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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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68

극본과 연출 사이 _ 킹덤 아신전, 김성훈 감독

# 0. Netflix 오리지널 드라마 의 첫 번째 외전입니다. 두 개의 정규 시즌을 끝낸 후 신규 캐릭터에 대한 외전이 전개될 계획이었던 듯합니다만 팬더믹으로 인해 외전 시리즈가 몇 편 더 이어지는 요량인가 본데요. 불가피한 선택이었겠습니다만 시리즈를 애정 하는 입장에서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는군요. '김은희' 작가, '김성훈' 감독, 『킹덤 _ 아신전 :: Kingdom _ Asin of the North』입니다. # 1. 특정 캐릭터에 집중하는 '인물전'은 보통 두 가지의 접근법을 가집니다. 하나는 본편에서 충분히 활약한 인물의 남겨진 떡밥을 회수하는 경우구요, 또 다른 하나는 새롭게 등장할 인물이 곧바로 본편에 안착할 수 있도록 필요한 과거 설정들을 미리 전달하는 경우죠. 전자는 시리즈나 시리즈 ..

Film/Horror 2021.07.31

탁일항과 연예상 _ 백발마녀전, 우인태 감독

# 0. 차고 넘칠 정도로 매력이 검증된 세계관. 다채로우면서도 위계가 명확한 캐릭터 구조. 눈과 귀를 쉴 새 없이 즐겁게 하는 풍부한 볼거리. 칼과 채찍과 봉과 주먹 등 다양한 수단으로 합을 주고받는 화려하고 직관적인 액션. 사이사이를 메우는 특유의 왁자지껄한 유머들과, 질척거림 없이 1시간 30분 만에 깔끔하게 떨어지는 스피디한 전개까지. 이 정도만 잘 갖춰도 액션 오락 영화로서 훌륭하다 하기에 충분하죠. '우인태' 감독, 『백발마녀전 :: 白髮魔女傳』입니다. # 1. 그 위로 다른 어떤 장르로도 대체할 수 없을 것만 같은 7~80년대 홍콩 영화 고유의 분위기가 더해집니다. 거대한 집단 간의 충돌 앞에 놓인 나약한 개인의 비극, 뜻하지 않은 오해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앞에 무너져 내리는 처절하고 ..

Film/Action 2021.02.09

피로 쓴 스탠드업 코미디 _ 헌트, 크레이그 조벨 감독

# 0. 엄마가 해 줬던 이야기가 있어요. 토끼와 거북이가 나오죠. 토끼는... 재수탱이였어요. 늘 뻐기기만 했죠.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빠르다면서요. 사실이긴 했어요. 달리기를 할 때마다 항상 이겼으니까요. 온 숲이 그 자랑을 듣고 또 들어야 했죠. 재수탱이는 뽐내기 위해 늘 경주를 하려고 했고, 거북이는 생각했어요. '내가 한번 해 볼까?' 토끼는 비웃었어요. '아이고, 재밌겠다 어디 해 보실까?' 거북이에게 먼지를 날리며 토끼는 출발했죠. 엄청 앞서간 거예요. 당연하죠, 토끼는 언제나 이기니까. 하지만 토끼는 막상막하의 경기로 재미를 더하고 싶었고, 멈춰서 낮잠을 잤어요. 하지만 계획보다 오래 잤고. 깨어났을 무렵엔 엿 됐다는 걸 알았죠. 전속력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늦었어요. 거북이가 결승선을 먼저..

Film/Action 2021.02.06

아담 샌들러 홈커밍 _ 머더 미스터리, 카일 뉴어첵 감독

# 0. 아담 샌들러 + 제니퍼 애니스턴입니다. 전형적인 미국식 말장난 코미디물이라는 거죠. '카일 뉴어첵' 감독, 『머더 미스터리 :: Murder Mystery』입니다. # 1. 말장난 코미디이자 대리만족 포르노입니다. 범접할 수 없는 경제력을 가진 부호들 한복판에 떨어진 '나와 비슷한 삶을 사는 평범한 중산층 커플'이 그들 수준의 부를 맘껏 누리는 걸 보며 대리만족을 즐기는 영화죠. 여기서 멈추면 영화가 끝나고 난 후 부러움과 질투심, 열패감과 같은 부정적 감정만 남게 될테니 끝나기 전에 현실로 돌아와 으쓱할 수 있도록 부자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한방 먹이며 자존감을 회복할 겁니다. 그 한방이라는 것은 언제나 돈보다 더 의미 있는 가치를 역설하는 훈계질로 귀결될 가능성이 클테죠. # 2. 세부적인 방..

