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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Romance

당연하지 _ 런던 시계탑 밑에서 사랑을 찾을 확률, 벤 팔머 감독

그냥_ 2021. 9. 1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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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찐따의 로맨스도 달콤할까?

 

 

 

 

 

 

 

 

'벤 팔머' 감독,

『런던 시계탑 밑에서 사랑을 찾을 확률 :: Man up』입니다.

 

 

 

 

 

# 1.

 

한 번쯤 운동을 해보신 분들, 특히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을 하려다 실패해보신 분들이라면 대부분 공감하실 겁니다. 가장 무거운 건 기구에 얹힌 50kg짜리 쇳덩이도 트레드밀을 달리는 100kg짜리 몸뚱이도 아닌 집안에 퍼질러 앉아 버티는 엉덩이라는 걸 말이죠. 물론 이런 식상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헬스 마니아들은 답답해 고개를 저을 겁니다. 아니? 운동이 얼마나 재미있는데 엉덩이가 무겁다는 거야?

 

파티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처럼 대부분은 적당히 만나고 적당히 사랑하고 적당히 살아갑니다. 일반에게 사랑은 설레고 긴장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도조차 못할만큼 두려운 일은 하니죠. 하지만 다이어트가 절실히 필요한 몇몇의 사람들처럼 사랑을 대하는 게 어려운 사람들도 있는 법입니다. 그들에겐 세상 어떤 일보다 이성이 가득한 파티장의 출입문턱을 넘는 게 더 버거운 일일 수 있죠.

 

 

 

 

 

 

# 2.

 

몇몇 배우들은 감독의 성향이나 프로젝트의 성격과 무관하게 본인의 캐릭터가 작품의 성격을 먼저 가늠케 하기도 합니다. 소위 'XX 전문 배우'라는 식의 별명이 따라다니는 배우들이죠. 사이먼 페그 역시 좋은 예라 할 수 있을 텐데요. <꾸베 씨의 행복여행>과 같은 예외도 있기에 감히 절대적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그럼에도 사이먼 페그가 일정 비중 이상으로 등장한다면 대부분 찐따의 진심에 대한 영화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찐따계의 거목 우디 앨런 선생의 찐따스러움이 열등감으로 점철된 밴댕이 소갈딱지라 한다면, 사이먼 페그의 찐따스러움은 '저 인간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나' 싶을 정도의 극단적인 무신경함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인싸들이라면 누구나 안정적으로 주고받을 사회적 표현 양식에 대한 합의를 캐치하는 감각이 거세되다시피 한 너드들의 대화와, 이 무신경함 탓에 무신경한 인격으로 취급받기도 하는 사람들의 숨겨진 상처, 누적된 상처 아래 가려져 있던 나름의 철학과 진심에 대한 영화 말이죠.

 

 

 

 

 

 

# 3.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작품은 다 보신 것과 같습니다. 앞선 단락에서 말씀드린 내용 그대로의 영화거든요. 연애세포가 다 죽어버려 마음에 드는 사람을 상대로 어떤 말을 하고 어떤 말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구분하는 감각이 죽어버린 여자 낸시와, 바람난 전처와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24살 여자와 소개팅을 나선 40대 이혼남 잭이 용기내 서로에게 다가가는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두 인물이 얼마나 매력 없는 찐따들인지를 가감 없이 소개합니다. 찐따들에게 이성을 만나 교류한다는 게 이렇게나 힘들수 있다는 것과, 이 찐따들조차 자신들만의 코드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사랑할 수 있다는 것, 그들의 사랑 역시 얼마든지 사랑스러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개합니다. 투박한 표현 아래 숨겨진 인물 각각의 상처와, 상처 아래 감춰둔 어린아이들의 그것과 같은 진심을 풍부하게 묘사한 후 이 찐따들 역시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과 누군가들 못지않게 소중한 감정을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는 걸 증명하는 서사입니다.

