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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es/Horror

이유있는 자신감 ⅱ _ 드라마 킹덤 시즌2, 김성훈 / 박인제 감독

그냥_ 2020. 3. 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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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있는 자신감 ⅰ _ 드라마 킹덤 시즌2, 김성훈 / 박인제 감독

# 0. 전 시즌의 리뷰 와는 달리 이번 시즌은 화 별로 짧게 짧게 이야기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이전 시즌이 넓고 평탄하게 설정과 인물을 나열하고 소개하는 시즌이었던 것에 반해 이번 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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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4화 _ 조범팔

 

『기생충』도 그렇고 온갖 장르를 버무리는 게 요즘 트렌드인 걸까요. 『킹덤』 역시 오컬트, 좀비, 액션, 드라마를 지나 이번엔 타임어택 레이스에 살짝 발을 걸칩니다. '조학주'의 뒤를 쫓는 '창'의 물리적 추격전과, '중전'의 음모와 어영청의 수사 사이의 서사적 추격전을 동시에 내달립니다.

 

전편의 글을 '빌런의 중량감을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하다'라는 말과 함께 마무리했었는데요. 작가는 뜬금 연가시 메타와 함께 '조학주'를 부활시키는 것으로 풀어갑니다. 부활한 '조학주' 아니, 이 순간엔 배우 '류승룡'이 지배하는 분위기는 가히 압도적입니다. 『다크 나이트』의 '투페이스'처럼 얼굴 한편이 찢어져나간 상태로 짓는 울분에 찬 표독스러운 표정이 그 자체로도 충분히 위압적이거니와, 이 인물이 조금 더 노골적으로 야욕과 분노를 표출하리라는 것에 대한 은유가 될 수도 있겠군요. 우왕좌왕하는 대신들을 단번에 제압한 '조학주'. 대신들의 모습을 넓은 화각에서 훑어 올라온 카메라를 "이견 있으십니까?"라는 멘트와 함께 정면으로 응시하는 연출은 대단히 효과적입니다. 이 캐릭터가 극 안에서의 다른 배역뿐 아니라 극에 몰입한 '관객의 이견'마저 압도하도록 합니다. 배우의 연기력과, 작가의 구상과, 감독의 연출이라는 삼박자가 완벽히 맞아떨어지며 '조학주'라는 희대의 악역을 완성해 냅니다.

 

'전석호' 배우의 '조범팔'은 극 중에서는 그리 큰 대접을 받지 못하는 캐릭터이지만, 서사가 굴러가는 데 있어선 어떤 면에서 '창'이나 '조학주' 등의 주연급만큼이나 중요한 인물입니다. 꿈도 희망도 없는 절망적 디스토피아에서 최소한의 드라마적 온기를 '무영'이 충당한다면 이 인물은 최소한의 쉬어갈 코미디를 전담하고 있다는 면에서도 그러합니다만, 동시에 '조학주'와 '창' 두 세력이 단순히 힘겨루기 하는 구도를 벗어나 양쪽 모두에 발을 걸치고 있으면서 양쪽 모두의 계획을 탈선시키는 중요한 변수로서도 역할하고 있기 때문이죠. 문제는 두 세력 간의 선악이 명확한 상황에서 악역의 계획이 틀어지는 거야 그렇다지만, 선역의 계획이 틀어지는 것은 관객의 입장에서 그리 유쾌하지 않다는 건데요. 관객에 따라선 '조범팔'의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밉상 발암캐의 그것으로 느낄 수도 있습니다.

 

 

 

 

 

 

# 8.

 

전 그런 '조범팔'을 만들어 가는 걸 보며, ''김은희' 작가는 모르긴 몰라도 참 좋은 사람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신이 만든 가상의 캐릭터마저 섬세히 아끼는 사람이 나쁜 사람은 아닐 테니까요. 작가는 이 인물을 다루는 데 있어 설정의 쓰레기통처럼 쓰지 않습니다. 귀찮고, 불편하고, 나쁘고, 욕먹어도 좋은. 지저분한 설정들을 몽땅 뒤집어 씌우는 무책임함이 적어도 이 작품엔 없습니다. 작가는 '조범팔'에게 불편한 일을 시키면서도 그 불편한 일에 대한 납득할만한 이유를 충분히 공을 들여 설명하면서, 동시에 이 인물의 행동이 결과적 유익함으로 이어지는 '보상'을 마련하는 데 결코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조학주'는 여러 면에서 '조범팔'의 도움을 받고 그만큼 '창'은 방해받지만, 동시에 극의 핵심 중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서비'가 마치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처럼 주요 서사로부터 벗어나 독립적이면서도 압도적인 운신의 폭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온전히 '조범팔'의 공이죠.