Film/Comedy 2020.11.15

토끼와 여우 _ 프로젝트 파워, 헨리 유스트 / 아리엘 슐만 감독

# 0. 센스로 비비는 민첩케 '조셉 고든 래빗'이 영화 내내 빵야빵야 악당들 죽입니다. 올 스텟 만능형 군인 '제이미 폭스'가 영화 내내 투닥투닥 악당들을 때립니다. 학교 땡땡이치고 마약 밀매를 일삼는 중범죄자지만 심성만은 착한 차세대 래퍼 '도미니크 피시백'이 서폿을 뜁니다. 끝~~~~~ '헨리 유스트', '아리엘 슐만' 감독, 『프로젝트 파워 :: Project Power』입니다. # 1. 믿기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만 정말 그게 전부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더는 없어요. 인물들이 어떤 가치나 철학을 표상하고 있다거나, 단단한 기반의 플롯을 감싸는 내러티브를 즐긴다거나, 시나리오를 지배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있다거나, 독창적인 캐릭터성과 배우의 연기력을 즐긴다거나, 심미적이고 은유적인 세계관이나 미장..

Film/Action 2020.09.04

리빙 포인트 _ 마스크, 척 러셀 감독

# 0. 판타지 계열 만화 혹은 게임 원작 영화라고 하면 큰 기대감이 들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는 듯합니다. 『툼 레이더』나 『레지던트 이블』과 같은 수작들이 없는 것은 아니거니와 설령 평가는 좋지 않다 하더라도 원작 팬덤의 세에 힘입어 손익분기점을 넘은 작품까지 포함한다면 제법 수가 되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타율이 좋다 이야기하기엔 좀 민망하죠. 때문에 적지 않은 수의 원작 팬들은 아예 자신이 애정 하는 작품이 영화화되지 않길 바라기도 합니다. 괜히 개판으로 만들어놔서 시리즈에 오점을 남기는 게 싫거든요. '척 러셀' 감독, 『마스크 :: The Mask』입니다. # 1. 만화나 게임 원작 영화가 흥행하기 힘든 이유는 표현의 질감과 수용자의 마인트, 경험적 목표 따위가 본질적으로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

Film/Comedy 2020.09.01

유지 보수 완료 _ 엄브렐라 아카데미 시즌 2, 스티브 블랙먼 감독

# 0. 히어로가 되고 싶은 찐따들이 종일 징징대다 시밤쾅 달 날려버리고 빤스런하는 드라마, 『엄브렐라 아카데미』의 두 번째 시즌입니다. 이전 시즌의 리뷰에서 '시즌 2는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수습을 위해서라도 만들어야 한다'라 말씀드렸었는데요. 어쨌든 차기 시즌은 나왔고. 이번에도 보고 말았습니다. 역시, 본전 생각이 이렇게나 무섭습니다. '제라드 웨이' 원작, '스티브 블랙먼' 감독, 『엄브렐라 아카데미』 시즌2 입니다. # 1. 리뷰에 앞서 지난 시즌의 글을 다시 읽어 봤습니다. 지배적인 설정과 큰 줄기만 잡아 놓은 채, 무지막지하게 조잡한 요소들을 무지막지하게 많이 모아 모자이크처럼 붙여 놓았다 말씀드렸었네요. 시리즈를 지배하는 가장 큰 정서는 죽은 사이코패스 아빠에 대한 '징징거림'이며, 전체 ..

