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Film/Thriller

S급 짝퉁 _ 언더 워터, 자움 콜렛 세라 감독

그냥_ 2020. 5. 19. 06:30
728x90

 

 

# 0.

 

재난 영화입니다. 단독 여자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가슴 아픈 개인사가 있다네요.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마음을 닫은 채 무기력에 빠져 있답니다. 압도적인 바다의 에메랄드빛 눈뽕이 등장합니다. 소통과 관련된 코드가 등장하구요.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에서 펼쳐지는 절망적 재난 상황 속에서의 고립 공포가 펼쳐집니다. 생존을 위한 인간 본연의 투쟁을 지나오는 동안 주인공은 삶에 대한 강렬한 갈증을 경험하며 성장하게 되는군요. 결국 아슬아슬하게 재난을 극복한 후 제2의 탄생에 대한 은유와 함께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네. 어디선가 '조지 클루니'의 섹시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죠 :)

 

 

 

 

 

 

 

 

'자움 콜렛 세라' 감독,

『언더 워터 :: The Shallows』입니다.

 

 

 

 

 

# 1.

 

물론 기본적으론 무지막지하게 커다란 상어와의 사투를 다루는 괴수물의 형태를 띠고 있기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작 『죠스』시리즈의 계승작 중 하나라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기는 합니다. 감독 스스로가 군데군데 『죠스』를 적극적으로 오마주 하며 아낌없는 존중을 표하고 있기도 하구요. 

 

하지만 서두에 슬쩍 말씀드린 대로 영화의 내러티브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를 노골적으로 따라갑니다. 사실상 영화를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3D 생선의 구현에 쏟아부은 후 플롯은 『그래비티』에서 통으로 가져와 아이템만 적당히 갈아 끼워 만들었다 해도 크게 무리가 없는 수준이죠.

 

 

 

 

 

 

# 2.

 

영화 초반 에메랄드 빛 바다의 서핑은 『그래비티』로 치자면 자유롭게 우주를 유영하는 순간에 대응됩니다. 위압적인 혹등고래의 사체와 무시무시한 상어의 등장은 '케슬러 신드롬'으로 인해 우주비행선이 터져나가는 순간에 대응되구요. 멕시코 청년들이 주인공 '낸시'의 절박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물고기 밥이 되는 건, '조지 클루니'가 먼 유영을 떠나는 지점 혹은 작동하지 않는 우주선과 같은 절망적인 순간에 대응된다 할 수 있습니다.

 

의사가 되기를 포기했지만 정작 의과대학에서 배운 그 기술이 자신을 살리고 갈매기도 낫게 합니다. 다친 갈매기의 날개를 고친다는 설정은 회복된 삶에 대한 의지와 희극적 결말에 대한 아주 직설적인 복선이라 할 수 있겠네요. 『그래비티』로 치자면 운전을 그토록 싫어하던 '스톤 박사'가 사력을 다해 운전하는 장면 정도에 대응할 수 있죠. '낸시'가 자신의 얼굴을 액션캠에 담으며 외면하고 있던 솔직한 내면을 쏟아내는 장면은 '스톤 박사'가 자그마한 귀환선을 타고 지구로 돌아오는 순간의 클라이맥스 독백에 해당한다 할 수 있습니다.

 

 

 

 

 

 

# 3.

 

부표에 있던 조명탄을 구조요청을 위해 쏘아보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결국 '낸시'는 남은 탄환을 구호를 위해 쏘는 것이 아니라 혹등고래의 기름에 맞춰 불을 놓죠. 이 장면은 그 자체로 실효적인 성취를 얻기 위한 장면이라기보다는 주인공이 타인으로부터 구원받기를 포기하고 스스로 투쟁하고 쟁취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의 불꽃이라 봐야겠죠. 네. 『그래비티』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인 태아의 모습으로 몸을 말고 있는 '산드라 블록'의 <다시 태어나는 순간>의 심리상태와 같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해안으로 떠내려온 주인공이 힘껏 젖은 모래를 움켜쥐는 장면은 굳이 말씀드리지 않더라도 누구나 아시겠죠. 내러티브를 따온 원작 『그래비티』의 마지막 장면에 대한 노골적인 오마주, 혹은 양심 고백입니다.

 

『그래비티』에서 철학적 메시지와 감수성과 예술성, 완성도를 일부 덜어내, 『죠스』의 아이템과 직관성과 오락성과 스포티한 분위기를 섞어낸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한적인 제작 여건으론 구현하기 버거운 압도적인 웅장함 대, 상어의 퀄리티에 모든 힘을 쏟아낸 다이내믹한 호러로 승부를 보게끔 변주한 작품이랄까요. 애초에 레퍼런스가 워낙 대단한 두 작품인 데다 섞어 내는 솜씨 역시 나쁘지 않기에 솔직히 영화는 기대보다 더 재미있습니다.

