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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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132

나란 무엇인가 _ 존 말코비치 되기, 스파이크 존즈 감독

# 0. 당신은 어째서 자신이 존 말코비치가 아니라 확신하는 거지? 스파이크 존즈 감독, 『존 말코비치 되기 :: Being John Malkovich』입니다. # 1. "자아의 성질과 영혼의 실존 말이야. 내가 과연 나일까? 말코비치가 말코비치일까?... 이 관문이 얼마나 골치 아픈 형이상학적 문제인지 모르겠어." 영화의 착점을 상징하는 대사이자, 크레이그의 입을 빌린 감독 스스로의 선언과도 같은 대사입니다. 골치 아픈 형이상학적 문제를 다루려는 피곤한 작품이라는 것은 다른 누구보다 스파이크 존즈가 가장 잘 알고 있죠. 몇몇의 변태 같은 관객을 제외한 대부분은 '골치 아픈 형이상학적 문제'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합니다. 영화 따위 두어 시간 동안의 오락거리 정도면 충분하다 여기는 것이 일반적이죠. 테마..

Film/SF & Fantasy 2022.08.22

사과해 _ 사람 냄새 이효리, 구교환 / 이옥섭 감독

# 0. 유튜브 지박령이 또 희한한 영상에 얻어걸렸습니다. 구교환 / 이옥섭 감독, 『사람 냄새 이효리 :: Super Star LeeHyori』입니다. # 1. 코피로 혈서 써주며 먹고사는 구교환과 아이들이 돈 많은 이효리 오퍼 받고 신나서 찾아갑니다. 구교환은 트로피에 피 묻히고 이효리는 계단 내려오며 쌍욕 합니다. QR코드 찍어 옛날 테레비 시청하고 햄스터 80마리 택배로 날아와서 학교도 못 간 김에 노숙자로 전직하게 한 거 사과해. 요가하며 트림하는 이효리가 개 잡아먹은 사람 잡아먹었다고 자수합니다. 글자 겁나 많은 혈서 덕에 구교환은 한몫 땡겼겠네요. 부럽다. # 2. 어찌 되었든 언어유희를 활용한 반전 한 방을 향해 가는 작품이라 해야 할 겁니다. 결말에 도달하는 과정은 사회-경제적 계급과 도..

Film/Comedy 2022.08.04

너는 샐러드바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지 _ 전우치, 최동훈 감독

# 0. 뷔페 좋아하세요? 최동훈 감독, 『전우치 :: Woochi』입니다. # 1. 뷔페도 식당인 이상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맛이겠습니다만, 그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음식의 구성일 겁니다. 손님마다 입맛도 다 다르거니와 어차피 먹을 수 있는 양, 느낄 수 있는 맛은 한정적이니까요. 대부분의 고객들은 맛있고 값비싼 음식을 풍성하게 먹는 것만큼이나 다양한 음식을 조화롭고 편안하게 맛보길 원합니다. 제 아무리 산해진미라 하더라도 계~속 고기, 고기, 고기만 먹다 보면 얼마 못가 물리기 마련이죠. 서울시 중구 충무로 일대에 '케이퍼 무비(Caper Movie)'라는 간판의 전문점을 운영해온 사장 최동훈 씨가 뷔페 창업에 도전합니다. 과 , 이후 과 로 이어지는 대박 메뉴를 내리 개발하는 데 성공한 사장님은 자..

Film/Comedy 2022.07.28

부서진 안경과 사라진 첼로 _ 돈을 갖고 튀어라, 우디 앨런 감독

# 0. 로트와일러가 되고 싶었던 치와와의 유쾌한 모험 우디 앨런 감독, 『돈을 갖고 튀어라 :: Take The Money And Run』입니다. # 1. 애니홀, 맨해튼, 카이로의 붉은 장미, 브로드웨이를 쏴라, 미드나잇 인 파리 등으로 익숙하실 우디 앨런의 두 번째 연출작입니다. 국내 영화로도 패러디될 만큼 유명한 제목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우디 앨런의 연출작인 줄은 모르셨던 분들이 계시던데요. 냉소적이면서 서정적이기도 한 후기 작품들에 비해 초기 작품들은 이질적일 정도로 노골적인 코미디물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감독 고유의 언어유희와, 채플린으로 대표되는 20세기 초 슬랩스틱 무성영화 작법의 오마주, 백신 부작용이랍시고 랍비를 들이미는 식의 막무가내 개드립을 적절히 엮어 낸 수작 코미디죠...

