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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SF & Fantasy

클래식 테마파크 _ 배트맨 리턴즈, 팀 버튼 감독

그냥_ 2020. 7. 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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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샘 레이미' 감독 작 『스파이더맨 트릴로지』의 가장 큰 의의는 이전까지 어린아이들을 타깃으로 한 역할극 정도로만 취급되던 슈퍼 히어로물이 현실적이고 철학적인 상업 영화로 재해석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보단 '피터 파커'의 댄스로 기억하시는 분들이 더 많겠지만요.

 

 

 

 

 

 

 

 

'팀 버튼' 감독,

『배트맨 리턴즈 :: Batman Returns』입니다.

 

 

 

 

 

# 1.

 

『스파이더맨 트릴로지』의 대성공 이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를 지나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에 이르는 동안 어느새 슈퍼히어로물이라면 당연히 높은 현실성과 사회철학적 메시지를 갖추어야만 하는 것처럼 인식이 바뀌고 말았습니다. 현실의 스트레스를 벗어나 가볍게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슈퍼 히어로물들이 되려 쓸데없이 육중해지고 엄숙해지고 만 셈이죠. 때문에 가끔은 샘 레이미 이전의, 본연의 슈퍼히어로물이 그리워질 때가 있습니다.

 

'팀 버튼'의 배트맨은 이 갈증을 채워주기에 안성맞춤인 작품이죠.

 

 

 

 

 

 

# 2.

 

개성적이고 동화적인 히어로와 빌런들의 캐릭터쇼입니다. 본래의 슈퍼히어로물들이 가지고 있던 세심하게 어루만지는 동심과 가슴 뛰게 만드는 흥미진진한 분위기와 순수한 존재들의 서정성이 가득합니다. 사회과학 논문의 상업적 구현이 아닌 꿈과 모험이 가득한 테마파크의 이상향입니다. '팀 버튼'이 쌓아 올린 오래된 놀이동산은 30년이 지난 2020년의 지금에도 충분히 유효합니다. 이 영화의 매력은 분명, Classical 보다 Classic 에 가깝습니다.

 

 

 

 

 

 

# 3.

 

지금의 관객들에겐 보다 익숙할 강력한 플롯의 기반 위에 구성된 쫀쫀한 이야기는 이 영화엔 어울리지 않습니다. 화려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이들을 최대한 북돋우는 만화적 연출을 동력으로 삼습니다. 이야기는 친절하고 표현은 안전합니다. 움직임과 대사 모두 풍부하고 상냥합니다. 액션 시퀀스 역시 치열하고 치밀하게 설계된 현장감보다는 유쾌하고 희극적인 서커스에 가깝게 그려집니다.

 

 

 

 

 

 

# 4.

 

시스템에 짓눌린 결정론적 절망감에 뿌리를 둔 현대의 사회과학적 공포와는 달리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고전적 공포의 매력이 오랜 향수를 자극합니다. '팀 버튼' 특유의 와락 품어주고 싶게 만드는 모성을 자극하는 연약함은 이 작품에서도 유효합니다. 사회적인 면에서나 개인적인 면에서나 화려환 외관의 이면에 가려진 버려진 존재들의 어둠과 그 어둠 속 그늘에 깃든 '공포'와 '슬픔'과 '연민'을 적절한 균형감으로 그려냅니다. 

 

 

 

 

 

 

# 5.

 

물질적-사회적 권력과 욕망의 비인간성을 대변하는 '맥스 슈렉', 도구적 성역할론의 폭력과 스트레스를 대변하는 '캣우먼', 유년기에 멈춰버린 왜곡된 인격의 고독감을 대변하는 '펭귄맨'을 빌런으로 놓고 그들 사이를 오가며 주인공 '배트맨'이 대립하는 구도입니다. 만, '배트맨'은 그저 배역으로서의 주인공이기만 할 뿐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세 빌런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괴랄한 세 정신병자들이 자유롭게 날뛰는 가운데 그나마 덜 정신병자인 갑부 아저씨가 안정적으로 이들을 뒷받침합니다.

 

 

 

 

 

 

# 6.

 

네 명의 주요 캐릭터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개인적, 철학적, 경제적 충돌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기대보다 더 풍부합니다. 각자는 이해관계에 따라 다각적으로 대립하기도 하고 협력하기도 하고 또 연대하기도 합니다. 모든 사건의 원흉인 '맥스'의 동기가 '아들 사랑'이라는 아이러니. '펭귄맨'의 폭력성과 대비되는 유아적이고 원초적인 아이템들. '캣우먼'의 억압된 소녀상을 때려 부수는 동안의 박력과 '펭귄맨'의 장엄한 최후는 지금의 기준에서도 전혀 촌스럽거나 부족하지 않습니다.

 

각 캐릭터들이 대변하는 관념들은 편의적으로 동물들에 대응되어 있는데요. '캣우먼'은 당연히 고양이, '펭귄맨'은 당연히 펭귄, '배트맨' 역시 당연히 박쥐입니다. 다만, '맥스'의 비인간적 욕망에 대응되는 동물이 군집해 있는 '인간'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네요.

 

 

 

 

 

 

# 7.

 

배트맨 시리즈에서 주인공보다 빌런이 더 매력적인 건 유구한 전통입니다.

 

이 영화 최대의 매력은 역시 단연 '미셸 파이퍼'라 해야겠죠. 화면을 넘어 뻗어 나오는 '미셸 파이퍼'의 양면성과 매력과 서정성과 액션 모두 환상적입니다. 징그러운 박쥐 아저씨를 밀어내고 메인 빌런을 해치우는 화려한 피날레를 접수할 자격이 충분하다는 걸 배우 스스로 증명합니다. 누나, 나 죽어.

 

 

 

 

 

 

# 8.

 

쉬운 영화고 편안한 영화입니다. 동시에 충분히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왜 배트맨과 관련된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30년도 더 된 '팀 버튼'의 이름이 소환되는 건지 확인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폭우가 쏟아지는 어두침침한 장마철에 하늘을 뒤덮은 박쥐와 우아한 걸음의 검은 길고양이와 지하도를 가득 메운 펭귄은 최고의 선택이죠. '팀 버튼' 감독, 『배트맨 리턴즈』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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