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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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화 221

통제와 오차 _ 듀얼 : 나를 죽여라, 라일리 스턴즈 감독

# 0. 통제의 교차로에 갇혀버린 삶 오차를 누린 자의 풍요로운 죽음 라일리 스턴즈 감독, 『듀얼 : 나를 죽여라 :: Dual』입니다. # 1.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남겨진 사람들을 위해 자신과 같은 유전자의 클론을 만드는 SF적 세계관입니다. 작품은 클론을 '더블'이라 부르죠.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된 주인공 '세라'는 자신을 대신할 더블을 구매하기로 결정합니다. 남은 시간 동안 '세라 더블'에게 자신의 습관과 취향과 성향,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따위를 전달하며 대체를 준비합니다. 그런데 10달이 지나도 죽지를 않습니다. 이상하게 여긴 세라는 병원을 찾아가는데 의사로부터 불치병이 나았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자신의 삶을 되찾아야겠다 생각한 세라는 더블을 폐기하기로 하는데요. 이미 너무 많은 ..

Film/SF & Fantasy 2022.09.26

양은 무엇을 보았나 _ 애프터 양, 코고나다 감독

# 0. 목적의 여백을 발견하는 동안 수리되는 자아, 완성되는 가족 코고나다 감독, 『애프터 양 :: After Yang』입니다. # 1. 인간과 인조인간 어쩌구, 뭐 고런 영화입니다. 흔히 스필버그의 A.I. 를 대표적으로 떠올리실 것 같습니다만 개인적으론 이런 류의 영화를 볼 때면 바이센테니얼 맨을 가장 먼저 떠올리곤 하는데요. 로빈 윌리엄스의 애환이 뒤섞인 듯한 미묘한 표정이 뇌리에 깊이 남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하튼 통상은 교감을 쌓아나가는 과정을 직접적으로 그리기 마련인데요. 이 작품의 특별함은 인조인간을 죽인 후 시작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인조인간을 통한 가치 탐구를 다룬 영화에서 정서의 종착점을 [애정愛情]이 아니라 [애도哀悼]로 설정하겠다는 아이디어는 과연 특별합니다. 중국계 안드..

Film/SF & Fantasy 2022.09.20

하얀색, 검은색, 붉은색 ⅱ _ 아메리칸 사이코, 메리 해론 감독

하얀색, 검은색, 붉은색 ⅰ _ 아메리칸 사이코, 메리 해론 감독 # 0. 하얀색 검은색 그 사이 3초 그 짧은 시간 메리 해론 감독, 『아메리칸 사이코 :: American Psycho』입니다. # 1. 사이코에 대한 이야기로만 흘러갈 뿐, 미국인과 타국인이 대결하는 식의 내셔널리즘 morgosound.tistory.com # 6. "나는 인간의 모든 특징을 가지고 있다. 살, 혈액, 피부, 머리카락. 그런데 확실한 감정이 하나도 없다. 탐욕과 혐오감을 빼고는." 살인보다 흥미로운 것은 살인의 방식인 거겠죠. 앞서 말씀드린 대로 사이코의 폭력성을 아메리칸스러움이 과격하게 투사되는 순간이라 이해한다면, 살인이 이루어지는 순간은 여피의 특성이 가장 진하게 묻어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쾌락적이고 과시적이고 ..

Film/Horror 2022.09.10

하얀색, 검은색, 붉은색 ⅰ _ 아메리칸 사이코, 메리 해론 감독

# 0. 하얀색 검은색 그 사이 3초 그 짧은 시간 메리 해론 감독, 『아메리칸 사이코 :: American Psycho』입니다. # 1. 사이코에 대한 이야기로만 흘러갈 뿐, 미국인과 타국인이 대결하는 식의 내셔널리즘과 관련된 설정은 발견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감독은 '패트릭 베이트먼'이라는 괴물에게 아메리칸 사이코라 이름 붙였죠. '아메리칸'이라는 출신이 '사이코'라는 정체성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이고, 폭력의 뿌리에 구체적 개인의 기질 외에 출신과 깊은 연관관계가 있음을 추론케 합니다. 실제 영화는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무리들에게 1990년대 여피(Yuppie)의 스테레오 타입을 강박적으로 부여하는 것을 넘어, 아예 여피를 의인화시킨 우화처럼 그리고 있죠. 사이코는 아메리칸스러움의 극단적인 형태로 ..

