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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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개봉 10

얼음으로 들어가 불로 나온다 _ 디스트릭트 9, 닐 블롬캠프 감독

# 0. 볼 영화가 없다는 건 정확한 표현은 아닐 겁니다. 그저 '지금 영화관에서' 볼 영화가 없을 뿐이죠. 닐 블롬캠프 감독, 『디스트릭트 9 :: District 9』입니다. # 1. 여러분께서 이 글을 언제 읽으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2023년 3월 중순인 지금 국내 영화판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강제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재들의 전유물인 것만 같던 슬램덩크가 400만을 훌쩍 돌파하고, 팬이 많은 만큼 중2병이란 꼬리표도 함께 따라다니던 신카이 마코토의 스즈메가 300만을 노리고 있는 요즘이죠. 포스트 코로나의 수혜를 다른 영화도 아닌 일본 애니메이션이 받고 있는 모습이 다소 어색하긴 합니다. 영화로 밥 벌어먹고사는 당사자들에겐 심각한, 한 발짝 떨어진 사람들에겐 신기한 작금의 현상에 대해 갑론..

Film/SF & Fantasy 2023.03.28

송곳니를 지킬 수 있겠나 _ 송곳니,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 0. 언어는 인식을 조직한다. 인식은 사고를 통제한다. 사고는 상상을 지배한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송곳니 :: Kynodontas』입니다. # 1. , , 등을 통해 세계적 명성을 얻은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출세작입니다. 불쾌하고 찝찝한 영화 깎는 장인답게 호불호를 많이 타는 감독임엔 분명하지만, 특유의 초현실적 설정과 음울한 분위기, 치밀하고 절제된 미장센 덕에 수많은 팬을 거느린 인물이기도 하죠. 몇 년 전 라는 제목으로 이야기 나눈 게 어렴풋이 기억나는데요. 오랜만에 요르고스 란티모스를 다시 보게 되었군요. 끔찍한 가족입니다. 아빠는 보호라는 명목 하에 가족을 고립시킨 후 왜곡되고 통제된 정보들로 자녀를 세뇌합니다. 장성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어른의 행동과 말투를 보이지 못하는 아이들을 지..

Film/Drama 2023.02.26

너는 샐러드바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지 _ 전우치, 최동훈 감독

# 0. 뷔페 좋아하세요? 최동훈 감독, 『전우치 :: Woochi』입니다. # 1. 뷔페도 식당인 이상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맛이겠습니다만, 그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음식의 구성일 겁니다. 손님마다 입맛도 다 다르거니와 어차피 먹을 수 있는 양, 느낄 수 있는 맛은 한정적이니까요. 대부분의 고객들은 맛있고 값비싼 음식을 풍성하게 먹는 것만큼이나 다양한 음식을 조화롭고 편안하게 맛보길 원합니다. 제 아무리 산해진미라 하더라도 계~속 고기, 고기, 고기만 먹다 보면 얼마 못가 물리기 마련이죠. 서울시 중구 충무로 일대에 '케이퍼 무비(Caper Movie)'라는 간판의 전문점을 운영해온 사장 최동훈 씨가 뷔페 창업에 도전합니다. 과 , 이후 과 로 이어지는 대박 메뉴를 내리 개발하는 데 성공한 사장님은 자..

Film/Comedy 2022.07.28

미녀는 괴로워 _ 드래그 미 투 헬, 샘 레이미 감독

# 0. 어쩌면 샘 레이미는 그냥 알리슨 로만을 괴롭히고 싶었던 걸지도?! 샘 레이미 감독, 『드래그 미 투 헬 :: Drag Me to Hell』입니다. # 1. 어떤 사람들은 연기의 목적을 '재연'이라 생각합니다. 특정한 상황에 노출된 인간의 반응을 보다 완벽하게 재연하는 것을 뛰어난 연기라 평가하는 식이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체계적 훈련과 논리적 연구에 기반한 기술적 연기법 보다,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지우고 배역에 동화되는 메서드 연기법에 더 큰 권위를 부여하는 데에는 연기의 본질이 재연에 있다는 생각과 무관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메서드는 연기자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연기법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메릴 스트립이나 케이트 블란챗과 같은 배우들이 선보이는 테크니컬 한 연기들은 훌륭한 반례라 ..

Film/Horror 2022.06.26

좀비는 거들뿐 _ 좀비랜드, 루벤 플레셔 감독

# 0. Rule 17. Don't Be a Hero. 루벤 플레셔 감독, 『좀비랜드 :: Zombieland』입니다. # 1. 좀비 영화는 호러영화의 하위 장르 중 하나입니다. 좀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상황에서의 조바심과, 사람들이 하나둘 희생되는 동안의 긴박감, 본성이 폭로되는 순간의 역설적 카타르시스를 즐기는 장르물이죠. 대체로 작품의 성패는 몰입도 높은 세계관 설정과 미술 및 연출의 퀄리티, 주인공 파티 중 일부가 리타이어 하는 방식의 독창성과, 폭력을 직면하는 순간의 감정선 등에 의해 결정됩니다. 대부분의 좀비 영화에서 좀비는 재난으로 기능합니다. 사회적 행동 아래 숨겨진 인간 군상을 끄집어내는 폭력적 계기 정도로 정의할 수 있죠. 세상 젠틀하던 인물이 자기 목숨이 경각에 달리는 순간 지체..

