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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Comedy

아담 샌들러 홈커밍 _ 머더 미스터리, 카일 뉴어첵 감독

그냥_ 2020. 11. 1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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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아담 샌들러 + 제니퍼 애니스턴입니다.

전형적인 미국식 말장난 코미디물이라는 거죠. 

 

 

 

 

 

 

 

 

'카일 뉴어첵' 감독,

『머더 미스터리 :: Murder Mystery』입니다.

 

 

 

 

 

# 1.

 

말장난 코미디이자 대리만족 포르노입니다. 

 

범접할 수 없는 경제력을 가진 부호들 한복판에 떨어진 '나와 비슷한 삶을 사는 평범한 중산층 커플'이 그들 수준의 부를 맘껏 누리는 걸 보며 대리만족을 즐기는 영화죠. 여기서 멈추면 영화가 끝나고 난 후 부러움과 질투심, 열패감과 같은 부정적 감정만 남게 될테니 끝나기 전에 현실로 돌아와 으쓱할 수 있도록 부자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한방 먹이며 자존감을 회복할 겁니다. 그 한방이라는 것은 언제나 돈보다 더 의미 있는 가치를 역설하는 훈계질로 귀결될 가능성이 클테죠.

 

# 2.

 

세부적인 방향은 주인공의 성별 구성에 따라 결정됩니다. 이를테면 드류 베리모어나 카메론 디아즈와 같은 배우가 캐스팅되면 달달한 로코물 쪽으로 방향이 잡힐 테구요. 제니퍼 애니스턴과 같은 중년의 시트콤 스타가 주연을 맡으면 가족애를 다루는 소소한 감동 코드의 드라마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겁니다. 여배우들이 둘셋 팔짱 끼고 등장한다면 꽃돌이들에게 둘러싸인 초호화 돈지랄물로 가다가 마지막에 울고불고하는 우정의 소중함 뭐 이런 쪽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구요. 남배우들이 하이파이브하며 등장하는 버디물이라면 덜떨어진 머저리 마초와 찐따 너드가 대체 어디까지 멍청해질 수 있는지 시험하는 듯한 지저분하고 노골적인 막장 코미디가 될 가능성이 높죠.

 

 

 

 

 

 

# 3.

 

백이면 백, 치정이나 상속과 같은 통속극 베이스일 테구요. 코미디는 화장실 개그와 섹스 코미디가 대부분을 차지할 겁니다. 서사가 조금이라도 복잡해지거나 전문적이게 되면 뭔 말인지 못 알아듣는 관객이 생길 수 있거든요. 이 영화 역시 그 공식 그대로 부부간의 갈등과 갑부의 상속에 얽힌 살인극이라는 통속극이죠. 성패는 감독의 역량과 무관합니다. 시나리오의 완성도와 연출의 묘 따위보다는 오롯이 주연 배우진의 개인기에 의해 성패가 결정되죠. 대체로 스탠드업 코미디언 출신 주연배우가 자신의 쇼에 써먹으려고 꿍쳐뒀던 조크를 많이 꺼내면 꺼낼수록 재미있는 영화가 완성되는 식입니다.

 

아담 샌들러가 주연한 코미디 영화에 대한 평이 갈수록 박해지는 건 아담의 연기가 특별히 후져서라거나(물론 그렇다고 딱히 나아지지도 않았습니다만), 관객의 눈높이가 몇 년 사이 비약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저 아담 샌들러식 개그의 약발이 다 떨어졌기 때문이죠.

 

 

 

 

 

 

# 4.

 

싼마이 통속극에 주연배우 개인기를 비벼 한탕 해 먹는 양산형 코미디 영화.

 

대충 들어봐도 만들기 쉬워 보이죠.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연기력 출중하고 재치 넘치는 유명 코미디언은 얼마든지 있을 테니 흉내 내자면 못할 것도 없을 겁니다. 공들여 작품을 만들겠다기보다는 날아갈 듯 가벼운 오락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최대한 돈을 벌겠다는 목적의 이 바닥에서, 파이를 잠식할 여지가 있는 도전자의 존재는 영 꺼림칙하죠. 그래서 이를 물리치기 위해 선택한 할리우드의 필승전략은 바로 물량전입니다.