Film/Horror 2022.09.08

나를 찾...았네? _ 올웨이즈 샤인, 소피아 타칼 감독

# 0. 서론만 덩그러니 소피아 타칼 감독, 『올웨이즈 샤인 :: Always Shine』입니다. # 1. 배우를 꿈꾸던 두 친구가 있었는데요. 한 명은 잘 나가고 한 명은 못 나가게 되면서 사이가 멀어집니다. 잘 나가는 애는 매 작품마다 벗는 것 때문에 콤플렉스가 있는 것으로 소개되는데요. 어차피 휘발되니까 신경 쓰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두 친구는 우정을 회복하기 위해 여행을 가기로 하는데요. 그래 놓고 여행 내내 서로 염장을 지르는 띠꺼운 짓만 골라합니다. 잘 나가는 애는 그래도 잘 나가는 이유가 있습니다. 생각 없는 소리 툭툭 내뱉어 친구의 열등감을 자극하긴 하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훨씬 포용적이고 사교적입니다. 못 나가는 애 역시 못 나가는 이유가 있습니다. 최대한 모든 것들을 고깝게 보는 사람의..

Film/Thriller 2022.09.04

교환살인은 거들 뿐 _ 열차 안의 낯선 자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 0. "누구나 없애고 싶은 사람이 있기 마련이죠. 설마 없애고 싶은 사람이 한 명도 없으셨어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열차 안의 낯선 자들 :: Strangers On A Train』입니다. # 1. 교환 살인 [交換殺人] 알리바이를 만들고 동기를 숨기기 위해 둘 이상의 사람들이 서로의 상대를 교환해 대신 죽이는 행위. 고전 명화 하면 가장 먼저 따라붙는 말은 역시나 '교환 살인'일 텐데요. 그렇다고 메인 테마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기껏해야 모티브 정도에 불과하죠. 교환 살인이 메인 테마가 되려면 알리바이가 완벽한 듯한 몇몇의 별건들 사이 인과를 파훼하는 '추리극'이라는 식으로 가는 것이 합당합니다만, 이 작품은 애초에 교환 살인이 완성되지도 않을뿐더러, 사건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전개의 방..

Film/Thriller 2022.08.30

나란 무엇인가 _ 존 말코비치 되기, 스파이크 존즈 감독

# 0. 당신은 어째서 자신이 존 말코비치가 아니라 확신하는 거지? 스파이크 존즈 감독, 『존 말코비치 되기 :: Being John Malkovich』입니다. # 1. "자아의 성질과 영혼의 실존 말이야. 내가 과연 나일까? 말코비치가 말코비치일까?... 이 관문이 얼마나 골치 아픈 형이상학적 문제인지 모르겠어." 영화의 착점을 상징하는 대사이자, 크레이그의 입을 빌린 감독 스스로의 선언과도 같은 대사입니다. 골치 아픈 형이상학적 문제를 다루려는 피곤한 작품이라는 것은 다른 누구보다 스파이크 존즈가 가장 잘 알고 있죠. 몇몇의 변태 같은 관객을 제외한 대부분은 '골치 아픈 형이상학적 문제'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합니다. 영화 따위 두어 시간 동안의 오락거리 정도면 충분하다 여기는 것이 일반적이죠. 테마..

Film/SF & Fantasy 2022.08.22

수박 겉 핥기 _ 이퀄스, 드레이크 도레무스 감독

# 0. 수박 겉을 핥습니다. 심지어 천~천히 핥습니다. 드레이크 도레무스 감독, 『이퀄스 :: Equals』입니다. # 1. 빌어먹을 세상이 또 멸망했습니다. 만세. 어찌어찌 멸망했다 하는 데 자세히 모르셔도 무방합니다. 어쨌든 망했다는 것만 알아도 충분하죠. 기성의 국제 사회는 깡그리 망하고 '선진국'과 '반도국'으로 이분화된 세상입니다. 선진국은 불필요한 소모를 유발하는 것으로 취급된 감정을 제거함으로써 근로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한 인간들의 사회입니다.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평준화를 의미하는 '이퀄'이라 불리죠. 반도국은 현생 인류와 같은 감정을 가진 사람들의 사회입니다. 선진국의 이퀄들은 그들을 (지극히 이퀄의 관점에 따라) '결함인'이라 부릅니다. 감독은 감정의 제거라는 폭력적 방법론을..