Series/SF & Fantasy 2020.08.18

글만은 못하다 _ 하트 오브 더 씨, 론 하워드 감독

# 0. 허먼 멜빌의 은 저 같은 문외한도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소설이긴 합니다만 부끄럽게도 혹은 다행스럽게도 아직 읽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비교 대상과 관련된 불필요한 정보나 명작의 권위에 관한 선입견, 원작 팬으로서의 쓸데없는 자긍심 따위 없이 담백하게 작품을 볼 수 있었죠. 영화를 보고 난 후 서재를 둘러보니 언제 산지 기억도 나지 않는 모비딕이 묵은 먼지에 덮혀 있네요. 이번 주말엔 고전 소설이나 한편 읽어봐야겠군요. '론 하워드' 감독, 『하트 오브 더 씨 :: In the Heart of the Sea』입니다. # 1. 그렇다고 소설을 고스란히 영화화한 작품으로 오해하시면 곤란합니다. 모티브가 되었던 '모카 딕 Mocha Dick'이라 이름 붙여진 난폭한 향유고래가 포경선 에식스 호를 침몰시..

Film/Action 2020.08.12

정도껏 하지 ⅱ _ 정도, 진덕삼 감독

정도껏 하지 -1- [정도, 진덕삼 감독] # 0. 무슨 일이든 편견을 가진다는 건 썩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닙니다만, 그럼에도 누적된 경험이 만든 귀납적 결과가 무조건적으로 무시되는 것 역시 합리적이지는 않습니다. 드라마의 경우엔 『 morgosound.tistory.com # 10. 아직 영화가 절반이나 남은 줄 미처 몰랐던 동일롱과 진강은 열심히 추훈을 설득합니다. 설득의 내용이라는 건 '천하제일 무술대회를 우승해 대장군이 되고 나면 관 태사를 탄핵할 수 있지 않느냐'는 거네요. 그러니까 관 태사는 스스로 대회를 열어 자신만큼 권력이 큰 직책을 스스로 만들었다는 거군요. 동시에 누가 될는지는 몰라도 누군가는 반드시 우승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대평가 토너먼트 대회의 후보자들 허리춤에 쇠사슬을 끼워 넣은..

Film/SF & Fantasy 2020.07.30

정도껏 하지 ⅰ _ 정도, 진덕삼 감독

# 0. 편견을 가진다는 게 썩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닙니다만 그럼에도 누적된 경험이 만든 귀납적 결과가 무조건적으로 무시되는 것 역시 합리적이지는 않습니다. 드라마의 경우엔 『대군사 사마의』나 『삼국』과 같은 고퀄리티 작품들도 곧잘 나오곤 합니다만 영화. 그중에서도 거대 자본이 투입된 의 경우엔 무지막지한 숫자의 자국 관객만을 타깃으로 한 상업적 성공과, 중화사상 고취를 목적으로 한 체제 선전물이었던 경우가 다반사였던 것 역시 엄연한 사실이죠. '멧 데이먼'의 필모그래피에 만리장성보다 더 큼지막한 오점을 새긴 『그레이트 월』은 그 좋은 예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중화권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의 아이돌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중국의, 그것도 판타지 역사 영화. 관객이 지레 걱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Film/SF & Fantasy 2020.07.30

클래식 테마파크 _ 배트맨 리턴즈, 팀 버튼 감독

# 0. '샘 레이미' 감독 작 『스파이더맨 트릴로지』의 가장 큰 의의는 이전까지 어린아이들을 타깃으로 한 역할극 정도로만 취급되던 슈퍼 히어로물이 현실적이고 철학적인 상업 영화로 재해석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보단 '피터 파커'의 댄스로 기억하시는 분들이 더 많겠지만요. '팀 버튼' 감독, 『배트맨 리턴즈 :: Batman Returns』입니다. # 1. 『스파이더맨 트릴로지』의 대성공 이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를 지나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에 이르는 동안 어느새 슈퍼히어로물이라면 당연히 높은 현실성과 사회철학적 메시지를 갖추어야만 하는 것처럼 인식이 바뀌고 말았습니다. 현실의 스트레스를 벗어나 가볍게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슈퍼 히어로..