 

전 시즌 이후로 다시 볼 일 없을 줄 알았던 목 잘려 나간 약쟁이가 잠시 짜증 나게 얼쩡거린 후. 작가는 과감하게 '중전'의 손으로 '조학주'의 퇴장각을 봅니다. 죽었다 살아나면서까지 압도적인 푸시를 받았던 '조학주'를 '중전'이 극적으로 독살하면서 그 압도적인 푸시를 고스란히 이어 붙이려 합니다. 동시에, '조학주'가 선역 파티의 누군가에게 당하지 않음으로써 완성된 악역 캐릭터에 상처를 입히지도 않으려 하구요. 개인적으론 '중전'의 선택 자체에 있어선 그럴 수 있다 봅니다만, 이건 상황 전환이 빨라도 너무 빠른 것 아닌 가 싶은 생각은 있습니다.

 

급격히 내달린 드라마를 방계의 왕족 '원유'와 함께 강태공 메타로 한번 환기하는 것을 끝으로 4화는 마무리됩니다. 이 인물은 작가의 성향을 볼 때, 쉬어간다는 기능적인 부분 외에 서사적으로도 활용하리라 기대되는데요. 역시나 6화의 마지막 왕의 대부로서 궁으로 들어가는군요. 궁궐에 남은 유일한 왕족이라. 다음 시즌에서의 활약을 기대해봐도 좋겠네요.

 

 

 

 

 

 

# 9.

 

5화 _ 사이다

 

이제 2개 화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양 쪽 진영의 인물들 역시 제법 많이 정리되었네요. 이번 시즌에서는 4개 화를 지나왔지만, 전 시즌부터로 생각하면 총 12화 중에 10개의 화를 지나왔다 볼 수 있습니다. 말인즉, 흐름 상 정리 국면이라는 거죠. 좀비물로서 차곡차곡 쌓아왔던 긴장과, 정치극으로서 차곡차곡 쌓아왔던 스트레스를 이제는 슬슬 해소해야 합니다. '중전'이 '조학주'를 독살함으로 인해 드라마에서의 중량감을 이어받아올 수는 있지만, 좀비가 창궐한 조선에서 정치력을 이어받을 수는 없습니다. '조학주'의 카리스마로 지탱되던 그의 킹덤은 일순간 허망하게 무너져 내립니다.

 

궁으로 돌아온 '창'과 군사들의 모습이 제법 멋들어 집니다. '박병은' 배우의 어영 대장 '민치록' 등이 호위한 세자의 모습은 마치 히어로물을 보는 것만큼이나 장르적입니다. '조학주'를 살려주고 '서비'를 위험하게 한 데 대한 '조범팔'의 업보를 깔끔하게 청산하는 것 역시도 잊지 않죠. 하지만 동시에 희망적인 그림으로 관객의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들었다 냉혹하게 꼬꾸라트리는 게 이 드라마의 고정 루틴이라 찝찝한 생각 역시 하게 됩니다. 아직 6화가 남기도 했구요.

 

 

 

 

 

 

# 10.

 

그리고 역시나 예상은 적중합니다. 작가는 피날레로 자폭 메타를 가져옵니다. 그래요, 이거죠. 자기 아비도 독살해버린 '중전'이 어설프게 책략을 마련하려 들었다면 정말, 정말 실망스러웠을 겁니다. 이후엔 쏟아져 내리는 궁중의 좀비와 치르는 마지막 혈투가 펼쳐집니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사이다가 폭발합니다. 이전의 화려하고 속도감 있는 진행들을 몽땅 차치하고서라도, 이 후반부의 시원시원한 물량전 만으로도 이 작품은 나름의 분명한 가치를 가집니다. KBS의 시청률이 박살 나면서 정통사극이 뒤진 마당에 이 정도로 다수의 엑스트라를 동원한 물량 씬은 쉽게 보기 힘들죠.

 

다만, 좀비가 몰아닥치는 마당에 중전이 용상에 가만히 앉아 있고 그걸 주변 인물들이 내버려 둔다는 게 설정 오류처럼 보이기도 하고,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게 미묘합니다. 직관적으로 말도 안 된다 싶은 게 핍진성은 분명 벗어나는듯한데, 좀비가 날뛰는 와중에도 절차 따지고 법도 따지고 자빠져있을 조선의 꼬라지를 생각하면 개연성에는 또 부합하는 것도 같거든요. 아참, 그리고 얘기 나온 김에 사족을 하나 더 달자면, 전 시즌에 욕을 많이도 들었던 '중전' 역의 '김혜준' 배우의 연기도 매우 좋았습니다. 아비를 넘어설 때의 광기와 용상에 앉은 '중전'의 모습과 그 최후는 '조학주'의 무게감 못지않았네요.

