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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Comedy

대환장파티 _ 디스 이즈 디 엔드, 에반 골드버그 / 세스 로건 감독

그냥_ 2021. 4. 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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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둘 이상의 사람이 모여 순서대로 자리합니다. 앞사람이 말한 단어의 마지막 글자로 시작하는 새로운 낱말을 늘어놓아야 합니다. 단어의 길이에 제약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때론 두 글자면 두 글자, 세 글자면 세 글자 글자 수를 맞춰 게임을 하기도 합니다. 대체로 두음법칙은 적용 가능합니다. 같은 단어를 반복하는 것도 허용되곤 하지만 재미를 위해 썩 권장되지는 않습니다. 외래어나 외국어, 고유명사나 인명 등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느냐, 그러지 않느냐를 놓고 변주를 줄 수도 있죠.

 

 

 

 

 

 

 

 

'에반 골드버그', '세스 로건' 감독,

『디스 이즈 디 엔드 :: This Is the End』입니다.

 

 

 

 

 

# 1.

 

플레이어 간에 합의된 룰에만 부합한다면 모든 어휘는 허용됩니다. <오디오> 다음에 왜 <오징어>가 나오는지, 죄 없는 <임창정>은 왜 매번 <정발산>에 끌려가야 하는지, 그곳엔 왜 하필 큰 곰의 발이 있는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이어지기만 하면 그뿐이죠.

 

# 2.

 

끝말잇기 같은 영화입니다. 

 

묵시록에 등장하는 종말終末과 휴거携擧라는 코드가 '규칙'의 역할을 합니다. "왜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하나님이 빡쳐서 지구를 작살내는데, 착한 일을 한 사람만 천국행 특급 택시를 타고 구원받을 수 있다." 라는. 감독이 제시한 대원칙에만 충실하다면, 나머지는 어디로 튀든 될 대로 되라는 식이죠. 대부분의 영화에서 인과 관계를 무시하는 뜬금없는 전개는 단점이 되지만, 이 영화에서만큼은 참신함이 됩니다. 그러고 놀 요량으로 만든 작품이기 때문이죠.

 

 

 

 

 

 

# 3.

 

제가 이상한 놈이라 그런 걸 수도 있습니다만 겉으로 드러나는 일차원적인 질감에선 '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의 <황혼에서 새벽까지>가 문득 생각나기도 합니다. B급 영화하면 떠오를 법한 컬트적이고 과격한 아이템들과, 숨길 수 없는 A급 영화의 퀄리티. 서양 문화권 특유의 종교 신화적 세계관과, 정줄을 놓게 만드는 파격적인 장르 전환과, 마초적 코드의 섹드립 섞인 막개그 등이 유사하기 때문이죠.

 

# 4. 

 

하지만 장르 경험은 또 정반대입니다. 어쨌든 '로드리게스' 감독의 영화는 이야기를 기반으로 전개되는 작품이고, 섹도시발이 폭발하는 '조지 클루니'가 죄책감 1도 들지 않게 생긴 흡혈귀들을 호쾌하게 갈아 마시는 <액션>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작품인데 반해. 이 작품 <디스 이즈 디 엔드>는 이야기 따위 가볍게 내던진 채, 무수히 많은 밈과 배우 개그를 좌충우돌 액션과 엮어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거든요.

 

 

 

 

 

 

# 5.

 

보다보면 전반적으로 SNL 스러운 콩트쇼를 보는 것만 같은 감각이 짙게 느껴집니다. 이 작품이 영화여야 하는 이유라곤, 종말적 상황이라는 파격적 설정을 영상으로 구현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영화'라는 분야가 유용하기 때문이라는 것 말고는 딱히 설명되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영화를 볼 때처럼 일정한 내러티브를 쫓아갈 생각을 하시면 곤란합니다. 한 손에 가득 담긴 팝콘 위로 초고밀도로 꾹꾹 눌러 담은 영미식 조크를 얹어 씹어 삼키는, 그런 태도로 만나는 게 합리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겠죠.

