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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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Thriller 90

악행은 합리화될 수 있는가 _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안토니오 캄포스 감독

# 0. 테마는 선명합니다. 정당한 악행의 연쇄. 명분과 정의가 악행을 합리화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이죠. 영화에서 지칭하는 '사라지지 않는 악마'는 악의에 가득 찬 특별한 살인마가 아닙니다. 자기 명분에 한껏 충전되어 정의로운 악행을 저지르는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어느 시골마을 사람들의 살인사건으로 배경을 제한하고 이를 위해 기꺼이 오프닝 시퀀스를 할애한 건 이후 벌어지게 될 무수히 많은 선량한 악행들에 보편성을 불어넣기 위함입니다. '안토니오 캄포스' 감독,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 The Devil All the Time』입니다. # 1. 주요 인물들은 모두 각기 다른 배경과 다른 동기와 다른 성격과 다른 철학을 가진 사람들입니다만, 단 한 가지. 자기 나..

Film/Thriller 2020.10.05

싸가지 _ 에놀라 홈즈, 해리 브래드비어 감독

# 0. 무례합니다. 영화가 싸가지가 없어요. 메시지, 보다 정확히는 특정한 이념을 위해 서사와 캐릭터와 표현과 연출 심지어 관객 경험까지 복무시키는 영화입니다. 이럴 거면 왜 굳이 힘들게 영화를 하나요. 그냥 시민운동을 하시지. '해리 브래드비어' 감독, 『에놀라 홈즈 :: Enola Holmes』입니다. # 1. 현시대의 성갈등에 대한 개개인의 가치판단 여하와는 별개로 19세기 런던을 배경으로 한 여성의 자기실현은 충분히 창작자의 구미를 당길법한 소재임엔 분명합니다. 윌리엄 올드로이드의 『레이디 맥베스』와 같은 영화들은 다시 봐도 강렬하고 매혹적이죠. 하지만 당위만으론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가치를 어떻게 쟁취하고 실현하고 설득할 것인가가 본질이죠. 드라마의 감동은 특정 가치와 메시지를 쟁취하는 치..

Film/Thriller 2020.09.26

히치콕의 고양이 -2- _ 39계단,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이전글 : 히치콕의 고양이 -1- [39계단,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 10. 좁은 공간에서 속도감 있게 몰아붙이는 전개는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더 이상은 넌센스죠. 감독은 의도적으로 대조적인 도시 외곽으로 장소를 옮깁니다. 역동적인 어드벤처에서 적막 속 스릴러로의 이동이군요. 하지만 그럼에도 '해석의 차이'라는 작품의 테마는 일관되게 유지됩니다. 농가에서 역시 각 인물들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기준은 모두 다릅니다. '해니'의 머릿속은 자신을 쫓는 경찰들로 가득합니다. 아낙은 매정한 남편과는 달리 잘생기고 신사적인 '해니'에 대한 이성적 호감에 기반한 막연한 선의를 가지고 있죠. 남편은 이들을 불륜에 빠진 남녀라 오해하고 있구요. # 11. '해니'가 경찰의 추격이라는 물리적 압박에 집중하는 ..

Film/Thriller 2020.09.16

히치콕의 고양이 -1- _ 39계단,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 0. 슈뢰딩거의 고양이(Schrödinger's cat)는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을 비판하기 위하여 슈뢰딩거(E. Schrödinger, 1887-1961)가 1935년 고안한 사고 실험이다. 중첩으로 설명할 수 있는 양자 대상이 측정장치(일반적으로는, 인과적으로 연결된 고전 대상)를 함께 고려하면 결국 측정장치도 중첩을 일으켜야 한다는 역설이다. 중첩된 파동 함수가 측정하는 순간 환원된다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이다. 출처 [물리학백과 : 슈뢰딩거의 고양이]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39계단 :: The 39 Steps』입니다. # 1. 사실 없는 해석은 무의미합니다. 해석되지 않은 사실은 지루합니다. 사건은 개인적 입장에 따른 주관적 관점을 통해 해석되는 순간에서야 비로소 생명력을 가집니다. ..