Film/Romance 2022.07.08

부서진 안경과 사라진 첼로 _ 돈을 갖고 튀어라, 우디 앨런 감독

# 0. 로트와일러가 되고 싶었던 치와와의 유쾌한 모험 우디 앨런 감독, 『돈을 갖고 튀어라 :: Take The Money And Run』입니다. # 1. 애니홀, 맨해튼, 카이로의 붉은 장미, 브로드웨이를 쏴라, 미드나잇 인 파리 등으로 익숙하실 우디 앨런의 두 번째 연출작입니다. 국내 영화로도 패러디될 만큼 유명한 제목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우디 앨런의 연출작인 줄은 모르셨던 분들이 계시던데요. 냉소적이면서 서정적이기도 한 후기 작품들에 비해 초기 작품들은 이질적일 정도로 노골적인 코미디물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감독 고유의 언어유희와, 채플린으로 대표되는 20세기 초 슬랩스틱 무성영화 작법의 오마주, 백신 부작용이랍시고 랍비를 들이미는 식의 막무가내 개드립을 적절히 엮어 낸 수작 코미디죠...

Film/Comedy 2022.06.30

미녀는 괴로워 _ 드래그 미 투 헬, 샘 레이미 감독

# 0. 어쩌면 샘 레이미는 그냥 알리슨 로만을 괴롭히고 싶었던 걸지도?! 샘 레이미 감독, 『드래그 미 투 헬 :: Drag Me to Hell』입니다. # 1. 어떤 사람들은 연기의 목적을 '재연'이라 생각합니다. 특정한 상황에 노출된 인간의 반응을 보다 완벽하게 재연하는 것을 뛰어난 연기라 평가하는 식이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체계적 훈련과 논리적 연구에 기반한 기술적 연기법 보다,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지우고 배역에 동화되는 메서드 연기법에 더 큰 권위를 부여하는 데에는 연기의 본질이 재연에 있다는 생각과 무관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메서드는 연기자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연기법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메릴 스트립이나 케이트 블란챗과 같은 배우들이 선보이는 테크니컬 한 연기들은 훌륭한 반례라 ..

Film/Horror 2022.06.26

스포일러 _ 비바리움, 로르칸 피네간 감독

# 0. 흥미로운 아이디어. 재치 있는 스토리. 감각적인 연출. 자해적 플롯. 로르칸 피네간 감독, 『비바리움 :: Vivarium』입니다. # 1. 흥미로운 아이디어입니다. 뻐꾸기의 탁란(托卵, 어떤 새가 다른 종류의 새의 집에 알을 낳아 대신 품어 기르도록 하는 일)에 착안하는 것이죠. 인간을 기생종을 키우게 된 숙주의 상황으로 몰아넣어 보자는 상상은 썩 유쾌합니다. 본능 앞에 스스로 자연의 법칙 밖의 존재라 자만하던 인간의 무기력함을 냉소적으로 조망한다는 아이디어는, 존재론적 회의를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호러물로서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죠. 재치 있는 스토리입니다. 보금자리를 찾던 두 주인공을 그 자체로 거대한 생태적 운명을 은유하는 마을 '욘더'에 묶어두는 방식은 기대보다 더 충실합..

