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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Action

빈집털이는 아무나 하나 _ 올드 가드, 지나 프린스 바이더우드 감독

그냥_ 2020. 7. 1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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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특유의 공산품 냄새가 이렇게나 짙게 나는 영화는 오랜만이네요. 『엔드 게임』을 끝으로 잠시 숨 고르기 중인 끝판왕의 공백을 틈타 빈집을 털어 보겠다는 속셈인 걸까요.

 

 

 

 

 

 

 

 

'지나 프린스 바이더우드' 감독,

『올드 가드 :: The Old Guard』입니다.

 

 

 

 

 

# 1.

 

『맨 프롬 어스』에서 본듯한 시대를 초월하는 '불사'능력과 『매드 맥스』에서 본 듯한 주연 배우의 이름값과 『어벤저스』에서 본 듯한 슈퍼 히어로물의 상업적 승리 공식들에다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액션 시퀀스들을 적당히 가져와 이어 만든 영화입니다.

 

 

 

 

 

 

# 2.

 

주인공은 몸을 사리지 않는 호쾌한 액션 능력과 카리스마 넘치는 중성적 매력을 겸비한 남녀노소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샤를리즈 테론'입니다. 영화를 끌고 나가게 될 불사의 주인공 파티는 총 6명인데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 3대 3으로 정확한 성비를 맞춰뒀죠. 여주인공은 중년의 백인, 서브 여주는 어린 흑인, 오래전 희생된 멤버는 아시안으로 섭외 해 백-황-흑 황금 밸런스 또한 맞춰뒀습니다.

 

 

 

 

 

 

# 3.

 

남자 멤버들로 두 명의 백인과 모하메드 살라가 등판하는 와중에 거참 우연찮게도 셋 중 둘은 동성애 커플이라 성적 지향성에 대한 논란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어 보이는군요. 여캐 구성에선 인종 밸런스를 잡았지만 남캐에선 그러지 못한 게 영~ 찝찝했던 감독은 마지막 새롭게 가세하게 되는 신입 지능 캐를 흑인으로 섭외해 끝까지 현명한 탈룰라를 모의합니다.

 

그 어떤 정의의 사도들의 심판으로부터도 달아날 수 있는 아주 PC 적인 '올바른' 캐릭터 구성이네요.

참 잘했어요. 박수 세 번 짝짝짝.

 

 

 

 

 

 

# 4.

 

작품의 동력은 당연히 피 튀기고 살 튀기는 액션씬의 재미로부터 찾습니다. 총기 액션물 주제에 런타임 내내 근접전만 주야장천 펼치는 건 아마도 최대한 다채로운 합을 만들어 눈뽕을 넣기 위해서였겠죠. 세계관을 전혀 유추할 수 없게 하는 권총과 할배검의 조합에 기하학적인 원형 쌍날 도끼가 빌런의 뚝배기를 갈기지만, 초반에 등장한 망원경 대용의 저격총만큼은 죽었다 깨어나도 다시 등장하지 않는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 일 겁니다.

 

액션 연출의 퀄리티 자체는 썩 나쁘지 않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오랜만에 액션의 뽕 맛에 중독되어 몽롱하게 취해가는 기분을 느끼게는 됩니다. 만, 그와 별개로 주인공들이 절대 죽지 않는다는 걸 알고 보는 액션인 탓에 눈요기만 될 뿐 긴장감은 전혀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 5.

 

'아이언맨'과 '스파이디'의 관계를 보는 것만 같은 매너리즘과 번아웃에 빠진 유능한 베테랑과 미숙하고 건방진 신참의 구도가 액션 시퀀스 사이사이의 틈바구니에서 무난한 드라마를 만들며 효과적으로 시간을 법니다. 사막과 지하벙커와 아랍 문화권 도시와 모던한 유러피언 도시와 중세 냉병기 전투가 펼쳐지는 초록 초록한 들판과 그로테스크한 마녀 사냥과 간지 나는 폐교회와 로댕의 조각품이 널브러져 있는 널찍한 동굴. 을 무지막지하게 돌아다니며 방구석 세계여행을 시켜주는 걸로 한창 자가 격리 중이라 답답해할 관객들의 지루함을 대리만족시켜주기도 하죠.

