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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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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Thriller

그냥 겁나 재밌어 _ 헤이트풀 8,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그냥_ 2019. 10. 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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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소소하게 블로그를 굴린 후로 안 좋은 습관이 하나 생겼습니다. 영화를 분석하듯 또 평가하듯 보게 되었다는 점이죠.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요. 언젠가부터 정신줄 놓고 보다가 포스팅할 만한 내용을 발견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머리 한켠에 가시처럼 박혀 감상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하나뿐인 취미 더 재미있게 즐겨보자고 시작한 짓이 되려 방해가 되고 있다니. 멍청한 일이군요. 근래 들어 이렇게 영화를 봐서 뭐하나 하는 현타가 스멀스멀 몰려오던 중 결국 토드 필립스의 <조커>를 리뷰하다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에라이! 덮어놓고 막보자! 아무것도 발견 못해도 좋고, 유의미한 견해가 없어도 좋으니 최대한 즐기면서 막보자!'는 생각으로 영화 한 편을 골랐습니다. 그것도 겁나 영화 잘 만드는 감독의 겁나 재미있는 영화로 말이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헤이트풀 8 :: The Hateful Eight』 입니다.

 

 

 

 

 

# 1.

 

뚜→두↓ 뚜↗두↓ 뚜→두↓ 뚜↗두↓
뚜두뚜두뚜두뚜두~~~~~~

 

말씀드린 대로 이번 리뷰는 손 가는 데로 막 이야기할 겁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스트레스받지도 않을 거구요. 리뷰를 위해 다시 돌려 보지도 않을 겁니다. 맞춤법 정도나 대충 확인할 뿐 간단한 퇴고 조차도 안 할 겁니다. 안 그래도 개판인 글솜씨 덕에 글이 중구난방인데, 이번 글은 더 엉망진창이겠군요. 살짝 걱정도 들고 며칠 지나면 후회할 것만 같은 느낌도 들긴 합니다만 동시에 묘한 해방감이 들기도 합니다. 까짓 거 돈 받고 하는 짓도 아니고. 한번 해봅시다.

 

 

 

 

# 2.

 

이 영화는요! 재미있습니다! 그냥 겁나 재밌어요!!

 

타란티노 감독은 긴장감이라는 걸 어떻게 만드는지 손바닥 위에 놓고 가지고 놀고 있습니다.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인간들이 동경하는 간지가 뭔지 훤히 꿰뚫어 보고 있습니다. 뚜→두↓, 뚜↗두↓, 뚜→두↓, 뚜↗두↓, 뚜두뚜두뚜두뚜두~~~~~~ 하는 음악과 함께 새하얀 눈에 뒤덮인 고개 숙인 예수상이 등장하면서부터 집중을 빡! 하게 됩니다. 아, 다 죽었다. 싶습니다.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 아직 아무것도 안 나왔는데요.

 

동안의 70살 마더퍼커 장인이 뭔 소린 지 쥐뿔 모르겠지만 랩 하는 마냥 겁나 찰지게 대사를 내뱉습니다. 남자고 여자고 나발이고 간에 공평하고 사이좋게 주먹질과 총질을 갈겨대는 교수형 집행인이 마차의 창 밖으로 총을 든 손만 딱 꺼내놓는 순간 마초의 섹도시발이 폭발합니다.

 

 

 

 

 

 

# 3.

 

지 맘대로 룰을 정하는 존 루스를 보면 서로 나름의 고상을 떨고는 있지만 폭설이 쏟아지는 이곳은 힘과 힘으로, 아니 정확히는 총과 총으로만 대화하는 동물의 왕국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백인 여자가 흑인에게 '니그X'라 말하고, 그게 맘에 안 든 백인 남자가 바둑이처럼 눈탱이가 밤탱이가 된 여자의 뚝배기를 주먹으로 내려치는 순간, 코피 줄줄 흘리며 개 처맞는 와중에도 다른 모든 꼬추들이 벌벌 떠는 링컨의 편지에 도머그가 침을 퉤 하고 뱉는 순간, 금기가 부서지는 해방감에 전율이 일게 됩니다.

 

인어공주는 흑인으로 만들어야 하고 솔저 76는 게이가 되어야 하지만 홍콩의 시위에는 입 딱 닫고 있는 역겨운 양키 PC충들. 아카데미 시상식이 백인들의 잔치로 전락했다고 엄근진 하면서 정작 동양인 꼬마애들을 데려다 놓고 인종차별을 하며 깔깔대는 추악한 면상에도 걸쭉한 침을 뱉는 듯하죠.

