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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Action

이 영화는 해로운 영화다 _ 6 언더그라운드, 마이클 베이 감독

그냥_ 2020. 3. 2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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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라는 걸 꼭 개연성을 기준으로 봐야 하는 걸까. 말이 좀 안 된다는 게 그렇게 큰 흠인 걸까. 입체적이면서 일관된 캐릭터와 풍부한 주제의식이란 게 그렇게나 중요한 걸까. 디테일이 꼭 살아 있어야만 하나. 화려하고 번쩍번쩍하면 적당히 좋은 거 아닐까. 세간의 평론가 놈들이 주입한 선입견에 휩싸여 있었던 건 아닐까. 머릿속에 '이동진'의 빨간 안경이란 마구니가 든 것은 아닐까. 갓동님께서 지금껏 김치찌개를 끓여 주셨는데 여태껏 된장찌개 맛이 나지 않는다고 혹평을 한 것은 아닐까.

 

그래서 이번엔 의식적으로 개연성을 ㅈ까라 하고 영화를 봐보려 합니다. 그러다 보면 갓동님의 눈높이에서 영화를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르죠.

 

 

 

 

 

 

 

 

'마이클 베이' 감... 아니 갓동님,

『6 언더그라운드 :: 6 Underground』입니다.

 

 

 

 

 

# 1.

 

갓동님께선 시작부터 자비가 없으십니다. 카메라를 가만히 두면 뒤지는 병이 걸린 건가 싶을 정도로 화면은 미친 듯이 굴러갑니다. 미국 보수주의 냄새가 물씬 풍겨오는 거룩한 자유 드립과, 198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트렌디한 말장난 대사와 함께 초장부터 비행기를 한 대 시원~하게 해 드시죠.

 

어디 보자. 자유 나왔고 말장난 나왔고 비행기 나왔으면 그것들도 나올 때가 됐는... 그렇죠. 자동차 나오고 여자 신음소리 나오고 총기 빵야빵야 나오셔야죠. 갓동님께선 자신이 누군지 뭐하는 놈인지 뭘로 여기까지 올라온 놈인지를 정직하게 보여 주십니다. 미친 듯이 돌아가는 화면, 터져나가는 비행기, 자랑스러운 미국 뽕, 화려한 카체이싱 그리고 섹시한 여자를 둘둘 감아 넣은 오감의 폭탄. 여기까지가 영화 시작 3분 30초입니다.

 

 

 

 

 

 

# 2.

 

자동차 한 대를 찍어도 운전석의 바스트 샷, 조수석의 바스트 샷, 뒷좌석 섹시한 누나 얼굴 옆에 찰싹 붙어 찍는 샷, 대체 카메라를 어디다 둔 건지 모를 가랑이에서 올려다 찍는 샷까지 온갖 방향의 화면을 쉴새 없이 말아댑니다. 시간대와 장소를 설명하는 간단한 자막 하나조차 온갖 효과로 쳐덕쳐덕 발라두시죠.

 

두 사람이 마주 앉아 고요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조차 ⑴ 질렌할의 정면샷, 상대의 정면샷, 질렌할을 잡는 풀샷, 왜 때문인지 도무지 모를 가구에 숨어서 몰래 여자를 찍는 샷, 테이블 위에 놓인 전화와 배경의 질렌할을 함께 잡는 샷, 대화 상대의 어깨 넘어 찍는 오버 더 숄더, 이쁜 칼잡이 누나를 담는 클로즈업까지. 총 7대의 카메라를 고이 접어 나빌래라. 긴박한 상황을 쿨하고 췰하게 보이고 싶어 안달 난 허세 대사들 역시 그놈의 'Fuxx'과 'Shxx'에 뒤범벅되어 있는 건 덤이구요. 여기까지는 5분.

 

 

 

 

 

 

# 3.

 

그렇죠. 헬기 뜨셔야죠. 갓동님께선 비행기보다는 파닥거리는 맛이 있는 헬기를 더 좋아하시죠. 이탈리아 도심 한복판의 2차선 도로를 달리느라 느려 터진 레이싱 속도를 만회하기 위해 미친 듯이 역주행하는 카메라들 위로, 내가 지금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건지 발리우드 영화를 보는 건지 고민하게 만드는 경악스러운 초현실 자동차 액션이 펼쳐집니다.

 

나자빠지는 수녀님의 우렁찬 가운데 손가락과, 차에 치여 날아가는 자전거와, 득점이라도 성공한 듯 자랑스레 걸리는 자막에 곁들여 앞서서부터 지치지도 않는지 꾸준히도 치는 말장난들이 안 그래도 없는 정신머리를 더 어지럽게 만듭니다. 다 큰 남자들은 시원~하게 밀고 지나가도 되지만 아기와 강아지는 지켜야 하는 가운데,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는 정신 나간듯한 슬로 모션이 미친 듯이 남발하며 관객의 목을 조르죠. 그 와중에도 발정 난 관객들이 혹시나 지루해할까 봐 스쿠터 탄 이쁜이 누나 몸매는 또 정성껏 한번 훑고 아니, '핥고' 지나가 주십니다. 여기가 9분.