Film/Thriller 2020.09.15

카드놀이와 드라이빙 _ 조용한 남자의 분노, 라울 아르바로 감독

# 0. 강도 사건으로 아내를 잃게 된 남자가 범인들을 찾아 복수하는 영화입니다. 건조한 제목만큼이나 담백한 영화죠. 다만, '라울 아르바로' 감독, 『조용한 남자의 분노 :: Tarde para la ira』입니다. # 1. '조용'하기만 할 뿐 '남자'답지도 '분노'에 차 있지도 못합니다. 복수는 허술합니다. 묘사는 빈곤합니다. 감정은 희미합니다. 영화의 단점 대부분은 '쿠로'가 수감된 8년의 시간을 전혀 활용하지 못해 파생되는 문제들입니다. '척 노리스' 닮은 분노의 남자 '호세'가 8년 동안 카드놀이나 즐긴 등신이 되어버리는 순간, 영화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 기정사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 2. 쿠로가 출소할 때까지 죽치고 있다가 감옥을 나오면 범인들이 어디 있는지 물어보겠다!!!! ... 라..

Film/Thriller 2020.07.16

영화에 관한 영화 ⅱ _ 이창,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영화에 관한 영화 ⅰ _ 이창,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 0. 유명 감독의 대표작들을 볼 때면 그러지 않아야지 하면서도 살짝 움츠러드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무언가 이 대단한 영화가 왜 대단한 건지를 알아 모셔야만 할 것 같은 압력 같은 게 느껴진 morgosound.tistory.com # 4. 대단히 엄격한 구조의 작품입니다만 동시에 대단히 '파괴적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종(縱)적인 레이어들과 각각의 레이어 안에서 다시 횡(橫)적으로 분절되는 물리적-서사적 프레임들이 만드는 입체적인 볼륨 위를 주요 인물들이 자유롭게 넘나드는 동안 대단한 속도감과 긴장감이 구현됩니다. 명징하게 직조된 일련의 구조를 일탈적으로 넘나드는 순간 마다마다 관객 역시 대단한 해방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각자 장르를 대변..

Film/Thriller 2020.07.05

영화에 관한 영화 ⅰ _ 이창,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 0. 유명 감독의 대표작들을 볼 때면 그러지 않아야지 하면서도 살짝 움츠러드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무언가 이 대단한 영화가 왜 대단한 건지를 알아 모셔야만 할 것 같은 압력 같은 게 느껴진달까요.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주제 파악 만큼은 자신 있습니다. 스스로 영화와 관련된 소양이 한없이 빈곤하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죠. 아는 것도 없고 통찰할 능력도 없는 인간의 글이라는 걸 솔직하게 고백하고서 마음 편하게 거장이 만든 오래된 테마파크를 즐겨보겠습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이창 :: Rear Window』입니다. # 1.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다리를 다친 사진작가 '제프리'가 치료하는 동안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창밖의 이웃들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내던 중, 이웃 '쏜월드'의 행동에 의아함을 ..

Film/Thriller 2020.07.05

S급 짝퉁 _ 언더 워터, 자움 콜렛 세라 감독

# 0. 재난 영화입니다. 단독 여자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가슴 아픈 개인사가 있다네요.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마음을 닫은 채 무기력에 빠져 있답니다. 압도적인 바다의 에메랄드빛 눈뽕이 등장합니다. 소통과 관련된 코드가 등장하구요.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에서 펼쳐지는 절망적 재난 상황 속에서의 고립 공포가 펼쳐집니다. 생존을 위한 인간 본연의 투쟁을 지나오는 동안 주인공은 삶에 대한 강렬한 갈증을 경험하며 성장하게 되는군요. 결국 아슬아슬하게 재난을 극복한 후 제2의 탄생에 대한 은유와 함께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네. 어디선가 '조지 클루니'의 섹시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죠 :) '자움 콜렛 세라' 감독, 『언더 워터 :: The Shallows』입니다. # 1. 물론 기본적으론 무지막지하게 커다란..

