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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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umentary/Ecology & Exploratory 9

상생의 역사 _ 아기 코끼리와 노부부, 카르티키 곤살베스 감독

# 0. 필연의 상처를 회복케 하는 상생의 역사 카르티키 곤살베스 감독, 『아기 코끼리와 노부부 :: The Elephant Whisperers』입니다. # 1. 남인도 타밀나두 주에 위치한 무두말라이 호랑이 보호구역.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야생 인접 인도코끼리 캠프, 테파카두 캠프. 그 속에서 '숲의 왕들'이라는 뜻을 가진 카투나야카르 족 사람들이 자연과 하나 되어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다큐멘터리는 라구와 암무라는 이름의 두 아기 코끼리를 돌보는 관리인 봄만, 벨리 부부를 중심으로 따라갑니다.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가치는 상생相生입니다. 자연과 생명의 상생이자, 인간과 동물의 상생이며, 부모와 자녀의 상생이자, 노인과 아이의 상생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통할하는 존재와 역사와 ..

애프터 디어 _ 야생동물병원 24시, 다넬 엘펠레그 / 우리엘 시나이 감독

# 0. Dedicated caretaker of people and wildlife. He spread light to all despite his own suffering. 다넬 엘펠레그 / 우리엘 시나이 감독, 『야생동물병원 24시 :: Pere』입니다. # 1. 이스라엘의 야생동물병원입니다. 우리말 제목의 '24시'라는 말처럼 낮도 밤도 따로 없습니다. 사슴에서 하이에나까지, 오리부터 펠리컨까지 가리는 동물도 없습니다. 수많은 동물들이 도움을 받지만 대부분은 생사의 경계에 있습니다. 다수의 의료진 가운데 수의사 아리엘라와, 수석 간호 책임자 슈멀릭을 중심으로 다큐멘터리는 흘러갑니다. 안타깝게도 개봉되기 직전 슈멀릭 씨가 급작스레 사망했다 하는데요. 때문에 슈멀릭에게 바친다라는 애도의 말과 함께 작..

해피피트 실사판 _ 남극의 귀염둥이, 황제펭귄 이야기

# 0. 더워. 더워. 더워. 더워. 더워. 더워. 더워. 더워... BBC earth 제작, 『남극의 귀염둥이, 황제펭귄 이야기 :: Snow Chick - A Penguin's Tale』입니다. # 1. 황제팽귄의 생태를 그린 다큐멘터리입니다. 흔히 펭귄 하면 떠올리실 법한 애들 중 하나인데요. 뭔가 미친놈 같은 눈매에, 고전게임 주인공 같이 생긴 애들은 '아델리 펭귄'이구요. 멋들어진 턱시도에 노란색 무늬가 고오급스러운 친구들이 바로 황제펭귄입니다. '조지 밀러'의 애니메이션 보셨으려나요? 그 영화 실사판이라 생각하시면 무난합니다. 후반부 남극해 넘어 세계관이 확장되기 전까지 주인공 '멈블' 성장 과정과 사실상 동일한 서사거든요. 아빠가 혹한 속에서 알을 놓치는 바람에 노래 대신 탭댄스를 마스터해버..

마취제 _ 고양이의 은밀한 사생활

# 0. 차갑고 무심한 데다 자기중심적인 고양이. 훈련할 수 없는 게으른 털 뭉치. 과연 그럴까요? BBC 다큐멘터리, 고양이의 은밀한 사생활 :: The Secret Life of the Cat 입니다. # 1. "인간에게 강아지만큼이나 친숙한 고양이의 매력을 파헤친다! 전문가의 협조 아래, 고양이 열 마리의 목에 카메라와 GPS를 설치해 이들의 은밀한 일상을 추적한다!!" 라고는 합니다만 뭐 언제나처럼 딱히 은밀하지도 개인적이지도 특별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무난~한 고양이 영화예요. 조목조목 살펴보면 하자가 넘쳐나는 대단히 편의적이고 게으른 구성입니다. 세상 귀여운 고양이들이 잔뜩 나옵니다만 아이러니하게도 고양이는 쥐뿔 관심 없고 그저 고양이를 좋아하는 '너'의 만족만을 위한 다큐멘터리거든요. 나름 ..

고오급 화면보호기 _ 무빙 아트, 루이 슈워츠버그 제작

# 0. 정적인 분위기의 자연 다큐멘터리 시리즈입니다. '루이 슈워츠버그' 제작, 『무빙 아트 :: Moving Art』입니다. # 1. 회차에 따라 시즌에 따라, 대양이나 꽃, 숲, 폭포와 같은 특정한 자연물을 중심으로도 아이슬란드, 아프리카, 훗카이도와 같은 지역으로도 앙코르와트나 코사무이, 마추핏추와 같은 유적이나 문화권으로도 구성됩니다만 그래봐야 작품에 대한 감독의 개입은 구성물을 느슨하게 엮어내는 테마, 그뿐입니다. 기껏해야 오프닝 귀퉁이에 남겨둔 한마디 문장이 전부입니다. 피사체의 미려한 모습을 담아내는 풍성한 구도입니다. 현장음을 최대한 선명하게 담아내는 가운데 이를 효과적으로 조력하는 음악입니다. 고요하고 장엄한 분위기만이 존재합니다. 심장의 박동을 최대한 늦추고, 호흡을 최대한 깊게 만드..