 

 

 

 

 

 

# 4.

 

덕분에 캐릭터와 대사 표현은 로맨틱 코미디로서는 이례적일 정도로 투박합니다만, 이야기의 구성만큼은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을 착실히 따라갑니다. 비현실적이고 로맨틱한 예외적 상황의 발생. 완벽히 맞아떨어지는 운명과의 만남. 질투심과 관련된 보조적 캐릭터의 등장. 오해된 진심으로 인한 상처와, 이를 형상화하는 갈림길을 돌아서는 모습. 진심 어린 사랑의 발견과 단호한 심정을 담은 막판 힘찬 달리기. 사랑을 고백하는 일장 연설과, 스스로 들러리를 자처하는 무수히 많은 군중들과, 어디서 흘러나오는지 모를 촐싹대는 음악 위로 흐르는 앤딩 크레디트까지.

 

그래서 작품에 대해서는 딱히 이야기할 거리가 없습니다. 보통의 영화였다면 으레 클리셰 덩어리 아니냐 비아냥거렸을 법도 한데요. 이 작품은 예외로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입니다. 애초에 주제의식부터가 찐따들도 로맨틱 코미디의 클리셰를 즐길 수 있을까? 에서부터 시작한 작품이기 때문이죠.

 

 

 

 

 

 

# 5.

 

대신 영화에 등장하는 두 빌런에 대한 이야기나 조금 해볼까 합니다. 한 명은 원래 소개팅의 주인공인 오지라퍼 제시카, 다른 한 명은 전현직 스토커 샘이죠. 이 두 사람은 플롯 상 두 주인공의 사랑을 방해하는 역할입니다. 제시카는 낸시의 열등감을 자극하며 잭을 낚아채려는 10살 어린 경쟁자구요, 샘은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X변태죠. 보통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라면 이 둘은 버려지는 게 정석입니다. 제시카는 낸시에게 달려가는 잭의 뒷모습을 보며 망연자실해 해야 하구요. 샘은 아슬아슬하게 도착한 잭의 등장과 함께 면박을 당하며 쫓겨나는 식이어야 자연스럽죠.

 

하지만 벤 팔머 감독은 이 두 캐릭터를 버리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적극적으로 포장하기까지 하죠. 제시카는 둘의 사랑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운명을 찾아 떠나는 잭의 모습을 보며 행복해하구요. 새빨간 차에 올라탄 샘은 무려 영화의 대미를 독식합니다. 왜 감독은 이런 선택을 한걸까요.

 

 

 

 

 

 

# 6.

 

답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이 영화를 볼 사람들 중엔 낸시와 잭 뿐 아니라 제시카와 샘과 같은 찐따들도 있을 테니까요. 이 작품은 낸시와 잭만을 위한 영화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두 주인공 뿐 아니라 둘을 둘러싼 제시카와 샘, 그리고 두 사람의 사랑을 보고 자신의 사랑을 찾기 위해 용기를 낼 관객들 중 누군가들을 위한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어 제목은 <런던 시계탑 밑에서 사랑을 찾을 확률>입니다만 원제는 <Man Up>. 우리말로 치면 "용기 내!" 정도가 될 텐데요. 한국어 제목과는 달리 원제는 주어가 제한되지 않는 중립적 언어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 안에서는 낸시와 잭이 사랑을 이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난 후엔 40대 이혼남과 소개팅을 나설 용기와 그 남자를 진정한 사랑에게 기꺼이 보내 줄 용기가 있는 제시카 역시 자신만의 사랑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비록 한없이 찌질하고 지저분하기는 하지만) 어쩌면 주인공보다 먼저 사랑하는 낸시의 집에 들어갈 용기가 있었던 샘 역시 언젠가는 자신만의 사랑을 찾을 수 있겠죠. 얘네도 사랑하는데... 관객인 너도 얼마든지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이 될 수 있어!! 라 말하는 달콤한 영화랄까요. 벤 팔머 감독, <런던 시계탑 밑에서 사랑을 찾을 확률>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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