Film/Thriller 2020.05.19

실신 주의 _ 베리드, 로드리고 코르테스 감독

# 0. 압도적 콘셉트의 영화입니다. 파격적 발상의 영화입니다. 그 어느 작품보다 도발적입니다. 현실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상황을 발견한 후 그 안에서의 심리상태를 추적하는 동안의 집중력이 어마어마합니다. 감독은 배우 한 명 섭외해 관짝에 냅다 집어넣는 걸로 무려 95분을 멋들어지게 비벼내는 데 성공합니다. 심지어 개봉 직후 선댄스와 토론토까지 훔칠 뻔했다죠. 꺼무 위키에 따르면 주인공 '라이언 레이놀즈'는 과호흡으로 7번이나 실신했다고 하는데요. 겨우 7번 밖에 실신하지 않은 배우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로드리고 코르테스' 감독, 『베리드 :: Buried』입니다. # 1. 노골적인 공간에 주인공과 관객을 한데 구겨 넣어 대단히 직관적인 몰입감을 유도하는 데 성공합니다. 한 발자국은커녕 몸..

Film/Thriller 2020.05.04

절친 인싸들을 사냥하는 짱 센 킬러 _ 사냥의 시간, 윤성현 감독

# 0. ... 가 전부인 영화입니다. 가오가 몸을 지배하면 이런 결과물이 나옵니다. 말초적 간지를 위해 다른 모든 것들을 희생하면 이런 결과물이 나옵니다. 엽기적일 정도로 서사의 볼륨은 좁습니다. 믿기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만 제목에서 말씀드린 대로 졸라 짱 센 먼치킨 킬러가 힙한 슬럼가 인싸들을 사냥한다가 정말 영화의 전부입니다. 그 외 모든 요소들은 빈곤한 서사를 지탱하기 위한 억지와, 몇몇 주요 인물들을 멋있어 보이게끔 하기 위한 치장에 불과합니다. '윤성현' 감독, 『사냥의 시간 :: Time to Hunt』입니다. # 1. 주인공 '준석'이 교도소를 다녀온 건, 이 인물에게 온갖 문제들을 대신 해결해줄 '교도소에서 알게 된 형님들'이라는 도라에몽을 쥐어주기 위해서입니다. 헌신적인 짱친 형님들이..

Film/Thriller 2020.04.27

줄리아 폭스 ⅱ_ 언컷 젬스, 샤프디 형제 감독

줄리아 폭스 -1- [언컷 젬스, 샤프디 형제 감독] # 0. 매운 닭발을 스스로 사 먹어 놓고 매워서 별로라고 별점 테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람쥐통에 제 발로 올라 놓고 멀미가 심해 쓰레기라 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morgosound.tistory.com # 10. 복잡 미묘한 감각적 연출과 별개로 메시지 자체는 명쾌합니다. 자기 자신의 가능성을 믿어라. 남의 가능성에 자기 인생을 걸었다간 패가망신한다. 가 그것이죠. '하워드'가 베팅하는 대상은 언제나 타인의 가능성입니다. 그는 경제적인 문제를 돌려 막기 식 부채의 불안정성으로 대처합니다. 세공조차 되지 않은 블랙 오팔에 위기 극복을 전적으로 기대고 있구요. 전문 평가사가 매긴 십만여 달러보다는 정체모를 감정사의 백만 불 ..

Film/Thriller 2020.03.10

줄리아 폭스 ⅰ _ 언컷 젬스, 샤프디 형제 감독

# 0. 매운 닭발을 스스로 사 먹어 놓고 매워서 별로라고 별점 테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람쥐통에 제 발로 올라 놓고 멀미가 심해 쓰레기라 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에스프레소를 자기 돈으로 사 마시며 쓰다고 물을 타 달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특별한 사정이라도 있지 않는 한, 우리는 흔히 그런 사람들을 '진상 손님'이라 말합니다. 닭발이 매울 수는 있습니다. 다람쥐통을 타고 멀미를 할 수도 있고 에스프레소를 처음 마시고 깜짝 놀랄 수도 있죠. 다시는 닭발에, 다람쥐통에, 에스프레소에 돈을 쓰지 않겠다 생각할 수도 있고 그건 전혀 잘못이 아닙니다. 다만 그런 이유들로 닭발과 다람쥐 통과 에스프레소를 '잘못된 것'이라 욕하는 건 썩 권장할만한 태도는 아닐 겁니다. 이 영화를 보고..

