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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Comedy

사과해 _ 사람 냄새 이효리, 구교환 / 이옥섭 감독

그냥_ 2022. 8. 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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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유튜브 지박령이 또 희한한 영상에 얻어걸렸습니다.

 

 

 

 

 

 

 

 

구교환 / 이옥섭 감독,

『사람 냄새 이효리 :: Super Star LeeHyori』입니다.

 

 

 

 

 

# 1.

 

코피로 혈서 써주며 먹고사는 구교환과 아이들이 돈 많은 이효리 오퍼 받고 신나서 찾아갑니다. 구교환은 트로피에 피 묻히고 이효리는 계단 내려오며 쌍욕 합니다. QR코드 찍어 옛날 테레비 시청하고 햄스터 80마리 택배로 날아와서 학교도 못 간 김에 노숙자로 전직하게 한 거 사과해. 요가하며 트림하는 이효리가 개 잡아먹은 사람 잡아먹었다고 자수합니다. 글자 겁나 많은 혈서 덕에 구교환은 한몫 땡겼겠네요. 부럽다.

 

# 2.

 

어찌 되었든 언어유희를 활용한 반전 한 방을 향해 가는 작품이라 해야 할 겁니다. 결말에 도달하는 과정은 사회-경제적 계급과 도덕성의 상관관계에 대한 우화적 묘사로 두텁게 채우고 있는 양상입니다. 공간 대비를 통해 계급을 구분하는 방식이라거나, 인물을 담아내는 구성에서 수직성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 요소요소에 우열관계가 작동하고 있음을 표현하는 연기라거나, 냄새가 주요한 코드로 작동한다는 측면 등에서 과격하고 컬트적이고 거친 질감의 기생충 같은 느낌적인 느낌도 조~금은 있습니다. 아주 조~~~~ 금이지만요.

 

계급과 도덕성을 연결하려는 관성에서 지속적으로 엇나가는 동안의 아이러니로 읽는데요. 기대보다 더 흥미롭습니다. 도덕성의 양 극단을 중의적으로 내포하는 '사람 냄새'라는 말은, 그 자체로 감독이 관찰하고자 하는 바를 상징한다 할 수 있겠죠. 이야기를 풀어내는 특유의 스타일과 개 뜬금 코미디 역시 여전히 강력합니다. 20여 분을 순식간에 녹여내는 흡입력은 과연 인상적이죠.

 

 

 

 

 

 

# 3.

 

피가 흐르고 눈물이 흐르는 순간 피도 눈물도 없다 말하는 대사, 죽어간다는 데 살기 위해 계속 죽어가라 말하는 가족, 멎지 않는 피를 비싸게 팔 수 있다 환호하는 장면과, 긴장한 탓에 피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대목은 코믹하기도 하지만 서늘하기도 합니다. 1000원짜리 5000원짜리 고민을 단숨에 압도하는 100만 원이라는 돈이, 트림으로 상징되는 무례함을 합리화하는 도덕성으로 순식간에 승화되는 모습은 일견 비참하기도 하죠.

 

글자 하나에 100만 원을 쓸 수 있는 이효리의 사소한 장난과, 글자 하나에 1000원씩 받는 구교환의 전혀 사소하지 않은 이후가 장르적으로 묘사됩니다. 가족의 파괴에 교감하려는 찰나 이에 대해 이효리에게 사과받길 바라며 몰아세우는 방식의 비합리성이 공감을 전복시킵니다. 무릎 꿇은 이효리를 내려다보는 앵글은 자연스럽게 사과를 기대하게 합니다만 이효리는 이를 가볍게 무시합니다. 요가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이전까지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 맞나 싶었던 사람조차 이 새끼한테 사과를 들어야겠는데? 라는 이율배반적인 압박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 신선합니다.

 

 

 

 

 

 

# 4.

 

가난한 사람이라 해서 특별히 순박하리라는 기대를 부정합니다. 가난한 사람이라 해서 특별히 탐욕적일 것이라는 멸시도 부정합니다. 부유한 사람이라 해서 특별히 선량하리라는 희망을 조롱합니다. 부유한 사람이라 해서 특별히 무례할 것이라는 예측도 기만합니다. 의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경제 계급과 도덕성은 연동되지 않는다는 원리 위에서 영화는 전개됩니다. 경제력과 무관한 개인의 무신경함과 무례함이 낳는 의외성이 에너지가 되어 차곡차곡 적층 되는 감각은 썩 흥미롭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은 큼지막한 혈서가 두텁게 흘러내리는 데요. 재미있는 것은 '자수'지 '사과'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한 발자국도 물러설 생각이 없는 사람이 쓴 글의 내용과, 심지어 그 자수한다는 말조차 남에게 돈을 써 대필받은 것이라는 점에서 설명할 수 없는 단호함과 거리감이 동시에 느껴지기까지 하죠. 돈 많은 이효리가 무례한 인간이었으면 싶은 기대감과, 돈 없는 구교환들이 선량한 인간이었으면 싶은 기대감의 배신보다 중요한 것은 그 기대감이란 관객이 자신의 뇌에게 스스로 들려준 것이라는 점일 겁니다.

 

여담입니다만 주연 이효리에겐 참 홀가분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합니다. 자신에게 '선량한 이효리가 되어주세요'라 말하는 사람들로부터도, '불량한 이효리였으면 좋겠다' 말하는 사람들로부터도 해방되는 경험 같아 보였달까요. 구교환, 이옥섭 감독, <사람 냄새 이효리>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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