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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Thriller

영화에 관한 영화 ⅱ _ 이창,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그냥_ 2020. 7.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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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관한 영화 ⅰ _ 이창,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 0. 유명 감독의 대표작들을 볼 때면 그러지 않아야지 하면서도 살짝 움츠러드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무언가 이 대단한 영화가 왜 대단한 건지를 알아 모셔야만 할 것 같은 압력 같은 게 느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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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대단히 엄격한 구조의 작품입니다만 동시에 대단히 '파괴적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종(縱)적인 레이어들과 각각의 레이어 안에서 다시 횡(橫)적으로 분절되는 물리적-서사적 프레임들이 만드는 입체적인 볼륨 위를 주요 인물들이 자유롭게 넘나드는 동안 대단한 속도감과 긴장감이 구현됩니다. 명징하게 직조된 일련의 구조를 일탈적으로 넘나드는 순간 마다마다 관객 역시 대단한 해방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각자 장르를 대변하는 사람들이 서로 자유롭게 개입하는 지점들과 '쏜월드'의 집에 몰래 잠입하는 '리사'와 삽자루를 들고 화단을 파 뒤집는 간호사 '스텔라'가 영화 내에 존재하는 무형의 장벽을 해체할 때마다 쾌감이 발생합니다. 마지막 '제프리'의 집으로 찾아온 '쏜월드'는 작품의 파괴적 지향의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겠죠.

 

누벨바그의 일원이자 후에 감독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히치콕과의 대화』라는 책을 쓰기도 한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은 이 영화를 들어 <영화에 관한 영화>라 평했다고 하는데요. '영화'가 작동하는 원리를 이해하는 데 이만한 작품이 있을까 싶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말이지 탁월한 평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겠군요.

 

 

 

 

 

 

# 5.

 

조금 더 디테일한 표현에 대해 이야기 해 볼까요. 감독이 만든 대부분의 영화들에서처럼 이 작품 역시 흥미진진한 스릴러를 풀어내는 능력은 탁월합니다.

 

'제프리'와 관객 모두 알고 있는 확실한 정보. '제프리'와 관객 모두 알고 있지만 불명확한 정보. '제프리'는 모르지만 관객은 알고 있는 정보와, '제프리'와 관객 모두 모르는 정보를 적재적소에 조합해 하나의 이야기 안에서도 다양한 맛의 서스팬스를 즐기게 하는 솜씨는 놀라울 정도죠. 관객을 심정적으로 끝에서 끝으로 휘두르면서도 동시에 전혀 기만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영화를 만들어 내는 건 역시 '히치콕'이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 6.

 

감독의 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 가장 인상적인 것은 결코 상황을 전달하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몇몇 작가주의적인 작품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영화들은 극단적인 상황을 경험하는 누군가의 극단적인 경험을 디테일하게 묘사하는 것에 방점을 두는 반면, '히치콕' 감독은 극단적인 상황을 경험하는 누군가의 극단적인 경험 그 자체를 추출해 영상으로 직접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효과의 탁월함 이전에 대체제를 떠올리는 것이 쉽지 않을 만큼 희소한 접근법이죠.

 

예를 들어 과즙이 풍부한 사과를 맛있게 먹는다라는 상황이 있다고 치죠. 대부분은 최대한 잘 익은 사과를 구한 다음 그걸 맛있게 먹는 배우의 표정을 담아내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반면 '히치콕' 감독은 과즙이 터지는 순간 입안을 가득 메우는 달콤함이라는 감각 그 자체를 카메라를 흔든다거나 확대시킨다거나 앵글 위에 직접 물감을 터트린다거나 하는 식으로 표현하려 한다는 거죠.

 

보다 직접적으로는 '돌리 줌 Dolly Zome'을 예로 들 수 있겠으나 저도 뭔지 잘 모르니 돌리 줌에 관한 이야기는 꺼무위키의 도움을 받도록 합시다.

 

 

 

 

 

# 7.

 

집안에 있는 '제프리'와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리사'는 이야기 속에 존재하는 구체적인 인물임과 동시에 영화 '이창'을 관람하는 관객의 정신이 분리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제프리'의 옆에 앉은 물리적이고 이성적인 자신과 '리사'와 함께 '쏜월드'의 집 창문을 넘나드는 정신적인 자신이 분화되는 것만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달까요.

 

'리사' 역으로 '그레이스 켈리'를 캐스팅한 것은 완벽한 선택이었습니다. 완벽한 애인인 '리사'를 표현하는 데 있어 '그레이스 켈리'만한 적임자는 없기 때문이죠. '완벽한' 애인과의 '완벽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도 주인공 '제프리'와 관객은 창밖에 있는 배 나온 아저씨 '쏜월드'를 궁금해합니다. 관음에 있어 현실의 만족도는 부차적 요소에 불과합니다. 대상의 은밀함과 에로티시즘 또한 부차적 요소에 불과합니다. 관음은 행위 그 자체로 매혹적이죠.

 

관음증이란 특수한 누군가들만이 특수하게 가지고 있는 이상행동異常行動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모두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 욕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걸 통찰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관음을 다루는 영화가 동시에 영화 그 자체를 은유하고 있다는 건 어쩌면 영화를 보는 행위에는 관음적 욕구에 대한 해소가 일부 포함되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할테죠. 문득 범세계적인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영화라는 산업이 가지는 압도적인 경쟁력이 관음 하고자 하는 욕망의 대리만족으로부터 기인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싶은 생각도 드는군요. 

 

 

 

 

 

 

# 8.

 

물론 위의 헛소리들을 몽땅 차치하고서라도 이 영화는 너무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제임스 스튜어트'의 능청스러움과 '히치콕' 감독의 유머와 '그레이스 켈리'의 매력과 '쏜월드'를 둘러싼 스릴러와 이 모든 걸 담아내는 화면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찰리 채플린' 감독의 『황금광 시대』나 '자끄 드미' 감독의 『쉘부르의 우산』과 같은 오래된 영화들을 리뷰할 때면 <대단히 멋진 영화이지만 명성만큼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면 지금의 시각으론 그렇게까지 재미있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평하곤 했었는데요. 네. 이 영화만큼은 지금 봐도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라 생각합니다. 진짜루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이창』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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