Film/Horror 2022.06.20

좀비는 거들뿐 _ 좀비랜드, 루벤 플레셔 감독

# 0. Rule 17. Don't Be a Hero. 루벤 플레셔 감독, 『좀비랜드 :: Zombieland』입니다. # 1. 좀비 영화는 호러영화의 하위 장르 중 하나입니다. 좀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상황에서의 조바심과, 사람들이 하나둘 희생되는 동안의 긴박감, 본성이 폭로되는 순간의 역설적 카타르시스를 즐기는 장르물이죠. 대체로 작품의 성패는 몰입도 높은 세계관 설정과 미술 및 연출의 퀄리티, 주인공 파티 중 일부가 리타이어 하는 방식의 독창성과, 폭력을 직면하는 순간의 감정선 등에 의해 결정됩니다. 대부분의 좀비 영화에서 좀비는 재난으로 기능합니다. 사회적 행동 아래 숨겨진 인간 군상을 끄집어내는 폭력적 계기 정도로 정의할 수 있죠. 세상 젠틀하던 인물이 자기 목숨이 경각에 달리는 순간 지체..

Film/Comedy 2022.06.02

what's wrong with you? _ 버닝, 마이크 갠 감독

# 0. 어지간하면 주인공은 호감이기 마련입니다. 마이크 갠 감독, 『버닝 :: Burn』입니다. # 1. 주유소 딸린 편의점에서 벌어진 하룻밤 사이 참극입니다. 장난기 많은 이쁘장한 직원 '쉴라'는 알바하다 총 맞아 변사체가 됩니다. 쉴라의 남자친구 '페리' 역시 여자친구 데리러 왔다 처음 보는 놈팽이에게 살해당합니다. 합리적인 제안을 좋아하는 편의점 털이범 '빌리'는 아포가토 되었다가 결박 플레이당한 후 통구이 앤딩을 맞았구요, 처음으로 관할 구역이 생긴 초보 경관 '리우'의 커리어는 시작부터 작살나고 말았습니다. 가게 주인은 알바생 잘못 쓴 대가로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죠. 이 모든 사단을 일으킨 빌런은 '멜린다'라는 이름을 가진 쉴라의 동료 직원인데요. 문제는 얘가 영화의 주인공이라는 점입니다. #..

Film/Thriller 2022.05.12

Yah~? _ 파고, 코엔 형제 감독

# 0. Yah~! 코엔 형제 감독, 『파고 :: Fargo』입니다. # 1. , , 등으로 익숙하실 코엔 형제의 1996년작 범죄 영화입니다. 와 에 이어 세 번째로 코엔을 이야기하게 되었는데요. 새삼 하나같이 마이너 한 작품들만 고르는 걸 보니 별난 인간이긴 한가 봅니다. 자동차 세일즈맨 '제리'입니다. 빚 청산하겠답시고 자기 마누라 납치를 사주한 인물이죠. 덜떨어진 사위를 못 미더워하는 부자 장인에게 몸값을 뜯어내려고 이 모든 사단을 벌인 등신입니다. 딴 돈의 반을 약속받은 납치범 '칼'과 '게어'가 등장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웃기게 생긴 스티브 부세미가 영화 내내 능숙하게 수다를 떨죠. 계획대로 납치를 하나 싶었건만 그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살인을 벌이게 되며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갑니다. ..

Film/Thriller 2022.05.08

소피의 반례 _ 월터 교수의 마지막 강의, 팀 블레이크 넬슨 감독

# 0. 제목에 교수 나오고 강의 나오면 대부분 철학과 교수의 인생 강의입니다. 다른 학과 교수님들은 반성하세요. 당신들이 강의를 안 해서 이렇게 관객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팀 블레이크 넬슨 감독, 『월터 교수의 마지막 강의 :: Anesthesia』입니다. # 1. 현실에선 얼굴 한 번 보기 힘든 슈퍼 엘리트지만 영화에서만큼은 흔해 빠진 콜림비아 대학 교수, 월터입니다. 나오는 족족 인자한 표정으로 쓸데없이 어려운 이야기를 쏟아내지만 다행스럽게도 짙은 눈썹이 개성적인 샘 워터스톤이 등장하는 장면은 그리 많지 않으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개별적 사건들의 옴니버스로 시작해 이들이 점차 연결되는 과정으로 전개됩니다. 암에 걸린 까칠한 엄마를 둔 가족이 등장합니다. 대마와 섹스를 좋아하는 헛똑똑이 잼민이가 ..

