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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Thriller

줄리아 폭스 ⅱ_ 언컷 젬스, 샤프디 형제 감독

그냥_ 2020. 3. 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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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폭스 -1- [언컷 젬스, 샤프디 형제 감독]

# 0. 매운 닭발을 스스로 사 먹어 놓고 매워서 별로라고 별점 테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람쥐통에 제 발로 올라 놓고 멀미가 심해 쓰레기라 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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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복잡 미묘한 감각적 연출과 별개로 메시지 자체는 명쾌합니다.

 

 

자기 자신의 가능성을 믿어라.

남의 가능성에 자기 인생을 걸었다간 패가망신한다.

 

 

가 그것이죠.

 

'하워드'가 베팅하는 대상은 언제나 타인의 가능성입니다. 그는 경제적인 문제를 돌려 막기 식 부채의 불안정성으로 대처합니다. 세공조차 되지 않은 블랙 오팔에 위기 극복을 전적으로 기대고 있구요. 전문 평가사가 매긴 십만여 달러보다는 정체모를 감정사의 백만 불 타령을 더욱 신뢰합니다.

 

정가에 판매되는 수많은 귀금속들보다 불확실한 가격에 경매되는 오팔에 매몰되어 있으며, 그렇게 벌어들인 돈은 아직 경기도 채 치르지 않은 농구선수 '케빈 가넷'의 경기력에 다시금 걸고 있죠. 심지어는 판돈의 안전이라는 것 역시 아직 속마음을 확신할 수 없는 여자 친구 '줄리아'의 도덕성과 순애에 전적으로 베팅하고 있습니다. '하워드'는 하이 리스크를 외면한 채 하이 리턴에 중독되어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하이 리스크에 중독되어 있는 건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이전 글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그의 불행은 베팅의 실패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랬다간 영화의 주제의식이 '인생 한방이다. 베팅을 할 거라면 잘해라'가 되어 버릴 테니까요. '하워드'는 운이 좋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건 도박의 성공과는 별개로 점점 더 실패하고 점점 더 피폐해져 가다가 결국 목숨까지 잃게 된다라는 점을 포착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 11. 

 

비단 '하워드' 뿐만이 아닙니다. 영화 속에서 타인의 가능성과 행동 원리에 자신의 소중한 것을 걸고 있는 모든 인물들은 베팅의 성패와 무관하게 실패를 경험합니다. 신뢰할 수 없는 인간에게 거액의 돈을 빌려준 '아르노'는 개고생 후 망신을 당합니다. '하워드'의 도덕성에 결혼생활을 배팅한 대가로 '디나'는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얻게 되었죠. 사위의 사탕발림에 넘어간 장인은 경매장에서 큰 손해를 보았고, 자신만의 비전 없이 수년의 시간을 '하워드'에게 갈아 넣었던 '여시'의 목소리는 어항 속 관상어만도 못한 취급을 당합니다. '하워드'에게 돈을 빌려주고 차익을 벌고자 했던 사람들의 손에 남겨진 건 가짜 싸구려 시계뿐이었죠.

 

반면, 자신의 가치에 배팅했던 모두는 원하는 것을 가져가는 데 성공합니다. 스스로의 실력에 배팅했던 '케빈 가넷'은 결국 결승전의 영광스러운 주인공이 되어 원하던 오팔을 손에 쥐었고, 자기 발로 뛰어 위기를 극복했던 여자 친구 '줄리아'는 어마어마한 돈이 담긴 돈가방을 얻습니다. '하워드'의 생사와는 별개로 블랙 오팔은 여전히 매혹적인 빛을 내는 수십만 불에 호가하는 보석일 테죠.

 

 

 

 

 

 

# 12.

 

영화의 제목은 『Uncut Gems』. Uncut Gem이 아니라, Uncut Gem'S' 입니다. 영화에 다수의 보석이 등장한다는 뜻이죠. 세공되지 않은 원석 블랙 오팔이 아니라, 세공되지 않은 보석들로 은유된 인물들의 이야기라 이해하는 편이 합리적일 겁니다.

