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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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영화 7

거지의 왕 _ 무장원 소걸아, 진가상 감독

# 0. 당신이 영명하여 국태민안하다면 거지가 있을 턱이 없잖소.        진가상 감독,『무장원 소걸아 :: King of Beggars』입니다.     # 1. 한번 보면 멈출 수 없다. 의 이야기다. 무협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절정에 달한 개그감으로 풀어낸 주성치의 활극은, 압도적인 여래신장과 아방의 막대사탕으로 끝난다. 아니, 끝나는 것으로 기억된다.  사실 쿵푸 허슬의 앤딩을 차지한 사람은 신조협려도 절대고수도 아니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낯익은 거지의 능청스러운 중고책 영업이다. 어린 싱을 만났을 때와 똑같은 얼굴의 늙지 않는 거지는, 사실 쿵푸 허슬이 개봉한 당시의 12년 전에도 같은 얼굴이었다. 에서 성룡의 스승으로 열연한 원소전의 아들이자 무술감독이기도 한 배우 원상인은 에서도 주인..

Film/Action 2024.05.06

가장 날 것의 주성치 _ 당백호점추향, 이력지 감독

# 0. 다시 보니 선녀 같다! 이력지 감독, 『당백호점추향 :: 唐伯虎點秋香』입니다. # 1. 희극지왕 주성치입니다. 성룡과 함께 본인 그 자체로 장르라 인정받는 단 두 명의 배우 중 하나죠. 통상 그를 상회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유덕화나 주윤발, 양조위조차 자기 작품에서 그 정도의 지배력은 가지지 못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분명 의심의 여지없는 대배우이긴 합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인생을 사는 건가 싶을 정도로 논란이 많은 인물이라는 건 차치하고서라도 말이죠. 주성치의 이름을 들은 보통의 관객들은 아무래도 소림축구나 쿵푸 허슬을 떠올릴 겁니다. 그 소리를 들은 골수팬들은 두 작품도 충분히 좋지만 아무리 그래도 주성치는 월광보합과 선리기연으로 이어지는 서유기 시리즈라며 팔짝 뛰는 게 십수 년간 반복된 패턴..

Film/Comedy 2023.07.22

날아라 병아리 _ 현지계란, 오가량 감독

# 0. , , 에 이은 네 번째 에피소드인 '주관위' 감독 作 에 대한 리뷰는 생략합니다. 인터뷰 중심의 페이크 다큐를 베이스로 하는 소위 '내수용' 작품이기 때문이죠. 겉으로 드러나는 메시지 이상의 내용까지 제대로 알기 위해선 홍콩 현지 상황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데, 그런 게 제게 있을 리가 없거든요. '다양한 견해의 충돌을 뛰어넘는 연대의 가치'라는 메시지 정도를 제외하면 억지로나마 글을 풀어내기 위한 최소한의 이해도가 충족되지 않았다 생각했기에 무의미한 글을 남기지 않으려 합니다. 그럼 마지막, 제35회 홍콩영화 금상장 작품상 수상작 의 다섯 번째 단편입니다. '오가량' 감독, 『현지 계란 :: Local Egg』입니다. # 1. 전반적으로 일본판에 비해 진지한 영화일 거라 ..

Film/Drama 2021.02.19

기시감 _ 방언, 구문걸 감독

# 0. 2025년 홍콩, 중국 표준어(보통화, 普通话)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기사의 택시는 '보통화 불가능'을 뜻하는 하늘색 딱지를 붙여야만 합니다. 보통화를 구사하지 못하는 기사는 공항과 여객 터미널 같은 출입국 관리 지점에서 승객을 태울 수 없을 뿐 아니라 중환과 진중, 군통 상업 지구에서의 영업이 금지됩니다. 제35회 홍콩영화 금상장 작품상 수상작 의 세 번째 단편입니다. '구문걸' 감독, 『방언 :: DIALECT』입니다. # 1. 다섯 편의 단편 중 가장 짧은 단편이자 가장 일상적이고 구체적이며 현실적인 단편입니다. 나름의 미장센이 두드러지는 작가주의적 성향의 여타 작품들에 반해 영화 은 명쾌한 주제의식을 전달하는 데 전력을 다합니다. 일본의 프로젝트 세 번째 작품이었던 '츠노 메구미' 감독의..

Film/Drama 2021.02.16

얼음 사막 _ 겨울매미, 황비붕 감독

# 0. 이것은 믿기 힘든 이야기다. 불도저가 에디의 집을 허물었다. 달아난 저항군 무리가 에디의 집 표본을 만들었다. 무너진 집들에서 나온 벽돌과 도시에 산재한 다른 일상용품을 재료로 삼았다. 여름만 사는 곤충에게 얼음을 아냐고 묻지 마라. 제35회 홍콩영화 금상장 작품상 수상작 의 두 번째 단편입니다. '황비붕' 감독, 『겨울 매미 :: 冬蟬』입니다. # 1. "이것은 믿기 힘든 이야기다." 근래 본 영화들 중 가장 쉬운 작품입니다. 서사는 서사라 부르는 것이 쑥스러울 정도로 단순합니다. 불도저에 의해 철거된 '에디'의 집을 박제하던 부부가, 결국 그들 자신마저 박제한다는 내용이죠. 박제[剝製]라는 단어를 사전에서는, 라 정의하고 있는데요. 박제가 영화 서사의 전부이듯, '황비붕' 감독이 비관적으로 ..

Film/Drama 2021.02.15

운수 좋은 날 _ 엑스트라, 곽진 감독

# 0. 일본은 아무래도 보수적인 면이 강한 나라입니다. 정치, 사회, 경제, 교육, 그중에서도 문화 쪽은 더더욱 말이죠. 덕분에 그들이 그린 10년 후 일본의 모습은, , , , , 처럼 넓은 스펙트럼의 자유분방함에도 불구하고 다소 두루뭉술하고 평이한 소재와 뜬구름 잡는 듯한 전개 등의 한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만약 상대적으로 더 역동, 아니 격동激動의 시대를 지나고 있는 사회가 있다면 그들이 그린 미래는 조금 더 다른 모습이지 않을까요. 어느 날 갑자기 전혀 다른 문화권의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을 폭압적으로 강요당하게 된 사람들이 그린 미래는 아마도 조금은 더 특별하고 조금은 더 엄숙할 겁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제작의 은 사실 프로젝트의 세 번째 주자였는데요, 그 첫 번째는 2015년 '홍콩..

Film/Drama 2021.02.10

탁일항과 연예상 _ 백발마녀전, 우인태 감독

# 0. 차고 넘칠 정도로 매력이 검증된 세계관. 다채로우면서도 위계가 명확한 캐릭터 구조. 눈과 귀를 쉴 새 없이 즐겁게 하는 풍부한 볼거리. 칼과 채찍과 봉과 주먹 등 다양한 수단으로 합을 주고받는 화려하고 직관적인 액션. 사이사이를 메우는 특유의 왁자지껄한 유머들과, 질척거림 없이 1시간 30분 만에 깔끔하게 떨어지는 스피디한 전개까지. 이 정도만 잘 갖춰도 액션 오락 영화로서 훌륭하다 하기에 충분하죠. '우인태' 감독, 『백발마녀전 :: 白髮魔女傳』입니다. # 1. 그 위로 다른 어떤 장르로도 대체할 수 없을 것만 같은 7~80년대 홍콩 영화 고유의 분위기가 더해집니다. 거대한 집단 간의 충돌 앞에 놓인 나약한 개인의 비극, 뜻하지 않은 오해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앞에 무너져 내리는 처절하고 ..

Film/Action 2021.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