Film/Drama 2022.04.30

샤말란의 올드 _ 올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

# 0. 히치콕 감독하면 어떤 작품이 떠오르실까요. 아무래도 현기증이려나요. 욕실 씬의 사이코일 수도 있겠네요. 북북서로도 기가 막히죠. 레베카도 좋았구요. 39계단도 재미있었습니다. 최근엔 사보타주를 봤는데요. 역시나 흥미진진하더군요. 눈매가 매력적인 리즈 시절의 실비아 시드니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거장의 필모그래피답게 하나 같이 좋은 작품들입니다만 그 가운데 저는 을 가장 먼저 떠올립니다. 물론 히치콕이고 나발이고 여신 그레이스 캘리가 나오기 때문인 게 맞습니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 『올드 :: Old』입니다. # 1. 미스터리 스릴러 반전 영화입니다. 이젠 그러려니 하게 되죠. 샤말란의 영화를 보면서 다른 장르를 기대하는 건 미련한 짓이니까요. 보나 마나 ⑴ 소수의 주인공 무리가 판타지..

Film/Thriller 2022.04.22

어둠 속의 등불 _ 더 위치, 로버트 에거스 감독

# 0. 곽도원 대신 안야 테일러 조이가 나오는 곡성이 있다?! 로버트 에거스 감독, 『더 위치 :: THE VVITCH』입니다. # 1. 미국으로 이민 간 영국인 가족이 마을에 정착하지 못하고 추방됩니다. 없이 사는 와중에 금슬이 좋았던 부부는 애를 다섯이나 낳지만 줄초상 납니다. 막둥이는 까꿍 하다 행방불명 되구요, 쌍둥이 동생은 염소 밥 되고 엄마 찌찌는 까마귀 밥 되고 아빠는 흑염소한테 몸통 박치기 당하지만 큰 아들은 겁나 이쁜 누나랑 뽀뽀하고 죽어 여한이 없는지 하나님께 땡큐 합니다. 가족 잃고 실의에 빠진 미모의 큰 언니는 홀딱 벗고 댄스 동호회에 가입한 후 하하호호 웃으며 승천한다는 내용의 훈훈한 영화죠. # 2. 믿음에 대한 영화들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만, 그중에서도 허황된 믿음으로 ..

Film/Horror 2022.04.20

상하 좌우 반전 _ 하이 라이프, 클레어 드니 감독

# 0. 우주 SF입니다. 디테일한 미술과 세심한 설정과 쫀쫀한 서사로 빚어낸 환상의 공간을 여행하는 아이 씐나! 어드벤처 물이거나, 철학적이거나 제의적이거나 관념적인 코드들로 이리저리 엮어낸 교수님스러운 스릴러 드라마인 경우가 일반적이죠. 물론 세부적으로 나누자면야 더 많은 분류가 가능할뿐더러 위의 두 분류 역시 칼같이 나눠지지 않고 겹쳐 들어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만, 알잘딱 넘어가도록 합시다. '클레어 드니' 감독, 『하이 라이프 :: High Life』입니다. # 1. 후자의 교수님스러운 영화 그중에서도 매운맛입니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이미지와 분위기에 주력하고 있을 뿐 디테일은 과감히 생략하고 있기도 하구요, 펜로즈 과정 따위를 잠시 찍먹 하긴 하지만 그마저도 몰입을 위한 과학적 디테일이라기..

Film/SF & Fantasy 2022.03.14

의심에 대하여 _ 다우트, 존 패트릭 셰인리 감독

# 0. "쉽게 내린 선택에 대한 대가는 미래에 치르게 되죠." '존 패트린 셰인리' 감독, 『다우트 :: Doubt』입니다. # 1. 의심(Doubt)은 대상의 불확실성을 자신의 확신으로 예단하는 기작입니다. 아귀는 고니의 패를 직접 보지 못하기에 의심할 수 있었던 것이구요. 동시에, 보지도 않은 고니의 패에 손모가지를 걸 수 있었던 건 고니가 장난질을 했을 거라는 자기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죠. 타인은 모호하게 부도덕하고 나는 분명하게 도덕적이다. 모순적이고, 그래서 이기적인 감정입니다. 이야기의 배경은 '교회'와 '학교'입니다. 교회는 교리와 위계에 지배받는 단호한 공간입니다. 학교는 당위의 존재들을 위한 도덕적 공간이죠. 단호한 공간에서 벌어진 일조차 이렇게나 불확실합니다. 도덕적 공간에서 조차 윤..