 

앤딩 장면에서 총탄에 구멍이 뚫린 가슴 너머로 보석이 펼쳐지는 그림은, 영화 초반 블랙 오팔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케빈 가넷'의 시야와 연결되며, '하워드'가 그 자체로서 블랙 오팔과 다르지 않은 원석이었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즉, 영화의 서사를 한 문장으로 말하자면, 자신을 세공하는 데 성공한 보석들과, 다른 보석들에 한 눈 파느라 자신을 세공하는 데 실패한 보석들의 이야기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군요.

 

# 13.

 

수많은 보석을 만지는 보석상에서 유일하게 세공되지 못한 보석이 '하워드' 본인이라는 역설. 그가 목숨을 잃으며 자신만의 가능성을 잃는 순간 텅 빈 우주만이 나타나는 앤딩은, 남의 성공에 기생해온 그의 삶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가를 잘 보여주는 결말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결말은 다시 오프닝의 시퀀스와 조응하며 병으로 인해 전전긍긍하던 사람이 되려 그가 선택했던 무수히 많은 무리수들이 탄환이 되어 자신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점에서 조소로 읽히기도 하는군요.

 

감독은 무수히 많은 베팅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그 베팅이 언제나 성공하면서, 동시에 베팅의 성공과 별개로 인물이 일관되게 몰락하는 이야기를 설계하고 설득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 점이 이야기의 측면에서 감독이 거둔 가장 큰 성취이자 의의라고 할 수 있겠네요.

 

 

 

 

 

 

# 14.

 

주연배우 '아담 샌들러'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겁니다. 실로 '아담 샌들러' 연기의 결정판이라 할 법합니다. 이 배우가 정녕 2012년 골든 라즈베리 전관왕에 빛나는 『잭 앤 질』의 히로인(...)이자, 자기 복재 로코물로 대표되는 쌈마이 코미디 배우가 맞나 눈을 비비게 됩니다. 중년에 접어든 이후 점점 선명해져 가는 내면 깊은 곳의 진중함과 표독스러움과 광기, 짬에서 나오는 완급조절과 안정적인 톤과 표정의 균형, 원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능글맞음과 무책임함과 비루함이 블랙 오팔만큼이나 완벽하게 배합되어 있는 느낌입니다.

 

이 징그러운 양반이 왜 아카데미에게 "상 안 주면 다시 쓰레기 영화나 찍으러 다니겠다"라고 땡깡을 부렸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펀치 드링크 러브』에서 『마이어로위츠 이야기』를 지나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이정표를 하나 깊게 새기는 느낌입니다. 아직 영화를 혹 안 보신 분께 설명드리자면, 『펀치 드링크 러브』에서 로맨틱과 내향적 긴장감을 살짝 빼고, 격정적인 레이싱 영화에서나 볼 법한 파괴력과 외향적 불안감을 달고 광기 어린 채 뛰쳐나가는 연기를 보여준다 정도로 묘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 15.

 

... 분명 어려운 영화임엔 틀림없습니다. 피곤한 영화도 맞습니다. 제가 이해한 바가 정확하다는 보장도 없거니와, 제 호평과 별개로 호불호를 극심하게 타는 영화인 것도 맞고, 호불호와 별개로 무지막지한 불편함을 동반하는 영화임에도 틀림이 없습니다. 온갖 종류의 임시방편과 무리수와 광기가 빙글빙글 돌 때마다 원심력은 더욱 가중되고, 그렇게 과장된 회전이 마치 토할 듯 멀미를 불러일으키는 듯한 영화인 부정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와 그렇게 만듦으로 인한 매력에 대해 설득력을 준비해 둔 영화이기도 합니다. 취향만 맞으면 인생영화 리스트에 올리기에 충분한 완성도의 영화이자, 왜 영화제에서 상을 타지 못한 건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왜 봐야 하냐구요? 제목에 써 뒀잖아요. '줄리아 폭스'가 나오니까. 응? '샤프디 형제' 감독, 『언컷 젬스』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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