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Film/SF & Fantasy

정도껏 하지 ⅰ _ 정도, 진덕삼 감독

그냥_ 2020. 7. 30. 06:30
728x90

 

 

# 0.

 

편견을 가진다는 게 썩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닙니다만 그럼에도 누적된 경험이 만든 귀납적 결과가 무조건적으로 무시되는 것 역시 합리적이지는 않습니다. 드라마의 경우엔 『대군사 사마의』나 『삼국』과 같은 고퀄리티 작품들도 곧잘 나오곤 합니다만 영화. 그중에서도 거대 자본이 투입된 <중국 역사 영화>의 경우엔 무지막지한 숫자의 자국 관객만을 타깃으로 한 상업적 성공과, 중화사상 고취를 목적으로 한 체제 선전물이었던 경우가 다반사였던 것 역시 엄연한 사실이죠. '멧 데이먼'의 필모그래피에 만리장성보다 더 큼지막한 오점을 새긴 『그레이트 월』은 그 좋은 예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중화권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의 아이돌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중국의, 그것도 판타지 역사 영화. 관객이 지레 걱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그럼에도 이전 영화들의 악명 때문에 새로 개봉한 영화의 감상을 방해받는다면 그건 그것대로 어리석은 일일 겁니다. 가능한 선입견을 배제하고서, 다른 무엇보다 영화를 보는 동안의 제 시간과 정신건강을 위해 긍정적으로 영화를 즐기려 했습니다.

 

만, 아... 안타깝게도 선입견느님은 이번에도 1승을 추가 하시는군요.

 

 

 

 

 

 

 

 

'진덕삼' 감독,

『정도 :: Double World, 征途』입니다.

 

 

 

 

 

# 1.

 

'북연'과 '남조'에 얽힌 시대 배경을 대충 늘어놓기 무섭게 도무지 세계관을 가늠할 수 없게 하는 화려한 눈뽕 마술쇼에 이어 사람 크기 곱절은 될 법한 검은 댕댕이가 자객을 물어뜯는 순간, 쎄~한 느낌에 모골이 송연해집니다. 이상한 망토 걸친 얍삽하게 생긴 아저씨가 무려 엘리베이터를 타고 탑에 올라간 후 이은결에 빙의해 독수리 소환 쇼를 벌이며 어그로를 끄는 순간, 가슴이 웅장해집니다.

 

아... ㅈ됐다.

 

 

 

 

 

 

# 2.

 

엄복동 부럽지 않은 꾸러기 표정의 '헨리'가 겨우 물 한 모금 마신 혐의로 빤스런을 하며, 쌍팔년도 무협물의 향수가 물씬 풍기는 추격전을 간략히 선보입니다. 사람이 올라가 있는 것을 목적으로 만든 가건물이 날씬한 '헨리' 한 명 뛰어내렸다고 와르르 무너져 내립니다. 가건물이 휘청이는 와중에 엑스트라 꼬맹이는 그 아래 멀뚱멀뚱 서있고. 이를 본 아저씨 한 명이 우다다다 달려가서 구하려나 싶었습니다만, 어라? 건물에 같이 깔리네요? 응? 그런데도 멀쩡합니다? 왜 달려간 거지?

 

 

 

 

 

 

# 3.

 

방금 생사람을 둘이나 잡을 뻔한 '헨리'가 아무런 죄책감 없이 생글생글 웃으며 싸돌아 다니는 동안. 촌장 할아버지는 중앙 정부에서 대장군 선발 배 천하제일 무술대회가 열리게 되었으니 대표선수 세명이 필요하다 말합니다.

 

기다렸다는 듯 사이코패스 사생아 주인공과 꼬마 아이 하나 구하지 못한 무능한 아저씨가 대표선수로 자원합니다. 한 명 더 있습니다만 어차피 얜 엑스트라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지겠죠. 물론 그 이전에 무술 대회에서 우승할 만큼 쌈박질을 잘하는 것과 군을 통솔하는 건 눈곱만큼도 상관이 없지 않나?라는 상식적인 의문은 적당히 넘어가도록 합시다.

 

 

 

 

 

 

# 4.

 

황제를 알현할 수 있다는 말에 눈을 번뜩이는 아저씨의 모습은 이 인물에게 비밀스러운 사연이 있다는 광고라 봐야 할 겁니다. 아빠 이름은 끝내 숨긴 채 죽은 엄마를 둔 헨리는 졸라 대단한 인물, 중국 배경이니까 십중팔구 황제의 아들이라는 광고라고 봐야겠죠. 인물 소개는 적당히 했고 수천 년 전 계집아이처럼 울었다던 고나우 뽕이 아직 덜 빠진 촌장님이 아저씨한테 창을 하나 쥐어주며 여정은 시작됩니다.

 

드디어 모험이군요. 아이 씐나.

 

 

 

 

 

 

# 5.

 

영화 초반 검정 댕댕이는 아무것도 아녔습니다. 사막 던전에 집채만 한 CG 전갈이 등장하는 순간 이 영화는 전반부의 지도 그림이나 나라 이름 따위는 모조리 개소리인, 그냥 중국 배경의 판타지물이라는 걸 명확히 확인하게 됩니다. 요긴한 CG 전갈은 정확히 '죽어도 좋을 엑스트라'만 딱 잡아먹은 후 퇴장하고 둘만 남게 된 헨리와 아저씨는 자신의 배경을 간단한 회상신을 동원해 설명하는군요.

