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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es/Horror

이유있는 자신감 ⅰ _ 드라마 킹덤 시즌2, 김성훈 / 박인제 감독

그냥_ 2020. 3. 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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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전 시즌의 리뷰 와는 달리 이번 시즌은 화 별로 짧게 짧게 이야기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이전 시즌이 넓고 평탄하게 설정과 인물을 나열하고 소개하는 시즌이었던 것에 반해 이번 시즌은 인과를 바탕으로 서사를 쭉 뽑는 시즌이기 때문이죠. 아, 물론 하나의 글로 정리하자니 귀찮기 때문인 것도 맞습니다.

 

 

 

 

 

 

 

 

'김은희' 작가, '김성훈', '박인제' 감독,

『킹덤 시즌 2 :: Kingdom season 2』 입니다.

 

 

 

 

 

# 1.

 

1화 _ 풀 액셀

 

전 시즌의 호평과 인기에 조금 더 자신감을 얻은 걸까요. 한국적인 것이 발목 잡는 게 아니라 신선함으로 먹히는구나라는 걸 확인한 제작진이 조금 더 과감해진 듯한 인상입니다. 액션물, 좀비물, 정치극 등의 보편적 장르를 코어로 삼았던 전 시즌에 비해 이번 시즌은 토속적 문화와 오컬트를 조금 더 끼얹어 차별화된 <킹덤> 고유한 분위기와 특색을 만드는 데 힘을 싣는 느낌입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연출되는 혈흔이나, 소머리 따위로 제를 지내는 모습, 성벽에 일렬로 매달려 피를 떨어트리는 '안현 대감'의 노복奴僕 등은 이전과는 달리 상당히 제의적이면서 또 장르적이죠.

 

다릿심을 꽉 주고 내딛는 느낌입니다. 쓸데없이 뜸 들이지 않고 전 시즌의 마무리를 곧장 받아내는 박력 있는 액션, 보다 과격하고 역동적인 좀비들의 움직임, '조학주'가 등장하는 순간의 차가운 정치극과, '서비'를 중심으로 하는 심리 스릴러. 인물 간 신뢰관계를 둘러싼 드라마와, '조범팔'로 대변되는 코미디에, 오컬트까지. 다양한 장르적 요소들이 체감상 거의 균일한 배분 하에 전개되며 극의 성격을 다시 환기하는 동시에 템포를 차근차근 끌어올립니다. 착 착 착 착 빨라지는 기차 소리처럼 말이죠.

 

이전 시즌이 사건의 배경과 인물의 소개이자, 볼륨을 전국적으로 확장하는 가운데 무수히 많은 떡밥을 난사하는 파트였다면, 이번 시즌은 그렇게 뿌려진 떡밥들을 회수하며 서사를 쭉쭉 뽑아낼 것이라는 걸 첫 화에서부터 분명히 합니다. 이전 시즌의 매력이 촘촘한 설정과 유려한 심미성 위에 세워진 캐릭터쇼의 다채로움에 있었다면, 확실히 이번 시즌은 서사를 쭉쭉 뽑아내는 동안의 속도감과 숨겨둔 내막이 펼쳐지는 순간의 통쾌함과 액션의 다이내믹에 있습니다.

 

 

 

 

 

 

# 2.

 

대사는 여전히 참 찰지다는 생각입니다. 일상적인 대사와, 복선과 떡밥을 전달하는 대사가 불필요한 집중력을 들이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구분되는 가운데, 쓸데없는 현학적인 겉멋 없이 효과적으로 작동합니다. '생사초'를 가지고 있는 '서비'를 만난 '조학주'가 자신 역시 생사초에 대해 다 알고 있는 상황에서 네가 어찌 알게 되었느냐 묻는 대사들은 그 좋은 예라 할 수 있겠군요. 일상적인 언어와 꼬여있는 대사 간의 구분이 명확한 가운데 의도대로 정확히 작동한다는 건 그만큼이나 작가의 언어구사력이 탁월하다는 뜻일 겁니다. 『킹덤』 다음에 리뷰할 생각인 『윤희에게』를 막 보고 난 이후라 편안한 대사가 더욱 맛있게 느껴지는군요.