Film/Comedy 2022.06.02

악마인 듯 악마아닌 악마같은 너어어 _ 나인 마일즈 다운, 앤소니 월러 감독

# 0. 악마인 듯 악마 아닌 악마 같은 너어어 바람인 듯 바람 아닌 바람 같은 나아아 '앤소니 월러' 감독, 『나인 마일즈 다운 :: Nine Miles Down』입니다. # 1. "덮어놓고 반전 한방 딱! 보고 미친 듯이 달려가는 영화입니다. 주머니 사정을 가늠케 하는 지극히 단출한 세트와, 이를 가리면서 최대한의 가성비를 뽑기 위한 다양한 광원과 화각의 연출. 그리 비싼 개런티를 지불하지는 않았을 것만 같은 많아야 세명 안쪽의 주인공 라인업과 이들의 개인기를 사골처럼 쥐어짜는 걸로 간신히 버티는 수다스러운 진행. 2/3 지점에서 터지는 반전 한방과 그 반전을 최대한 거창한 것으로 포장하기 위한 후반부 호들갑으로 채워집니다. 작품의 성패는 당연히 반전의 퀄리티에 의해 결정됩니다. 이 반전만 확실하다면..

Film/Thriller 2021.03.31

허무한 이미지, 건조한 메시지 _ 9 : 나인, 셰인 액커 감독

# 0. 멋들어진 시각적, 철학적 이미지 몇 개만으로 80분짜리 장편 영화를 비벼보려 합니다만 에이... 그게 그렇게 쉽게 될 리가 있나요. '셰인 액커' 감독, 『9 : 나인』입니다. # 1. 감독이 뭘 하고 싶었던 건지 이해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1. 심미적 디자인의 봉제인형 몇 개가 고군분투하는 코즈믹 호러 풍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배경 위로, 2. 거대 기계를 상대로 다양한 직업군의 파티가 레이드를 뛰는 액션 어드벤처를 장르적 동력으로 삼아, 3. 각 캐릭터에 투영된 인간 본연의 철학적 가치들의 본질과 소중함을 역설하겠다. 는, 뭐 고런 영화죠. # 2. 문제는 이게 전부라는 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3개의 중심축을 엮어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으로 구현하는 데 실패합니다. 상징은 상징에 머물러..

Film/Animation 2020.07.03

구찌 장바구니 _ 거짓말의 발명, 리키 제바이스 감독

# 0. 명품 가방을 장바구니로 쓰는 듯한 영화입니다. 포르셰 사서 동네 마실만 도는 영화입니다. 다금바리를 잡아 어묵을 만들고 해외여행 가서 한식당만 다니는 영화입니다. 누군가는 부잣집 지하실에 사람이 산다는 가벼운 설정만으로 오스카와 칸을 동시에 연성해내지만, 누군가는 거짓말이 없는 세상이라는 거창한 아이디어로 이런 한심한 결과물을 내기도 합니다. 감독의 손에 우연찮게 진주 목걸이가 쥐어졌지만 걸고 보니 안타깝게도 돼지 목이었습니다. '리키 제바이스', '메튜 로빈슨' 감독, 『거짓말의 발명 :: The lnvention Of Lying』 입니다. # 1. 재미없기가 어려운 소재입니다. 거짓말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나만 거짓말을 할 수 있으며 그 거짓말은 모든 사회 구성원으로부터 의심받지 않는다라..

Film/Comedy 2020.02.21

Be careful what you wish for _ 코렐라인, 헨리 셀릭 감독

# 0. 한국의 배급사들은 애니메이션 뒤에 부제를 안 달면 죽는 병이 걸린 게 아닐까요? 롤링이 버릇 다 버려놨습니다. 뭔가 해리포터스러운 발랄한 폰트, 어드벤처를 강조하는 부제, 가족영화라도 되는 듯한 발랄한 색감의 국내판 포스터에 낚여 많은 부모님들이 자녀들을 단추와 바느질의 가위눌림에 밀어 넣으셨죠. 영화는 '코렐라인'이라는 아이가 엄빠 따라 이사 갔다 환상의 세계로 가는 문을 넘어 눈이 매력적인 마녀에 홀리나 싶더니 결국 역관광에 성공하고 현실로 돌아와 행복하게 산다는 이야기입니다. 단순하죠. 크게 보면 나 , 나 최근의 등과 같은 아동용 어드벤처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영화입니다. 환상의 나라를 돌아다녀봤자 재밌는 건 잠깐이고 결국 집 떠나면 개고생이니 엄마 아빠 말 잘 들어! 라는 초등학교 교..

Film/SF & Fantasy 2018.12.24

HELLO, HOW ARE YOU, WHO ARE YOU _ 김씨표류기, 이해준 감독

# 0. 『천하장사 마돈나』라는 영화를 아시나요? 키덜트 한진우 박사를 데려다 살을 뒤룩뒤룩 찌우게 만들어 성전환 수술을 꿈꾸는 트랜스젠더 씨름 선수로 만든 미친 영화죠. 짝사랑하는 선생님은 초난강, 씨름부 감독은 백윤식, 쿵짝을 맞추는 동료는 개그맨 문세윤입니다. 막장 영화 아니냐구요? 전혀요. 주연 류덕환은 천하장사 마돈나로 그해 대종상과 청룡영화상을 비롯한 7개의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휩쓸게 되는걸요. 이 골 때리는 영화를 만든 사람이 2009년 차기작이라고 가져온 영화가 바로 이 작품입니다. 천만명이 사는 서울 한복판에 표류된 남자를 다룬 케스트 어웨이. '이해준' 감독, 『김씨표류기 :: Castaway on the Moon』 입니다. # 1. 남자 김씨는 신용불량자입니다. 부모의 무모한 기대, ..

Film/Comedy 2018.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