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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Action

에임 쩌네요 _ 익스트랙션, 샘 하그레이브 감독

그냥_ 2020. 5. 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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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무례한 아메리칸의 어드벤처를 위한 신비한 오리엔탈 나라이자 인구수가 많아 몰려드는 사람들을 저렴하게 죽이기도 편리하고 비명 지르는 엑스트라를 떼거지로 충당하기에도 편리한 것으로 취급되는 중동 혹은 남아시아의 어딘가. 헤어스타일은 시간 마다마다 칼같이 매만지지만 덥수룩한 수염만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섹도시발 벌크업 주인공은 삶에 미련은 없지만 작전만 시작되면 진 삼국무쌍을 찍습니다.

 

 

 

 

 

 

 

 

'샘 하그레이브' 감독,

『익스트랙션 :: Extraction』입니다.

 

 

 

 

 

# 1.

 

절대적 분량을 차고 넘치는 액션으로 충당하는 가운데 각각의 액션 시퀀스들은 노골적으로 배경을 달리하며 개별 에피소드화 되어 있고. 주인공의 손엔 5G라도 터지는 건지 딜레이가 전혀 없는 미니맵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데다 그 미니맵을 친절하게 읊어주는 동료가 기지에 짱박혀 있습니다. 주인공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어깨 넘어에서 내려다 찍는 시점 가운데엔 손에 들린 총이 항상 자리하고 카메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회전하며 좌우에서 충돌이 벌어지는 걸로 임팩트를 확보하며, 이 모든 걸 롱테이크라는 말도 무색할 만큼 편집 없이 단 하나의 카메라로 쭉 담아내죠.

 

네. 잘생긴 토르가 아시안 꼬꼬마 '오비'를 구하는 첫 번째 액션이 시작되자마자 확신했습니다. 이 영화는 무조건 재미있을 거라구요. 재미가 없을 수가 없죠. 『콜 오브 듀티』등으로 대표되는 1인칭 FPS 게임의 연출 방식 그 자체거든요. 배경을 설명하는 시네마틱 트레일러를 지난 후 첫 번째 액션 장면이 시작됨과 동시에 머릿속에서 체력바와 탄창 수와 미니맵을 화면에 얹어보세요. 엄청 자연스러운 겁니다. 이 작품은 영화가 아닙니다. 실사화 게임 영상이라 봐야 합니다. 따라가 보죠.

 

 

 

 

 

 

# 2.

 

우선 가볍게 전체 미션을 환기하고 가야겠죠. ⑴ 인질을 확보하라. ⑵ 주인공은 적어도 마지막 에피소드까지는 살아 있어야 한다. 입니다. 시작부터 크루 멤버들은 다 죽습니다. 아무렴 다 죽어야죠. 실제 플레이하는 게임이라면 크루가 살아 있는 가운데 캐릭터 셀렉트에서 다른 크루를 선택함에 따라 멀티 앤딩을 짤 수도 있었겠지만 여기선 굳이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 온갖 용병 전문가들이 다 죽어나가더라도 조연 '닉 칸'만은 반드시 살아 있어야 합니다. 튜토리얼을 진행하고 주인공 아니 1P에게 에피소드별 미션의 배경과 승리 조건을 조목조목 설명해줄 목소리 이쁜 여자 요원은 하나 꼭 필요하거든요.

 

첫 번째 라운드는 인질을 확보한 후 건물의 미로를 빠져나오는 동안의 학살 미션입니다. 온갖 무기를 곁들여 무명의 엑스트라들을 도륙하는 가운데 시야에서 간당간당하게 벗어났다 돌아오는 인질의 모습 따위는 게이머들에겐 익숙한 연출일 겁니다.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타이밍에 맞춰 X 버튼을 눌러야 할 것 같지 않으신가요. 차량에서 탈출하는 타이밍에 맞춰 X 버튼을 눌러야 할 것 같지 않으신가요. 미션 마지막 라운드 보스와 일기토를 벌인 후 간신히 탈출하고 나면 당연하다는 듯 분해하는 빌런의 표정과 함께 에피소드가 마무리됩니다. 거보세요. 이거 게임이라니까요.

 

 

 

 

 

 

# 3.

 

두 번째 에피소드는 야밤에 적절히 리젠되는 부랑자형 암살자들과 헬기로부터 도주하는 탈출 미션입니다. 탈출구는 그렇죠. 하수구죠. 원래 이런 게임들은 쥐가 득실득실대는 하수구 한 번쯤은 돌아가야 하는 법이거든요. 총질하는 게임 좀 해보신 분들은 어차피 미션도 끝났겠다, 아마 쥐들에게 남은 탄창 태우고 싶은 충동이 본능적으로 이셨을 겁니다.