Film/Thriller 2020.03.06

그냥 겁나 재밌어 _ 헤이트풀 8,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 0. 소소하게 블로그를 굴린 후로 안 좋은 습관이 하나 생겼습니다. 영화를 분석하듯 또 평가하듯 보게 되었다는 점이죠.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요. 언젠가부터 정신줄 놓고 보다가 포스팅할 만한 내용을 발견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머리 한켠에 가시처럼 박혀 감상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하나뿐인 취미 더 재미있게 즐겨보자고 시작한 짓이 되려 방해가 되고 있다니. 멍청한 일이군요. 근래 들어 이렇게 영화를 봐서 뭐하나 하는 현타가 스멀스멀 몰려오던 중 결국 토드 필립스의 를 리뷰하다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에라이! 덮어놓고 막보자! 아무것도 발견 못해도 좋고, 유의미한 견해가 없어도 좋으니 최대한 즐기면서 막보자!'는 생각으로 영화 한 편을 골랐습니다. 그것도 겁나 영화 잘 만드는 ..

Film/Thriller 2019.10.09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_ 조커, 토드 필립스 감독

# 0. 영화가 시작하면서부터 아니 수개월 전 예고편을 보고 난 후부터 생각했습니다. 죽인다. 예술이다. 기가 막히다. 여태까지 140여 편을 리뷰하는 동안 작품이 너무 좋아서 씬 별로 쪼개가며 돌려 봤던 작품은 알폰소 쿠아론의 와 박찬욱 감독의 뿐이었는데요. 이 영화는 앞선 두 작품만큼이나 노력과 시간을 쏟아붓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영화라 생각했습니다. 토드 필립스 감독, 『조커 :: JOKER』 입니다. # 1. 이야기거리는 충분합니다. 팀 버튼이 정의한 유머와 품격의 검은색 조커, 크리스토퍼 놀란이 정의한 혼돈과 공포의 보라색 조커와는 차별화된 불안과 절망의 토드 필립스식 주황색 조커를 영화 전반에 걸친 색감을 중심으로 비교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겁니다. 주요 장면마다 나오는 거울에 비친 아서와 그의 ..

Film/Thriller 2019.10.07

다섯 번째 유령 ⅱ _ 퍼스널 쇼퍼,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

다섯 번째 유령 ⅰ _ 퍼스널 쇼퍼,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 # 0. 삶의 이유를 지배하는 유령. 불안함과 두려움을 대변하는 유령. 금기에 대한 숨겨진 욕망을 끄집어내는 유령. 희망과 안식의 도피처로서의 유령. 그 한 가운데 표류하는 주인공의 내면에 morgosound.tistory.com # 7. '모린'의 정체성은 다면적입니다. 영매가 주목될 수도 있었구요. 쌍둥이가 핵심이 될 수도 있었죠. 날아다니는 혼령에 대한 이야기를 심화할 수도 '루이스'에 엮인 가족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감독은 굳이 영화의 제목으로 를 결정합니다. 타인을 위해 물건을 대신 구매해주는 사람. 그런 직업적 역할 관계를 내면화한 삶과 영혼에 대한 내제적 접근을 풀어 보겠노라 규정합니다. 돌이켜 보면 영..

Film/Thriller 2019.10.02

다섯 번째 유령 ⅰ _ 퍼스널 쇼퍼,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

# 0. 삶의 이유를 지배하는 유령. 불안함과 두려움을 대변하는 유령. 금기에 대한 숨겨진 욕망을 끄집어내는 유령. 희망과 안식의 도피처로서의 유령. 그 한 가운데 표류하는 주인공의 내면에 대한 집요한 탐구입니다. 매력적인 반전까지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죠.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 『퍼스널 쇼퍼 :: Personal Shopper』입니다. # 1. '모린'은 '키라'의 퍼스널 쇼퍼입니다. 모린은 그녀에게 직업적으로 경제적으로 복무합니다. 모린의 시간과 땀은 키라의 삶을 더욱 화려하고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합니다. 값비싼 보석과 화려한 드레스를 구매하는 순간엔 마치 주인이라도 되는 양 결정을 내리곤 하지만 사실 이 모든 것들은 그녀의 것이 아닙니다. 어차피 가질 수 없는 거라면 볼 일 없었더라면 ..

