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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Comedy

환생 했나? _ 스탈린이 죽었다!, 아만도 이아누치 감독

그냥_ 2022. 2. 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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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죽은 줄 알았는데 말이죠.

 

 

 

 

 

 

 

 

'아만도 이아누치' 감독,

『스탈린이 죽었다! :: The Death of Stalin』입니다.

 

 

 

 

 

# 1.

 

역사적-정치적 사건의 내막과 암투를 다루는 작품들의 리뷰란

결국 장학 퀴즈 식으로 귀결되기 마련입니다.

 

저지른 악행들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비참한 죽음, 스스로 만든 권위가 골든 타임을 놓치게 만드는 아이러니, 고상 떠는 취미와 대조되는 지저분한 실금, 독살을 의심해 의사들을 모조리 숙청하는 바람에 제대로 된 진료의 기회조차 받지 못하는 어리석음, 모함하고 비위 맞추는 데에만 능한 간신들과, 능력에 어울리지 않는 휘향 찬란한 직함과, 웃옷을 가득 채운 무수한 훈장의 요청 등이 실제로도 그러했답니다~ 라는 식이죠.

 

거기다 진중한 정치사극이 아니라 노골적으로 골려먹기 위해 만든 풍자극이다 보니 희화화의 과정에서 과장이나 왜곡도 군데군데 끼어들게 됩니다. '마리아 유디나'와 관련된 설정을 비롯한 주요 캐릭터들에 대한 세부 묘사 등은 대표적이죠. 블로거로서 썰을 풀기 좋은 적절한 오답에 군침이 싹 도는 것만 같달까요.

 

하지만 저는 장학 퀴즈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습니다. 잘 모르기도 하구요. 혹여 궁금하신 분들은 꺼무위키의 도움을 받으시길 권하도록 하죠.

 

 

 

 

 

 

 

# 2.

 

제목에서부터 그러하듯 기본적으론 세계사적 악당으로 평가받는

'이오시프 스탈린'에 대한 통렬한 비난입니다.

 

만, 개인적으론 이 인간이 인간 이하의 짐승이었다는 것과 별개로 위의 인식에 이견은 있습니다. 전 지구에 걸친 온갖 패악질을 통해 제국주의의 과실을 따먹을대로 따먹은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연합 세력이 자신들의 과오를 상대 진영 개인에게 독박 씌우고 있다는 점도 영 마음에 들지 않구요. 피해자를 보편적 인간이 아니라 유러피언으로 제한하는 서구 중심의 편협한 사고방식 위의 기작이라는 것도 썩 마음에 들지 않거든요. 뭐 여하튼, 영화와는 무관하니 이쯤 하도록 하죠.

 

타란티노가 <바스터즈>를 통해 히틀러를 비난하듯 이 영화는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스탈린을 비난합니다. 바스터즈는 통쾌한 액션에서 동력을 얻는 데 반해 이 영화는 조롱과 풍자에서 동력을 얻는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 해야겠습니다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전자는 히틀러를 죽이며 끝나는 영화인데 반해 이 영화는 스탈린이 죽으며 시작하는 영화라는 점일 겁니다.

 

 

 

 

 

 

# 3.

 

작중 스탈린에 대한 대접은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조지아의 인간 백정 소리를 들었다는 걸 조롱하듯 그가 '애용'하던 백정들에 의해 머리가죽이 벗겨지는 치욕 따위가 연출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 봐야 거기까지죠.

 

제국을 지배하고 동족을 학살하던 독재자에게 고작 시체 나부랭이를 이리저리 휘두르는 건 시시합니다. 최고의 치욕은 군림하던 제국과 숭배하던 민족주의를 무너트리는 것이죠. 영화는 스탈린보다 스탈린의 죽음 앞에 허물어지는 그의 제국을 집중적으로 조롱합니다. 호화로운 궁전에 들어오는 빈민들의 모순과, 그의 죽음을 비하하는 간신들과 진심으로 눈물 흘리는 민중의 역설은 통렬합니다.