Film/Comedy 2022.06.30

좀비는 거들뿐 _ 좀비랜드, 루벤 플레셔 감독

# 0. Rule 17. Don't Be a Hero. 루벤 플레셔 감독, 『좀비랜드 :: Zombieland』입니다. # 1. 좀비 영화는 호러영화의 하위 장르 중 하나입니다. 좀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상황에서의 조바심과, 사람들이 하나둘 희생되는 동안의 긴박감, 본성이 폭로되는 순간의 역설적 카타르시스를 즐기는 장르물이죠. 대체로 작품의 성패는 몰입도 높은 세계관 설정과 미술 및 연출의 퀄리티, 주인공 파티 중 일부가 리타이어 하는 방식의 독창성과, 폭력을 직면하는 순간의 감정선 등에 의해 결정됩니다. 대부분의 좀비 영화에서 좀비는 재난으로 기능합니다. 사회적 행동 아래 숨겨진 인간 군상을 끄집어내는 폭력적 계기 정도로 정의할 수 있죠. 세상 젠틀하던 인물이 자기 목숨이 경각에 달리는 순간 지체..

Film/Comedy 2022.06.02

환생 했나? _ 스탈린이 죽었다!, 아만도 이아누치 감독

# 0. 죽은 줄 알았는데 말이죠. '아만도 이아누치' 감독, 『스탈린이 죽었다! :: The Death of Stalin』입니다. # 1. 역사적-정치적 사건의 내막과 암투를 다루는 작품들의 리뷰란 결국 장학 퀴즈 식으로 귀결되기 마련입니다. 저지른 악행들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비참한 죽음, 스스로 만든 권위가 골든 타임을 놓치게 만드는 아이러니, 고상 떠는 취미와 대조되는 지저분한 실금, 독살을 의심해 의사들을 모조리 숙청하는 바람에 제대로 된 진료의 기회조차 받지 못하는 어리석음, 모함하고 비위 맞추는 데에만 능한 간신들과, 능력에 어울리지 않는 휘향 찬란한 직함과, 웃옷을 가득 채운 무수한 훈장의 요청 등이 실제로도 그러했답니다~ 라는 식이죠. 거기다 진중한 정치사극이 아니라 노골적으로 골려먹기..

Film/Comedy 2022.02.28

양털 깎기 _ 램스, 그리무르 하코나르손 감독

# 0. "형, 도와줘." "괜찮아질 거다. 동생아." '그리무르 하코나르손' 감독, 『램스 :: Hrútar』입니다. # 1. 40년 동안 삐진 양치기 노년 형제가 파산 위기를 맞아 극적 화해하고, 눈 내리는 산에 양 풀러 갔다가 이글루 안에서 홀딱 벗고 끌어안는 영화입니다. # 2. 모두가 양을 치는 아이슬란드의 어느 시골 마을에 스크래피(Scrapie), 우리 말로는 진전병이라 불리는 치명적인 동물 전염병이 돌게 됩니다. 방제를 위해선 인근의 모든 양을 도축하고 시설과 도구까지 모조리 폐기해야 합니다. 축사를 다시 꾸리려면 최소 2년 여의 시간이 소요될 텐데요. 보상금으론 그동안의 생활을 담보할 수 없고, 방제가 끝난다 하더라도 전염병이 다시 돌지 말라는 보장 역시 어디에도 없습니다. 평생 양을 키..