Film/Thriller 2019.10.01

어쨋든 파비아나는 이쁩니다 _ 히든 페이스, 안드레 바이즈 감독

# 0. 관객의 감상 따위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듯한 직설적이고 투박한 질감, 무신경한 인물 묘사, 거친 대사가 이어집니다. 왠지 남부 유럽 아니면 프랑스 영화겠거니 싶었는데요. 찾아보니 여지없이 스페인 영화였군요. '안드레 바이즈' 감독, 『히든 페이스 :: La cara oculta』입니다. # 1. 학부생 졸작에서나 볼법한 물결치는 제목이 지나기 무섭게 여친에게 차인 주인공 '아드리안'은 위스키 한잔 땡기러 술집을 향합니다. 누가 봐도 실연당한 표정으로 술을 홀짝이던 아드리안. 난데없이 웬 남자에게 어깨빵을 놓고 지가 먼저 시비 건 주제에 주먹질까지 날리더니 찐따처럼 역관광을 당합니다. 또 다른 주인공 '파비아나'는 평소 이상형이 찐따였던 건지 생전 처음 본 찐따의 대리기사를 자처합니다. 겁도..

Film/Thriller 2019.08.06

귀차니즘 ⅱ _ 시크릿 옵세션, 피터 설리반 감독

귀차니즘 ⅰ _ 시크릿 옵세션, 피터 설리반 감독 # 0. 관객 친화적이지 않습니다. 장르 친화적이지도 않습니다. 주제에 친화적이지도, 공급자 친화적이지도, 심지어 돈줄인 제작자들에 친화적이지도 않습니다. 영화는 엽기적일 정도로 감독에게 morgosound.tistory.com # 7. '페이지' 형사는 딸을 실종으로 잃은 인물로 소개되는데요. 이 설정이 서사에 기여하는 바가 없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습니다. 딸이 실종된 이유에 대한 설명도, 형사가 하필 이 사건에 매달리는 이유에 대한 설득도 전혀 없습니다. 딸을 유괴한 범인이 알고 보니 제니퍼의 가짜 남편과 동일인물이라거나, 러셀이 딸 실종사건의 주요 참고인이라거나, 실종사건과 제니퍼 사건의 유사성이 있어 기시감이 사명감을 자극한다거나, 제니퍼가..

Film/Thriller 2019.07.27

귀차니즘 ⅰ _ 시크릿 옵세션, 피터 설리반 감독

# 0. 관객 친화적이지 않습니다. 장르 친화적이지도 않습니다. 주제에 친화적이지도, 공급자 친화적이지도, 심지어 돈줄인 제작자들에 친화적이지도 않습니다. 영화는 엽기적일 정도로 감독에게만 친화적입니다. 모든 캐릭터는 감독의 게으름에 복종합니다. 모든 장치들은 감독의 편의에 복무합니다. 모든 서사는 무책임하게 방치됩니다. 이따위 시나리오로 투자를 받고 돈을 벌 수 있다는 건 자본주의의 신이 감독에게 내린 최고의 축복이자 관객에게 내린 최악의 형벌입니다. 관객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습니다. 장르적 재미란 무엇이며, 그걸 어떻게 전달할까라는 고민 역시 전무하죠. 감독이 영화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없다'라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영화를 못 만드는 정도를 평가할 수 있다면 이 영화의 성취는 기념비적이라기에..