 

두 판 정도 내리 플레이했으면 그게 나올 타이밍입니다. 그동안 모은 미션 보상금으로 장비도 한번 정비하고 체력도 채울 파밍 공간이죠. 게이머들이 익숙한 손길로 착착 장비의 스텟을 살피는 동안 상점 혹은 여관 주인 NPC는 이 시점에서의 상황 설명과 다음 미션을 클리어하기 위한 조건들을 가볍게 썰로 업데이트해주실 겁니다.

 

 

 

 

 

 

# 4.

 

한숨 자고 나면 풀피 되는 건 국룰입니다. 체력 리젠 전후로 서정적인 시네마틱 장면이 하나 더 삽입되는 것도 국룰이죠. 주인공과 꼬꼬마가 침대방에서 오순도순 통성명하고 가족 이야기를 하는 장면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토르가 왜 삶의 의혹을 잃었는지에 감정 이입해 스토리라인을 즐기셔도 물론 좋습니다만, 쌩까고 SKIP 버튼 누른다 하더라도 딱히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이 장면은 그 자체로 서정성을 즐기는 드라마가 아니라 마지막 세 번째 에피소드 보스전을 즐기기 위한 도움닫기로 이해하셔야 옳죠.

 

친구였던 상인 NPC는 사실 원래부터 배신자일 확률이 높은 캐릭터입니다. 도시 다카가 통째로 빌런의 손에 떨어졌다는 설정 하에서 안전가옥을 대놓고 확보하고 있다는 건 설득력이 없는 건 차치하고서라도, 누누이 말씀드렸듯 이 게임은 주인공과 비서형 튜토리얼 NPC만 있으면 되거든요. 그리고 요즘 게임들은 믿고 있던 캐릭터가 타락해 뒤통수를 갈기는 게 클리셰이기도 하구요.

 

 

 

 

 

 

# 5.

 

호위 미션은 첫 번째 에피소드면 충분합니다. 어설프게 배경만 바꿔서 재탕했다간 까다로운 FPS 마니아들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기에 딱 좋죠. 따라서 세 번째 에피소드에 자유롭게 액션 파티를 즐기려면 짐스러운 인질 꼬꼬마를 맡아줄 보모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역시나. 고니도 못한 손가락 자르기에 성공한 메인 빌런이 이미 있는 데다 주인공과 용호상박의 일기토를 벌이는 실력에 오순도순 가족사랑까지 보여준 깜장색 단발머리 아저씨가, 디아 3 액터 4 티리엘처럼 전투형 NPC로 등장해 이 짐덩어리를 대신 짊어져 주시는군요.

 

언제나 1번은 단검입니다. 2번은 권총, 3번은 소총, 4번은 수류탄이죠. 영화에선 이색적일지언정 게임에서는 너무도 많이 봤을 자연스러운 무기들을 적절히 스왑 해가며 악당들을 해치웁니다만, 왜인진 몰라도 다리 위에서의 마지막 액션신에서는 갑자기 독특한 연출이 말끔히 휘발하며 관습적인 총기 액션 영화로 돌아옵니다. 이건 좀 김이 빠지는데요.

 

마지막 에피소드는 부록 같은 타임어택 미션입니다. 주인공이 아니라 여자 NPC로 포커스를 옮겨 주인공이 걸어가는 동안 정해진 시간 안에 최종 보스 저격병을 잡는 미션이죠. 물론 성공 여하와 상관없이 주인공은 죽을 팔자였지만요. 주인공이 퇴장한 후의 마무리는 더욱 실망스럽네요. 온갖 폼을 다 잡아 놓고 메인 빌런을 꼭 이렇게 처리했어야 했을까요.

 

 

 

 

 

 

# 6.

 

정리하자면 클래식 FPS 액션 게임의 경험적 재미를 통째로 이식한 영화 되시겠습니다. 조금 더 소프트한 버전의 <하드코어 헨리>랄까요. 기본적으로 <존 윅>처럼 겁나 멋진 주인공이 다 죽이는 작품입니다만 <존 윅>은 그래도 어디까지나 기막히게 재미있는 '영화'죠. 이 작품은 영화보다는 '게임'에 훨씬 더 가깝습니다. 개인적으로 3D 아니, 아예 VR로 나왔어도 기가 막혔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의미 따위를 따질 필요 없이 마냥 재미있습니다. 특히나 첫 번째 에피소드의 연출은 대단하구요. 다만 영화 중후반부부터 급격히 힘이 빠진다는 건 분명히 해야겠습니다. 보통은 이러저러한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추천드린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만, 이 영화는 조금 다릅니다. 클래식 FPS 게임 좋아하시면 보세요. 추천합니다. '샘 하그레이브' 감독, <익스트랙션>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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