Film/Drama 2022.01.26

12월 26일 _ 유령신부, 팀 버튼 감독

# 0. 박싱 데이(Boxing Day) 또는 성 스테파노의 날은 크리스마스 다음 날(12월 26일)을 가리키는 말로, 많은 영연방 국가에서 크리스마스와 함께 휴일로 정하여 성탄 연휴로 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영국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공휴일로 정하고 있다. 독일, 스웨덴 등에서는 크리스마스 다음날이라고 단순하게 부른다. - 위키백과 [박싱데이] 중에서 - '팀 버튼' 감독, 『유령신부 :: Corpse Bride』입니다. # 1. 헨리 셀릭의 을, 팀 버튼의 내면을 구성하는 다양한 자아의 충돌이라는 관점에서 소개드린 바 있습니다. 행복(크리스마스)을 선사하는 산타클로스가 되고 싶었던 팀 버튼(잭 스캘링턴)이 사람들에게 선택받지 못하자 분노(우기부기)에 휩싸이지만, 결국 분노를 제압하고 내면 깊은 ..

Film/Animation 2022.01.15

왓포드 역배 _ 습도 다소 높음, 고봉수 감독

# 0. 무더위의 짜증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거라면 [습도 높음] 정도로도 충분했을 겁니다. 그럼에도 작품의 제목은 습도 [다소] 높음.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거겠죠. '고봉수' 감독, 『습도 다소 높음 :: The rain comes soon』입니다. # 1. 영화관을 공습하는 빌런들의 영화입니다. 영화판을 사수하는 어벤저스의 영화입니다. 이율배반적인 설정이 캐릭터 쇼에 풍성함을 더합니다. 에어컨도 돌아가지 않는 텅 빈 영화관을 박봉에 홀로 지키는 '찰스'를 모두가 무자비하게 괴롭힘에도, 마냥 불쾌한 것이 아니라 찡하고 짠한 건 본질적으로 이들이 미운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죠. 각각은 영화 상영이라는 사건을 지키기 위해 각자의 일상, 이를테면 아르바이트라거나 소개팅, 결혼 준비, 무료 음료수 따위를..

Film/Comedy 2022.01.12

홉스의 영화적 증명 _ 갓즈 포켓, 존 슬래터리 감독

# 0.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연기를 볼 마지막 기회" - The Telegraph, 영화 홍보 카피 중에서- '존 슬래터리' 감독, 『갓즈 포켓 :: God's Pocket』입니다. # 1. 영화의 제목은 갓즈 포켓, 신의 호주머니입니다. 호주머니에는 보통 볼품없는 것들이 담겨 있습니다. 잡동사니라 불리는 것들이죠. 각각의 용도나 정체성을 주목하지 않는 잡다한 것들의 무리. 값지지 않아 이리저리 구르고 깨져도 걱정이 없는 것들을 뜻합니다. 호주머니 속 잡동사니들은 걸음에 따라 뒤엉킵니다. 어느 조각이 위에 오르기도 하고 어떤 조각은 아래에 깔리기도 하지만 이는 걷는 사람의 의도가 아닌 운에 따를 뿐입니다. 무언가가 부서졌다거나 부서지지 않았다면 그 역시 조금 운이 나쁘거나 운이 좋았을 뿐이죠. 잡동..

Film/Drama 2021.11.18

소녀는 엄마는 친구 _ 좋은날, 황슬기 감독

# 0. 단편 옴니버스 의 마지막 에피소드입니다. '황슬기' 감독, 『좋은날 :: A Good Day』입니다. # 1. 진수성찬입니다. 이전 두 편의 음식과는 결이 많이 다르군요. 장소도 휴양지에 있을 것만 같은 호젓한 한정식집입니다. 네 명의 여사님들이 등장합니다. 진한 사투리를 쓰고 있습니다. 흔히 그 나이대 여자들이 모여 나눌 법한 이야기와, 생길 수도 있을 법한 갈등이 전개됩니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발견되는 키워드는 친구와 엄마입니다. 친구는 상황이 성립되기 위한 관계를 만들고 정체성을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돕는 보조적 역할을 수행합니다. 감독은 엄마의 정체성을 진수성찬으로 정의합니다. 풍요롭고 화려하고 든든하지만, 때론 지루하고 까다로우며 불편하기도 합니다. # 2. 서울입니다. 유독 티격태격하던..

