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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Thriller

어쨋든 파비아나는 이쁩니다 _ 히든 페이스, 안드레 바이즈 감독

그냥_ 2019. 8. 6.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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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관객의 감상 따위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듯한 직설적이고 투박한 질감, 무신경한 인물 묘사, 거친 대사가 이어집니다. 왠지 남부 유럽 아니면 프랑스 영화겠거니 싶었는데요. 찾아보니 여지없이 스페인 영화였군요.

 

 

 

 

 

 

 

 

'안드레 바이즈' 감독,

『히든 페이스 :: La cara oculta』입니다.

 

 

 

 

 

# 1.

 

학부생 졸작에서나 볼법한 물결치는 제목이 지나기 무섭게 여친에게 차인 주인공 '아드리안'은 위스키 한잔 땡기러 술집을 향합니다. 누가 봐도 실연당한 표정으로 술을 홀짝이던 아드리안. 난데없이 웬 남자에게 어깨빵을 놓고 지가 먼저 시비 건 주제에 주먹질까지 날리더니 찐따처럼 역관광을 당합니다.

 

또 다른 주인공 '파비아나'는 평소 이상형이 찐따였던 건지 생전 처음 본 찐따의 대리기사를 자처합니다. 겁도 없이 혼자 사는 집으로 데려가 잠까지 재우죠. 생고생하며 술주정뱅이 뒤치다꺼리해놨더니 찐따는 건방지게 퇴짜를 놓는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두 인물의 행동들 와중에도 파비아나는 이쁩니다.

 

 

 

 

 

 

# 2.

 

본업이 지휘자인 아드리안은 숙취가 덜 깼는지 지휘하다 말고 냅다 성질을 부리구요. 파비아나의 술집에 다시 찾아가 사과합니다. 파비아나는 사과를 받자마자 텅 빈 공연장을 한번 관람한 후 아드리안의 저택으로 가 홀딱 벗고 룰루랄라 사랑을 나눕니다. 여기까지가 영화 내 시간 고작 이틀, 런타임으론 9분이죠. 유러피언은 원래 이렇게 진도가 빠른 건가요.

 

몸매 자랑을 끝낸 파비아나는 남자들의 환상을 자극하는 하의실종 패션으로 저택을 싸돌아다니다가 사귄 지 사흘 된 남자 친구에게 면박을 당하는데, 딴 남자와 바람나서 떠난다는 영상 속 아드리안의 전 여친이 실종되었다 그러고 형사들이 실종사건의 범인으로 아드리안을 의심하는 동안, 파비아나는 욕조에 몸 담그고 중학교 때나 하던 파동 실험을 합니다? 과학 실험이 끝나자마자 또다시 몸의 대화를 나누려는 데 웬 개가 나타나는 바람에 배드씬이 편집되는군요. 젠장.

 

관객이 수상하게 여길 수 있도록 아드리안이 최선을 다해 애매모호한 표정연기로 깝죽거리는 동안 파비아나는 결벽증이라도 있는지 계속해서 홀딱 벗고 샤워를 하러 가는 데요. 그때마다 꼬박꼬박 파비아나는 이쁩니다.

 

 

 

 

 

 

# 3.

 

뭔 소린지 모르시겠다구요? 저도 그렇습니다.

전반부는 영화 혼자 데굴데굴 굴러갑니다.

 

화장실에 무언가가 있다는 암시를 너무 노골적으로 준다던지, 여주가 미친년 널뛰듯 침대 위를 방방 뛴다던 지, 뭔 놈의 비가 시도 때도 없이 내리며, 비 내리는 족족 정전은 왜 이리 잘되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지만 이야기는 잘도 도네 돌아가네. 여주는 찝찝하기 그지없는 하수구 구멍 같은 데 빠져있던 큼지막한 열쇠를 천진난만하게 목걸이로 걸구요. 접신이라도 한 건지 혼자 소리 지르고 혼자 놀라더니 혼자 피아노로 다가가 혼자 자기 뚝배기를 깨고 냅다 실신하십니다.

 

초중반까지 감독은 무식하다 싶을 정도로 직구를 던집니다. 찐따 남주, 전 여친, 새 여친, 형사, 전 여친이 남긴 영상, 수상한 저택, 장마철마냥 쏟아지는 비, 심심하면 하는 샤워, 걸핏하면 터지는 정전, 전주인이 맡기고 간 강아지,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맛있어 보이는 위스키, A컵 미녀의 찌찌 등 인과관계를 유추할 수 없는 번잡한 요소들과 대사들을 내동댕이 치는 감각으로 흩뿌려놓는데 이것들을 대체 어떻게 수습하려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죠.

