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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Horror

랩탑 무비 _ 블레어 위치, 다니엘 미릭 / 에두아르도 산체스 감독

그냥_ 2021. 7. 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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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시리즈를 연이어 보다 보니 문득 요런 류의 영화가 땡기더라구요.

 

 

 

 

 

 

 

 

'다니엘 미릭', '에두아르도 산체스' 감독,

『블레어 위치 :: The Blair Witch Project』입니다.

 

 

 

 

 

# 1.

 

코시국이라 곤란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어지간하면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편이 좋습니다. 호러든 코미디든 드라마든 멜로든 스릴러든. 압도적인 스크린 크기가 주는 박력과 디테일한 화질, 전문가들이 세심하게 설계한 음향 등 감독의 의도에 최적화되어 있는 환경이 주는 경험의 퀄리티는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죠. 오가는 데 필요한 유무형의 비용이 만만치 않고 집 안 소파에 비해 좌석도 불편하며 다른 무엇보다 에티켓을 담보할 수 없는 불특정 다수와 함께 볼 수밖에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애정 하는 작품일수록 영화관 관람을 고집하시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놓치고 싶지 않은 블럭버스터들 뿐 아니라 비교적 투박하기 마련인 독립영화들 조차 영화관에서 보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감상에 제법 큰 차이가 납니다. 영화계가 낮은 경제성에도 불구하고 독립 단편 영화를 전문 상영하는 예술 영화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건, 제한적 환경에서 분투하는 창작자들의 도전적인 작품이 조금이나마 온전한 평가를 얻길 바라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죠.

 

 

 

 

 

 

# 2.

 

하지만 아주 특별한 몇몇 소장르의 작품들은 영화관이 아닌 다른 환경에 최적화되어 있기도 합니다. 자동차 극장에서 봐야 제맛인 영화라거나 소파에 누워 tv로 봐야 제맛인 영화들도 간혹 있죠. 지금 이야기하려는 장르, 파운드 푸티지 Found Footage는 '랩탑'으로 봐야 제맛인 영화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관보다는 거실 소파, 거실 소파보다는 내방 침대에서 보는 게 확실히 유리합니다. 불은 무조건 꺼둬야 하구요. 커튼을 치지 않고도 어둑어둑할 수 있을 정도의 늦은 밤에 보신다면 더욱 훌륭합니다. 엎드려서 보면 허리에 안 좋으니 배게 두어 개 겹쳐 기대앉아 무릎에 랩탑을 올려놓으시구요. 크지는 않지만 쨍한 화면에서 영화가 플레이 되는 위로 어렴풋이 자기 얼굴 실루엣이 슬쩍슬쩍 비치면 더욱 좋습니다. 투박한 노이즈를 투박한 노이즈 그대로 내보내 줄 적당한 퀄리티의 내장 스피커면 충분합니다. 가장 믿을 수 있는 공간인 내 방 내 침대 위, 가장 익숙한 도구인 내 랩탑에서 느끼는 위화감이 관객 스스로 생산한 상상력과 어우러어 피부를 스며들 때 진짜 파괴력을 과시하는 장르물이기 때문이죠.

 

 

 

 

 

 

# 3.

 

파운드 푸티지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면 아무래도 '오렌 펠리' 감독의 <파라노말 액티비티>를 꼽아야 할 겁니다. 우리나라 영화들 중에는 근년 인상적인 성공을 거둔 '정범식' 감독의 <곤지암>이나 글을 쓰는 현재 최고 화제작인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의 <랑종>이 익숙하시겠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러 기반의 파운드 푸티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이 영화, <블레어 위치>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겁니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 소장르를 정의하게 하는 대표작들은 썰을 풀기 만만찮은 게 사실입니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곧 소장르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흔히 파운드 푸티지하면 직관적으로 떠올리실 법한 특징들, 이를테면

 

⑴ 8미리, 16미리 혹은 cctv 등 비전문가용 카메라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제한적 시야

⑵ 소수 주인공 무리의 동선에 종속된 단조로운 진행과 이를 희석하기 위한 수다스러운 대사

⑶ 핸드헬드 카메라의 높은 비중 및 당사자의 정서 변화를 표현하기 위한 한방으로 남용되는 셰이키 캠

⑷ 카메라의 위치나 밝기, 구도 등에 따른 상황 암시와 관객의 상상력에 극단적으로 의존하는 장르 경험

⑸ 거의 무조건적이다 싶을 정도의 열린 결말과 페이크 다큐답게도 작품 전후를 감싸 놓는 설정 놀이

 

등의 장르적 특성들의 원형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야 말로 이 작품의 알파이자 오메가라 할 수 있을 겁니다.