 

화면의 고급진 때깔과 한국적 곡선미와 그 가운데 숨은 기하학적 구도의 아름다움은 이번 시즌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전 시즌에서도 감독이 선사했던 심미성은 이번 시즌에도 여전합니다. 할리우드식 돈지랄류 '화려한 눈뽕'과는 다른 결의 한국 영상 예술 콘텐츠 특유의 '미술적 눈뽕'은 확실히 고유한 영역을 가집니다. 역시 기대작은 뭐가 달라도 다르군요.

 

 

 

 

 

 

# 3.

 

2화 _ 탈룰라

 

두 번째 화부터 '박인제' 감독으로 바뀝니다. 영상의 구도를 활용한 미장센에 감화가 잘되는 개인적인 취향 상 이전의 '김성훈' 감독의 스타일이 상당히 맘에 들었었기에 살짝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섣부른 선입견으로 스스로의 감상을 망치는 건 어리석은 일이죠. 쓸데없는 생각 말고 보고 나서 평가하도록 합시다. 1화에서부터의 빠른 전개에 대한 추측은 2화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내 확신이 됩니다. 2화에서부터 대단히 과감한, 아니 과감하다는 표현조차 소심해 보일 정도의 과격한 전개가 이어집니다. '무자비'하다는 게 더 적절해 보일 정도죠.

 

'아무리 그래도 안전한 사람들은 안전할 것이다'라는 나이브한 기대는 초장부터 개박살이 납니다. 드라마가 관객을 한 손에 틀어쥐고 마구잡이로 휘두릅니다. 1화에서 '진선규'의 '덕성'이 리타이어 한데 이어, 2화에서 '허준호'의 '안현 대감'이 리타이어 합니다. 리타이어 하는 과정에서 약간 질척거리는 느낌도 없잖아 있지만, 뭐 사제 간의 마지막에 이 정도 감정선은 충분히 있을 수도 있죠. 여하튼 선악의 치열한 대결 구도가 전개되리라는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힘의 밸런스가 일순간에 무너져 내립니다. 전 화에서 차곡차곡 쌓았던 것들을 한화도 채 지나지 않아 와르르 무너트리는. 장르적 쾌감의 롤러코스터군요. 이런 식의 내달림은 그 자체로 효과적이긴 합니다만, 문제는 이후의 전개가 충실히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냅다 절정을 앞당기는 셈이라 마무리에서 급격히 힘이 빠질 수도 있다는 거겠죠.

 

세자 '창' 쪽이 초토화되는 동안 드라마의 분량을 어영청 쪽이 자연스레 이어받으며, 관객의 관심과 기대 역시 어영청 쪽으로 자연스럽게 넘깁니다. '어영청이 중요하다.' '전방이 초토화되는 동안, 후방에서의 어영청이 일발 역전의 단초를 제시하겠구나'라는 자연스러운 추측을 하게 만들어 놓고선...

 

 

 

 

 

 

# 4.

 

좀준호로 탈룰라를 시전 합니다!!!

 

더군다나 좀준호가 그 누구보다도 안전해 마지않을 거라 생각했던 '조학주'를 물어뜯으며 화가 마무리됩니다. 이 간결하고 파격적인 전개 하나로, 1. 어영청을 활용한 성공적인 낚시와 2. 좀준호의 충격적인 비주얼과 3. 주인공 '창'마저 결코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겁박과 4. 힘의 극단적인 역전을 통한 차후 전개의 실마리까지 동시에 챙깁니다. 작가는 미친 걸까요?

 

이건 퀄리티 문제가 아닙니다. 이야기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어떻게 꼬아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할 것인가 이전에 순간순간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동안의 관객이 어떤 걱정과 어떤 기대를 하고 있을지, 그 마음을 훤히 꿰고 있는 느낌입니다. 작품에 대한 신뢰와 작가에 대한 신뢰가 한층 급상승합니다. 이 드라마를 보는 동안 자유롭게 상상과 추측을 하며 마음껏 뛰놀아도 좋을 것이라는 확신을 이 지점에서 했습니다. 내가 아무리 마음대로 본능이 이끄는 대로의 상상의 나래를 펼쳐도, 작가가 그 이상의 무언가를 준비해 놓았을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됩니다. 이제 2화인데요. 아직 4개 화가 남았는데요. 누나, 나 죽어.

