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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Comedy

할리우드산 마살라 _ 센트럴 인텔리전스, 로슨 마샬 터버 감독

그냥_ 2020. 7. 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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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마살라'라 불리는 영화들이 있죠. 3시간 여에 달하는 무지막지하게 긴 런타임 동안 이쁜 누나야들과 느끼한 오빠야들이 심심하면 떼거지로 뛰쳐나와 칼군무를 추고 콧수염 휘날리는 멋쟁이 주인공이 펼치는 물리법칙 따위 깔끔하게 무시한 초현실적 액션이 난무하는 가운데 청춘 남녀의 선정적 연애담과 3대 4대를 넘나드는 대가족의 끈적한 유대감과 별을 보고 점을 치는 원시 신앙에 대한 절대적 신봉 따위의 토속적이고 또 통속적인 아이템들로부터 절대 벗어나지 않는.

 

흔히 '인도 영화'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법한 장르물들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로슨 마샬 터버' 감독,

『센트럴 인텔리전스 :: Central Intelligence』입니다.

 

 

 

 

 

# 1.

 

우리 관객들의 눈엔 다소 조악해 보이지만 사실 마살라 영화들의 괴랄함에도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는 있습니다. 공식적으론 힌디어와 영어를 공용어로 합니다만 '공식적'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수많은 토착언어가 각 지역마다 존재하는 데다, 그마저도 높은 문맹률 탓에 자막으로조차 처리할 수 없는 인도의 현실 하에서, 언어를 통해 내용을 전달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쉽게 말해 뭔 말인지 알아먹게 만들 수가 없으니 그냥 춤과 액션이라도 원 없이 즐겨라 라는 식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는 거죠. 열악한 기초 교육 탓에 다양한 삶의 양식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 또한 버겁다 보니 가족이나 연인 간의 관계와 그 사이에서의 정서라는 최소한의 통속적 범주를 벗어나지 않아야 그나마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제한적인 아이템들만이 활용됩니다.

 

'작품성'과 '완성도'와 '합리성'과 '창의성' 따위의. 일반적인 영화들이 추구하는 가치들을 구석에 처박아 두고서 그저 압도적인 범용성만을 추구한 결과 일반의 상식과는 대단히 동떨어진 장르가 탄생하게 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 2.

 

할리우드 상업 영화에 대한 썰을 풀면서 왜 이렇게 볼리우드 영화 얘기를 많이 하나 싶으신가요. 그건 바로 이 영화가 추구하는 바가 앞서 말씀드린 마살라 영화와 매우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노골적으로  소득 계층이나 사회적 계층과 무관하게 최대한의 미국인들이 부담 없이 즐기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물론 떼거지로 몰려나와 춤을 추지는 않지만요.

 

 

 

 

 

 

# 3.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코미디언 중 하나인 '케빈 하트'와,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영화배우이자 전 프로레슬러인 '드웨인 존슨'이 주인공으로 캐스팅됩니다. '케빈 하트'는 영화 내내 배역과는 무관하게 온갖 종류의 의성어와 말장난을 곁들여 가며 사실상 자신의 스탠딩 코미디쇼를 벌입니다. '드웨인 존슨' 역시 특유의 45도쯤 삐딱하게 돌아선 채 한쪽 눈썹만 한껏 추켜올리는 꾸러기 표정을 쉴 새 없이 던지며 멋들어진 근육 액션을 뽐내죠.

 

막말로 이 영화는 그냥 두 주연 배우의 개인기 쇼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감독은, 아니 '제작사'는 두 스타의 충분히 검증된 시그니처 콘텐츠를 때려 부어 최대한의 범용성을 확보하려 합니다.

 

 

 

 

 

 

# 4.

 

'케빈 하트'가 분한 '캘빈 조이너'는 고교시절엔 잘 나갔지만 지금은 별 볼 일 없는 회계사. '드웨인 존슨'의 '밥 스톤'은 왕따 당하는 불행한 고교생활을 했지만 지금은 멋들어진 CIA 요원이 된 인물입니다. 

 

학창 시절에도 잘 나가고 졸업 이후에도 잘 나가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학창 시절에는 나름 까불고 잘 나갔으나 졸업하고 난 후 평범한 어른이 되어버린 사람들과, 어떠한 내-외적 이유들로 인해 후회가 남는 학창 시절을 보난 사람들이 대부분이죠. 전자는 '캘빈'에 대한 감정이입을 통해 후자는 '밥'에 대한 감정이입을 통해 영화에 편안하게 안착하게 됩니다.

 

 

 

 

 

 

# 5.

 

자, 이제 이 영화가 왜 굳이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건지 보이기 시작합니다.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들이 싫어할 수 있기 때문이죠. 상식적으로 두 주인공의 직업이 '회계사'와 'CIA 요원'이라면 학교 생활과 졸업 이후의 삶에 대한 직접적 연결점은 대학으로부터 찾는 게 자연스럽습니다만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은 건, 대부분 수료할 가능성이 높은 고등학교 동창 정도여야 관객이 불편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6.

 

CIA는 그저 '잘은 모르지만 권위적이고 대단하고 멋진 조직' 정도의 기능을 할 뿐입니다. 되려 디테일하고 전문적인 설정은 관객을 피곤하게 하는 단점으로 취급됩니다. 작품에서 묘사하는 CIA와 그들의 작전 수행에 있어 합리성과 사실성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건 애초에 영화가 그런 것들 따위를 전혀 의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작사에게 있어 CIA는 검은색 자동차와 검은색 정장과 검은색 총과 검은색 헬리콥터를 타고 떼거지로 나타나 화려하고 호쾌한 주인공의 액션에 맞춰 마살라 영화의 군무라도 추듯 추풍낙엽처럼 얻어터진 후 결말에서 국가를 대신 해 두 주인공을 추켜세워 주기만 하면 될 뿐이죠.

