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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Horror

극본과 연출 사이 _ 킹덤 아신전, 김성훈 감독

그냥_ 2021. 7. 3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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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Netflix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의 첫 번째 외전입니다. 두 개의 정규 시즌을 끝낸 후 신규 캐릭터에 대한 외전이 전개될 계획이었던 듯합니다만 팬더믹으로 인해 외전 시리즈가 몇 편 더 이어지는 요량인가 본데요. 불가피한 선택이었겠습니다만 시리즈를 애정 하는 입장에서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는군요.

 

 

 

 

 

 

 

 

'김은희' 작가, '김성훈' 감독,

『킹덤 _ 아신전 :: Kingdom _ Asin of the North』입니다.

 

 

 

 

 

# 1.

 

특정 캐릭터에 집중하는 '인물전'은 보통 두 가지의 접근법을 가집니다. 하나는 본편에서 충분히 활약한 인물의 남겨진 떡밥을 회수하는 경우구요, 또 다른 하나는 새롭게 등장할 인물이 곧바로 본편에 안착할 수 있도록 필요한 과거 설정들을 미리 전달하는 경우죠. 전자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나 <해리포터> 시리즈 이후에 이어진 이러저러한 파생작들을 예로 들 수 있을 테구요. 후자는 각 캐릭터들의 배경과 설정들을 충분히 쌓아놓은 후 마지막 일거에 소집시킨 마블의 <어벤저스> 시리즈를 예로 들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지금의 <아신전>은 후자의 경우죠.

 

# 2.

 

신규 캐릭터 소개를 위한 외전의 경우 다시 세부적인 몇 특징을 가지게 됩니다. 우선은 파편적인 설정 나열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각 잡고 이야기를 전개하자니 본편에 비해 볼륨이 너무 비대하지는 것만 같고, 또 본편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설정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지거든요. 따라서 대단히 안정적인 이야기 구조 위에서, '이 캐릭터는 이러저러한 성격이다.', '이 캐릭터는 이런 가정환경 속에서 자랐다.', '이 캐릭터는 이런 걸 중요시한다.', '이 캐릭터는 이러한 약점이 있다.'라는 식의 설정들을 차곡차곡 수집하는 듯한 양상을 보이게 됩니다.

 

과거에 대한 이야기, 소위 프리퀄 Prequel 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들 수 있을 겁니다. 외전으로 미래 이야기를 해버리면 본편 스포일러가 될 테니까요.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달리 말하면 주인공의 안전이 담보된다는 것과도 같습니다. '여차저차 해서 결국 이 인물이 죽었답니다~'라고 한다면, 외전의 존재 가치 자체가 부정되기 때문이죠.

 

 

 

 

 

 

# 3.

 

자, 신규 캐릭터의 배경 설정을 충실히 소개해야 합니다. 타임라인이 꼬이지 않게 하기 위해 본편과 적당한 거리두기도 필요합니다. 이야기를 쓸데없이 부하게 펼쳐놓으면 곤란하구요. 무엇보다 주인공은 안전해야 하죠. 이 모든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작가는 작품의 경쟁력을 <드라마>로부터 찾는 선택을 합니다. 절망적인 삶을 살아온 인물과 정서적으로 밀접히 교감하는, 짙은 비장미의 드라마 말이죠.

 

실제, 주지훈이 전국 방방곡곡 뛰어다니고 김상호가 코미디와 멜로를 널뛰며 좀준호가 류승룡 기모찌의 귀를 물어뜯던 본편에 비해 이번 외전의 이야기는 극단적으로 평탄합니다. '양대 세력의 중간지대에 놓여 있던 약자가 양쪽 모두로부터 배신당한 후 복수의 화신이 되었다'가 이야기의 전부죠. 선악구도를 쉽게 정의할 수 없었던 입체적 인물들의 본편에 비해 진영 구도나 캐릭터 모두 대단히 단편적입니다. 대신 그렇게 아낀 시나리오의 여력을 박박 긁어 모아 주인공 '아신'에게 최대한의 물리적, 정서적 공간을 할애합니다.