Film/Drama 2021.11.10

그게 뭔데 씹덕아 _ 헤일, 시저!, 코엔 형제 감독

# 0. 앤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걸 보며 생각했습니다. 아...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다 죽었겠다. 평론가들은 좋아 죽었을 테고, 대중들은 지루해 죽었겠구나. '코엔 형제' 감독, 『헤일, 시저! :: Hail, Caesar!』입니다. # 1. 걸작 영화 만드는 공식을 알려드릴까요. 이리저리 베베 꼬인 철학 논문을 하나 가져다 살을 붙여 영상화하세요. 참 쉽죠? # 2. 철학이 영 복잡하고 어려우시다면 유명 감독과 함께 영화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명성을 쌓은 덕에 '까면 무식한 사람'이란 수식어가 붙어버린 몇 감독과 함께라면 이너 서클의 상호 감시와 견제가 무수한 악수의 요청으로 승화되는 모습을 어렵잖게 목격하실 수 있을테죠. 글로벌 PC질에 편승해 당위로 무장한 무거운 ..

Film/Comedy 2021.10.21

당연하지 _ 런던 시계탑 밑에서 사랑을 찾을 확률, 벤 팔머 감독

# 0. 찐따의 로맨스도 달콤할까? '벤 팔머' 감독, 『런던 시계탑 밑에서 사랑을 찾을 확률 :: Man up』입니다. # 1. 한 번쯤 운동을 해보신 분들, 특히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을 하려다 실패해보신 분들이라면 대부분 공감하실 겁니다. 가장 무거운 건 기구에 얹힌 50kg짜리 쇳덩이도 트레드밀을 달리는 100kg짜리 몸뚱이도 아닌 집안에 퍼질러 앉아 버티는 엉덩이라는 걸 말이죠. 물론 이런 식상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헬스 마니아들은 답답해 고개를 저을 겁니다. 아니? 운동이 얼마나 재미있는데 엉덩이가 무겁다는 거야? 파티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처럼 대부분은 적당히 만나고 적당히 사랑하고 적당히 살아갑니다. 일반에게 사랑은 설레고 긴장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도조차 못할만큼 두려운 일은 하니죠. ..

Film/Romance 2021.09.15

베이비의 죽음 _ 시바 베이비, 엠마 셀리그만 감독

# 0. 욕 아닙니다. '엠마 셀리그만' 감독, 『시바 베이비 :: Shiva Baby』입니다. # 1. [시바 Shiva]는 유대교식 장례문화의 일종으로 친인척이 사망한 경우 Aninut이라는 이름의 장례 절차를 치른 후 가지게 되는 7일간의 애도기간을 뜻합니다. 애초에 시바라는 말부터가 히브리어로 숫자 7을 뜻하죠. 솔직히 저나 여러분이나 피차 처음 들으셨을 겁니다. 어지간해선 한국인이 유대교 문화에 익숙하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말씀드린 바와 같이 엄밀하게는 '장례 후 고인을 보내는 동안의 마음가짐을 정돈하는 기간'이라고는 합니다만, 우리 입장에선 그냥 장례식과 동의어로 이해한다 하더라도, 이 영화를 즐기시는 데 큰 무리는 없을 겁니다. # 2. 어쨌든 시바가 열렸습니다. 엄마의 등쌀에 못 이겨 참석..