Film/Thriller 2019.07.25

창렬 _ 브이아이피, 박훈정 감독

# 0. 소신발언 하나 할까요? 여자는 죽여도 됩니다. 까짓 거 강간해도 상관없죠. 아이들도 죽일 수 있습니다. 토막살인을 해도 상관없고 연쇄살인을 해도 상관없죠. 찰지게 다진 다음 햄버거 패티를 만들어도 전혀,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단, 영화 안에서라면 말이죠. '박훈정' 감독, 『브이아이피 :: V.I.P.』입니다. # 1. 물론 이런 선택이 흥행에는 불리하게 작동할 수는 있습니다. 자극적이고 과감한 표현이 관객층을 제한하는 건 틀림없을 테니까요. 쌩돈 꼬라 박은 투자자들은 무지막지한 연출에 피눈물이 나겠지만, 그런 것 따위 관객이나 감독의 알 바는 아닙니다. 불법의 영역만 아니라면 감독은 언제나 원하는 대로 시나리오를 쓰고 다듬어 영화를 찍을 권리가 있습니다. 영화적 선택이 자연인으로서의 도덕성..

Film/Thriller 2019.06.17

장인의 오르골 _ 인비저블 게스트, 오리올 파울로 감독

# 0. 불륜을 저지르는 주인공은 가족을 속이고 있습니다. 교통사고에 연루된 불륜녀 역시 거짓말을 하고 있죠. 살인자는 전도유망한 사업가의 탈을 쓰고 있고 피해자의 부모는 가짜 기자 행세를 합니다. 변호사는 사건을 조작하고 살인사건은 교통사고로 둔갑하며 가해자는 보험회사 직원이 되고 피해자는 횡령범이 되죠. 억지로 십자가에 메어진 교활한 마녀가 죄를 고백하는 동안 순진한 표정의 부자는 흉기를 휘두릅니다. 부끄러운 밀회와 사슴 한 마리에서 시작된 사건은 결국 두 사람의 목숨을 무참히 앗아갑니다. 작은 곤란함은 사소한 거짓말과 만나 점점 더 큰 곤란함으로 이어집니다. 거짓말의 연쇄 속에 사건은 눈덩이처럼 부풀어 오르죠. 관객은 영화를 관람하는 내내 어느 부분을 믿고 어느 부분을 의심해야 할지 끊임없이 시험받..

Film/Thriller 2019.04.12

위조지폐 ⅱ _ 돈, 박누리 감독

위조지폐 ⅰ _ 돈, 박누리 감독 # 0. 우리는 이런 류의 영화를 왜 볼까요. 베일 듯 날카로운 계획과 이해관계의 충돌, 냉혹하게 말라붙은 인간성, 돈에 매몰된 인간들의 타버릴 듯한 광기, 눈과 귀를 어지럽히는 휘향 찬란한 돈 morgosound.tistory.com # 11. 번호표는 명실공히 최악의 캐릭터입니다. 캐릭터성, 설정, 연기, 대사 모든 게 구리죠. 당장에 드는 의문만 해도 얘는 무슨 능력으로 그런 작전을 세우는 거지? 어떤 과정으로 그런 작전들을 세우는 거야? 왜 브로커들이 얘한테만 목을 매는 거지? 번호표가 얘 하나뿐인 건 아닐 거 아냐? 접선을 위해 그렇게 신중을 기하는 인간이 나중 가면 사람 득실득실한 지하철역에서 만난다고? 자기 집에까지 부른다고? 정도가 있습니다. 예전에 을 리..

Film/Thriller 2019.03.26

위조지폐 ⅰ _ 돈, 박누리 감독

# 0. 우리는 이런 류의 영화를 왜 볼까요. 베일 듯 날카로운 계획과 이해관계의 충돌, 냉혹하게 말라붙은 인간성, 돈에 매몰된 인간들의 타버릴 듯한 광기, 눈과 귀를 어지럽히는 휘향 찬란한 돈지랄. 네 개의 엔진을 동력으로 달려 나가는 성공과 폭망의 롤러코스터. 그거 보러 가는 거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영화는 한없이 허술하고 무딘 계획과, 감정에 찐득찐득하게 녹아내린 인간성, 돈보다 더 중요한 목적으로 움직이는 겁쟁이들의 비겁함과, 제대로 돈지랄조차 할 줄 모르는 소심함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롤러코스터는 빈약하다 못해 선로를 벗어나 시공으로 날아가버리는군요. '박누리' 감독, 『돈 :: Money』입니다. # 1. 의문입니다. 감독은 시나리오를 한 번도 읽어보지 않은 게 아닐까. 비꼬는 게 아니라 진..