 

# 6.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라 한다면 역시 배경지식이 강요된다는 점일 겁니다. 네, 있으면 더 좋다거나 알면 도움이 된다가 아니라 '반드시 가지고 있을 것을 강요하는 작품'에 가깝습니다.

 

"니가 아무것도 몰라도 티켓값은 충분히 돌려받을 수 있을 만큼 오락영화로서 재미있게 만들어 뒀지만, 디테일을 알고 보면 곱절은 더 재미있을걸?"이라는 식의 '타란티노'나 '놀란'과 같은 변태 감독들의 영화와는 달리 이 작품은 냉정히 말해서 모르는 게 많으면 많을수록 재미가 뚝뚝 떨어지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이 누군지 아무도 모를 정도로 할리우드 스타판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으신 분들에겐 자위하고 고추 자르는 식의 낮은 차원의 말초적 섹드립과 소소한 풍자개그 말고는 건질 게 없는 나태한 작품으로 비춰진다 해도 무리는 아니죠.

 

물론, 이렇게 투정을 부리면 감독 '세스 로건'은 "아니, 그럼 시간 아깝게 이걸 왜 봐? 병신이야?" 라고 할 가능성이 크지만요.

 

 

 

 

 

 

# 7.

 

당장 묵시록과 휴거가 뭔지 모르면 감상에 심각한 애로사항이 꽃피게 됩니다. 싱크홀에 빠지며 허우적대는 게 하필 '리한나'여서 재미있는 거고, 도끼 들고 사자후를 내뱉으며 무쌍을 찍는 게 하필 우리의 '헤르미온느'라는 걸 즐기는 영화입니다. '제임스 프랭코'가 <라파예트>의 소품 총을 꺼내는 순간의 쾌감은 해당 영화를 본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이고, 레이커스 우승 드립 역시 NBA 바닥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도가 없다면 알아먹기 힘든 농담이죠.

 

# 8.

 

한 물건의 악마에 의해 '조나'가 빙의당한 후 침대에 묶여 있는 모습에 얽힌 시퀀스는 영락없이 <엑소시스트> 패러디라 봐야 할 테구요. 식인종으로 흑화 한 '대니 맥브라이드'와 그의 성노예를 활용한 코미디 역시, 훗날 눈 내리는 별장에서 마더 퍼커 장인의 소중이를 터트리게 될 '채닝 테이텀'이라는 배우에 대해 알고 있어야 작동하는 파트라 할 수 있습니다.

 

결말의 '백스트리트 보이즈' 역시 그들이 영미권에서 어떤 이미지와 입지를 가진 보이그룹인지를 이해할 수 있어야 온전히 즐길 수 있을 테죠. 이 외에도 영화의 전개를 위한 파편적인 코미디 코드들은 파티장을 메운 셀러브리티들의 머릿수만큼이나 가득합니다.

 

 

 

 

 

 

# 9.

 

'영화의 감상이라는 본질적 목적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평범한 관객이 영화에 등장하는 부차적 아이템까지 굳이 공부하듯 볼 필요가 뭐 있나' 라는 류의 이야기를 <미드나잇 인 파리>를 리뷰하며 얼핏 말씀드린 적이 있는 데요. 이 영화에서만큼은 예외라 해야겠군요. 사실상 부차적 코드만으로 굴러가는 영화이기에 배경 지식이 없으시면 감상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공산이 큽니다.

 

재미는 있습니다. 볼거리, 웃을 거리 충분하다 못해 넘쳐흐릅니다. 만, 포스터를 먼저 보시고 주인공 여섯 명중 아는 사람이 세명 이하다 싶으시면, 평점이고 추천이고 나발이고 건너뛰시는 걸 권하겠습니다. '에반 골드버그', '세스 로건' 감독, <디스 이즈 디 엔드>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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