Film/Comedy 2021.09.11

무시하는 겁쟁이 _ 오목소녀, 백승화 감독

# 0. 촉망받던 유망주였지만 바둑 대회에서 실패를 겪은 후 기원 알바를 전전하던 주인공이 생활고를 극복하기 위해 오목 대회에 도전하는 영화입니다. 전반적으로 짧은 호흡의 가벼운 말장난 개그로 승부 보는 코미디물인데요. 57분 내내 한방의 훅 없이 잔펀치만 집요하게 때리다가 마지막에 따뜻한 메시지로 반창고를 붙여주는 영화라 말씀드린다면 무난하겠네요. '백승화' 감독, 『오목소녀 :: Omok Girl』입니다. # 1. 2014년 이후 만들어진 바둑과 인생을 엮는 다른 모든 창작물들처럼 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작품입니다만 감독은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아예 패러디물로 가볼까?' 라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듯합니다. 알파고 드립과 같은 잔잔한 농담뿐 아니라 후반부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나 드립 등은 특히 노골..

Film/Comedy 2021.08.18

술래잡기 _ 해리의 소동,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 0. 맥거핀 [macguffin] 속임수, 미끼라는 뜻. 영화에서는 서스펜스 장르의 대가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이 고안한 극적 장치를 말한다. 극의 초반부에 중요한 것처럼 등장했다가 사라져 버리는 일종의 ‘헛다리 짚기’ 장치를 말한다. 관객들의 기대 심리를 배반함으로써 노리는 효과는 동일화와 긴장감 유지이다. (후략) [네이버 지식백과] 맥거핀 [macguffin] (영화 사전, 2004. 9. 30., propaganda)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해리의 소동 :: The Trouble With Harry』입니다. # 1. 18분 50초. '윅스' 부인의 가게에 찾아온 '말로우'와 '아이비'입니다. 말로우가 식료품과 담배를 사며 돈이 없다 말합니다. 윅스 부인은 익숙하다..

Film/Comedy 2021.08.08

시곗바늘 그 영화 _ 마침내 안전!, 프레드 C. 뉴마이어 / 샘 테일러 감독

# 0. 무성영화 시대 슬랩스틱 스턴트 코미디를 이야기하며 '찰리 채플린'을 거론하는 건 영 심심합니다. 채플린이 위대한 영화인이라는 데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테지만, 저 같은 홍대병 환자들에게 있어 그런 것 따위보다는 내가 얼마나 아는 척을 할 수 있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한동안은 '버스터 키튼' 정도면 충분히 비빌 수 있었습니다. '위대한 무표정'이라는 별명과 , , 등의 대표작들을 '당연히 아는 것 아니냐'는 듯한 심드렁한 표정으로 나열한 다음, 이런 것들은 그리 중요하지 않으며 그가 가진 영화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용기, 인류사를 관통하는 통시적 가치들에 천착함으로 인해 어느 시대에서든 동시대성을 느끼게 만드는 표현, 창조적이고 도전적이며 이지적인 촬영 기법과 완벽주의자적 태도 등의..

Film/Comedy 2021.08.02

바보에게 바보가 _ 스몰 타임 크룩스, 우디 엘런 감독

# 0. He is arrogant. Like all people with timid personalities, his arrogance is ­unlimited. Anybody who speaks quietly and shrivels up in company is unbelievably ­arrogant. He acts shy, but he’s not. He’s scared. He hates himself, and he loves himself, a very tense situation. To me, it’s the most embarrassing thing in the world—a man who presents himself at his worst to get laughs, in order to f..

Film/Comedy 2021.07.29

뒤풀이 _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리모트,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

# 0. 앙코르까지 했으면 이젠 뒤풀이를 해야겠죠. 앙코르 _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스핀오프, 나카이즈미 유야 감독 # 0. 보통 맛있는 음식은 두 번 먹어도 맛있습니다. 처음 먹을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말이죠. '나카이즈미 유야' 감독,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스핀오프 할리우드 대작전! カメラ を止めるな! morgosound.tistory.com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리모트 대작전! :: カメラ を止めるな! リモート大作戦!』입니다. # 1. 도전적인 프로젝트성 단편입니다. 언제나와같이 극중극 역시 같은 제목의 프로젝트성 단편이죠.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 진행되던 2020년 일본, '히라구시' 감독에게 원격으로 영화를 만들어 볼 것을 제안한 것으로 시작..