방장 사기맵 _ 아메리카 와일드, 그렉 맥길리브레이 감독

# 0. 천조국, 자연, 경관, 눈뽕, 귀르가즘, 돈지랄, 공공, 다큐멘터리입니다. '그렉 맥길리브레이' 감독, 『아메리카 와일드 :: National Parks Adventure』 입니다. # 1. 광활하다는 말이 옹졸해 보입니다. 트여 있다는 말이 답답해 보입니다. 압도적인 경관이 주는 심미성에 처연하면서 웅장하고 섬세하면서 화려한 현악 연주가 곁들여집니다. "그래, 이게 힐링이지!" 싶은 생각을 하며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오르려던 찰나! 세기말 1세대 3D 게임의 향수를 물씬 불러일으키는 극악의 그래픽과 함께 작품의 제목이 쓰입니다. 아, 뭔지 알겠네요. 영화 시작 1분 만에 이 영화는 눈뽕과 귀르가즘 원툴일거라는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아무런 주제의식도 연출적 완성도도 섬세한 디렉팅도 없을 것이라..

켠김에 끝까지 _ 지구의 밤, 알렉스 민턴 감독

# 0. 영화를 본다는 건 생각보다 더 피곤한 일입니다. 특히나 저같이 미취학 아동과의 팔씨름도 장담할 수 없는 극심한 운동 부족이자 미운 7살 부럽지 않은 중증 ADHD 환자에게는 더더욱 말이죠. 아무리 하루가 멀다 하고 볼만큼 영화를 좋아한다 하더라도 가끔 쉬어가는 느낌으로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대로 보는 시리즈물이 하나씩 있으면 썩 유용합니다. 그리고 이런 이상한 용도로 작품을 고를 때는 평소 영화를 볼 때와는 조금은 다른 기준이 필요하죠. '알렉스 민턴' 감독, 『지구의 밤 :: Night On Earth』 입니다. # 1. 너무 길면 곤란합니다. 옴니버스 식으로 각 에피소드들이 따로 놀아주면 더욱 좋죠. 감독이 누구인지보단 돈 많은 제작사 이름값이 더 신뢰할만하구요. 깊은 이야기나 주제의..

컨트리 뮤직 메들리 _ 하늘 높이, 오틸리아 포르틸로 파두아 감독

# 0. 경쾌한 컨트리 음악 같은 다큐멘터리입니다. 현란하면서 푸근한 중저음의 기타 소리, 늘어난 테이프처럼 몸을 기대게 만드는 나무의자, 붉은빛과 노란빛이 연인처럼 뒤엉켜 펼쳐지는 노을, 희끗희끗한 덥수룩 수염의 다소 마초적인 할아버지의 느낌입니다. 하늘을 나는 새들의 자유로움과, 새들이 살아 숨 쉬는 자연의 평화로움과, 그들을 관찰하는 사람들의 여유로움이 37분간 잔잔한 메들리처럼 흐릅니다. '오틸리아 포르틸로 파두아' 감독, 『하늘 높이 - 국경의 철새들 :: Birders』 입니다. # 1. 우리말 제목은 입니다만 원제는 입니다. Bird + er + s. 직역하자면 '새... 사람' 쯤 되려나요? 접미사 '-er'은 행위자를 의미합니다. manager, player, employer 등 대부분 ..

세이렌의 노래 _ 마운틴, 제니퍼 피돔 감독

# 0. '세이렌'은 호메로스의 에 나오는 아름다운 인간 여성의 얼굴에 독수리의 몸을 가진 전설 속 동물입니다. 이탈리아 반도 서부 해안의 절벽과 바위로 둘러싸인 사이레눔 스코풀리 sirenum scopuli 섬에 사는 바다의 님프들이죠. 하신 '아켈리오스'가 무사 '멜포메네나 스테로페' 혹은 '테르프시코라'에게서 낳은 딸들입니다. 섬에 선박이 다가오면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선원들을 유혹하여 바다에 뛰어들게 만드는 힘을 지닌 존재들이죠. '세이렌의 노래'는 저항할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이어서 수많은 남성들이 목숨을 바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오디세우스'는 '세이렌'의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 부하들에게 자신의 몸을 돛대에 결박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도 자신의 결박을 풀지 말라고 했죠. 이내 '세이렌'의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