Film/Drama 2022.03.07

가웨인 교향곡 _ 그린 나이트, 데이빗 로워리 감독

# 0. 서사는 단순하지만 상징은 난해합니다. 화려하고 근사하고 근엄하긴 한데 겁나 어둡고 뭐가 뭔지 모르겠다 싶은 관객들이 적지 않으셨을 테죠. 스스로 생각할 것을 강요하는 스타일에 익숙하지 않거나 특유의 분위기가 기호에 맞지 않는 관객에겐 혹평을 산다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작품이긴 합니다. 물론 그것이 관객의 잘못이나 부족이라 탓할 수는 없습니다. 평단에서 아무리 극찬을 늘어놓았다 하더라도 영화의 주인은 언제나 관객 개개인이니까요. 혹여 말씀드린 바와 같은 작품에 거부감이 있으시다면 이 영화는 피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합니다. '데이빗 로워리' 감독, 『그린 나이트 :: The Green Knight』입니다. # 1. 다만 세상엔 영화를 곱씹어 보며 자기 생각을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Film/SF & Fantasy 2022.01.20

12월 26일 _ 유령신부, 팀 버튼 감독

# 0. 박싱 데이(Boxing Day) 또는 성 스테파노의 날은 크리스마스 다음 날(12월 26일)을 가리키는 말로, 많은 영연방 국가에서 크리스마스와 함께 휴일로 정하여 성탄 연휴로 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영국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공휴일로 정하고 있다. 독일, 스웨덴 등에서는 크리스마스 다음날이라고 단순하게 부른다. - 위키백과 [박싱데이] 중에서 - '팀 버튼' 감독, 『유령신부 :: Corpse Bride』입니다. # 1. 헨리 셀릭의 을, 팀 버튼의 내면을 구성하는 다양한 자아의 충돌이라는 관점에서 소개드린 바 있습니다. 행복(크리스마스)을 선사하는 산타클로스가 되고 싶었던 팀 버튼(잭 스캘링턴)이 사람들에게 선택받지 못하자 분노(우기부기)에 휩싸이지만, 결국 분노를 제압하고 내면 깊은 ..

Film/Animation 2022.01.15

중독과 선택 _ 어딕션, 아벨 페라라 감독

# 0. 문과를 가까이하는 게 이렇게나 위험합니다. 대학원생은 더더욱 위험합니다. '아벨 페라라' 감독, 『어딕션 :: The Addiction』입니다. # 1. 강의실에 전쟁 범죄와 관련된 슬라이드가 펼쳐집니다. 국가의 악행에 가담한 개인의 책임을 두고 두 대학원생이 논쟁을 벌입니다. 벌써부터 피곤하죠. 뱀파이어 영화인 줄 알았는데요. 공포 영화라 그러셨잖아요.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인생의 값진 교훈 하나를 안겨줍니다. 이 영화는 수면 부족으로 다크서클이 가득한 굳은 표정의 대학원생이 다가오면 단호하게 꺼져라 말해야 한다는 내용의 작품입니다. 명심하세요. 자칫 방심하다간 교수들이 득실득실한 파티장에 납치당해 피를 쪽 빨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 2. 칸트에 헤겔에 샤르트르까지. 오냐오냐 하니까 끝이..

Film/Horror 2021.12.12

한 그루의 사과나무 _ 고스트 스토리, 데이빗 로워리 감독

# 0. 기억되지 않는 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아 보이지 않아 존재하지 않는 유령처럼 '데이빗 로워리' 감독, 『고스트 스토리 :: A Ghost Story』입니다. # 1. 를 보려고 했는데요. 감독 이름이 자꾸 눈에 밟힙니다. 누구더라... 아! 고스트 스토리의 감독이었군요. 생각난 김에 고스트 스토리를 애피타이저로 한 번 더 보고, 그린 나이트를 봐야겠습니다. 철학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작품입니다. 쫀쫀한 이야기는커녕 시간이 멈춘 듯 느린 템포와, 바스러지는 현학적 대사들과, 연출적 물리적 관계적 개념적 층위의 공백들과 여백들이 감상을 어렵게 합니다. 혹시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셨고 말씀드린 류의 건조하고 느린 호흡의 메시지 중심 작품을 좋아하지 않으시는 분이라면 다른 작품을 보는 것도 생각해보..