Film/Comedy 2021.07.15

앙코르 _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스핀오프, 나카이즈미 유야 감독

# 0. 보통 맛있는 음식은 두 번 먹어도 맛있습니다. 처음 먹을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말이죠. '나카이즈미 유야' 감독,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스핀오프 할리우드 대작전! カメラ を止めるな! スピンオフハリウッド大作戦!』입니다. # 1. 최대 강점은 '컨셉을 잘 잡았다.'라는 점일 겁니다. 속편이 아니라 '스핀오프'를 기획했다는 점 말이죠. 속편은 전작과 동등한 위계에서 온전한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증명해야 합니다. 충분한 볼륨은 물론이거니와 시리즈물로서의 일관성은 유지하면서 동시에 고유의 차별점 혹은 개선책을 준비해야 하죠. 특히 전작이 많은 사랑을 받은 명작이라면 난이도는 급상승합니다. 고생해서 잘 만들어 놓으면 겨우 '당연한 거 아냐?'라는 소리밖에 못 듣는 반면, 못 만들기라도 했다간 욕만 바가지..

Film/Horror 2021.07.13

맛없는 도시락의 역설 _ 4교시 체육시간, 예민희 감독

# 0. 이어폰을 낀 기환의 걸음걸이, 시선, 자세에서 느낌이 팍 옵니다. 크흑... 이것이 '진짜'라는 것인가. 중 세 번째 단편입니다. '예민희' 감독, 『4교시 체육시간 :: School Off』입니다. # 1. 전직 엘리트 찐따의 전문가적 식견으로 보건대 캐릭터 디테일이 썩 훌륭합니다. 특유의 어수룩한 말투, 뭘 해도 애매한 엉거주춤한 자세, 꾀병 부려 체육시간 제끼고 교실로 돌아오는 순간의 의기양양함 뿐 아니라 외부의 압력에 의해 왜곡된 겉모습과 내적 자아의 간극, 평소 들어온 말들과 해왔던 행동들이 자신도 모르게 투사되는 순간들에 대한 표현이 풍부하면서 또 자연스럽습니다. 아이템의 중량감을 통제하기 위해 인물의 희화화가 아니라 장르적 음악들을 적극 활용했다는 점도 세심하다 해야 할 듯하구요. ..

Film/Comedy 2021.07.09

너무 에드가 라이트 _ 개강, 왕천일 감독

# 0. 오랜만에 옴니버스입니다. 동국대 영상대학원 제작이라는 걸로 봐서는 학생 작품인 듯하네요. 옴니버스의 제목은 영화 속 누군가의 흑역사로도, 훗날 위대한 감독이 될 유망주들이 되돌아보며 흑역사라 말할 초기작이라는 뜻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거겠죠. 좋습니다. 중 첫 번째 단편입니다. '왕천일' 감독, 『개강』입니다. # 1. 작품과 전혀 상관없는 사담을 잠시 해볼까요. 글을 쓰든 그림을 그리든 음악을 만들든 영화를 만들든. 분야를 막론하고 창작과 관련된 직업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공통적으로 타게 되는 '일정한 테크트리'가 있습니다. 입문할 때만 해도 마음만 먹으면 그럴싸한 작품을 얼마든지 만들 것 같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보는 것과 만드는 것 사이에는 어마무시한 간극이 있다는 걸 절감하게 됩니다. ..