Film/SF & Fantasy 2020.07.28

빈집털이는 아무나 하나 _ 올드 가드, 지나 프린스 바이더우드 감독

# 0.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특유의 공산품 냄새가 이렇게나 짙게 나는 영화는 오랜만이네요. 『엔드 게임』을 끝으로 잠시 숨 고르기 중인 끝판왕의 공백을 틈타 빈집을 털어 보겠다는 속셈인 걸까요. '지나 프린스 바이더우드' 감독, 『올드 가드 :: The Old Guard』입니다. # 1. 『맨 프롬 어스』에서 본듯한 시대를 초월하는 '불사'능력과 『매드 맥스』에서 본 듯한 주연 배우의 이름값과 『어벤저스』에서 본 듯한 슈퍼 히어로물의 상업적 승리 공식들에다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액션 시퀀스들을 적당히 가져와 이어 만든 영화입니다. # 2. 주인공은 몸을 사리지 않는 호쾌한 액션 능력과 카리스마 넘치는 중성적 매력을 겸비한 남녀노소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샤를리즈 테론'입니다. 영화를 끌고 나가게 ..

Film/Action 2020.07.17

신선도만 인정 _ 분노, 키엣 르-반 감독

# 0. 베트남 영화입니다. 아주 오래전에 『그린 파파야 향기』를 보고 싶어 찾아보려다 포기한 것 정도를 제외하면 베트남 영화와는 그동안 연이 없었는데요. 나름 기대가 큽니다. 베트남의 영화들은 또 어떤 색다른 재미를 선사해 줄까요? '키엣 르-반' 감독, 『분노 :: Furie, Hai Phuong』입니다. # 1.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은 신선하다는 점입니다. 솔직히 시나리오는 부실합니다만 이색적인 아이템들과 접근법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꽤나 즐겁습니다. 베트남하면 쉽게 떠올릴법한 원뿔형 삿갓 '논라Nón Lá'를 뒤로 을러멘 주인공이 등장하면서부터 이목이 집중됩니다. 강가에 면해 길게 펼쳐진 생동감 넘치는 시장의 전경과 다채로운 염료들로 염색된 옷가지들이 매달린 집의 모습은 그 자체로 매력적입니다. ..

Film/Action 2020.07.02

할리우드산 마살라 _ 센트럴 인텔리전스, 로슨 마샬 터버 감독

# 0. '마살라'라 불리는 영화들이 있죠. 3시간 여에 달하는 무지막지하게 긴 런타임 동안 이쁜 누나야들과 느끼한 오빠야들이 심심하면 떼거지로 뛰쳐나와 칼군무를 추고 콧수염 휘날리는 멋쟁이 주인공이 펼치는 물리법칙 따위 깔끔하게 무시한 초현실적 액션이 난무하는 가운데 청춘 남녀의 선정적 연애담과 3대 4대를 넘나드는 대가족의 끈적한 유대감과 별을 보고 점을 치는 원시 신앙에 대한 절대적 신봉 따위의 토속적이고 또 통속적인 아이템들로부터 절대 벗어나지 않는. 흔히 '인도 영화'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법한 장르물들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로슨 마샬 터버' 감독, 『센트럴 인텔리전스 :: Central Intelligence』입니다. # 1. 우리 관객들의 눈엔 다소 조악해 보이지만 사실 마살라 영화들의 괴..

Film/Comedy 2020.07.01

왜 이러는 걸까 ⅱ _ 라스트 데이스 오브 아메리칸 크라임, 올리비에 메가톤 감독

왜 이러는 걸까 ⅰ _ 라스트 데이스 오브 아메리칸 크라임, 올리비에 메가톤 감독 # 0. 적지 않은 영화들을 봐오는 동안 얕게 이해한 영화들도 잘못 이해한 영화들도 많았습니다만, 그래도 뭐 하자는 건지조차 모르겠다 싶었던 영화는 거의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아무래도 morgosound.tistory.com # 6. '잭 모건'이라는 아저씨가 등장합니다. 집채만 한 성조기 때문에 대단한 인물처럼 보이지만 역시나 중요한 인물은 아닙니다. API 관리도 하는데 우회 프로그램도 같이 파는... 공무원 아저씨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WARNING 사이트 우회하는 VPN 같은 거 말이죠. 비밀 남친이 부패 공무원을 만나 쇼핑하는 동안 우리의 MIT 출신 천재 해커 누나는 위조지폐를 만들며 '선수 입장' 각..