Film/SF & Fantasy 2021.11.26

홉스의 영화적 증명 _ 갓즈 포켓, 존 슬래터리 감독

# 0.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연기를 볼 마지막 기회" - The Telegraph, 영화 홍보 카피 중에서- '존 슬래터리' 감독, 『갓즈 포켓 :: God's Pocket』입니다. # 1. 영화의 제목은 갓즈 포켓, 신의 호주머니입니다. 호주머니에는 보통 볼품없는 것들이 담겨 있습니다. 잡동사니라 불리는 것들이죠. 각각의 용도나 정체성을 주목하지 않는 잡다한 것들의 무리. 값지지 않아 이리저리 구르고 깨져도 걱정이 없는 것들을 뜻합니다. 호주머니 속 잡동사니들은 걸음에 따라 뒤엉킵니다. 어느 조각이 위에 오르기도 하고 어떤 조각은 아래에 깔리기도 하지만 이는 걷는 사람의 의도가 아닌 운에 따를 뿐입니다. 무언가가 부서졌다거나 부서지지 않았다면 그 역시 조금 운이 나쁘거나 운이 좋았을 뿐이죠. 잡동..

Film/Drama 2021.11.18

나초와 발가락 _ 데스 프루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 0. 긁어모으는 동안의 흥분. 집어던지는 순간의 쾌감.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데스 프루프 :: Death Proof』입니다. # 1. 주문에 맞춰 정확히 배합된 칵테일을 내놓는 바텐더 '워렌'처럼 감독 '타란티노'는 관객의 기대에 정확히 부합하는 환상적 배합의 보상을 선사합니다. 존~~~나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싶다면 역시 타란티노 죠. 뭐랄까요. 참 동물적인 영화입니다. 관객들, 특히 남성 관객들로부터 스스로 동물이라는 것을 폭력적으로 고백케 만들려는 듯한 작품이랄까요. 영화를 보다 보면 만물의 영장이라는 허울에 갇혀 잊고 있었던, 그저 DNA에 새겨진 유전자 지도에 따라 배열된 단백질 덩어리 속 호르몬의 화학적 기작이 만든 본능 덩어리임을 새삼 상기하게 됩니다. 제 아무리 거창한 이유로 치..

Film/Action 2021.11.02

그게 뭔데 씹덕아 _ 헤일, 시저!, 코엔 형제 감독

# 0. 앤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걸 보며 생각했습니다. 아...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다 죽었겠다. 평론가들은 좋아 죽었을 테고, 대중들은 지루해 죽었겠구나. '코엔 형제' 감독, 『헤일, 시저! :: Hail, Caesar!』입니다. # 1. 걸작 영화 만드는 공식을 알려드릴까요. 이리저리 베베 꼬인 철학 논문을 하나 가져다 살을 붙여 영상화하세요. 참 쉽죠? # 2. 철학이 영 복잡하고 어려우시다면 유명 감독과 함께 영화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명성을 쌓은 덕에 '까면 무식한 사람'이란 수식어가 붙어버린 몇 감독과 함께라면 이너 서클의 상호 감시와 견제가 무수한 악수의 요청으로 승화되는 모습을 어렵잖게 목격하실 수 있을테죠. 글로벌 PC질에 편승해 당위로 무장한 무거운 ..

