0. "조르주는 전 재산을 털어 100% 사슴가죽 재킷을 구매한다. 덤으로 받은 캠코더로 영화감독 행세를 하던 그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재킷을 입은 사람이 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재킷을 없앨 계획을 세운다." ... 이 설명을 읽고 어떻게 안 볼 수 있겠어요. '쿠엔틴 두피유' 감독, 『디어스킨 :: Le daim』입니다. # 1. 서두에 말씀드린 괴랄한 소개 그대로입니다. '조르주'라는 남자가 순도 100% 사슴 가죽 재킷 하나에 전재산을 꼬라박습니다. 덥수룩한 수염의 털북숭이 호구를 낚은 사기꾼은 등쳐먹은 게 영 찝찝했던지 덤으로 캠코더를 하나 선물하죠. 사슴 재킷을 입고 신난 호구는 바에서 술을 마시는 데 웬 창녀가 직업이 뭐냐 묻자 영화감독이라 구라를 칩니다. 의자에 걸쳐둔 사슴 가죽과 복화술..

Film/Comedy 2021.03.02

흙을 먹일 수 있을까 ⅱ _ 스왈로우,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감독

이전글 : 흙을 먹일 수 있을까 ⅰ _ 스왈로우,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감독 # 0. 인정합니다. 이 글은 다른 글에 비해 유독 공정하지 않을 겁니다. 제가 '헤일리 베넷'의 열렬한 팬이거든요. 그녀가 조연으로 잠깐 출연했던 만 하더라도 몇 번을 다 morgosound.tistory.com # 12.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죠. 일련의 연출법은 난해한 아이템을 이해시키는 덴 성공합니다만, 안타깝게도 장르와 합치되는 데에는 실패하고 맙니다. 압박감의 성격보다 더 우선시되는 압력의 크기. 인물을 포위하는 듯한 엄격한 연출의 통제. 주인공의 심리적 상황보다 심미성에 더 많이 할애되는 듯한 메타포. 사건이 고조되는 순간의 과격한 표현 따위 등은 전형적인 스릴러의 작법들인데 반해 이 영화의 메시지는 누가 뭐래..

Film/Thriller 2021.02.18

흙을 먹일 수 있을까 ⅰ _ 스왈로우,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감독

# 0. 인정합니다. 이 글은 다른 글에 비해 공정하지 않을 겁니다. 제가 '헤일리 베넷'의 열렬한 팬이거든요. 그녀가 조연으로 잠깐 출연했던 만 하더라도 몇 번을 다시 볼 정도로 좋았었는데요. 단독 주연작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는 거겠죠. 영화가 뭐 어떻다구요? 그래서 므요, 으쯔라구요. 1시간 30분 여신 영접했으면 된 거 아닌가요?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감독, 『스왈로우 :: Swallow』입니다. # 1. 영화에 대한 쓸데없는 이야기들은 잠시 치워두고 작품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주연 배우 얘기부터 해 봅시다. 제 아무리 작가주의적 작품을 좋아하는 관객이라 하더라도 캐스팅만으로 주저 없이 티켓값을 지불하게 만드는 배우들이 다들 몇 명씩은 있죠. 저는 우리나라 여배우 중에선 '전도연'과 '문소..

Film/Thriller 2021.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