 

 

 

 

 

 

# 11.

 

6화 _ 사이다 리필, 전지현 추가요

 

마지막 화 역시 5화에서의 다채로운 사이다 액션이 고스란히 이어집니다.  <지붕 위에 좀비가 올라온다>라는 단순한 상황 하나를 위해서 1. 좀비는 스스로 지붕 위로 올라갈 지능이 없다. 2. 지붕 위를 달리던 사람이 발을 헛디뎌 떨어진다. 3. 좀비가 몰려 둔덕을 만든다. 4. 몰려든 좀비로 인해 길이 생기자 좀비가 지붕에 올라온다.라는 개연성을 확보하려 노력합니다. 이걸 보면서 『창궐』의 마지막 두 주인공이 지붕으로 올라가는 장면을 떠올리노라면 새삼스레 할 말이 없어지는군요. 화원으로 마지막 피날레를 그린 것도 너무 멋있고, 물 떡밥을 회수하는 방식도 훌륭합니다. 역시나 이걸 보면서 『창궐』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마지막 신을 떠올리노라면 새삼스레 어처구니가 승천하게 되네요.

 

액션이 끝나고 궁중의 좀비가 모조리 수장되는 시점에서, 사실 드라마는 동력을 잃었다 봐야 합니다. 감독도, 작가도, 심지어 관객도 한숨을 돌리며 집중력을 살짝 놓게 되죠. 이런 경우 대부분의 무책임한 창작자들은 이후의 수습을 나 몰라라 내던져 버리곤 합니다. 『자전차왕 엄복동』에서 레이스가 끝난 후 내 고향 금수강산에서 자전거 탄다 라는 식의 마무리처럼요. 하지만 역시나 이 드라마는 정치극으로서의 끝맺음에 심혈을 기울입니다. 왕위의 승계에 대한 갈등과 예상을 뛰어넘는 『다크 나이트』 엔딩은 이 상황에서 선택될 수 있는 가히 최선의 시나리오 중 하나라 할 법합니다.

 

『다크 나이트』 앤딩 이후는 사실상 다음, 다다음 시즌에 대한 예고편 혹은 쿠키영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음 시즌은 '창'이 궁중에서 독립됨에 따라 정치극이라기보다는 『인디아나 존스』식 어드벤처 활극으로 갈 여지가 있음을 시사하는 가운데, 어린 왕과 새로운 궁중의 인물들에 대한 밑밥 역시 아낌없이 투척합니다. 물론, '전지현'의 '아신'은 화룡점정이구요. 기복이 심한 필모그래피에서 성공작들은 죄다 <지가 이쁘다는 걸 너무도 잘 아는 액티브한 왈가닥 역>이라는 걸 생각할 때, 킹덤 차기 시즌에서의 '전지현' 역시 충분히 기대할만합니다. 그나저나, 잠깐 나와도 무지 아름답네요.

 

 

 

 

 

 

# 12.

 

... 가볍게 총평하자면, <전 시즌에 비해 인과의 얼개가 조금은 더 헐거워진 대신, 적극적인 서사적 방향 전환으로 속도감을 최대한 끌어올린 시즌>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다소 호들갑을 떠는 듯한 앞서서의 호평들과는 별개로 부분적으로 개연성에서 투박하거나 뭉개고 넘어가는 지점들이 분명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문경세재의 혈투에서 출발해 왕의 목을 베고 '좀준호'를 지나 '무영'의 최후를 거쳐 '조학주'의 부활이라는 산을 넘어 '중전'의 배신과 광기을 발판 삼아 궁중 좀비들과의 최후의 결전으로 마무리되는 서사를 6화 만에 녹여내는 건 그것대로 충분히 인정받아야 합니다.

 

코로나로 한창 전 세계가 살얼음판 위를 걷는 가운데 나온 드라마가 하필 『킹덤』이라는 게 새삼 아이러니합니다. 극 중 조선은 좀비들로 인해 큰 곤욕을 치르지만, 현실 속 저와 여러분들에게 『킹덤』의 좀비들이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하네요. 진성 영화 충이 영화를 끊고 6시간 동안 정주행 하게 만드는 드라마. '김은희' 작가, '김성훈', '박인제' 감독. Netflix 드라마 『킹덤 시즌2 』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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