 

 

 

 

 

 

# 7.

 

주요 서사는 비밀 요원 '밥'과 CIA의 추격에 휘말린 '캘빈'의 액션 활극입니다만 분량의 대부분은 술자리의 시비와 친구와의 우정과 부부 사이 시시콜콜한 갈등과 2세 계획과 같은 통속적인 아이템들로 채워집니다. 어떤 직업과 소득 수준의 삶을 살고 있든지 간에 대부분 술은 마실 테고 친구는 있을 테고 결혼은 할 테고 2세는 가질 테니까요.

 

정확히 마살라와 동일한 접근 방식이죠.

 

 

 

 

 

 

# 8.

 

'밥'은 불타는 넥타이의 시간을 칼같이 맞추고 빗발치는 총알 사이로 유유히 도망 다니고 순간이동을 밥 먹듯이 하며 고층 빌딩을 자유자재로 뛰어내립니다. 영화 속 '드웨인 존슨'의 액션은 멋있느냐 아니냐 이전에 그의 전투력은 사실상 초능력에 가깝게 그려지죠. 누차 말씀드렸잖아요. 이거 할리우드 스타일의 마살라 영화라니까요.

 

 

 

 

 

 

# 9.

 

중반부 즈음에서 주인공 '밥'의 정체를 가지고 짧게 장난질을 한 번 칩니다. <사실 이 인물이 악역인 거 아닐까?> 하고 말이죠. 하지만 영화 좀 봤다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밥'이 악당 '검은 오소리'가 아니라는 걸 직감으로 알고 있습니다. 등장에서부터 학교폭력의 피해자로 등장하는 데다 거의 우정의 화신처럼 묘사되는 주인공이 무려 '케빈 하트'와 함께 등장하는 코미디 버디무비의 주인공이 악역 일리가 없기 때문이죠.

 

그럼 왜 이 장면을 굳이 넣은 걸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영화 마니아들이 아니라 <어디 가서 영화보기를 취미라 말할 리는 없지만 어쩌다 할 게 없으면 영화나 한편 볼까?라고 생각할 수는 있을> 딱 그 정도의 절대다수 일반인들을 위해서죠.

 

미국의 평범한 관객에게 필요한 건 구태여 이리 꼬고 저리 꼰 플롯의 변주가 아닙니다. 그저 '밥'이 악당이 아니라는 걸 미리 알아챈다면 "거봐! 내 예상이 딱 맞지!"라며 한번 거들먹거릴 기회를 주거나, 악당이 아니라는 걸 간파하지 못한다면 그 나름대로 "이야~ 흥미진진한데?"라는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편안한 오락거리를 원할 뿐이죠.

 

 

 

 

 

 

# 10.

 

어찌어찌 메인 빌런 '필'이 처치된 후 마무리 국면에서 영화는 노골적으로 마살라스러운 본 작품의 의도를 쏟아붓습니다. 겨우 고교 동창회에 등장하는 멋들어진 깜장 헬기가 <굳이 동창회를 가고 싶지 않은 평범한 인생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합니다. 무려 CIA가 '캘빈'을 국가의 영웅이라 치켜세우며 관객으로 하여금 <세계 평화와 자유주의를 수호하는 그레이트 아메리칸 시티즌>의 자긍심을 고취시킵니다.

 

아내에게 건네는 진심을 담은 사랑의 반성문과, 업보 덩어리인 '트레버'에게 날리는 피플스 앨보우와, 애먼 동창들에게 밑도 끝도 없이 쏟아내는 온곡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식 훈화 말씀과, 뜨끈~하고 든든~한 시골 장터 국밥 같은 넉넉한 인심의 헐벗은 근육 눈뽕과, 미국 중산층 언저리의 영화를 보고 있을 '나'도 한대쯤은 가지고 있는 픽업트럭을 배경으로 나누는 찐한 마초적 우정과, 영화 보는 동안 먹고 남은 페퍼로니 피자와 1.5리터 콜라를 치우면서도 곁눈질에 깔깔대고 웃을 수 있게 하는 쿠키 영상까지 곁들여지면 완벽합니다.

 

 

 

 

 

 

# 11.

 

이 모든 것들이 최대한의 범용성을 위해 동원된 결과가

순이익 5200만 달러, 한화로 620억 여원이었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완성도라는 측면에서 적잖이 조악하고 괴랄한 영화라는 걸 부정하긴 힘듭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만만히 볼만한 영화 역시 아니라는 거죠.

 

대충 『러시아워』 시리즈나 『맨 인 블랙』 시리즈와 같은 첩보 + 액션 + 코미디 + 드라마 + 교훈극 + 버디무비 정도를 기대하면서 드라마와 영화 중간의 무언가를 본다는 감각으로 킬링타임 용 영화를 찾으신다면, 관객 누구에든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는 영화임엔 분명합니다. 만, 만약 영화를 신중하게 고르시는 분들이라면 감상에 앞서 이야기의 퀄리티를 점검하는 뇌의 전원은 잠시 꺼두실 필요가 있겠네요. '로슨 마샬 터버' 감독, 『센트럴 인텔리전스』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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