Film/Thriller 2019.03.25

셀프 디스 _ 벨벳 버즈소, 댄 길로이 감독

# 0. 미리 말씀드리건대 공포물 아닙니다. 넷플릭스에서는 스스로 스릴러라 규정하고 있습니다만 개뿔. 웃기지도 않는 소리죠. 포스터 위로 주르륵 흘러내리는 핏자국 글귀는 훼이크입니다. 예고편에서의 묘하게 섬뜩한 제이크 질렌할의 눈빛도 훼이크죠. 화가의 피에 대한 이야기도, 정신병원에 대한 썰도, 악령과 움직이는 그림에 대한 떡밥도 몽땅 훼이크입니다. 공포물이란 기준에서 이 영화가 만들어 내는 긴장감은 0에 수렴합니다. 차라리 신서유기 인물퀴즈가 더 쫄깃쫄깃할 정도죠. 뭔가 등골 서늘한 공포물을 기대하셨다면 이 영화는 어지간해선 당신을 만족시킬 수 없을 겁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봐도 좋을까라 물으신다면 글쎄요. 일단 들어보고 판단하시죠. 댄 길로이 감독, 『벨벳 버즈소 :: Velvet Buzzsaw』입..

Film/Thriller 2019.02.11

참신한 발상, 소심한 결말 _ 납치해주세요, 팻 힐리 감독

# 0. 의심하지 않는 고정관념을 뒤틀어 역설을 이끌어 내는 건 창작자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론 중 하나입니다. 당연한 게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세상이나 당연한 세상 속 당연하지 않은 이질적인 요소를 하나 삽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을 조명함으로써 암기된 선입견에 의문을 던지는 거죠. 이 작품 역시 그러합니다. '납치'라는 아이템과 그 아이템을 둘러싼 모든 요소들을 반전시킨 독특한 세계를 보여주려 합니다. 박찬욱 감독이 를 통해 '착한 유괴'를 다뤘다면, 팻 힐리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당사자가 원하는 유괴'를 다루려 합니다. 소재는 제법 흥미로운데요. 과연 그 결과도 흥미로울 수 있을까요? '팻 힐리' 감독, 『납치해주세요 :: Take Me』입니다. # 1. 영화는 납치와 관련된 모..

Film/Thriller 2019.01.21

영화 - 배우 = 0 _ 마약왕, 우민호 감독

# 0. 벌써 2018년도 다 지나갔네요. 야심한 밤, 미떼 광고 속 아저씨들처럼 스웨터 차림에 핫초코 한잔 뽑아 들고 창가에 서서 지난 한 해를 떠올려 봅니다.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2017년은 아마도 김수현 주연 의 광풍이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간 해로 기억되시겠죠. 곱게 눈이 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날 모텔로 향하는 커플을 본 솔로의 마음처럼 너덜너덜 해진 팬들에게, 12월 끝자락에 혜성같이 나타난 장준환 감독의 은 1달 만에 뽑기 성공한 무신사 할인 쿠폰처럼 따뜻하셨을 겁니다. 다행히 올해 2018년은 과 같은 인피니티 건틀렛 장착한 타노스가 나타나진 않았습니다만, 슬프게도 유례를 찾기 힘든 망작의 다단 히트에 멍든 한 해로 기억됩니다. 관상과 이승기 팬덤 빨로 날로 먹으려다 체한 이..