Film/Action 2020.06.16

왜 이러는 걸까 ⅰ _ 라스트 데이스 오브 아메리칸 크라임, 올리비에 메가톤 감독

# 0. 적지 않은 영화들을 봐오는 동안 얕게 이해한 영화들도 잘못 이해한 영화들도 많았습니다만, 그래도 뭐 하자는 건지조차 모르겠다 싶었던 영화는 거의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아무래도 이 영화가 그 첫 번째가 될 것 같습니다. 솔직히 왜 이러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올리비에 메가톤' 감독, 『라스트 데이스 오브 아메리칸 크라임 :: The Last Days of American Crime』입니다. # 1. 대체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캐릭터와는 무관하게 X나 느끼한 말투로 허세를 부리는 데 대체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캐릭터들을 다 소개받기도 전에 항마력이 남아나지 않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거의 모든 대사는 도치되어 있거나 문학적 수사로 떡칠되어 있습니다. 거의..

Film/Action 2020.06.15

에임 쩌네요 _ 익스트랙션, 샘 하그레이브 감독

# 0. 무례한 아메리칸의 어드벤처를 위한 신비한 오리엔탈 나라이자 인구수가 많아 몰려드는 사람들을 저렴하게 죽이기도 편리하고 비명 지르는 엑스트라를 떼거지로 충당하기에도 편리한 것으로 취급되는 중동 혹은 남아시아의 어딘가. 헤어스타일은 시간 마다마다 칼같이 매만지지만 덥수룩한 수염만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섹도시발 벌크업 주인공은 삶에 미련은 없지만 작전만 시작되면 진 삼국무쌍을 찍습니다. '샘 하그레이브' 감독, 『익스트랙션 :: Extraction』입니다. # 1. 절대적 분량을 차고 넘치는 액션으로 충당하는 가운데 각각의 액션 시퀀스들은 노골적으로 배경을 달리하며 개별 에피소드화 되어 있고. 주인공의 손엔 5G라도 터지는 건지 딜레이가 전혀 없는 미니맵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데다 그 미니맵을 ..

Film/Action 2020.05.10

본격! 리듬! 액션! _ 베이비 드라이버, 에드가 라이트 감독

# 0. 쉴 새 없이 가슴을 두드리는 비트와, 몸을 떨게 만드는 엔진 소리와, 마초적인 배기음의 성대한 응대와 함께 엑셀레이터를 힘껏 당기는 두 시간 동안의 레이스입니다. 누가 감히 영화는 이야기라 그랬던가요. 그림이라 그랬던가요. 이 영화의 주인공은 화려한 드라이빙 스킬로 관객을 레이싱의 매력에 빠트리는 베이비 '안셀 엘고트'도, 수틀리면 샷건부터 갈기고 보는 힙하고 잘생긴 뱃 '제이미 폭스'도, 각기 다른 큐티애교와 섹도시발을 동시에 선보이는 데보라 '릴리 제임스'와 달링 '에이사 곤살레스'도, 연기 잘하는 두 쓰레기도 아닌 음악 그 자체입니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 『베이비 드라이버 :: Baby Driver』입니다. # 1. 음악이 플롯과 시퀀스, 공간, 카메라 워크에 대사까지 모조리 장악하는..

Film/Action 2020.05.03

총과 피의 테마파크 _ 장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 0. 언제나처럼 환상적인 오프닝입니다. 지금부터 보게 될 작품이 165분에 달하는 런타임에 걸맞은 긴 호흡의 영화라는 것과, 그 긴 호흡 동안의 모든 서사가 결국 이 잘생긴 노예 한 명을 둘러싼 간결한 이야기로 귀결될 것이라는 선언이 선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풍부한 음장의 멋들어진 ost Django (by Luis Bacalov) 가 끝남과 동시에 감각을 제한하는 한밤의 숲으로 관객을 초대합니다. 긴장감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멋들어진 장총을 보며 숨이 멎을 것만 같은 찰나. 이빨을 대롱대롱 매달고 다니는 우스꽝스러운 치과의사가 의도된 방심을 연출합니다. 잠깐의 위트를 발판 삼아 다시 무자비하게 집중을 끌어올린 감독은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을 소개합니다. "What's your name?" '쿠엔틴 타..