 

쉽게 말해 다른 나라 영화판의 시장 규모로는 흉내도 내지 못할 초호화 요트와 거대 저택을 냅다 때려 박아 버리자!라는 거죠. 집채만 한 배와 비행기를 떼로 끌고 오고, 세계적 인지도의 유명 도시를 통째로 섭외해 버리면 어지간한 내수 시장의 영화판은 지레 겁을 먹고 달아나지 않겠냐라는 식입니다. 무슨 말인지 쉽게 와 닿지 않으신다면, 가벼운 코미디 영화인 이 작품에 등장한 호화 요트와, 무려 블록버스터 범죄 영화를 표방했던 『돈』에 등장한 통통배를 비교해 보시면 쉽게 감이 잡히실 겁니다.

 

 

 

 

 

 

# 5.

 

여기까지가 할리우드식 저렴이 코미디 영화의 제작 공식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이 분야 끝판왕 중 하나인 아담 샌들러가 『마이어로위츠 이야기』나 『언컷 젬스』와 같은 외도를 겸하는 와중에 자기 뿌리를 잊지 않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역작이죠.

 

영화의 제목은 『머더 미스터리』입니다만 당연히 '머더'도 아니고 '미스터리'도 아닙니다. 살인사건은 통속적 가십과 파편적 코미디를 이어나가게끔 해줄 느슨한 연결고리에 불과합니다. 어마어마한 셀러브리티가 줄줄이 죽어나가고 자신들이 그 연쇄 살인의 용의자로 지목되었음에도 남편이 승진 시험을 가지고 거짓말한 걸 알게 되면 버럭 승질을 내는 게 이 세계관에선 당연한 일입니다. 아무리 긴급한 상황에서도 두 주인공이 ADHD라도 걸린 것마냥 쉴 새 없이 농담을 던져대는 건 어차피 해피 앤딩으로 끝날 거라는 걸 피차 알고 있는 마당에 농담을 못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말도 안 되는 미친 전개지만 태생이 이런 류의 영화인 거죠.

 

소파에 걸터앉아 페퍼로니 피자와 다이어트 콜라를 먹으며 범죄 추리 영화를 보다 보면 한 번쯤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상 영화 속 주인공과 같은 상황에 실제로 놓이는 것은 두려운 일입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안전이 담보된 상황에서 즐기는 적당한 수위의 일탈과 적당한 수위의 스릴감 정도면 충분하죠. 그 정도의 나이브한 수요를 영화의 정중앙에 놓고 서사와 묘사를 짜버리면 아무리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지더라도 주인공을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는. 요런 괴기한 작품이 나오게 됩니다.

 

 

 

 

 

 

# 6.

 

그리고 할리우드 제작사님들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과격한 물량전을 전재합니다. 주인공은 세상 범용성 높은 배테랑 아담 샌들러와'제니퍼 애니스턴. 이들을 둘러싸는 인물들은 일본인 미녀, 라티노 카레이서, 입이 떡 벌어질 미모의 여배우, 스테레오 타입의 인디언 갑부, 유러피언 상속자에 경호는 심지어 아프리칸 전쟁영웅이고. 사건의 시작은 무려 마르코폴로에 엮인 중국산 보물에서 출발하는 가운데, 결정적인 암살은 입으로 불어 재끼는 독침으로 이루어지죠. 비행기와 요트와 스포츠카와 슈퍼카를 미친듯이 넘나드는 동안, 정신이 나갈 것만 같이 재화와 음식과 향락이 넘쳐흐르지만. 그 안에 일정한 테마나 디자인 코드는 전혀 읽히지 않아 죄다 부호보다는 졸부처럼 보입니다만 그딴 건 알바가 아니었을 겁니다.

 

영화가 끝나고 난 후 관객들이 속 시원하게 기지개를 켤 수 있도록 몸을 뻐근하게 만들기 위한 카체이싱이, 막판에 허겁지겁 동원됩니다. 언제나와 같이 경찰은 본분을 완벽히 망각한 채 주인공의 활약을 돋보이게 만들기 위한 바보짓을 일삼고. 결말에선 평범한 사람들을 대표하는 주인공에게 기관을 대표해 정중한 감사인사를 전함으로서, 자랑스러운 아메리칸 시티즌의 자존감을 고취시키죠. 브라보!

 

# 7.

 

... 뭐 그렇습니다. 대단한 영화는커녕 평범한 영화도 못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류의 양산형 코미디 영화 중에 특별히 도드라지는 쓰레기까지는 또 아닙니다. 두 주인공의 비상식적인 대사량 덕에 간간히 피식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없는 건 아니니까요. 뭐랄까요, 이 정도면 '그 영화들' 가운데선 선방한 정도랄까요? 카일 뉴어첵 감독, <머더 미스터리>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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