 

 

 

 

 

 

# 4.

 

영화 <아신전>의 문제는 바로 여기서 발생합니다. 작가는 외전으로서 <드라마> 베이스의 극본을 썼는데, 감독은 본편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받아 <좀비 호러 스릴러>의 작법으로 연출하고 있거든요.

 

감독이 이번 외전을 스릴러로 해석했다는 점은 초반부터 여실히 드러납니다. '생사초 뜯어먹은 사슴이 호랑이에게 잡아먹혔다'라는 한 문장으로 간단히 정리될 오프닝 시퀀스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늘어질 때부터 말이죠. 아... 감독은 지금 이 영화를 이런 느낌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구나.

 

이후로도 일관되게 드라마를 고조시키기 위한 정서적 연출보다는 상황 자체의 그로테스크함과 시리즈 특유의 심미성에 초점을 맞춰 연출합니다. 부족민들이 학살당한 장면에서 오열하는 어린 '아신'의 정신적 충격에 대한 묘사보다는 줄지어 매달린 시신들의 음습한 모습을 묘사하는 데 주력하고 있구요. 돼지우리에서 살게 된 '아신'의 고독감은 옆으로 흐르는 한 방울 눈물로 가볍게 지나치죠. 죽은 줄만 알았던 아빠와의 만남 역시 다리 잘린 채 죽여달라 말하는 처참한 모습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고, 병졸에게 '아신'이 강간을 당하는 장면 또한 그 상황에 놓인 '아신'의 처참한 정서 묘사가 생략되어 있습니다.

 

 

 

 

 

 

# 5.

 

클라이맥스 좀비 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해당 씬은 폭력성과 별개로 드라마의 측면에서 '아신'의 정신적 각성이 표현되어야 하는 대단히 정서적인 장면입니다. 비로소 눈을 뜬 복수의 화신이 처참히 죽어나간 부족민들을 위해 추는 살풀이랄까요. 아빠를 위해 스스로를 억지로 속여가며 믿었던 존재의 배신을 확인하는 순간. 분노와 절망과 슬픔과 고독과 체념과 허무함 따위가 미친 듯이 중첩되어 있는 순간. 이야기의 기준에서라면 당연히 카메라는 철저하게 '아신'을 따라가야 합니다만, 이 장면에서조차 감독은 '아신'의 정서보다는 군영 안 병졸들의 긴장과 두려움을 묘사하는 데 집중합니다. 줄지어 누은 사람들이 하나씩 차례대로 좀비가 되어 병졸을 덮치는 장면이나, 지붕에 매달려 '아신'에게 애원하는 병졸의 연출 등 말이죠.

 

피눈물을 흘리는 격앙된 학살자나, 아니면 싸늘히 죽어버린 눈으로 활시위를 당기는 살인귀의 연기를 주문해야 했습니다만, '아신'이라는 인물의 캐릭터 해석에 대한 합의나 디렉팅이 부재해 있는 티가 역력합니다. 생과 사의 중간에 위치한 존재에 대한 이야기라는 시리즈의 정체성을 생각할 때, <죽어서 살아있는 자들처럼 행동하는 좀비>들과는 대립된 <살아서 죽어버린 인격으로서의 아신>을 대칭적으로 완성시켰더라면 대단히 매력적이었을 텐데요.

 

# 6.

 

좀비물이라는 세부 장르의 측면에서 본다 하더라도 본편에서와 같은 파괴력은 전달되지 않습니다. 좀비가 창궐한 군영에 살려야 하는 인물(본편의 경우 창 일행)이나 죽었으면 하는 인물 (본편의 경우 조학주 일행) 모두 없다 보니 긴장감을 이입할 대상이 없거든요. 강간을 한 병졸 정도를 제외하면 '아신'을 못 살게 구는 여타 병졸들의 연출도 충분치 않아 학살극으로서의 장르적 재미도 미미하구요.

