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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Thriller

악마인 듯 악마아닌 악마같은 너어어 _ 나인 마일즈 다운, 앤소니 월러 감독

그냥_ 2021. 3. 3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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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악마인 듯 악마 아닌 악마 같은 너어어

바람인 듯 바람 아닌 바람 같은 나아아

 

 

 

 

 

 

 

 

'앤소니 월러' 감독,

『나인 마일즈 다운 :: Nine Miles Down』입니다.

 

 

 

 

 

# 1.

 

"덮어놓고 반전 한방 딱! 보고 미친 듯이 달려가는 영화입니다. 주머니 사정을 가늠케 하는 지극히 단출한 세트와, 이를 가리면서 최대한의 가성비를 뽑기 위한 다양한 광원과 화각의 연출. 그리 비싼 개런티를 지불하지는 않았을 것만 같은 많아야 세명 안쪽의 주인공 라인업과 이들의 개인기를 사골처럼 쥐어짜는 걸로 간신히 버티는 수다스러운 진행. 2/3 지점에서 터지는 반전 한방과 그 반전을 최대한 거창한 것으로 포장하기 위한 후반부 호들갑으로 채워집니다. 작품의 성패는 당연히 반전의 퀄리티에 의해 결정됩니다. 이 반전만 확실하다면 창의적인 아이템을 활용해 경제적으로 좋은 이야기를 만든 수작이 될 수도 있죠."

 

D.C 해밀턴 감독의 <지옥행 특급 택시>를 리뷰하며 저예산 독립 반전영화를 위와 같이 소개했었는데요. 이번의 <나인 마일즈 다운> 역시 그와 유사한 맥락의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 2.

 

사막 한가운데 차려진 단출한 세트장에서 모든 서사는 전개됩니다. 오컬트 풍 아이템들과 다양한 공간 구성, 노력한 티가 팍팍 나는 다이내믹한 화면 연출이 제한적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잭과 JC 단 두 명의 주인공이 벌이는 86분간의 똥꼬 쑈로 볼륨을 확보하는 가운데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는 결말의 한방과 그 한방까지 끌고 가기 위한 다채로운 고군분투로 작품은 이루어져 있죠. 마찬가지로 이 작품 역시 이러나저러나 결말의 퀄리티에 의해 승부가 결정 나게 될 겁니다.

 

여자 주인공 JC가 연구팀을 학살한 악마인가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인가 라는 이지선다가 영화의 중심 서사입니다. 관객은 잭의 시선에서 JC가 악마라 생각할 법한 충분한 단서들과 생존자라 생각할 법한 충분한 단서를 동시에 전달받습니다. 심지어 그 단서들을 명확히 신뢰하지 못하도록 잭의 불안한 내면에 대한 표현 역시 끊임없이 제공받죠. 불확실한 JC의 정체와 불확실한 잭의 인식이 만들어 내는 각 상황마다의 중첩된 경우의 수 사이에서 방황하다가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의 카타르시스를 즐기는. 오컬트 + 미스터리 + 심리 + 반전 + 스릴러 영화라 할 수 있겠습니다.

 

 

 

 

 

 

# 3.

 

중의적 해석이 가능한 서사를 다루는 경우 감독들은 대체로 두 가지 방법론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됩니다. 첫 번째는 의도적으로 '관객이 믿고 싶어 할 법한 한 가지 해석'으로 몰아넣는 방식이죠.

 

대표적인 작품은 역시 나홍진 감독의 <곡성>을 들 수 있을 겁니다. 관객은 영화 내내 제공받는 무수히 많은 올바른 단서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초반부 천우희가 연기한 무명의 입을 빌어 영화의 전말을 친절하게 알려줌에도 불구하고 내내 스스로 믿고 싶어 하는 서사를 따라가게 됩니다. 결국 외지인의 바람대로 비극적 결말이 펼쳐지는 순간 영화 속 주인공 종구 뿐 아니라 관객의 허무한 믿음마저 장렬히 무너져 내리며 장르적 재미가 폭발하게 되죠.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 또한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실제 존재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계모 은주는 수미가 만들어낸 허구적 인격이었다는 반전이나 수미가 만들어낸 가상의 사건이라 생각했던 저택의 귀신이 사실은 실제 존재했다는 결말의 반동은 명성대로 충격적인 장르 경험을 제공하죠.