Film/Action 2020.04.15

이 영화는 해로운 영화다 _ 6 언더그라운드, 마이클 베이 감독

# 0.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라는 걸 꼭 개연성을 기준으로 봐야 하는 걸까. 말이 좀 안 된다는 게 그렇게 큰 흠인 걸까. 입체적이면서 일관된 캐릭터와 풍부한 주제의식이란 게 그렇게나 중요한 걸까. 디테일이 꼭 살아 있어야만 하나. 화려하고 번쩍번쩍하면 적당히 좋은 거 아닐까. 세간의 평론가 놈들이 주입한 선입견에 휩싸여 있었던 건 아닐까. 머릿속에 '이동진'의 빨간 안경이란 마구니가 든 것은 아닐까. 갓동님께서 지금껏 김치찌개를 끓여 주셨는데 여태껏 된장찌개 맛이 나지 않는다고 혹평을 한 것은 아닐까. 그래서 이번엔 의식적으로 개연성을 ㅈ까라 하고 영화를 봐보려 합니다. 그러다 보면 갓동님의 눈높이에서 영화를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르죠. '마이클 베이' 감... 아니 갓동님, 『6 언더그..

Film/Action 2020.03.24

이유있는 자신감 ⅱ _ 드라마 킹덤 시즌2, 김성훈 / 박인제 감독

이유있는 자신감 ⅰ _ 드라마 킹덤 시즌2, 김성훈 / 박인제 감독 # 0. 전 시즌의 리뷰 와는 달리 이번 시즌은 화 별로 짧게 짧게 이야기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이전 시즌이 넓고 평탄하게 설정과 인물을 나열하고 소개하는 시즌이었던 것에 반해 이번 시즌 morgosound.tistory.com # 7. 4화 _ 조범팔 『기생충』도 그렇고 온갖 장르를 버무리는 게 요즘 트렌드인 걸까요. 『킹덤』 역시 오컬트, 좀비, 액션, 드라마를 지나 이번엔 타임어택 레이스에 살짝 발을 걸칩니다. '조학주'의 뒤를 쫓는 '창'의 물리적 추격전과, '중전'의 음모와 어영청의 수사 사이의 서사적 추격전을 동시에 내달립니다. 전편의 글을 '빌런의 중량감을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하다'라는 말과 함께 마무리했었는데요. 작..

Series/Horror 2020.03.20

이유있는 자신감 ⅰ _ 드라마 킹덤 시즌2, 김성훈 / 박인제 감독

# 0. 전 시즌의 리뷰 와는 달리 이번 시즌은 화 별로 짧게 짧게 이야기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이전 시즌이 넓고 평탄하게 설정과 인물을 나열하고 소개하는 시즌이었던 것에 반해 이번 시즌은 인과를 바탕으로 서사를 쭉 뽑는 시즌이기 때문이죠. 아, 물론 하나의 글로 정리하자니 귀찮기 때문인 것도 맞습니다. '김은희' 작가, '김성훈', '박인제' 감독, 『킹덤 시즌 2 :: Kingdom season 2』 입니다. # 1. 1화 _ 풀 액셀 전 시즌의 호평과 인기에 조금 더 자신감을 얻은 걸까요. 한국적인 것이 발목 잡는 게 아니라 신선함으로 먹히는구나라는 걸 확인한 제작진이 조금 더 과감해진 듯한 인상입니다. 액션물, 좀비물, 정치극 등의 보편적 장르를 코어로 삼았던 전 시즌에 비해 이번 시즌은 ..