 

 

 

 

 

 

# 4.

 

독창적인 설정을 가진 몇몇 작품들의 성공은 그 자체로 소장르화 되곤 합니다. 언더커버물의 <무간도>나 루프물의 <사랑의 블랙홀>처럼요. 이후 개봉될 아류작들은 대체로 조상님과의 차별화를 위해 [소장르의 매력] 위로 [작품 고유의 경쟁력]을 더하게 되는데요. 그러다보니 [소장르의 매력] = [작품 고유의 매력] 일 수밖에 없는 초기작이 역으로 폄하당하기도 합니다. 수많은 아류작에 매료된 팬이 유명세에 이끌려 고전작품을 찾아보고선 '웬걸? 기대보다 너무 심심한데?'라는 소리를 하게 되는 식이죠.

 

이 영화 역시 그 예라 할법합니다. 개봉 당시의 센세이션 했던 반응과 대비되게도 현대로 오면 올수록 '심심하다'는 평을 듣기 딱 좋은 작품이거든요. 혁신적인 아이팟과 혁신적인 전화기와 혁신적인 인터넷 브라우저를 합친 아이폰 1세대는 분명 기념비적인 작품이었습니다만, 아이폰 12를 손에 쥔 잼민이들에겐 화면 작고 버벅거리는 못생긴 폰에 불과한 것처럼 말이죠.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작품을 알아 모시지 않은 관객의 탓이라 말할 수는 절대 없겠습니다만, 어쨌든 해당 작품으로서는 박한 평이 억울할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은 하게 됩니다.

 

 

 

 

 

 

# 5.

 

장르적 매력 외에 이 작품이 가진 고유의 가치라 한다면 역시 <공포>라는 감정 그 자체에 대한 본질적 고찰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에피쿠로스'로 기억하는데요. "살아있는 동안엔 절대 죽음으로부터 고통받을 수 없고, 죽어서는 죽었기 때문에 죽음으로부터 고통받을 수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죠. 우리가 죽음으로부터 고통받는 건 죽음이 아니라 '죽음을 두려워하는 마음'. 즉, 인식의 문제입니다.

 

이 영화 역시 공포를 인식의 문제로 정의합니다. 도입에서부터 블레어 위치의 존재에 대해 마을 주민 누군가는 믿는다 말하고 누군가는 믿지 않는다 말하죠. 리더인 헤더 역시 영화 내내 길이 없는 곳에서 길을 잃구요. 마이크는 지도를 냇가에 던져버렸지만 그렇지 않는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헤더와 마이클과 조시가 어떻게 되었는지, 블레어 위치는 어떤 존재인 건지, 아니 존재하긴 하는 건지조차 관객은 전혀 모르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관객은 분명 공포를 느끼게 됩니다. 말인즉, 관객과 세 주인공 모두 '영화 내내 무엇을 무서워하는지도 모른 채 무서워하고 있다'는 뜻이죠.

 

헤더는 마지막 유언으로 "눈을 뜨는 것도 무섭고, 눈을 감는 것도 너무 무서워요."라 말하는데요. 눈을 뜨면 '알 수 없는' 존재를 마주하게 될 것이기에 무섭습니다. 눈을 감으면 존재의 유무를 '알 수 없게' 되기에 무섭습니다. 사람들은 무서운 무언가보다 무서움 그 자체를 더 무서워하는지도 모르겠네요.

 

 

 

 

 

 

# 6.

 

일반적인 호러무비를 예상하시면 애로사항이 꽃필 가능성이 큽니다. 후반부 몇몇의 포인트들을 제외하면 공포보다는 '불안'과 '짜증', 특히 영화를 끌고 가기 위해 어쩔 수 없었을 멍청한 주인공들의 '답답함'이 조금 더 강하게 전달되는 작품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테죠.

 

흔한 점프 스케어조차 거의 없이 극단적일 정도로 분위기와 상상으로만 승부 보는 작품이기에, 최대한 실제 사건의 영상기록물을 본다는 자기 최면을 곁들여야 합니다. 만약 그 몰입에 성공하신다면, 요 비슷한 장르의 영화를 미친듯 연이어 보게 될 시작점으로서 더없이 훌륭한 작품이 되어줄 수 있겠네요. '다니엘 미릭', '에두아르도 산체스' 감독, <블레어 위치>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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