 

두 번째 방법은 중의적 해석의 이지선다에 관객의 집중을 매몰시켜 놓고 모든 상황을 합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제 3의 서사를 새롭게 제시하는 방식입니다. <식스센스>나 <유주얼 서스펙트>로 대표되는 흔히 반전 영화하면 떠올릴 법한 대부분의 작품들이 선택하는 방식이니 구태여 예를 들어가며 설명할 필요는 없겠네요. 이와 같은 작품의 감상은 반전의 참신함에 의해 결정되기에 대체로 스포일러에 민감한 작품일 수밖에 없습니다. <곡성>은 온갖 종류의 해석본을 본 다음 다시 봐도 재미있지만 <식스센스>의 경우 결말을 알고 보면 확실히 재미가 반감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죠.

 

 

 

 

 

 

# 4.

 

다시 본래의 영화로 돌아와 볼까요. 서두에서 말씀드린 대로 영화는 끊임없이 균형적으로 JC가 악마일 수도 생존자 일 수도 있다는 단서를 제공합니다. 관객은 그녀가 악마일 수도 있다는 생각과 생존자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동시에 가진 채 영화를 따라가다 결말에서 사실 모든 것은 잭이 스스로 만들어 낸 내면의 환상이었을 뿐 JC는 무고한 생존자였음이 밝혀집니다. 네, 문제가 보이네요.

 

# 5.

 

감독이 준비한 결말이 이지선다 안에 있다면 관객의 판단을 악마가 되었든 생존자가 되었든 반대 방향으로 강하게 몰았어야 합니다. 관객을 악마나 생존자 중 어느 하나로도 판단하지 못하게끔 만들고 싶었다면 제3의 결말을 준비했어야 합니다. 그래야 좋은 결말이냐 나쁜 결말이냐 이전에 장르가 작동을 하기 때문이죠.

 

⑴ 당연히 JC가 생존자고 잭이 착각을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알고 봤더니 진짜 악마였어!! 라거나,

⑵ 당연히 JC가 악마일 거라 생각했는데 알고 봤더니 억울한 생존자였어!! 여야 재미가 있다는 건 너무나 당연합니다.

 

아니면 관객이 둘 중 어느 것 하나 결정하지 못해 끝까지 방황하는 와중에

⑶ 사실 알고 봤더니 잭이 악마였어!! 라거나,

⑷ 두 주인공 외에 제 3의 악마가 둘을 지켜보며 골탕먹이고 있었다!! 라거나, 아예

⑸ 잭을 지옥 한가운데로 밀어 넣은 캣이 악마엿다!! 라는 식으로 흘러갈 수도 있었겠죠.

 

혹여 반전이 아니라 잭의 내면을 강하게 쫓고 싶었다면 차라리 깔끔하게 사건의 모호함을 제거하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릅니다. 주인공 잭이 환각을 보고 있다는 걸 초반부에 깔끔하게 공개했다면 적어도 그의 심리 상태에 편안하게 몰입할 수라도 있었을지 모르죠. 약쟁이 몰락 서사에 몰빵 했던 <레퀴엠>처럼 말입니다.

 

 

 

 

 

 

# 6.

 

관객이 JC가 충분히 악마일 수도 있고 동시에 충분히 생존자일 수도 있으며 그 어느 쪽이라 하더라도 서사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라는 걸 이해한 상황에서 이와 같은 결말은 아무런 감동이 되지 못합니다. JC가 생존자라 생각한 관객들은 겨우 '거봐라' 정도의 감상을 가져갈테구요. 악마라 생각한 관객도 고작 '아니네?' 정도의 감상 밖에 달리 가져갈 게 없을 테니까요. 나쁘지 않은 아이템임에도 불구하고 냉정히 말해서 장르적으로는 실패한 영화라 봐도 무방합니다. 영화를 본 후 혹평하신 분들 대부분은 아마도 이와 같은 장르 경험에 실망하신 거라 봐야겠죠.

 

그나마 영화의 유효한 성취라 한다면 이채로운 화면 연출 정도는 건질 수 있을 겁니다. 조금 거친 면이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깊은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이 환각 속에서 공포를 발견하는 순간을 섬세하게 표현하기 위해 다양하고 개성적인 연출이 동원되어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힘듭니다. 킬링 타임용 영화로 눈요기 거리를 찾으신다면 그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뜻이죠.

 

썩 추천하진 않겠습니다만 그래도 보시겠다면 서사는 반쯤 포기한 채 감독의 컬트적 영상 연출 기교를 즐기는 식으로 감상하시는 편이 최선이 아닐까 싶네요. '앤소니 월러' 감독, <나인 마일즈 다운>였습니다.

 

(뚜씨!)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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