 

 

 

 

 

 

# 4.

 

쏟아놓은 떡밥이 너무 많았기 때문일까요. 보통의 영화들은 영화 3/4 지점 즈음에서 10~15분여를 들여 반전을 터트리는 데 반해 이 영화는 중반부터 런타임의 반을 뚝 잘라 반전을 풀어냅니다. 그것은 바로!!!

 

 

1시간 내내 샤워하는 '파비아나'를 공포로 몰아갔던 유령의 존재는

똥멍청이 전 여친 '벨라'의 셀프 감금이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5.

 

완벽한 방음이 되어있는 비밀 밀실을 만들면서 유사시에 밖으로 나갈 방법을 하나도 마련해두지 않은 원래 집주인 양반도 이해가 안 가지만 그전에 벨라의 멍청함에 웃음을 참기가 힘듭니다.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니고 시킨 것도 아니고 누가 봐도 잘못 갇혀버리는 순간 ㅈ되기 딱 좋은 곳에 제 발로 들어가면서 하나뿐인 열쇠를 저렇게나 허술하게 다룬다구요? 심지어 벨라가 밀실에 들어가게 된 동기도 너무 나태합니다. 그냥 적당히 바람난척해서 남자 친구 가슴에 대못 하나 때려 박는 서프라이즈를 이벤트랍시고 할 요량이었다는 거니까요.

 

감독의 설정은 굳이 위험천만한 밀실에 들어가야 할 이유를 전혀 설득하지 못합니다. 저렴이 cctv 하나 방에 놓고 포근하고 따뜻하고 안전하고 안락한 호텔에 한 이틀 머물면 안 될 이유가 전혀 없으니까요. 이 멍청한 여자의 멍청한 셀프 감금은 이내 환장의 셀프 ntr로 이어집니다. 더 골 때리는 건 벨라가 파비아나와 사랑을 나누는 아드리안을 비난한다는 점입니다. 아니, 니가 바람나서 남자 친구 버리고 떠나 놓고서 솔로 된 전 남친이 다른 여자 만나겠다는 데 왜 화를 내? 무슨 자격으로?!

 

 

 

 

 

 

# 6.

 

밀실에 감금된 계가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멍청한 이유라는 게 밝혀져버린 순간부터 이후 벨라의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는 모조리 코미디가 됩니다. 코미디언이 스스로 발을 찍는 슬랩스틱을 연기하고서 아파서 낑낑대는 모습을 보며 웃는 것과 본질적으로 전혀 다를 바가 없죠. 낡은 스팸을 까먹고 구정물을 마시는 순간순간마다 빠삐용에 빙의해 숟가락으로 벽에 구멍을 내는 순간순간마다 이 여자의 멍청함을 박장대소하며 비웃게 됩니다.

 

더군다나 관객은 이 멍청이가 위험하지 않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밀실에 스스로 들어간 이 인물이 어떤 식으로든 탈출할 것이란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죠. 설마 하니 영화 중반부에 사람을 밀실에 가둬놓고선 '밀실에 갇힌 벨라는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못한 채 굶어 죽어 변사체가 되었답니다~' 로 끝날 리 없으니까요. 미모의 여배우는 굶주림에 말라가며 고생고생을 하지만 어차피 어떤 식으로든 저 여자가 무사히 살아 나올 거라는 걸 관객들이 확신하는 순간 일말의 동정이나 양심적 불편함까지 모조리 휘발됩니다.

 

 

 

 

 

 

# 7.

 

1시간 동안의 웃음으로 부족했던 감독은 영화의 마지막 웃음폭탄을 한 발 더 준비하는데요.

무진장 이쁜 파비아나가 괜히 밀실 문 열고 기웃거리다가 역관광을 당합니다. 만세.

 

말인즉 파비아나는 굶어 죽으라고 방치해놓은 탓에 자신에게 악의가 가득할 가능성이 아주 많이 매우 엄청 진짜 완전 농후한 사람이, 아직 살아 있을 가능성이 아주 많이 매우 엄청 진짜 완전 농후한 상황에서, 아무런 대책도 없이 아주 많이 매우 엄청 진짜 완전 위험한 밀실에 홀로 터벅터벅 들어갔단 거죠. 자신이 역관광 당할 수도 있다는 일말의 의심도 대책도 없이. 대체 관객을 얼마나 웃기려는 작정인 걸까요.

 

스릴러의 탈을 쓰고 있지만 스릴러가 아닙니다. 멍청한 여자만 보면 사족을 못쓰는 양다리 찐따 발정남과, 미모에 스텟을 몰빵 하느라 똥멍청이가 되어버린 두 여자의 슬랩스틱 코미디물이죠. 뭐든 경지에 다다르면 놀라운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건가 봅니다. 바보짓도 일정 수준을 넘어서니 예술이 되는군요. '안드레 바이즈' 감독 『히든 페이스』 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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