Film/Comedy 2021.10.21

카지노의 법칙 _ 리노의 도박사,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

# 0. 딜러는 돈을 잃지 않는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 『리노의 도박사 :: Sydney』입니다. # 1. 캐릭터를 역할 관계 하에 강하게 통제하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그런 작품들은 대게 이야기 구조 역시 역할을 중심으로 한 캐릭터의 배치에 종속되어 있곤 하죠. 마치 롤플레잉 게임처럼요. 각각을 보안관, 전직 군인, 교수형 집행인, 현상 수배범 등과 같은 서부극 속 역할 관계로 규정한 후 이를 중심으로 서사를 전개했던 이나, 노예상, 자유인이 된 노예, 노예를 관리하는 흑인, 현상금 사냥꾼으로 캐릭터를 규정해 힘과 당위의 논리로 시대극을 풀었던 와 같은 영화들은 좋은 예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이 영화에서는 도박이 되겠죠. # 2. 카지노에는 여러 종류의 게임들이 있습니다. 환각적 이미지를 표현..

Film/Thriller 2021.10.16

베이비의 죽음 _ 시바 베이비, 엠마 셀리그만 감독

# 0. 욕 아닙니다. '엠마 셀리그만' 감독, 『시바 베이비 :: Shiva Baby』입니다. # 1. [시바 Shiva]는 유대교식 장례문화의 일종으로 친인척이 사망한 경우 Aninut이라는 이름의 장례 절차를 치른 후 가지게 되는 7일간의 애도기간을 뜻합니다. 애초에 시바라는 말부터가 히브리어로 숫자 7을 뜻하죠. 솔직히 저나 여러분이나 피차 처음 들으셨을 겁니다. 어지간해선 한국인이 유대교 문화에 익숙하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말씀드린 바와 같이 엄밀하게는 '장례 후 고인을 보내는 동안의 마음가짐을 정돈하는 기간'이라고는 합니다만, 우리 입장에선 그냥 장례식과 동의어로 이해한다 하더라도, 이 영화를 즐기시는 데 큰 무리는 없을 겁니다. # 2. 어쨌든 시바가 열렸습니다. 엄마의 등쌀에 못 이겨 참석..

Film/Comedy 2021.09.11

참 어렵죠? _ 밥 로스 행복한 사고, 배신과 탐욕

# 0. 우주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 '밥 로스'의 일대기에 일상이 지루한 미국인들이 환장할 법한 고소전을 조금 덜고 티타늄 화이트를 섞어 넷플릭스라는 캔버스 위에 펴 바릅니다. 쓱싹쓱싹. 어때요, 참 쉽죠? 『밥 로스 - 행복한 사고, 배신과 탐욕 :: Bob Ross - Happy Accidents, Betrayal & Greed』입니다. # 1. 가 왓챠에 올라올 때만 하더라도 넷플릭스에 이런 다큐멘터리가 제작되어 올라온 줄은 몰랐습니다. 매번 영화를 보고 나면 (내심은 글을 깨작이기 위해서지만) 관련 지식을 쌓는다는 핑계로 이러저러한 정보들을 검색하게 되는데요. 요런 유용한 다큐멘터리가 있는 줄 미리 알았더라면 구글링 하는 뻘짓을 면할 수 있었을 텐데요. 다큐멘터리의 구성은 부제 을 고스란히 따라갑..

Documentary/Social 2021.08.30

아이러니 _ 클로버필드 10번지, 댄 트라첸버그 감독

# 0. "야. 이거 재밌냐?" "... 클로버필드 봤어?" "아니. 안 봤는데." "... 뭔 내용인지도 모르고?" "응. 몰라." "그럼 봐. 재밌어." '댄 트라첸버그' 감독, 『클로버필드 10번지 :: 10 Cloverfield Lane』입니다. # 1. 아이러니한 영화입니다. 스핀오프 격의 작품인데 오히려 원작에 대해 전혀 모르고 봐야 재미있는 영화거든요. 대부분 재난 영화들은 재난의 성격이 명확한 가운데 그 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액션과 퍼즐을 즐기는 식으로 전개되는데요. 이 작품은 이례적으로 재난의 성격뿐 아니라 발생 여부조차 한참 동안 모호합니다. 그리고 그 모호함을 온전히 즐기는데 원작에 대한 배경지식이 심각한 방해가 되기 때문이죠. # 2. 정통 미스터리 스릴러라면 벙커 안에서의 이야기를..

Film/Thriller 2021.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