 

 

 

 

 

 

# 4.

 

설원을 뚫고 내달린 마차가 미니의 잡화점에 딱 들어서는 순간 아! ㅈ됐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여기다. 여기서 다 죽는다는 직감이 팍팍 듭니다. 그 '날 선 감각'을 감독은 완벽히 만들어 냅니다. 앞선 4명과 새로운 4명이 하나둘 조우하는 순간 앞서서와는 비교도 안 되는 긴장감이 숨 막히게 합니다. 8명이나 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캐릭터가 미친 듯이 매력적이면서 동시에 어마어마하게 강렬합니다. 교통정리를 어찌나 잘했던지 어떤 게 누구의 설정이었는지 헷갈리는 지점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 치명적인 척하는 쓸데없는 겉멋부리는 인물이 하나도 없는데 그럼에도 몽땅 개 멋있죠.

 

총질하기에 앞서 겁나 쓰잘데기 없는 소리들을 겁나 시끄럽게 하는데 듣다 보면 뭐하는 놈들인지 머리에 콕콕 때려 박힙니다. 더군다나 수다 떠는 것 하나하나가 무슨 한창때 무한도전 오프닝 토크마냥 겁나 재밌기까지 하죠. 뜬금없는 아이템을 툭 던져 놓고 휘황찬란한 글빨로 술술 풀어내는 게 꼭 말빨 센 동네 형이랑 술자리에서 밤새 노가리 까는 것만 같습니다.

 

 

 

 

 

 

# 5.

 

"미니는 맥시칸을 싫어했다" 이 한마디를,

 

"미니의 잡화점엔 수년 전부터 경고문이 걸려 있었지. 바로 <개와 멕시칸 출입 금지>. 미니는 개업할 때 그걸 걸어 놓고선 한 번도 땐 적 없었어. 약 2년 전까지는. 왜 떼어 냈는지 아나? '개'를 받아주기 시작했기 때문이지. 미니는 모든 사람을 좋아했어. 단 멕시코 놈들만 빼고 말이야. 그녀가 멕시칸에게 가게를 맡겼다는 건, 마굿간에서 말했듯 결코 그녀 답지 않아"

 

라고 합니다. 그리고 조곤 조곤 마더 퍼커 장인의 클래식 장편 소설 같은 대사가 끝나기 무섭게 총탄이 펑!!! 크~~! 맛있네요. 그리고 또 보자... 아! 모포, 개 따뜻해 보입니다. 커피, 개 땡깁니다. 지들끼리는 툴툴거리지만 카레인지 뭔지 모를 스튜도 개 맛있어 보입니다. 마지막 피날레를 위해 긴장감을 완화할 찰진 몸개그 씬과 개드립들도 꽉꽉 눌러 담아 넣어뒀습니다. 사람 마음을 가지고 노는 기타 연주와 피아노 소리도 인상적이죠. 얼기설기 꼬인 캐릭터들의 배경과 관계가 화려한 말빨 위에서 춤을 추고, '도머그' 앵콜 송이 피날레를 장식하는 순간, 대망의!!!

 

 

 

 

 

 

# 6.

 

피의 축제가 시작됩니다!!!

 

이 개자식들이 왜 죽어야 하는지, 왜 서로를 죽이고 싶은지를 100여 분 동안 차곡차곡 쌓아놓은 후 도미노를 장렬하게 쓰러트립니다. 선혈이 낭자하는 가운데서 불쾌감을 최대한 제거하고 파괴적 쾌감만 극한까지 뻥튀기시켜놨습니다. 그 와중에 본래 가지고 있던 이야기와 대사와 설정과 관계와 캐릭터의 매력은 눈꼽만큼도 희생하지 않습니다. 한 명씩 한 명씩 화려하게 갈려나갈 때마다, 장르적 쾌감은 쾌감대로, 추리 소설을 읽는 듯한 지적 유희는 또 그것대로 만끽하게 됩니다. 죽이죠. 네, 이 영화는 몇 번이고 다시 봐도 죽이는 영화입니다.

 

 

 

 

 

 

# 7.

 

보자... 여기까지 쓰는 데 14여분 걸렸네요. 어머나 세상 편하고 좋은 것을. 속 시원하고 좋군요.

 

매번 이딴 식으로 리뷰를 한다면 영화를 꼭꼭 씹어 최대한 풍부하게 음미하고 삼켜보자는 이유로 시작한 블로그의 의미가 없어지니 그럴 수는 없겠습니다만, 가끔씩은 이런 속 편한 리뷰도 나쁘지 않네요. 앞선 2/3까지의 이야기들을 길게 늘어놓고선 정작 영화가 폭발하는 절정 부분의 이야기들은 전혀 하지 못했는데요. 이건 어디까지나 그것들이 말로 옮길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쓸데없는 소리는 이만하면 됐구요. 총질하고 피 튀기는 연출에 거부감만 없으시다면 무조건 보세요. 장담하건대 특히나 오들오들 떨게 만드는 한 겨울이라면 이 영화 만한 게 또 없을 겁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헤이트풀 8>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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