Film/Comedy 2021.07.05

Gorgeous _ 은발의 패셔니스타, 리나 플리오플라이트 감독

# 0. "뉴욕은 잘 차려입은 여성들에게 가장 좋은 도시예요. 왜냐하면 뉴욕의 대로와 길거리는 런웨이가 될 수 있거든요. 이분들은 나이 드는 것에 대한 우리의 통념을 무색하게 해요. 자신의 나이를 받아들이고 스스로 만족하며 항상 가장 멋지고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외출을 하죠." '리나 플리오플라이트' 감독, 『은발의 패셔니스타 :: Advanced Style』입니다. # 1. 멋지게 뉴욕을 가로지르는 고령 여성들을 촬영하는 작가 '아서 세스 코헨'과, 모델이 되어준 여인들의 삶에 대한 태도를 때론 Gorgeous 하게, 때론 Fancy 하게, 때론 Sexy하게 담아냅니다. 관객은 그녀들의 반짝이는 눈에 비친 강렬한 에너지를 통해 삶의 특정한 시점을 규범화된 모습으로 사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인가를 점..

너 보라고 만든건 아님 _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 0. 첫 화부터 쎄~ 합니다. 닉값 쩌는데? 라는 생각이 스믈스믈 몰려옵니다. "아... ㅅㅂ 진짜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다." 넷플릭스 시트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 So Not Worth It』입니다. # 1. 호흡이 겁나 짧아요. 시트콤이라기보다는 tik-toc 짤 돌려보는 것처럼 밈 더하기 밈 더하기 밈 더하기 밈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요. 외쿡인 출연자가 한국어를 하는 탓에 듣기도 영 불편하네요. '카슨' 정도는 몰라도 그 외 몇몇은 때때로 자막이 그리울 정도네요. 아무리 시트콤이라지만 효과음, CG 모두 과잉이구요. 특히 밑에 깔아넣는 웃음소리는 코미디 포인트가 아닌 순간에도 남용되어 있어 되려 정색하게 하는군요. 무려 2화부터 맥락 따위 ㅈ까라하고 갑자기 K-POP 뮤..

Series/Comedy 2021.06.27

어린 공주 _ 버터플라이, 필립 뮬 감독

# 0. 《어린 왕자》(프랑스어: Le Petit Prince)는 프랑스의 비행사이자 작가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가 1943년 발표한 소설이다.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가 자기의 작은 별에서 여러 별들을 거쳐서 드디어 지상에 내려온 소년의 이야기를 듣고 결국 소년이 뱀에게 물려 자신의 별로 돌아갈 때까지의 이야기이다. ... 순결한 소년과 장미(여성)의 사랑 이야기나 갖가지 지상의 성인을 반영하는 다른 별에서 겪은 체험을 통하여 인생에 대한 일종의 초월적 비판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이 비판을 담은 시(童心)는 그것이 비판과 분리되지 않고 일체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작자의 심정과 윤리가 혼연히 융합되고 표백(表白)되어 있어, 프랑스는 물론 미국·독일 등 각국에서도 비상한 호평으로 환영하였다. - 위키백..

Film/Drama 2021.06.03

불량 성냥과 계급 우화 _ 성냥공장 소녀,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

# 0. 영화는 클라이맥스로 기억되기 마련입니다. 당장 이 작품만 하더라도 후반부 복수 장면이 인상적인 작품이죠. 그럼에도 영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시퀀스를 하나 꼽으라 한다면 전 '오프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니아분들 중 일부는 간혹 극장 시간이 늦어 오프닝 10여분을 놓치게 될 경우, 아예 관람 자체를 미뤄버리기도 하는데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죠. 좋은 감독들은 대게 관객과의 첫 만남이, 이후 영화적 경험에 있어 절대적 지분을 차지하리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디 앨런'의 나, '봉준호'의 , '쿠엔틴 타란티노'의 같은 영화들은 오프닝 시퀀스만으로도 티켓값을 넉넉히 돌려주는 작품이죠. 그리고 이 영화 역시 그 리스트에 들 법합니다.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 『..