Series/Horror 2020.03.18

원기옥 _ 지옥행 특급택시, D.C 해밀턴 감독

# 0. 그런 영화들이 있습니다. 다 덮어놓고 반전 한방 딱! 보고 미친 듯이 달려가는 영화들 말이죠. 주머니 사정을 가늠케 하는 지극히 단출한 세트와, 이를 가리면서도 최대한의 가성비를 뽑기 위한 다양한 광원과 화각의 화면 연출. 그리 비싼 개런티를 지불하지는 않았을 것만 같은 많아야 세명 안쪽의 주인공 라인업과, 이들의 개인기를 사골처럼 쥐어짜 표정연기와 대사를 쏟아내는 걸로 간신히 버티는 수다스러운 서사 진행. 2/3 지점에서 터지는 한방 반전과, 그 반전을 최대한 거창한 것으로 포장하기 위한 후반부의 호들갑까지. 이렇게만 말하면 혹평을 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말씀드린 2/3 지점에서의 반전만 확실하다면 창의적인 아이템을 활용해 경제적으로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낸 수작이 ..

Film/SF & Fantasy 2020.02.25

코믹스 맛 _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밥 퍼시케티 / 피터 램지 / 로드니 로스먼 감독

# 0. 영화에 만화나 소설을 그대로 이식하게 되면 괴작이 되기 십상입니다. 이재용 감독의 , 오기환 감독의 , 덩컨 존스 감독의 , 이 분야 끝판왕 황예유 감독의 과 같이 남들이 무수히 나자빠지는 걸 보면서도 굳이 똥인지 된장인지를 찍어먹어 보던 이 영화들은 그 좋은 예라 할 수 있겠죠. 이런 류와 같이 엮이고 싶지 않은 대부분의 감독들은 코믹스의 캐릭터나 플롯, 주제의식 따위들만을 선택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가져온 후 영화적 문법으로 재해석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최동훈 감독의 나 박찬욱 감독의처럼 말이죠. '밥 퍼시케티', '피터 램지', '로드니 로스먼' 감독,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 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입니다. # 1. 영화는 앞서 나열할 작품들과는 ..

Film/Animation 2019.11.07

그냥 겁나 재밌어 _ 헤이트풀 8,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 0. 소소하게 블로그를 굴린 후로 안 좋은 습관이 하나 생겼습니다. 영화를 분석하듯 또 평가하듯 보게 되었다는 점이죠.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요. 언젠가부터 정신줄 놓고 보다가 포스팅할 만한 내용을 발견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머리 한켠에 가시처럼 박혀 감상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하나뿐인 취미 더 재미있게 즐겨보자고 시작한 짓이 되려 방해가 되고 있다니. 멍청한 일이군요. 근래 들어 이렇게 영화를 봐서 뭐하나 하는 현타가 스멀스멀 몰려오던 중 결국 토드 필립스의 를 리뷰하다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에라이! 덮어놓고 막보자! 아무것도 발견 못해도 좋고, 유의미한 견해가 없어도 좋으니 최대한 즐기면서 막보자!'는 생각으로 영화 한 편을 골랐습니다. 그것도 겁나 영화 잘 만드는 ..

Film/Thriller 2019.10.09

인형극의 매력 _ 다크 크리스탈 : 저항의 시대, 루이 르테리에 감독

# 0. '짐 헨슨', '프랭크 오즈' 감독의 영화 의 프리퀄입니다. 만 사실 관심 없으시죠? 1982년에 개봉한 양키 꼬꼬마들을 위한 판타지 인형극을 본 우리나라 사람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요. 오래된 원작 역시 넷플릭스에서 함께 서비스하고 있긴 합니다만 이 드라마를 보실 분들 중 99.9999%는 전작을 보지 않으셨다는 데 500원 걸겠습니다. '루이 르테리에' 감독, 『다크 크리스탈 : 저항의 시대 :: The Dark Crystal』 입니다. # 1. 어느 것보다 흥미로운 지점은 굳이 프리퀄을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통상 감독이라면 '프리퀄'을 만들 바에야 '리메이크'를 하고 싶었을 텐데요. 40년 가까이 되어가는 원작을 리메이크한다고 해서 욕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을 테니까요. 원작의 주제의식을 계..