Film/Thriller 2018.12.20

폭주하는 해방감 _ 친절한 금자씨, 박찬욱 감독

# 0. 최고의 한국영화가 뭐라 생각하냐 물으신다면 아무래도 을 고를 듯합니다. 하지만 과 중 뭘 보겠느냐 물으신다면 라 답할 겁니다. 만약 박찬욱 최고의 영화가 뭐냐 물으신다면 역시 를 꼽을 듯합니다. 하지만 박찬욱 감독 영화 중, 아니 한국 영화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뭐냐 물으신다면 전 이 영화를 고르겠습니다. '박찬욱' 감독, 『친절한 금자씨 :: Sympathy for Lady Vengeance』입니다. # 1. 의 주제 의식에 관한 해석은 대충 구글링만 해 봐도 징글징글하게 많이 나옵니다. ⑴ 금자의 뿌리 깊은 죄책감과 그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구에 대한 탐구라든지, ⑵ 천사는 내가 부를 때만 나타난다는 둥의 편의적이고 왜곡된 종교관이라든지, ⑶ 야매 미용실에서의 기도 후 개의 몸을 ..

Film/Thriller 2018.10.25

마리오네트 _ 협상, 이종석 감독

# 0. 윤제균 제작자님에 대한 세간의 오해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가슴 아픈 일이죠. 추석 시즌만 되면 영화관에 쓰레기 같은 마이너카피작들 걸어서 돈 빼먹으려 든다라거나, 관객을 대화 상대가 아닌지 주머니 속 호구 물주로만 본다라거나, 사람들을 감정적으로만 자극하는 삼류 신파극만 만든다라거나 하는 식인데요. 이런 비겁한 날조가 아직도 판치다니. 심각한 문제가 아니지 않지 아니할 수 없지 않습니다? 윤제... 아니, 이종석 감독의 『협상 :: THE NEGOTIATION』 입니다. # 1. 감독님에 대한 오해들을 볼 때면 너무나도 마음이 무겁습니다만 제 이런 부질없는 걱정에도 불구하고 우리 한국영화산업의 수호자, 대한민국 크리에이터의 자존심, 매번 참신한 시도로 새로운 시대를 여는 혁명가, 윤제균 감독님은..

Film/Thriller 2018.09.28

7000원에 영화 세편 _ 델마, 요아킴 트리에 감독

# 0. 영화의 서사는 간결합니다. 초능력 가진 짱짱녀 딸이 각성 전에 사고를 치고, 딸의 능력을 두려워하는 엄마 아빠가 딸을 담그려 하지만 역관광 당하고, 마침내 능력을 각성한 딸이 여자 친구와 뽀뽀한다는 영화죠. 네. 이 영화는 백하ㅂ... 간결한 서사임에도 관객의 머릴 아프게 만드는 건 116분의 런타임 내내 쏟아지는 수많은 상징과 은유 때문입니다. 그것도 적당히 아는 놈 알고 모르는 놈 몰라란 식으로 숨겨두는 것도 아니고 대놓고 쏟아냅니다. 눈앞에다 흔들면서 '야! 이거 암시야, 암시! 뭐게! 맞춰봐!' 라 합니다. 관객들은 놀란만으로도 충분히 벅찹니다. 왜 북유럽 갬성 형님들까지 이러시는 건가요. '요하킴 트리에' 감독, 『델마 :: Thelma』입니다. # 1. 엄마는 하반신 불구입니다. 아빠..

Film/Thriller 2018.08.29

감사, 압도적 감사! [공작, 윤종빈 감독]

올해 개봉작들을 살펴봅시다. 우선, 독전이 나왔네요. 이런저런 문제가 참 많았지만 더 문제가 많았던 다른 영화들 덕에 올 상반기 흥행 1위를 이룬 영화죠. 연상호 감독의 염력이 보이네요. 아.. 이 영화도 참 할 말 많은데요. 시간이 된다면 한 번 갈아 마실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감독의 명성과 실력에 비하면 다소 아쉬움이 남았던 버닝이 나왔고요. 보자, 인랑이 나왔네요. 들어가주시고요. 궁합이 나왔네요. 같이 가주시고요. 그것만이 내 세상이라는 영화도 나왔네요. 어디 보자.. 제작사가.. j.. k? 넘어갑시다. 오랜만에 나온 웰메이드 공포영화 곤지암도 나왔네요. 7년의 밤은 사라진 밤이랑 손잡고 7년간 사라져 주시고요. 골든 슬럼버가 나왔네요. 강동원과 한효주는 인랑까지 2연타석 삼진이네요. ..

Film/Thriller 2018.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