Film/Drama 2021.05.12

불안한 존재들 _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 아녜스 바르다 감독

# 0. 되도록 어떻게든 생각을 정리하고서 글로 옮기려 합니다. 그게 옳으냐 그르냐, 수준이 되느냐 못 미치느냐 와는 별개로 말이죠. 하지만 이번엔 포기해야겠네요. 대단히 간결하고 선명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연출을 하나하나 음미하다보면 쉬이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 작품이었습니다. 영화 문제는 절대 아니구요, 제가 부족해서 그런 거죠. 수많은 화두와 표현이 가득한 탓에, 며칠에 걸쳐 조곤조곤 읽어야 할 책을 1시간 30분 만에 단숨에 읽어버린 느낌입니다. 시간을 두고 곱씹어 봤지만 끝내 정리되지 않아, 나름대로 생각한 몇몇 포인트들을 나열해 두는 것으로 이번 리뷰는 대신해야겠네요. 개인적으론 '아녜스 바르다'의 영화 중 가장 러블리하면서, 동시에 가장 어려운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녜스 바르다' 감독..

Film/Drama 2021.05.08

누가 돌봐주고 있어? _ 클레오 & 폴, 스테판 드무스티에 감독

# 0. 쌍둥이 남매 '클레오'와 '폴'이 길을 잃는 영화입니다만 사실 아이들은 길을 잃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길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죠. 부유하고 있을 뿐입니다. 방황과는 다릅니다. 방황에는 갈등과 번민이 포함되지만 이 아이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영화 내내 쌍둥이 모두 부모의 품이나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식 자체가 거의 발견되지 않습니다. 그저 둥둥 떠다니고 있을 뿐이죠. '스테판 드무스티에' 감독, 『클레오 & 폴 :: Allons enfants』입니다. # 1. '클레오'와 '폴'은 부모가 아닌 보모의 아래 있습니다. 보모 '엘사'는 보모로서의 적합한 능력도 책임감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울고 있는 '클레오'를 달래줄 사람은 누군지 알 수 없는 행인이고, 처음 손을 맞잡은 사람은 공원에 ..

Film/Drama 2021.05.01

연기의 맛 _ 대학살의 신, 로만 폴란스키 감독

# 0. 연기 구경하는 맛으로 보는 영화입니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 『대학살의 신 :: Carnage』입니다. # 1. 찰진 대사빨과 화려한 연기빨로 조지는 소위 말싸움물입니다. 네 명의 주인공이 좁은 거실에 틀어박혀 펼치는 1시간 19분 동안의 썰전입니다. 다 큰 어른들이 교양과 위선으로 싸우는 동안 리드미컬하게 변모하는 긴장과 갈등, 그 속에 숨겨진 묵직한 농담입니다. 평범하다는 말도 거창해 보일 정도로 소소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사건입니다. 전개라 부를만한 서사조차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말인즉, 연출자가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다는 뜻이죠. '낸시'가 화려하게 물대포를 쏘는 장면이나, '햄스터'나 '아프리카' 같은 몇 뇌절성 아이템을 활용한 러프한 완급 조절을 제외..

Film/Drama 2021.04.26

컨템퍼러리 타임즈 _ 커피와 담배, 짐 자무쉬 감독

# 0.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본 것 같은 감독의 이름과 매일 두 잔씩은 꼬박꼬박 마시는 커피, 한동안 인생을 좀먹었던 담배와 긴장을 부르는 강렬한 흑백의 화면, 집중을 낚아채는 좁은 테이블의 공간과 왠지 아우슈비츠를 속속들이 알 것만 같은 배우의 등장이 의자를 스크린 가까이 당겨 앉게 합니다. '짐 자무쉬' 감독, 『커피와 담배 :: Coffee and Cigarettes』입니다. # 1. 집중해서 영화를 보는데요... 어째 점점 현타가 몰려옵니다. '열심히 본다'는 행위 그 자체에 강한 회의감이 듭니다. 이렇게 보는 영화가 아닌 것만 같은 위화감입니다. 가까이 다가간 몸을 다시 뒤로 뉘어 엉덩이를 뺀 채 마치 염세주의자들의 그것과 같은 무심함으로 영화를 봐야 할 것만 같다는 압박이 느껴집니다. 신기한..

Film/Drama 2021.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