 

몸은 능숙하고 액티브하게 움직이지만 표정은 싸늘하게 죽어 있는 인물로 연출되었어야 할 '아신'이, 역으로 몸은 정적으로 고정시킨 가운데 표정은 애매하게 멋진 척하고 있다는 점도 아쉬운 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혹자는 '주인공 겁나 멋있기만 하던데?' 라 하실 수도 있긴 합니다만, 관객이 간지난다고 느끼는 대상이 배우 '전지현'인건지 배역 '아신'인건지 모호하다는 점까지는 부정하기 힘들테죠.

 

 

 

 

 

 

# 7.

 

결국 영화의 서사는 비운의 주인공 '아신'이 끊임없이 추락하는 이야기라 할 수 있을 텐데요. 그렇다면 낙차를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초반부 아신에게 조금 더 밝은 느낌을 주문할 필요도 있었을 겁니다. 호기심과 모험심, 책임감 등이 일부 보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원래부터가 차분하고 진중한 캐릭터로 그려지다 보니, 되려 몇몇 포인트마다의 절규가 충분히 탄력 받지 못하고 말았죠. 일련의 낮은 낙차는 결국 영화 내내 전지현으로 하여금 인상 쓰며 등장해 인상 쓰며 퇴장할 수밖에 없도록 제한하고 맙니다.

 

복수를 끝낸 후 부락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장면. 마을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 후 카메라를 돌려 '아신'과 현실을 보여주는 연출은, '아신'이 좀비로 되살아난 사람들의 모습 위로 위와 같은 환상을 보고 있다는 걸 텐데요. 그렇다면 '아신'은 그 순간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었던 본연의 기질. 천진함이나 친근함 등이 부분적으로 노출되었어야 자연스럽습니다만 이와 같은 표현 역시 누락되어 있습니다.

 

 

 

 

 

 

# 8.

 

너무 연출 이야기만 한 듯한데요. 극본 이야기도 조금 해 보자면 반전의 활용은 아무래도 실패이지 않나 싶긴 합니다. 아빠가 믿었던 조선의 배신과, 이승희 의원에게 생사초를 전달한 인물이 '아신'이었다는 점 말인데요. 둘 모두 딱히 효과적이지 못합니다.

 

조선의 배신은 솔직히 너무 뻔합니다. 한껏 빡친 여진족이 하필 '아신'의 부락만 털고 나갔다는 걸 천진하게 믿을 리가 없잖아요. 어차피 가닥을 드라마로 잡았다면, 차라리 관객에게만큼은 '치록'의 배신을 담담히 공개하고서 이용당하는 '아신'을 통해 측은지심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요.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아신'이 자신을 겁탈해 온 군졸을 죽여 생사초로 좀비로 만드는 장면 역시 이물감이 심합니다. 생사초에 대해 연구하고 이해하는 과정에 대한 묘사가 전무하기에 뜬금없어 보이거든요. 이후 이승희 의원과 관련된 반전으로 활용하기 위해 미뤄둔 모양새입니다만, 관객 경험을 충분히 고려치 못한 경우라 할 수 있겠네요.

 

# 9.

 

이야기는 정서적인데 되려 연출은 좀비 호러에 집중한, 극본과 연출이 괴리된 작품이 되고 말았다는 생각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작가와 감독 사이의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지 못했던 걸까요. 드라마 시리즈와는 다른 호흡일 수밖에 없는 익숙치 않은 영화였기 때문인 걸까요. 아니면 본편의 팬으로서 너무 큰 기대를 했던 걸까요. '김은희' 작가, '김성환' 감독, <킹덤 _ 아신전>이었습니다.

 

# +10. 음... 역시 전지현으로 풀포텐을 터트리려면 '자기가 겁나 이쁘다는 걸 너무 잘 아는 왈가닥'이어야만 하는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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