 

 

 

 

 

 

# 6.

 

전직 해리포터 이종사촌 출신의 배우가 메인 빌런으로 등장해 왕년의 밉상 연기를 다시 선보이며 업보 스택을 착실히 쌓습니다. 악당의 회사는 언제부턴가 심심하면 불려 나와 터져 나가는 만만한 제약회사고 왜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그 제약회사는 언제나 '돈에 미친 궤변의 사업가'와 '연구에 미친 매드 사이언티스트' 투탑을 중심으로 굴러갑니다. 이런 회사는 늘 초국적-초법적-초현실적 기업이라 공권력과 현실성 따위 개무시한 채 하고 싶은 모든 짓들을 마구잡이로 벌일 수 있습니다만, 그래 봐야 영화 마지막 주인공 파티가 몰려와 펼쳐놓는 국지적인 물리력 앞에 허망하게 박살 나겠죠.

 

잠입 미션에서 얼핏 본 것만 같은 소음총은 도시 한복판에서는 절대 등장하지 않고 무수히 갈겨대는 우렁찬 총소리에도 불구하고 도시엔 사람은커녕 개미 한 마리 없지만 메인 빌런이 두 주인공의 쿵짝에 속아 낙사해 끔살 당하고 나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옴과 동시에 경찰차가 뒷북을 칠 겁니다. 정답.

 

 

 

 

 

 

# 7.

 

논란은 최대한 회피하는 가운데 액션의 뽕 맛을 최대한 끌어올린 경제적인 설정들과 지루한 클리셰가 범람하는 동안 작품의 핵심이었을 '불사'를 중심으로 한 주요 설정은 길을 잃습니다.

 

고층 건물에서 떨어져 사지가 뒤틀리고 바다 깊은 곳에 처박혀도 절대 죽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앤디'가 왜 특정 상황에서만 다친 동료를 보며 깜짝 놀라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구요. 어떤 순간엔 총알에 맞자마자 완전히 뻗었다가 회복되는 시간이 걸리는 반면 또 다른 순간엔 총을 맞든 말든 그냥 개무시하고 잘만 싸우는 데 두 상황에서 무슨 차이가 있는 건지도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 8.

 

그냥 무작정 불사다!!라고만 하면 영화를 굴리기 힘들어서였는지, 감독은 불사 버프가 꺼질 수도 있음!이라는 변주를 합니다만 이 설정 역시 딱히 디테일이나 일관성은 없습니다. 불사가 왜 꺼지는 건지, 왜 그 타이밍에 꺼지는 건지에 대해선 그냥 영화가 우기는 대로 그러려니 하는 수밖에 없죠.

 

처음엔 반요 '이누야샤'처럼 특정 날짜에만 이뮨이 풀리는 건가 했더니만 마지막 장면에서 100년간 떨어져 있으면 만나지 못할 거란 얘기를 하는 거 보니 복구가 안되나 봅니다?! 아니, 그럼 어쨌든 불사의 능력도 유한하고 수명도 길지만 유한하다는 건데 그럼 '부커'가 굳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동료 뒤통수를 때릴 이유가 없잖아요? 아니지, 그 이전에. 연구를 통해 불사를 끄고 죽을 수 있다 하더라도 자기 혼자만 가면 되지 굳이 동료를 배신하는 이유는 또 뭐죠?!

 

 

 

 

 

 

# 9.

 

캐릭터 이야기로 살짝 샌 김에 '제임스 코플리'는 정말이지 최악의 캐릭터입니다.

 

행동의 합리성이 전무하거든요. 자신의 손으로 '앤디'네가 올바른 일을 해 왔다는 걸 추적했다 고백하는 순간 이 등신이 굳이 주인공을 납치해 제약회사에 팔아먹어야 하는 이유가 사라집니다. 막상 다 잡아 놓고선 '앤디'의 불사 능력이 꺼졌다는 걸 알자마자 갑자기 갱생해 변심을 한다는 데 이것 역시 전혀 이해가 가지 않구요. 명색이 전직 CIA 요원이란 인간이 온갖 똥폼 잡으며 '나일'을 따라가 놓고선 "너 총 맞으면 죽잖아." 한마디에 집에 귀가하는 모양새에 마지막 무슨 천직을 찾기라도 한 것 마냥 진지한 표정으로 팀에 합류를 선언하는 걸 보는 순간 관객은 페이탈리티에 빠지게 됩니다.

 

 

 

 

 

 

# 10.

 

본편의 뒤풀이가 아닌 속편을 팔아먹겠다는 의지를 꾹꾹 눌러 담은 의미심장하게 제발 좀 봐달라 애원하는 쿠키영상과 함께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대단하죠. 네, 대단합니다. 다른 모든 걸 차치하고서라도 이 정도로 클리셰와 설정들을 가져다 섞어 쓰면서 민망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지나 프린스 바이더우드' 감독, 『올드 가드』 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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