 

오프닝에서 독수리 날리던 이은결은 작품 최종 보스인 '관 태사'라는 인물이고, 아저씨는 이 인물에게 원한이 있어 복수를 하려는 탈영병이라는 걸 줄줄이 공개합니다. 이제 영화 시작 10분인데요. 서사적 동력으로 남은 건 주인공 헨리의 아빠가 누구냐라는 것뿐이군요. 물론 앞서 말씀드린 대로 십중팔구 헨리 아빠는 남조의 황제거나 북연의 황제거나 둘 중 하나겠지만요.

 

정답!

 

 

 

 

 

 

# 6.

 

이쯤 왔으면 슬슬 여캐가 나올 때가... 그렇죠, 나와야죠. 어디 보자, 팬서비스도 할 때가 됐는... 그렇죠, 우리 헨리 빵댕이 나와야죠.

 

간단한 모래폭풍 한 번으로 훈훈한 브로맨스를 순식간에 쌓아 올린 후 누가 봐도 선의의 경쟁자 포지션의 라이벌이라는 티를 팍팍 내는 휘파람 장인이 나타나 대체 사막 한가운데 어디다 숨겨둔 건지 모를 말 한 마리를 선물합니다. 잠시 등장했다 사라진 귀염 뽀짝 여캐는 이후 주인공 파티의 빈자리를 메우겠군요. 하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이 귀염 뽀짝 여캐는 남자 관객을 위해 동원된 인물이기 때문에 헨리랑 이어지지 않을 겁니다. 혹여나 뽀뽀라도 했다간 귀중한 물ㅈ... 아니, 팬 여러분들이 속상해 하실 테니까요.

 

대신귀

여운복

근공개

를드리

겟습니

다.

 

 

 

 

 

 

# 7.

 

장난 삼아 사이코패스라고는 했습니다만 당연히 우리의 주인공 헨리의 '동일롱'은 우정과 긍정과 사랑의 화신입니다. 모래폭풍 아래서 주인공과 의형제를 맺은 고나우, 아니 탈영병 아저씨 '추훈'은 노예녀를 한 명 쿨매 합니다. 등장에서부터 추훈의 형에 의해 죽임을 당한 북연 장수의 딸이라는 광고를 하고 다니는 노예녀는 원수와 달밤의 칼부림을 한바탕 선보입니다. 사막에서 잠시 등장했던 귀염 뽀짝 여캐 '진강' 역시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핑계와 함께 적절히 합류하며 적절한 파티를 완성합니다.

 

물론 전쟁터 한복판에 왜 꼬마 아이가 있었는지는 1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그건 말씀 드리기 싫습니다. 은밀히 복수를 하겠다는 놈이 왜 없어진 부대의 이름이 대문짝만 하게 적힌 부러진 창을 들고 다니며 어그로를 쳐 먹고 다니는 건지 1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그말싫 2. 일반인도 아니고 전쟁에서 적군을 죽인 걸 가지고 복수를 순순히 수용하는 추훈의 멍청함 또한 1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그말싫 3.

 

 

 

 

 

 

# 8.

 

어쨌든 대망의 <천하제일 무술대회>가 시작됩니다. 1라운드는 두구두구두구두구....

 

 

출발~

드림팀!!!

 

... 역대급 지랄병이 난무합니다. 대체 왜 무술 대회에서 서커스를 펼치고 자빠진 건지 1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건 사실상 눈요기를 위한 눈요기거든요. 이 장면을 보고 있는 관객들은 앞서 철창 안에서 싸우던 노예들을 구경하는 사람들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가 없습니다. 악랄한 북연을 상대로 벌이는 위대한 남조의 승리를 위한 노예의 싸움은 정당하고, 악랄한 할리우드를 상대로 벌이는 위대한 중국 영화의 승리를 위한 배우들을 똥꼬쑈 역시 정당합니다.

 

 

 

 

 

 

# 9.

 

겨우 절반밖에 오지 않은 상황에서 주인공이 최종 빌런을 처치 할리가 없다는 건 상식입니다. 말인즉, 동일롱과 진강이 그렇게 열심히 설득하지 않아도 추훈은 절대 관 태사를 죽일 수가 없다는 거죠. 감독이 아무리 열심히 뜸을 들여봤자 관객이 긴장할 리가 없고, 본질적으로 뜸을 들일 수 없다면 애초에 관 태사를 추훈 앞에 데려다 놓지 않았어야 합니다. 만, 우리의 덕삼이 형은 굳이 이 촌스러운 선택을 하십니다. 박수 세 번 짝짝짝.

 

여기까지가 55분입니다. 아직 절반이나 남았습니다.

 

 

정도껏 하지 ⅱ _ 정도, 진덕삼 감독

이전글 : 정도껏 하지 -1- [정도, 진덕삼 감독] # 10. 아직 영화의 분량이 절반이나 남은 줄 미처 몰랐던 '동일롱'과 '진강'은 열심히 '추훈'을 설득합니다. 설득의 내용이라는 건 '천하제일 무술

morgosound.tistory.com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 본 블로그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글에서 다루는 작품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댓글", "포스트를 자신의 블로그로 유인하는 데 이용하려는 댓글", "무분별한 맞팔로우 신청 댓글" 등은 삭제 후 IP 차단될 수 있습니다.

 

 

"좋아요", "댓글""구독"

 

은 블로거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