Series/SF & Fantasy 2019.09.12

떡밥 덩어리 _ 업그레이드, 리 워넬 감독

# 0. 떡밥입니다. 이 영화는 떡밥덩어리입니다. 떡밥의 떡밥에 의한 떡밥을 위한 영화입니다. 인물도 떡밥이고 서사도 떡밥이고 대사도 연출도 플롯도 설정도 몽땅 떡밥입니다. 배우 출연료를 떡밥으로 줬다 해도 믿을 수 있을 겁니다. 이 영화는 떡밥을 뿌릴 수 있는 데까지 뿌리고 그걸 수습하는 걸로 시나리오를 한번 조져보자! 라는 마인드로 만든 게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재밌냐구요? 네. 재밌습니다. '리 워넬' 감독, 『업그레이드 :: UPGRADE』입니다. # 1.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만약 1막에서 벽에 걸린 라이플을 소개했다면 2막이나 3막에서는 반드시 쏴야 한다." "If you say in the first chapter that there is a rifle hanging on the wall,..

Film/Action 2019.09.10

창렬 _ 브이아이피, 박훈정 감독

# 0. 소신발언 하나 할까요? 여자는 죽여도 됩니다. 까짓 거 강간해도 상관없죠. 아이들도 죽일 수 있습니다. 토막살인을 해도 상관없고 연쇄살인을 해도 상관없죠. 찰지게 다진 다음 햄버거 패티를 만들어도 전혀,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단, 영화 안에서라면 말이죠. '박훈정' 감독, 『브이아이피 :: V.I.P.』입니다. # 1. 물론 이런 선택이 흥행에는 불리하게 작동할 수는 있습니다. 자극적이고 과감한 표현이 관객층을 제한하는 건 틀림없을 테니까요. 쌩돈 꼬라 박은 투자자들은 무지막지한 연출에 피눈물이 나겠지만, 그런 것 따위 관객이나 감독의 알 바는 아닙니다. 불법의 영역만 아니라면 감독은 언제나 원하는 대로 시나리오를 쓰고 다듬어 영화를 찍을 권리가 있습니다. 영화적 선택이 자연인으로서의 도덕성..

Film/Thriller 2019.06.17

찐따들의 대환장파티 _ 엄브렐라 아카데미, 피터 호어 감독

# 0. 뭔가 하나를 재밌게 즐기고 나면 뽕이 남아 비슷한 걸 더 해야 직성이 풀립니다. 여행을 가도, 게임을 해도, 쇼핑을 해도, 영화를 봐도 그렇죠. 이번에도 여지없이 버릇이 터져 『킹덤』으로 생긴 드라마뽕이 와버렸네요. 그런 우스갯소리가 있죠. YG는 '니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내가 좋아하는 걸 준비했어', JYP는 '니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날 준비했어.', SM은 '니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그냥 다 넣어봤어'라는 마인드로 아이돌을 만든다고 말이죠. 이 드라마는 'SM 식 사고방식'의 결정체라 할법합니다. 어쩌면 당신이 좋아할지도 모를 모든 것이 들어 있습니다. 그게 효과적이냐 아니냐는 둘째치고 말이죠. '제라드 웨이' 원작, '피터 호어' 감독, 『엄브렐라 아카데미 :: The Umbrel..

Series/SF & Fantasy 2019.02.18

창궐 이펙트 _ 드라마 킹덤, 김성훈 감독

# 0. 단점이 전혀 없는 시리즈는 아닙니다만 이 드라마의 최고 강점은 때를 잘 만났다는 겁니다. 작년에 하필 꼴통 좀비 영화가 한편 나왔었거든요. 영화빠라는 게 부끄러워 접시물에 코라도 박고 싶어 지게 하는 졸속 좀비 영화 이 비교 대상이라면 얘기는 전혀 달라집니다. 김은희 작가, 김성훈 감독, 『킹덤 :: Kingdom』 시즌1 입니다. # 1. 하필 이름도 같네요. 드라마의 김성훈 감독은 의 김성훈 감독 집 방향으로 매일 절이라도 하셔야 합니다. 이 드라마가 국내에서 받는 호평에는 분명 과 에 적지 않은 빚이 있으니까요. 특히 창궐을 본 사람들에게 이 드라마는 빛 그 자체였을 겁니다. 창궐에 비하면야 이 드라마는 모든 것이 완벽해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장동건과 현빈의 참담한 만행에 사망선고가 떨어..

Series/Horror 2019.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