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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Thriller

영화에 관한 영화 ⅰ _ 이창,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그냥_ 2020. 7. 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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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유명 감독의 대표작들을 볼 때면 그러지 않아야지 하면서도 살짝 움츠러드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무언가 이 대단한 영화가 왜 대단한 건지를 알아 모셔야만 할 것 같은 압력 같은 게 느껴진달까요.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주제 파악 만큼은 자신 있습니다. 스스로 영화와 관련된 소양이 한없이 빈곤하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죠. 아는 것도 없고 통찰할 능력도 없는 인간의 글이라는 걸 솔직하게 고백하고서 마음 편하게 거장이 만든 오래된 테마파크를 즐겨보겠습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이창 :: Rear Window』입니다.

 

 

 

 

 

# 1.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다리를 다친 사진작가 '제프리'가 치료하는 동안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창밖의 이웃들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내던 중, 이웃 '쏜월드'의 행동에 의아함을 느껴 그의 범죄 행위를 의심하고 쫓는 과정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물이죠. 엄격히 통제된 환경 하에 치밀하게 전개되는 서스팬스 사이사이로 '타란티노'의 그것이 연상될 법한 찰진 대사들과 '제임스 스튜어트'의 개구진 몸개그와 '그레이스 켈리'의 우아한 사랑스러움을 끼얹은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본 후 가장 강렬한 인상은, 상당히 구조적인 작품이라는 점이었습니다.

 

  1. 관음의 대상과 행위가 가치판단 없이 중립적으로 존재합니다.
  2. 행위는 대상이 있는 공간에서 규정한 프레임(대상자의 집 창문)에 의해 1차적으로 걸러집니다.
  3. 상당한 물리적 거리를 건너오는 동안 불필요한 디테일들이 제거되어 관찰자에게 전달됩니다.
  4. 다시 관찰자가 임의로 설정한 프레임(관찰자의 집 창문)에 의해 2차적으로 걸러집니다.
  5. 관찰자 개인의 시각, 시점, 가치관에 의해 재조립되어 이야기를 구축하게 됩니다.

이런 너댓 단계의 다층적 필터링 과정을 통해 균일한 밀도로 전개되던 대상자의 평범한 일상은 관찰자의 자의적 해석과 가치관과 결합해 강렬한 인과로 재조립되게 되죠.

 

 

 

 

 

 

# 2.

 

각 단계를 조금 더 영화스럽게 빗대어 볼까요.

 

대상자는 일종의 소재, 모티브입니다. 소재는 자유롭지만 스스로 정의되지는 않습니다. 댄서도 신혼부부도 노처녀도 피아니스트도 병든 아내와 그의 남편 모두 훌륭한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만 그들의 존재만으로는 아직 어떠한 이야기를 만들어내지는 못합니다.

 

대상자의 집 창문은 카메라 프레임입니다. 댄서는 넓게 개방된 화면 속에서 호기심을 자극하게끔 정보가 통제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신혼부부는 하나의 프레임 속에서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에 따라 달라지는 행동 양식을 대조적으로 선보입니다. 노처녀는 부분 조명이 떨어지는 좁은 화각 속 고립된 존재로서, 피아니스트는 일정한 리듬으로 분절된 프레임을 통해 비춰집니다. 병든 아내와 그의 남편은 순차적인 흐름을 느끼기 용이한 길게 줄지은 복도식 공간과 여러 개의 창문으로 등장하죠. 관찰자는 이 창문이라는 카메라 프레임이 허락한 형태, 허락한 구도, 허락한 영역 안에서만 대상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 3.

 

그렇게 만들어진 카메라 프레임이 아파트의 거리를 넘어 관찰자에게 전달되는 시점에서 드디어 장르가 탄생합니다. 댄서의 뒷모습은 에로티시즘이 되고 신혼부부의 사랑은 로맨스가 되고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노처녀는 드라마가 됩니다. 피아니스트의 화려한 연주는 예술 영화가 되고 병든 아내와 남편의 보살핌은 멜로가 되고 비 오는 날 새벽 사라진 사람의 이야기는 스릴러가 되죠.

 

일정한 테마 하에 수집된 콘티들이 관찰자의 판단에 의해 재조립 되는 '제프리'의 창(혹은 시선)은 플롯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 '제프리'는 자신의 개인적 호기심을 근거로 댄서와, 신혼부부와, 노처녀와, 피아니스트가 아닌, '쏜월드'의 행동에 강렬한 이야기를 발견하고 부여합니다.

 

<'쏜월드'의 미심쩍은 행동들과 '제프리'의 의심>이라는 플롯의 뼈대에 '제프리'의 논리와 형사 '도일'과의 논쟁과 '리사'의 감수성과 '스텔라'의 액션과 이들 모두에 대한 관객의 감정이입이 살로 붙으면 비로소 영화가 완성됩니다. '영화'라는 결과물의 형태로 압착되어 있는 여러 개의 과정적 레이어들을 해체해 나열한 작품이라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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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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