 

영화의 제목은 <스탈린이 죽었다!>. 여기서의 스탈린의 죽음이란 그의 삶의 의의였던 제국의 죽음을 뜻합니다. 영화는 잔당들의 추태를 동해 이미 죽은 스탈린을 다시 한번 살해합니다. 개인적으로 <바스터즈>가 장르적으로 더 탁월한 영화라는 덴 이견이 없습니다만, 대신 이 영화에 비한다면 다소 유치한 영화라 평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베리야에게 강간당한 어린 소녀들의 표정만큼이나 잔인한 장면은, 위원회의 결정 앞에 순식간에 비워내지는 별장의 허무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징그러운 거미 같은 새까만 차량들이 죽은 스탈린의 속을 남김없이 갉아먹는 듯한 모습의 시퀀스죠. 이후 베리야의 감옥에서 겁탈당하게 되는 남겨진 하녀 여자아이는, 베리야의 비인간적인 치부이기도 하지만 부하에게 겁탈당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스탈린의 치욕이기도 합니다.

 

 

 

 

 

 

# 4.

 

'스탈린'이라는 쐐기가 공고히 박혀있는 걸 전제로 한 제국이라는 것이 그가 부재한 상황에서 얼마나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는 가를 일정한 호흡으로 전개합니다. 필연이었다는 듯 구축되는 것의 역순으로 차근차근 해체하는 동안 열과 성을 다해 풍자를 쏟아내죠.

 

숨을 거두기 직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고 이념적으로 유추하는 멍청이들과 정작 그 뒤로 내버려진 스탈린의 구도라거나, 미제라는 이유로 의료 기구를 쓰지 못한다는 황당한 이야기들. 최선을 다해 멍청한 딸과 그보다 더 멍청한 아들. 스탈린식 만장일치라는 것의 모순과, 주관이라는 것이 없는 자들이 주고받는 수사의 만찬. 내뱉어지듯 걸어 나오는 대역들과 관계자들의 숙청 앞에 발가벗겨지는 스탈린은 과연 유쾌하고 통쾌합니다.

 

모순을 힘으로 짓누르는 제국이 무너지는 건 한 순간입니다. 슬라브 역사에 이름을 싶은 욕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불순물 섞인 홍차를 좋아하는 '어떤 멍청이'도 역사로부터 배우는 바가 있어야 할 텐데요.

 

 

 

 

 

 

# 5.

 

대부분의 풍자극이 그러하듯 배우들의 연기력과 호흡은 작품을 끌고 가는 핵심일 텐데요. 쟁쟁한 배우진은 코미디 연기의 균형이란 이런 것임을 마음껏 선보입니다. 특히 작품을 이끌어 나가야 했던 베리야 역의 '사이먼 러셀 빌'과 흐루쇼프 역의 '스티브 부세미'는 탁월한 능력을 과시합니다.

 

배역에 편안히 안착할 수 있게끔 돕는 분장과 미술의 퀄리티도 칭찬할만하구요. 적재적소 연주곡을 통해 스탈린의 제국이라는 것의 구성 원리를 은유하는 연출도 인상적입니다. 앞서 <바스터즈>가 장르적으로 더 탁월하다 말씀드렸습니다만, 이 작품 역시 107분의 시간쯤은 순식간에 녹여낼 수 있는 재미있는 오락 영화임에는 분명합니다.

 

# 6.

 

영국만큼이나 세계적인 문호와 작품이 많은 러시아 문학임에도 많은 분들이 읽기 주저하게 되는 건 특유의 건조한 문체뿐 아니라 이름 외우기가 ㅈ같기(...) 때문일 텐데요. 이 작품에서 역시 사전 지식이 없으시다면 온갖 이름이 난무할 때마다 헤매실 수는 있어 보입니다.

 

멍청이들이 지지고 볶는 걸 구경하는 코미디 영화라 배경지식 없이도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이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습니다만, 그럼에도 작품의 맛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놓치게 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당장 '레오니트 브레즈네프'를 모르면 엔딩의 의미를 알 수 없다는 식이죠. 배경지식으로 최소한 흐루쇼프, 베리아, 말렌코프, 스베틀라나, 주코프 정도의 이름은 찾아보고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아만도 이아누치' 감독, <스탈린이 죽었다!>였습니다.

 

 

 

 

 

 

# +7.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합니다. 전쟁을 합리화하는 러시아의 주장을 비판합니다. 국제 사회의 지원을 지지합니다. 한국 정부도 역할을 할 것을 요구합니다. 분전을 응원합니다. 안전과 평화를 기원합니다.

 

No War in Ukraine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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