 

 

 

 

 

 

# 4.

 

무시할 수 없는 단점들도 몇 있긴 합니다. 화면 위로 블러 처리된 반투명 디스플레이들을 통으로 얹는 연출은 영화를 싸구려 같아 보이게 합니다. 물론 저예산 영화다 보니 한컷 한컷 로케이션을 다 다닐 수 없었던 사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그래도 지금의 것보단 더 세련되게 화면 구성을 할 수 있었을 텐데요.

 

주인공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연기에 대해서는 제법 호평이 많았던 영화였고 어느 정도는 동의합니다만 개인적으론 섬세함이 아쉽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극 전반에서의 톤은 나쁘지 않게 잡고 있습니다만 상황의 변화에 따른 표현의 조정은 미미합니다. 멋들어진 몸매로 소화하는 화려한 액션의 퀄리티가 섬세하지 못한 연기의 이물감을 최대한 상쇄하고 있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주인공의 얼굴을 담는 바스트 샷이 잡힐 때면 위태로운 상황에 대한 감정적 전달이 원활하다는 인상은 부족합니다.

 

 

 

 

 

 

# 5.

 

아이템과 내러티브를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영화에서 따로 가져와 섞다 보니 개연성 오류 또한 군데군데 발생합니다. 아무리 자기 영역이라 주변을 떠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왜 굳이 배 터지게 먹을 고래 고기를 옆에 두고 주인공을 쥐 잡듯이 몰아붙이는 건지는 알 수 없습니다. 무지막지하게 큰 고래 사체가 아무 인기척도 없이 떡하니 등장한다는 것도 썩 이해가 가진 않죠.

 

물이 찰랑거리는 돌섬 따위에는 절대 덤벼들지 않던 상어가 왜 갑자기 부표에서만 선택적으로 달려드는지도 설명이 안 됩니다. 해파리에 쏘이고 멀쩡한 것도 이해가 안가고, 허벅다리가 찢어지고 벌어져 피가 줄줄 새는 데다 소독도 할 수 없어 미생물이 득실득실한 바닷물에 닿은 채로 하루가 넘게 지났지만 어떻게 무사할 수 있었던 건지도 잘 모르겠구요, 아니 그 이전에 하루 종일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온 몸이 젖은 채로 옷가지 하나 없이 돌섬에서 밤을 보내도 상어와 1:1을 이겨내는 슈퍼히어로급 강철체력은 도무지 뭔지 모르겠습니다.

 

 

 

 

 

 

# 10.

 

되게 잘 만든 S급 짝퉁 같은 영화라는 생각입니다.

 

어지간한 전문가가 아니고서야 원본과 구분하기 쉽지 않은 고퀄리티 짝퉁을 저렴하게 사서 기분은 좋지만 그렇다고 누구한테 추천한다거나 대놓고 들고 다니기에는 미묘하게 찝찝한 기분이랄까요. 없는 살림에 베낄 건 화끈하게 베끼고 힘줄 땐 확실히 힘줘서 가성비는 기가 막히게 뽑아냈지만 그렇다고 케이스없이 대놓고 들고 다니기에는 찝찝한 중국제 스마트폰 같달까요.

 

이렇게 말하니 무지 혹평하는 것처럼 들리긴 합니다만 앞서서도 말씀드린 대로 분명 재미는 있습니다. 이 정도 퀄리티면 수작 소리도 들을만합니다. 상당히 공들여 디테일을 구현한 카리스마 넘치는 상어의 완성도와 다양한 연출 기법들은 저예산 스릴러 괴수 영화가 줄 수 있는 장르적 재미를 만족스럽게 충족합니다. 쓸데없는 데 힘 빼지 않고 86분 깔끔하게 물고기와 맞짱 뜨는 데 쏟아붓는 쿨한 작품입니다. 만, 그래도 어쨋든 짝퉁은 짝퉁이다 라는 거죠. '자움 콜렛 세라' 감독, 『언더 워터』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 본 블로그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글에서 다루는 작품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댓글", "포스트를 자신의 블로그로 유인하는 데 이용하려는 댓글", "무분별한 맞팔로우 신청 댓글" 등은 삭제 후 IP 차단될 수 있습니다.

 

 

"좋아요", "댓글""구독"

 

은 블로거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