 

 

 

 

 

 

# 4.

 

해외 유명 관광지 로케하느라 돈 겁나 썼다는 티를 팍팍 내며 두오모를 중심으로 한 이탈리아 피렌체의 전경을 잠시 자랑하기 무섭게, 아직 소개받지도 못한 웬 미친놈이 '성룡' 빙의해 건물 벽을 달려 내려옵니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넘을 때면 굳이 사운드를 죽이며 '여기가 네가 긴장해야 할 타이밍'이라고 친절하게 설명을 달아주시지만, 그 외의 모든 순간엔 온갖 음악과 사운드 이펙트가 쳐덕쳐덕 발라져 있죠.

 

매 순간마다 때마침 액션을 위해 딱 준비해 둔 듯한 작위적 트릭이 마련되어 있고, 악당을 따돌리며 도망가는 길가엔 왠지 모를 신랑 신부가 언제나처럼 결혼을 하고 있습니다. 시신경 채로 떨어져 나온 눈깔을 들고 똥구멍을 찾는 개막장 개그와, 그걸 또 스마트폰 동체 인식용으로 쓰는 개막장 전개의 콜라보레이션이 어처구니를 화끈하게 승천시킵니다. 여기까지 13분 30초.

 

그리고 저는

여기서 영화를 끄고 한숨 자러 갔습니다.

 

 

 

 

 

 

# 5.

 

농담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지만 한숨 자러 갔다는 말은 거짓이 아닙니다. 진짜 너무 지쳐서 영화를 멈춰 세우고 잠시 눈을 감았다가 자고 말았거든요. 분명 전날 특별한 일이 없어 꿀잠을 잘 잣는데요. 아직 상쾌한 낮의 오후였는데요.

 

'마이클 베이' 갓동님은... 어르신께 이런 말 해서 죄송하지만... 그냥 미친놈 같습니다. '개연성이 없다', '시나리오가 부실하고 허술하고 억지스럽다', '연출이 촌스럽고 말초적이고 과잉되어 어지럽다'라는 비판을 들으면 보통의 사람들은 개연성을 마련하거나 시나리오를 보강하거나 연출을 개선합니다만 우리의 갓동님은 보다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방식을 찾으신 듯합니다.

 

 

"아, 이 새끼들이 내 영화를 보면서 그딴 쓸데없는 생각을 할 여유가 있었나 보네?

그럼 영화를 더 개막장 과잉으로 조져버리면 그딴 생각조차 못하겠지?!

역시 난, 천 ★ 재"

 

 

 

 

 

 

 

# 6.

 

이 영화에 비하면 ADHD 걸린 꼬마아이는 청담동 며느리가 됩니다. 이 영화에 비하면 3대 지랄견은 골든 리트리버보다 얌전해집니다. 영화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필요 이상으로, 아니 필요라는 걸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것처럼 과잉되어 있습니다. 모든 것이 강박적일 정도로 엇갈려 교차하며 중첩됩니다. 여기서의 '모든 것'은 영상, 연출, 구도, 구성, 인물, 배치, 음향, ost, 대사, 공간, 서사 등등의 영화를 구성하는 데 요구되는 모든 것을 말합니다.

 

모든 상황은 실소조차 나오지 않을 만큼 엉망진창입니다. 단순히 어지럽다는 수준이 아닙니다. 어지간히 화면 말아대는 정신착란적 스타일리스트 감독들의 영화들도 제법 봤습니다만 이 영화는 차원을 달리합니다. 과잉의 과잉의 과잉이 2시간 여의 영화 전반에 걸쳐 펼쳐집니다. 액션 시퀀스에 돌입한다 싶으면 눈을 어디 한 군데 두는 것은 포기하시는 게 편합니다. 영화를 보다가도 30분에 한 번씩은 창문을 열어 지나가는 구름을 보고 눈을 쉬게 해 주시길 권합니다. 어지간하면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끼고 영화를 보시지 않는 걸 권합니다. 이 영화의 영상과 소리는 시각과 청력에 좋을 리가 없습니다.

 

 

 

 

 

 

# 7.

 

보통 적당히 짠 음식을 먹으면 음식 맛이 없다 느끼지만 너무 짠 음식을 먹으면 건강을 걱정하게 되는데요. 이 영화가 정확히 그러합니다. 과잉에 어지럽다, 영화가 별로다, 라는 문제가 아니라 이걸 다이렉트로 보고 나면 눈과 귀와 정신 건강을 걱정하게 됩니다. 음... 어지간하면 보지 마세요. 저는 빌어먹을 강박증 때문에 억지로라도 다 보긴 했습니다만 여러분은 굳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으실 것을 권합니다. 영화고 지랄이고 간에 이 과잉은 '건강에 해롭습니다'. 작정하고 '마이클 베이'한 영화, 『6 언더그라운드』 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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