 

 

 

 

 

 

# 5.

 

3화 _ 이유있는 자신감

 

속도감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전혀 접점이나 단서가 없던 '왜'의 무장이 등장하며 '더'에 '더'를 더해 나갑니다. 화려한 액션장면을 리와인드로 확 감아서 표현하는 대목에서 집중력이 확 살아납니다. 전 감독이 구도를 보는 눈이 좋았다면 이번 감독은 영상 연출이 특기인 걸까요. 작품과 함께 내달리는 동안 장르는 전혀 다르지만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베이비 드라이버』나 '데미언 샤젤' 감독의 『위플레시』, 혹은 시즌 1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의 『끝까지 간다』와 같은 작품들의 속도감과 긴장감마저 문득 떠오르는군요.

 

잘 만든 반전물들의 그것처럼 역시나 떡밥은 교묘하지만 실체는 간결합니다. <3년 전 '왜'가 쳐들어 왔고, 환자들을 갈아 넣어 좀비로 만들어 왜를 막았다. '조학주'가 말한 '안현 대감'이 자신을 배신할 수 없는 이유는 이에 대한 원죄 때문이다.>라는 거죠. 이전까지 쌓아왔던 '안현 대감'의 일관된 도덕성을 지키면서 동시에 자신이 했던 행동에 대한 책임까지 해소하는, 영리한 서사입니다. 실체를 설명할 때는 떡밥에 떡밥을 얹어가며 질질 끄는 게 아니라, 화끈하고 깔끔하게 공개합니다. 어차피 메인 서사에서 자신감이 있다는 거겠죠. 다만, 이쯤 오니 슬슬 지칩니다. '진선규'의 죽음과 '좀준호'와 '일본 장수'를 지나 '연날리기'까지 등장하고 보니 집중력이 간당간당하려는 찰나!

 

출산 메타로 상황이 전환되며 급격히 내달리던 드라마는 서사적 톤다운을 시도합니다. 쉬어가라는 거죠. 죽입니다. 이게 웰메이드죠. 관객의 심리상태에 대한 작품이 보일 수 있는 이 정도의 밀착감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 이후로 오랜만이네요.

 

 

 

 

 

 

# 6.

 

3화는 결국 좀준호의 내막과 '무영'의 배신으로 요약됩니다. 사실, 배신자가 존재한다는 건 확실했고, 배신자는 '안현 대감' 아니면 '무영'일 수밖에 없었다는 걸 감안할 때, 좀준호의 리타이어와 내막에 대한 설명은 곧 '무영'의 배신과 동의어라 할 수 있습니다. 관객도 연출자도 모두 알고 있죠. 이런 경우에 어설픈 감독들은 생명력이 다한 캐릭터를 억지로 붙잡아 질질 끌고 다니며 '사실은 배신자가 아닐 수도 있지 않지 않을 수 있지 않지 않을까?' 라며 관객에게 의심을 구걸하곤 합니다만, 다행히 이 드라마에 그런 조잡함은 없습니다. '무영' 역시 캐릭터의 동력이 떨어져 가는 찰나 마지막 불꽃을 화려하게 불태우고 연출의 충분한 존중과 배려와 함께 장렬히 리타이어 합니다. 이 마지막의 '김상호'의 연기는 굳이 집어 이야기 할만큼 참 좋습니다. 어떤 수사보다도 '좋습니다'. 유쾌하고 촐싹 맞은 배역을 자주 하지만, 간혹 진중하고 솔직한 감정 연기를 할 때의 눈이 참 아름다운 배우죠. 『텐』에서의 '백독사'도 참 좋아했는데. OCN 뭐 하냐.

 

다만, '조학주'가 골골대기 시작하면서 악역으로서의 무게추를 대신 짊어지게 된 중전이 아직은 충분한 연출의 조력을 받지는 못한다는 인상입니다. 그렇다고 개인기로 돌파하기를 기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중전마마의 지략에 대해 궁녀가 이야기는 하는데 무슨 지략? 이라며 갸우뚱 하게 됩니다. 작가는 이 문제, <메인 빌런의 중량감>이란 문제를 이후 어떻게 풀어낼까요?

 

 

이유있는 자신감 -2- [드라마 킹덤 시즌2, 김성훈, 박인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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