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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Comedy

너무 에드가 라이트 _ 개강, 왕천일 감독

그냥_ 2021. 7. 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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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오랜만에 옴니버스입니다. 동국대 영상대학원 제작이라는 걸로 봐서는 학생 작품인 듯하네요. 옴니버스의 제목은 영화 속 누군가의 흑역사로도, 훗날 위대한 감독이 될 유망주들이 되돌아보며 흑역사라 말할 초기작이라는 뜻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거겠죠. 좋습니다. <흑역사 생성기> 중 첫 번째 단편입니다.

 

 

 

 

 

 

 

 

'왕천일' 감독,

『개강』입니다.

 

 

 

 

 

# 1.

 

작품과 전혀 상관없는 사담을 잠시 해볼까요. 글을 쓰든 그림을 그리든 음악을 만들든 영화를 만들든. 분야를 막론하고 창작과 관련된 직업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공통적으로 타게 되는 '일정한 테크트리'가 있습니다.

 

입문할 때만 해도 마음만 먹으면 그럴싸한 작품을 얼마든지 만들 것 같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보는 것과 만드는 것 사이에는 어마무시한 간극이 있다는 걸 절감하게 됩니다. 밤새 만들고 연습한 것들을 앉은자리에서 뚝딱 크리틱 하는 교수들을 보며 이 인간들이 이세계에서 날아온 괴물이라는 걸 깨닫는 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죠.

 

그래도 점점 포트폴리오 쌓아 가다 보면 나름 감이라는 게 잡히기 시작합니다. 현직이 보기엔 여전히 귀여운 수준이겠지만 어쨌든 노하우도 생기구요. 이전까지 편리하게 평가하고 사용했던 것들에 숨겨진 함의 같은 것도 눈에 보이기 시작하죠. 이론적 기반이나 유명 작품들에 대한 지식도 꾸준히 쌓여갑니다. 그렇게 이것저것 경험하며 자신의 성향을 찾아가다 보면, 언젠가 한 번쯤 특정 아티스트에게 꽂히는 순간이 찾아오죠.

 

이때부터 미친것처럼 해당 아티스트를 소위 '파게' 되는데요.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자신의 작업에서 카피를 하게 됩니다. 물론 이 단계까지 무사히 극복하고 나면 서서히 스스로의 작품세계를 찾아가기 시작합니다만, 어쨌든. 딱 그 정도의 단계에서 작품을 만들면 보통 이런 느낌적인 느낌의 결과물들이 나옵니다.

 

물론 이 영화의 감독이 그런 상황인지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그저 느낌이 그러하다는 거죠.

 

 

 

 

 

 

# 2.

 

솔직히... 너무 '에드가 라이트' 잖아요;;

 

과감한 줌과 현란한 편집. 노크나 도마 소리 등 효과음의 적극적 사용. 음향의 리듬에 강하게 조응하는 빠른 컷 전환. 반복 코드. 유사 장르 영화들에 대한 노골적인 인용과 패러디. 과감한 구도와 자유로운 화면 분할. 공격적인 구도. 덜떨어진 바보 남자 주인공들이 만드는 코미디. 냅다 엄마 인생 얘기를 들이미는 노빠꾸 장르 전환. 알면 알고 모르면 모르란 식의 언어유희. 누적된 루프물의 법칙들을 노골적으로 비트는 전개. 뚝 잘려 나가는 듯한 쿨한 마무리 등등등...

 

스타일적인 면에서 '에드가 라이트', 그중에서도 <새벽의 황당한 저주> 등 초창기 작품들의 냄새가 나도 너무 많이 납니다. 물론 풋풋한 파스텔 톤 색감과 말랑말랑한 감정선이 나름의 특색을 살짝 더하고 있긴 하지만요.

 

 

 

 

 

 

# 3.

 

따라서 이 작품의 감상평 역시 앞서 말씀드린 <특정 아티스트에게 꽂힌 유망주의 작품들>과 궤를 같이한다 해야 할 듯합니다. 월클 네임드에 대한 노골적인 '오마주'가 일정한 퀄리티의 스타일과 매력을 확보케 합니다. 지식을 다소 과시적으로 자랑하고픈 욕구도 슬쩍 엿보입니다. 작품가치를 방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차별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레퍼런스가 없는 자신만의 스타일이 묻어나는 순간엔 되려 상대적으로 퀄리티가 떨어지기도 하죠.

 

전체적으로 나름 깔끔하고 재미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해 보입니다만, 어차피 이렇게 갈 거였다면 조금 더 도전적이었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은 하게 됩니다. 대사가 조금 더 수다스러웠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구요. 엄마 캐릭터를 누르고 주인공 둘을 더 살려주는 건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 단편의 짧은 런타임을 감안하긴 해야겠지만, 그럼에도 편집과 구성에 있어 조금 더 완급이 있었더라면 싶은 생각도 들구요. 결말에서 조금 더 파괴력을 과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해야겠군요. '왕천일' 감독, <개강>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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